'한눈에 보는 정운호 사건' 게이트 열 키맨들

정 대표 석방 위해 10명이 뛰었다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정운호 사건이 종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게이트로 관통하는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생길 정도다. 다소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정운호 사건을 게이트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키맨들로 쉽게 풀어봤다.

정운호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이 뒤지는 것은 로비 의혹이다. 어느 선까지 정 대표의 인맥이 닿았는지가 관건. 검은 돈줄을 캐는 게 급선무다.

의심의 눈초리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 쏠린다. 유력 용의자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다만 혼자 했을 리 없다. 누군가 뒤에 있거나 도왔다. 바로 사건의 ‘키맨’들이다. 이들에 따라 법조계, 나아가 정관계가 뒤집어질 만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닫힐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게이트를 열 열쇠를 쥔 사람들은 누구일까. 검찰의 칼끝은 정 대표를 겨누고 있다. 일단 각종 의혹으로 단단히 옭아맨 모양새. 큰 줄기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줄줄이 딸린 가지들부터 하나하나 쳐낼 요량으로 보인다. 그 첫 가지가 정 대표의 법률대리를 맡은 최유정 변호사다.

[의혹의 몸통]
[최유정 변호사]

검찰은 최 변호사를 이번 의혹의 ‘몸통’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10월 100억원대 해외 원정 도박을 벌인 혐의로 구속됐다.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이 선고된 정 대표는 보석을 목적으로 최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최 변호사는 자신이 부장판사 출신이란 점을 이용, 정 대표로부터 50억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판사에게 부탁해 보석이 되도록 해주겠다’는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항소심에서 4개월 감형됐지만, 보석 허가를 얻어내는데 실패하자 최 변호사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최 변호사는 30억원을 되돌려 줬으나 나머지 20억원의 반환 문제를 놓고도 다툼을 벌였다. 결국 구치소 접견장에서 사단이 났다. 두 사람은 수임료를 놓고 격렬한 시비를 벌였고, 급기야 정 대표가 최 변호사를 폭행까지 했다. 정 대표의 구명로비를 비롯해 전관예우를 악용한 대형 법조비리 사건으로 부각되는 순간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12일 최 변호사를 구속했다. 수임료를 부당한 용도로 받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정 대표의 구명로비를 벌였는지, 벌였다면 접촉한 인물들이 누구인지 등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다른 줄기]
[송창수 전 대표]

조 변호사와 함께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송창수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다. 최 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소개한 게 바로 송 전 대표다. 정 대표와 송 전 대표는 같이 서울구치소에서 복역하다 알게 됐다.
 

앞서 송 전 대표도 최 변호사에게 변론을 맡겼다. 인연은 2013년 인베스트컴패니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 전 대표는 피해가 100억원대에 달하는 사기, 유사수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1심은 징역 4년. 송 전 대표는 최 변호사에게 항소심을 맡겼다. 그 결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하지만 선고 당일 이숨투자자문을 설립하고 13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끌어모아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 등으로 다시 구속,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일파만파’ 구명로비 수사 급물살
어느 선까지 입김 들어갔나 관건

최 변호사는 이숨 사건도 수임했다. 송 전 대표는 2건의 재판 수임료로 최 변호사에게 50억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도 정 대표의 구명 로비와 비슷한 혐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변호사가 수임료를 어디에 썼는지 집중 추적하고 있다.


[전관 영향력? ]
[홍만표 변호사]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도 핵심 키맨으로 꼽힌다. 홍 변호사는 최 변호사에 앞서 정 대표의 변호를 맡았다. 모두 무혐의를 이끌어낸 장본인. 정 대표는 2013년 400억원대의 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검찰은 2차례나 무혐의로 결정했다. 홍 변호사 역할이 컸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 대표의 100억원대 도박 혐의도 홍 변호사가 수임했지만, 중간에 최 변호사로 법률대리인이 교체됐다.

핵심 브로커·로비스트 보니…
검은 돈줄부터 캐는 게 급선무

홍 변호사는 특별수사에 정통한 검찰 고위직(검사장) 출신으로 ‘전관’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 대표의 무혐의와 검찰 구형량을 축소하는 데 개입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곧 홍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 일단 홍 변호사가 2013년까지 90억원대의 소득을 신고했는데, 이후 소득을 줄여 신고한 사실을 확인한 상태다.

[수사 피해 잠적한]
[브로커 두 이씨 ]

이번 사건엔 전문 브로커가 등장한다. 이모씨와 또 다른 이모씨가 주인공. 모두 판도라 상자 열쇠를 쥔 인물로 꼽힌다.

먼저 이숨투자자문 이사로 재직했던 40대 이씨는 최 변호사와 사실혼 관계로 알려졌다. 조세포탈과 사기, 밀수·밀항 등 여러 차례의 범죄 전력이 있는 이씨는 구치소에서 송 대표를 알게 됐고, 송 대표가 재판을 받자 최 변호사를 이어줬다. 당시 “동거녀인데 직업이 판사”라 소개했다고 한다.
 

이씨는 정 대표와 최 변호사간 폭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 최 변호사를 대리해 정 대표를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최 변호사의 남편 자격’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50대 이씨는 법조 브로커로, 정 대표에게 고교 동문인 홍 변호사를 소개한 인물이다. 평소 전 청와대 비서관, 현직 검사 등과의 인맥을 과시했고, 정 대표의 첫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L부장판사와 저녁 자리를 갖고 정 대표의 구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메트로 입점 로비 의혹도 있다.

두 이씨는 현재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검찰은 사라진 2명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이들이 정 대표 사건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게이트의 핵심이다.

[정운호 도운]
[로비스트 3인방]

2명의 이씨 말고도 정 대표를 위해 뛴 사람들은 또 있다. 언론인 박모씨, 의사 이모 원장, 사업가 한모씨 등이다. 이들도 정 대표 사건에 얽혀 있다. 검찰은 이들이 두 변호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움직였는지 확인 중이다.


주간지 등 언론사를 운영하는 박씨는 정재계는 물론 연예계에도 상당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경찰의 정 대표 도박 수사 당시 사건 무마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정 대표와 경찰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는 코스닥 투자사기 등 혐의로 구속, 지난 1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성형외과 의사인 이 원장도 정 대표의 구명 로비를 시도한 의심을 받고 있다. 브로커 이씨와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이 원장은 L부장판사와 인연이 있는 한 지방법원의 부장판사에게 선처의 뜻을 전해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정기관 안팎에선 이 원장이 성형외과를 매개체로 형성한 연예인 인맥을 로비에 사용하지 않았겠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씨는 정 대표의 사업을 도운 브로커다. 정씨에게서 수천만원을 받고 네이처리퍼블릭이 군대에 들어갈 수 있도록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혐의로 지난 6일 구속됐다. 또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도 연결돼 있다.

[도박사건 무마]
[경찰관 2명]

정 대표가 2013년 400억원대 도박 수사를 받을 때 경찰관 2명이 움직인 정황도 포착됐다. 당시 정 대표는 불기소로 검찰에 송치돼 무혐의를 받아냈다.

L씨 등 현직 경찰간부 2명은 도박사건 무마 대가로 정 대표에 상가 운영권 등 이권 제공을 요구하고, 특정 회사에 투자를 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은 정 대표 측에게 “수사 무마에 힘써줄 테니 지인 회사로 납품 이권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꼬리가 잡혔다. 검찰은 경찰과 정 대표,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들 간 ‘거래’를 확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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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