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1.21 18:17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침 햇살이 세상을 비추기도 전에 / 차가운 해부대 위에 / 벗은 몸으로 누우신 당신, / 우리 날마다 그대 영혼을 만나 / 버림받은 당신의 감추인 사연을 듣고 / 모진 삶의 이면을 보지요, <3일간의 진실> 중 ‘서삼 가는 길’. 김윤신 조선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는 ‘시 쓰는 법의학자’다. 2014년 10월 <3일간의 진실>이라는 시집을 냈다. 고등학생 때 이육사 선생의 ‘광야’를 외우고 다녔던 문학소년이 ‘시인’이 된 순간이다. 따뜻한 시인 김 교수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 ‘서삼 가는 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광주과학수사연구소 유족 대기실에 걸려 있다. 시를 읽은 유족은 부검을 맡은 법의학자에게 신뢰의 눈빛을, 형사는 공감을 보낸다. 한 형사는 그의 시를 베껴 출동 전 읽고 나간다고 한다. <3일간의 진실>이라는 제목은 김 교수의 법의학 입문 배경과 닿아있다. 김 교수를 법의학의 세계로 이끈 선배 법의학자는 황적준 고려대 교수.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에서 부검을 맡은 부검의다. 김 교수는 1987년 당시 내용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보고 법의학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 프로
[기사 전문] 김윤신 교수(조선대학교 법의학교실): 당장 떠오르는 게 전라남도 어느 작은 군이에요. 그 집에 아이가 하나 있는데 무슨 잘못을 해서 소년원에 갔다가 이제 출소를 했어요. 그래서 아빠가 아이 밥을 먹인다고 나갔다가 들어와서 잤는데, 엄마가 그날 하필 사망하신 거예요. 경찰은 아마 (사망자가)늘 알코올에 취해 있었고, 그러니까 “술 관련해서 사망한 것 같다”며 부검을 안 하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근데 그 서의 수사과장님인지 형사과장님인지 제가 잘 아는 분이셨어요. 굉장히 사건에 대한 의욕과 열의가 있는 분이셔요. 그분이 그 서에 과장으로 계시면서 크게 나무라셨어요, 젊은 형사들을. “사인을 알 수 없을 때는 살인 사건에 준하는 것으로 처리하라고 내가 그렇게 당부했는데 왜 이런 사건을 부검 안 하려고 하느냐. 당장 부검 지시 올려라”라고 해서 부검 지휘를 올렸고 법원 영장을 받아서 부검을 하는데, 저도 깜짝 놀랐어요. 복강 내 출혈이 치명상에 이를 정도로 다량이 나오고, 출혈의 원인은 장간막 파열이었어요. 술 취해서 쓰러져 있는 사람을 누군가가 발로 배를 밟으면 딱 찢어지는 데가 거기입니다. 이 과장님은 벌써 딱 파악을 하셔요. “두 남자 중의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