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재테크 비법 공개

‘아는 게 힘’ 알아야 돈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공개됐다. 계속된 불황 속에서도 재산이 늘어난 고위공직자들이 더 많았다. 그중 몇몇은 재산 형성과정에 대해 미심쩍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허점을 제기하며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고위공직자 10명 중 7명이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고위공직자 중 30.2%(548명)는 부모와 자녀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아 고지거부 비율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25일 관보를 통해 공개한 ‘2016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따르면 공개대상 1813명의 평균재산은 13억3100만원으로 1년 새 5500만원이 늘어났다.

불황에서도
재산 쑥쑥

59.4%(1077명)의 평균재산이 10억원 미만이었고, 5억∼10억원 미만인 경우가 28.2%(512명)로 가장 많았다. 이는 배우자와 부모 등 직계 존·비속이 포함된 액수로, 공직자 본인의 평균재산은 7억2700만원(54.6%)이었다. 배우자는 4억7300만원(35.5%), 부모 등 직계 존·비속의 평균재산은 1억3100만원(9.9%)로 나타났다. 특히 공개대상자의 74.6%(1352명)가 재산이 증가했고, 감소한 사람은 25.4%(461명)에 그쳤다.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증가 원인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요인이 컸다. 전체 공직자들의 평균재산 증가액 5500만원 가운데 개별 공시지가 상승, 공동·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 종합주가지수 상승 등으로 인한 증가분은 2000만원(36%)이었고, 부동산 상속과 급여저축에 따른 증식분은 3500만원(64%)이었다. 부동산 가치의 상승으로 재산을 늘린 고위공직자 중에는 정치인들이 많았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토지와 건물을 합한 부동산으로 정치인 중 가장 큰 차익을 봤다. 이 의원은 지난해보다 9억2163만원의 재산이 증가했는데 부동산으로만 19억6227만원이 늘었다. 본인과 배우자 공동소유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건물가가 13억2610만원 오른 영향이 컸다. 문희상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의원은 지난해보다 약 2750만원 재산이 감소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18억원 이상 상승했다. 장남이 소유한 경기 의정부 소재 상가 매입이 부동산 재산 변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은 본인 명의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 근린생활시설(대지 231㎡, 건물 192.85㎡) 가액이 8009만원 오르고, 충남 당진시 임야와 인천시 연수구 아파트 등의 가치 상승으로 전체적으로 재산이 1억7938만원 늘었다. 본인과 차녀 이름으로 등록된 건물 자산만 총 4개, 28억5270만원에 이른다. 홍종학 더민주 의원은 부동산 가액만 약 17억원 이상이 상승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은 15억원대, 유기홍 더민주 의원은 12억원대의 부동산 가액이 상승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전 거주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지 484㎡와 건물 317.35㎡의 단독주택의 가액은 지난해 23억6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이 올라 25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해외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공직자도 있었다. 강영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배우자 명의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6억원짜리 단독주택을, 이일형 국무조정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인 명의로 9억4500여만원짜리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평균재산 13억3100만원… 5500만원 증가
부동산 가치상승 한몫…20억원 늘기도

김학균 금융위원회 상임위원도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버지니아주에 10억6000만원짜리 단독주택을 갖고 있었다. 주식으로 재산을 크게 불린 이들도 있었다. 국회의원 중 재산이 가장 많은 의원은 ‘안랩’ 대주주인 안철수 의원으로, 무려 1629억2792만원을 신고했다. 안 의원의 안랩 주식가액은 2014년 말 669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말 1510억3200만원으로 급증했다.

박 근혜 대통령의 당선 전 거주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지 484㎡와 건물 317.35㎡의 단독주택의 가액은 지난해 23억6000만원에서 1억7000만원이 올라 25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해외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공직자도 있었다. 강영철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은 배우자 명의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6억원짜리 단독주택을, 이일형 국무조정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인 명의로 9억4500여만원짜리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1년 동안 가장 재산을 많이 늘린 고위공직자는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 나타났다. 진 본부장이 신고한 재산 총액은 156억5609만원으로 1년 만에 39억6732만원 정도가 늘었다. 1813명에 이르는 재산공개 대상 고위공직자 중 최고 증가 기록이다. 진 본부장은 지난해 본인 명의로 5197만원에 제너시스 차량을 샀다.

또 진 본부장과 배우자, 자녀 명의의 부동산은 23억7900만원, 금융자산은 138억6812만원이었다. 특히 진 본부장은 게임회사 넥슨 주식 80만여주를 팔아 37억9000여만원의 차익을 거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식·상속으로
부동산 투자로

지난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진 본부장은 증시에 상장되지 않은 넥슨 주식을 2005년 사들였고, 이후 일본 증시에 상장된 주식 80만1500주를 보유했다가 지난해 126억461만원에 처분했다. 지난해 시세로 37억9853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그의 재산 증가액은 지난해 행정부·사법부 등 전체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 2328명 중 최고였다.
 

이로 인해 주식 취득에 따른 재산 형성 과정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유는 주식을 어떤 경위로 어느 정도 가격에 샀는지, 넥슨 회사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2년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근무 이력도 투자와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진 본부장은 “공직자로서 재산 증가 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면서도 “2005년 주식 매입 후 관련법에 따라 성실하고 투명하게 재산등록을 해왔고, 신고분에 대해서는 매년 공직자윤리위원회, 국세청 등 국가기관의 심사와 검증을 받아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매입 경위와 관련 “기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외국계 자문 업체에서 일하던 대학 친구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서 넥슨 보유 주식을 팔고 싶다는 얘기를 듣고, 본인이 혼자 인수하거나 나눠 매입하는 것보다는 친구 여러 명이 투자하자고 해서 똑같은 가격에 친구들이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매도 물량이 적지 않아 같은 가격에 주식을 취득한 사람이 저 외에도 여러 명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국내에서 게임산업이 발전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고 게임회사 중에서는 넥슨이 유망했기 때문에 상담사 친구가 주식 매입을 추천해 친한 친구끼리 산 것이라는 해명이다.

친구 통해 꼼수
형성 과정 의혹

넥 슨 주식이 일본 증시에 상장되기 전에 주식분할이 이뤄져서 주식 수가 늘어났고 이는 모든 주주에게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대량의 주식을 매입한 자금의 규모와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논란은 이어진다. 이에 대해 진 본부장은 매입자금 규모에 대해선 “거래 상대방이 있는 개인들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가격과 매입액 규모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2000년대 초반 네이버 등 지금 국내 우량 주식이 된 IT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어떠했는지 생각해본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높은 가격은 아니었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진 본부장이 넥슨의 김정주 대표와 대학 동기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점이 주식 매입으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부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진 본부장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와의 친분이 작용해 비상장 주식을 손쉽게 살 수 있었던 게 아닌지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비상장 넥슨 주식은 일반인 누구나 원한다고 쉽게 살 수 있는 주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매입가격도 ‘헐값’에 사들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진 본부장은 거래 상대방이 있는 사인(死人) 간의 거래여서 상대방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세세한 내역을 밝히지 못하지만, 매입 가격은 당시 넥슨 주식의 액면가(500원)보다 훨씬 비쌌다고 설명했다. 주식 수의 경우 지난해 처분할 때 80만1500주였지만, 매입 당시에는 이보다 훨씬 적었다고 말했다.

넥슨 주식이 일본 증시에 상장되기 전에 주식분할이 이뤄져서 주식 수가 늘어났고 이는 모든 주주에게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대량의 주식을 매입한 자금의 규모와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논란은 이어진다. 이에 대해 진 본부장은 매입자금 규모에 대해선 “거래 상대방이 있는 개인들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가격과 매입액 규모를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2000년대 초반 네이버 등 지금 국내 우량 주식이 된 IT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어떠했는지 생각해본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높은 가격은 아니었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주식 팔아 38억 차익… 의문 증폭
부모에게 16억 아파트 물려받기도

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발령받아 재직할 때에도 주식을 여전히 보유한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 본부장은 “어떠한 보직에서도 주식 매입 회사와 관련한 업무를 처리하거나, 영향을 미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지만, 넥슨 주식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 


자금 출처뿐만 아니라 만약 처가 등에서 재산을 증여받았다면 그 과정에서 증여세 납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에 대한 논란도 있다. 진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자금원은 기존 재산이었고, 원천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다 밝혔다. 윤리위에 신고했고 매년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세금과 관련해 국세청에서도 문제가 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매입 자금이나 재산변동 사항은 충실하게 등록돼 있고, 공직자윤리위 등 접근권한이 있는 기관과 소속 직원은 확인할 수 있다”며 “일부러 숨긴 사실이 없으며 그동안 대상자가 되지 않아 공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식 매도 경위는 “10년 동안 장기 투자 취지로 보유했다”며 “그러나 승진에 따른 재산공개 후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백지신탁위원회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 신분으로 다량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매도했다”고 밝혔다. 본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윤리위의 검증에 문제는 없었는지 점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여전히 제기된다.
 

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발령받아 재직할 때에도 주식을 여전히 보유한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진 본부장은 “어떠한 보직에서도 주식 매입 회사와 관련한 업무를 처리하거나, 영향을 미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지만, 넥슨 주식 매각을 둘러싼 논란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

재산증가 2위는 김인제 서울시의원이다. 신고재산은 26억3215만원이다. 이 중 23억8822만원을 지난해 늘어난 재산으로 신고했다. 그동안 재산공개를 하지 않았던 부모의 재산을 이번에 함께 신고대상에 포함하며 재산이 순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뒤를 조정원 외교부 주이라크대사(46억원 중 17억원 증가)가 이었다.

조 대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16억원짜리 아파트를 물려받으며 재산이 늘었다. 최영진 부산시의원(22억원 중 15억원 증가), 백종헌 부산시의원(151억원 중 14억원 증가)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지난 1년 동안 재산이 가장 많이 감소한 고위공직자는 변윤성 한국석유공사 상임감사였다. 피치텔레컴, 피치홀딩스의 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 변 상임감사는 주식 매각 등으로 1년 전과 비교해 재산이 105억원 줄었다. 현재 재산은 70억8626만원으로 신고했다.


위원회는 이번에 공개한 재산변동 사항에 대해 오는 6월 말까지 심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공직윤리에 대한 국민의 높아진 기대수준에 부응하기 위해 재산 취득 경위와 소득원 등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심사를 강화한다. 민일영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직윤리 확립을 위해 재산등록 및 심사 제도를 앞으로 더욱 엄정하게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 주식 거래
진경준 수수께끼

한편 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 재산공개대상자는 행정부 소속의 정무직, 고위공무원 가 등급, 국립대학 총장, 공직 유관단체 임원, 기초·광역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회의원, 시·도교육감 등이다. 등록 대상 재산을 거짓 기재하거나 누락 또는 잘못 기재했을 때,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하면 공직자윤리법 제8조 2항에 따라 경고 및 시정조치, 과태료 부과, 해임징계의결 요청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