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2008국감 현장① 국감 7대 이슈


국감 전쟁의 막이 올랐다. 6일 시작하는 국감은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분수령인 만큼 여야는 이를 대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실책과 각종의혹 밝히기에,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실정 들추기에 집중할 전망이다. 따라서 제18대의 첫 국정감사는 종전 소규모 국지전이 아니라 사실상의 여야가 직접 맞붙는 전면전이 될 공산이 크다. <일요시사>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주요사건에 대해 집중 조명해보았다.

10월 정치권 최대 격전이 될 국정감사와 관련해 총성을 먼저 울린 쪽은 야당인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책과 의혹들에 대해 5대 원칙과 방향을 정하고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여진다.
민주당 국정감사대책 태스크포스는 지난달 22일 상임위별로 선정할 증인 1백79명과 참고인 18명을 채택, ‘국정감사 주요 증인 1차 명단’을 발표하며 선전포고를 했다.

민주당은 ▲경제정책실패 책임자 ▲공기업 사유화 ▲권력형 비리사건 ▲방송장악·인터넷 통제 ▲5공 회귀 공안정국·인권탄압 ▲역사왜곡 및 이념 논쟁 유발 ▲형님인사·낙하산 인사 등 국감 주요 현안을 7개로 정하고 이와 관련된 증인 채택 대상을 선정했다.

민주당은 특히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어청수 경찰청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들을 “공기업 낙하산 인사 및 국정파탄 3인방”으로 명명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이들을 해임시키는 데 실패한 민주당은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이들의 자진사퇴를 받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즉각 반발했다. 한나라당 김정권 원내공보부대표는 “정치 공세로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을 요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담당 검사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방어’하는 입장이 된 여당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증인은 여야 합의로 채택돼야 한다”며 민주당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덕수 전 총리를 포함한 참여정부 관료, 대통령 기록물 유출 논란과 관련된 전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증인 채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필요한 증인이라면 원칙적으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국감 물타기”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야는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증인 명단을 포함한 각 상임위 국정감사 계획서를 처리한다. 하지만 각 상임위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원내대표단이 나서게 되고 최악의 경우 처리 날짜가 국감 직전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슈]
①식지 않은 논란 ‘한국타이어 사태’


지난 연말과 올초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켜 온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 사태와 관련 오는 10월6일부터 열리게 되는 국정감사에서 집중 조명으로 진상 규명이 이뤄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추미애)는 노동부와 산하기관에 대한 이번 국감에서 한국타이어 사태에 대한 집중 거론 및 불꽃 튀는 공방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

지난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5천5백여명이 근무하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서 노동자 7명이 급성심근경색, 관상동맥경화증, 심장마비 등으로, 5명이 폐암과 뇌수막종양, 1명 자살 등 모두 13명이 사망한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추미애 의원 측 관계자는 “한국타이어 사태는 이번 국감에서 환경노동 이슈와 관련해 분명히 제기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본다”라며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서 자료를 수집했고 광범위한 자료를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감까지 남은 기간 동안 증인채택 및 어떠한 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규명에 대해 전체 15인으로 구성된 환노위 소속 의원들과 조율 등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이번 국감의 환노위 예상 쟁점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슈]
②정경유착 의혹 ‘제2롯데월드’


민주당은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며 ‘게이트’로 명명한 각종 의혹 관련 인사들의 국감 출석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특히 민주당이 ‘제2롯데월드 사업’과 관련,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연일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회장의 ‘초고층 건물’에 대한 꿈에서 나온 사업이다. 롯데그룹은 오너인 신 회장이 “한국에 세계적인 랜드마크 타워를 건설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지난 1988년 1월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일대 8만7천6백3.7㎡(2만6천5백평)을 서울시로부터 사들였다.

1994년 비행안전국역 초고층 가능여부 질의로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 1995년 송파구에 최초로 높이 4백2m, 1백층 건립계획안을 제출했으나 성남 서울공항과 교통난 등 반대 여론에 밀려 사업은 좌절됐다. 이후 98년 지하 5층, 지상 36층의 건축허가를 송파구청으로부터 받는 데 그쳤다.

하지만 신격호 회장이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방침이 다시 세워지면서 롯데그룹은 2002년 9월 1백12층 규모의 빌딩 건립안을 송파구에 제출했다.

이후 서울시가 건축허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 추진은 급물살을 탔고 결국 작년 2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지상 1백12층, 지하5층의 제2 롯데월드 건립계획을 통과시키면서 사업은 본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공군이 제2롯데월드가 들어설 경우 성남공항 항공기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서울시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행정협의조정위원회로 넘어갔고 결국 작년 7월 26일 최종 불허 방침이 내려졌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국방부가 ‘제2롯데월드’ 건립을 승인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과 국가안보 대신 친구와 재벌을 선택한 것이고, 재벌 특혜를 넘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는 것”이라며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을 정경유착(친구게이트)의 연결고리로 지목했다.

민주당은 제2롯데월드 건설 허용 의혹을 ‘친구 게이트’라고 규정하며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 등 서울시 인사와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내정자 등 공군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이슈]
③인천공항공사 민영화 사태


정부의 민영화 대상 공기업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포함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공항 민영화의 과실을 국민이 아니라 특정 외국 기업과 특정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가져가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공기업 평가에서 인천공항공사의 점수를 낮췄다는 의혹마저 제기돼  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국정감사를 놓고 국토해양위원회 의원들의 국감자료 요청이 쇄도해 직원들이 눈코 뜰 새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한국공항공사, 항공안전본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3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10월14일 오후에 인천공항 국제업무지역 공항청사에서 열린다.

국토해양위원회 의원은 모두 29명으로 상당수가 초선이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 전반을 살펴보기 위해 각종 자료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번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국감 최대 이슈는 지난 4월 감사원 감사 결과와 함께 인천공항 민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의원들이 이 자료들을 빠짐없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초선이 많은 국토해양위원들이 처음 맞는 국정감사인 만큼 의욕이 대단한 것 같다”며 “자료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직원들은 이번 국감에서 인천공항 민영화 반대에 의원들이 나서 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슈]
④방송장악 위한 ‘낙하산 인사’


또 눈길을 끄는 것은 방송장악 등의 논란과 관련해 이번 국감에 민주당이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거론한 인사들의 면면이다. 이중 방송장악을 위한 낙하산 인사로 거론 되었던 대표적인 인사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다.

최 위원장의 KBS 정연주 사장 및 이사진에 대한 사퇴 압박 행보와 EBS 사장 사퇴 압박설 등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여기에 대선 시절 이명박 캠프 방송총괄본부장을 한 구본홍씨가 YTN 사장으로 내정되고, 특보를 지낸 정국록씨가 아리랑TV 사장에 내정되면서 MB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로 언론 장악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문제로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더욱이 최 위원장이 청와대의 내각 교체 물밑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지난 6월9일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등 이명박 캠프를 진두지휘했던 원로 인사들과 함께 조찬을 하며 내각 사퇴 이후의 국정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물의를 일으켰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방송 독립을 지켜야 할 방통위원장이 대통령 직속이란 핑계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대통령과 국정을 논의하는 것은 최 위원장이 쇠고기 정국을 초래한 국정난맥상의 주범임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이번 국감을 통해 자진사퇴를 받아내려 한다”고 밝혔다.

[이슈]
⑤김옥희씨의 ‘언니 게이트’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지 6개월도 안 돼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의 공천비리 의혹 사건이 터졌다.

김씨는 대통령 부인 친언니로 행세하면서 김종원 서울시 버스조합 이사장에게 국회의원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았다가 결국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되자 25억원을 돌려준 사기사건이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친인척 사건은 검찰 수사가 먼저 있고 청와대가 이를 해명하는 수순으로 전개된 사건이 아니었다. 청와대가 먼저 사건을 한 달 반이나 들고 있다가 결국 검찰에 넘긴 사건이다. 검찰은 사건을 받자, 이를 공안부가 아닌 금융조세부로 배당하여 ‘단순 사기사건’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사건을 ‘단순 사기사건’으로 보고 김종원 씨의 30억원은 단순히 ‘개인 돈’으로만 발표되었다. 과연 김종원 씨가 이만한 돈을 동원할 재력가인가에 대해서 각 언론마다 조금씩 분석이 달랐다”면서 “30억원의 출처와 사용처, 그리고 돌려받지 못한 4억5천만원의 행방, 이러한 많은 의혹들을 다시한번 집고 넘어가려고 자료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슈]
⑥조현범 주가조작 ‘사위 게이트’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조씨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한 흔적이 검찰에 포착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조씨와 친분이 있는 김영집 코디너스 대표가 직접 개입한 증권거래법 등 위반사건. 김씨는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로 코스닥에 등록된 여러 회사를 인수했으며, 최근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검찰은 코디너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조씨에 대해 수사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 조씨를 비롯한 재벌 2, 3세들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거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단서가 새롭게 튀어나올 수 있어 그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사건에 대해 “이 사건도 당연 대통령과 연관된 것으로 이번 국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조 부사장이 코스닥 기업 엔디코프의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자료 수집과 검토 중에 있다. 또 조 부사장이 다른 재벌가 자제들과 함께 투자한 코디너스나 동일철강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슈]
⑦상암동 DMC 특혜 분양


민주당은 대선 당시 이슈였던 ‘상암DMC 특혜분양’ 논란을 통해 서울시 주변 인물들을 압박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상암동DMC 특혜 의혹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2년 6월 서울시가 자본잠식 상태인 (주)한독산학협력단지에 외국 기업에만 배당할 수 있던 DMC 땅을 부당하게 분양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축 승인이 났고 분양업체가 사채시장에서 끌어다 쓴 1백억원 가운데 39억원의 용처가 불분명한데다 관련 특혜 분양에 이명박 대통령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DMC 사건의 핵심이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이 후보 재직 시절인 지난 2003년부터 사업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잡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다 지난 2004년 특정 방송사에 대한 특혜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논란은 본격화됐다.

이를 계기로 DMC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도 “이번 사업을 둘러싸고 특혜 비리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이번 국감을 통해 ‘DMC 특혜 배후 정치 세력이 누구인지’, ‘서울시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질의를 하며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공기업 사유화에 대해서와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해서도 총공세를 펼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공기업 사유화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사건과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해서는 유한열 한나라당 전 고문의 ‘군납 게이트’와 김귀환 서울시의장 ‘뇌물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서도 한나라당 고위 인사들을 중심으로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라 관심이 모아진다.

또한 지난 총선 당시 이슈였던 ‘뉴타운 허위공약’ 논란에 대해서도 공세를 취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이밖에 ‘촛불집회 진압’, ‘종교차별’ 논란과 관련해 어청수 경찰청장은 물론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한진희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대상으로 다시 한 번 책임을 추궁할 예정이고, 최근 촉발된 ‘교과서 논란’에 대해서도 이번 국감을 통해 책임을 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나라당은 한덕수 전 총리를 포함한 참여정부 관료, 대통령 기록물 유출 논란과 관련된 전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증인 채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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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