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2008 국감 현장’ ②재계의 야릇한 분위기

2008 국정감사 시즌이다. 10월6일부터 20일간 이어질 국감을 앞두고 여의도는 지금 ‘긴장 모드’다. 여야는 이미 국감 체제로 전환된 지 오래다. 상임위별로 증인 채택 등을 놓고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감 이슈는 단연 국감장에 누가 불려올까다. 그중에서도 기업 CEO, 특히 재벌그룹 총수의 출석은 초미의 관심사다. 각기 다른 예민한 사안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른 기업들이 10월만 다가오면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긴장은커녕 여유마저 흐른다.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국감을 앞둔 재계 분위기를 살펴봤다.

‘비즈니스 프렌들리’국감장서 통할까

10월만 되면 재계는 긴장한다. 코앞에 닥친 국정감사 때문이다. 해마다 단골 표적이 됐던 재계는 올해도 ‘뜨거운 감자’로 분류된다.
특히 검찰의 대대적 사정 기류에 휩싸인 기업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로선 수사 선상에 오른 기업들이 국감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MB정권 출범 이후부터 ‘대기업 비리척결’을 목표로 대대적인 수사와 보이지 않는 내사를 벌이고 있다. 당장 얘기가 나온 기업만 수십 곳에 달한다.
‘P그룹, K그룹, I그룹, H그룹, D그룹, A그룹, T사, K사….’
또 LG가 구본호, 두산가 박중원씨, 한국도자기가 김영집, 현대가 정일선씨 등 재벌가 로열패밀리들도 검찰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저기서 첩보를 수집한 검찰은 내사를 거쳐 표적에 바짝 다가선 상황이다. 검찰 안팎에서 거론되는 ‘살생부’에 이름이 올라간 기업으로선 국감이란 또 한 번의 파고에 맞닥트린 셈이다.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모 그룹 관계자는 “안 그래도 사정기관 내사로 초긴장 상태인데, 국감까지 겹쳐서 죽을 맛”이라며 “수사가 완전 종결되지도 않았는데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국감에서 또다시 집요한 추궁에 시달리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도 “정·관계뿐만 아니라 재계도 ‘국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오너의 신변에 위기감이 감지, 그룹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엔 뭔가 다르다. 여야는 각 상임위별로 증인 채택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지만, 재계는 예외인 분위기다. 여야를 막론하고 ‘호출’은 물론 쟁점 자체를 꺼리는 눈치까지 엿보인다. 정치권과 재계의 서먹서먹한 관계가 다시 회복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나라당은 MB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정책을 그대로 국감에 반영할 태세다. ‘친기업’기류가 한나라당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 자칫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MB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본격적인 비즈니스 프렌들리 입법 활동에 나설 것”이라며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등을 이끌어 내야 경기를 살릴 수 있는 만큼 금융개혁, 기업 투자유인, 감세법안 처리 등을 정기국회 중점 과제로 삼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정기관에 오르내리는 기업을 괜히 건드렸다가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검찰의 타깃 대부분이 전 정권이나 전전 정권에서 특혜설이 나돈 기업들이다. 이른바 ‘친노 기업’을 정조준한 형국. ‘친 DJ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검찰 내부에서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이 주축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10년 동안 불거진 각종 비리와 특혜 의혹 정보를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엔 L씨, K씨 등 전 정권 실세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국감을 가급적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다만 정책감사가 목적이라면 실무임원을 부르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등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 범위에서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감 시즌을 맞았지만 재계의 공기도 예전 같지 않다. 과거 국감 시즌만 되면 기업의 총수나 CEO 등 관련 인사들의 증인 채택을 두고 분주하게 움직였던 것과 달리 차분한 모습이다. 때마다 국감을 앞두고 정재계에 나돌던 여의도발 재벌그룹 총수 살생부도 보이지 않는다.
재계가 이렇게 여유로운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재벌그룹과 재벌가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MB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벌그룹이 검찰 수사와 국감에 자신만만한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친노 기업을 중심으로 무차별적 저인망식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변죽만 울리고 있다”며 “수사가 계속 확대되면서 ‘기획사정’ ‘보복 수사’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이번 국감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서민경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첫째도 서민경제, 둘째도 서민경제, 셋째도 서민경제”란 게 정부와 여야의 이구동성이다. 기업 대신 경제부처의 고초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발 더나가 정치권은 ‘기업 잡는’걸림돌 제거에 나설 수도 있다. 과도한 금융규제 등이 그것이다.
대기업의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와 감세를 약속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번 국감에서 쟁점이 될 부분은 과거 10년 간 반 시장, 반 기업 법안이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여부와 좌편향 법안의 개선”이라고 밝혔다. 같은당 김용태 의원도 “우리의 금융규제는 미국이 아닌 일본이나 유럽과 비교해도 과도하다”며 “금융선진화 방안은 미국 스탠더드가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한국의 금융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고 강조했다.
특히 노회찬·심상정·임종인·김현미 전 의원 등이 이번 국감에서 빠진 것도 재계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4·9 총선에서 낙선한 이들은 17대 국회 때 ‘기업 저격수’로 명성을 날렸다. 재계에 대한 국감이 ‘김빠진 맥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민노당 관계자는 “재계를 밀고 당기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무슨 국감에서 쓴소리를 할 수 있겠냐”며 “증인 신청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다만 초선의원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이번 국감이 초선의원들에게 처음인 점을 감안하면 굵직한 치적을 만들기 위해
 


총수 부르나” 여야 상임위 기업별 쟁점 논의 ‘실종’

여권, 친기업 정책 반영… 야권, “긁어 부스럼 될라”
재계가 느긋한 이유
검찰 수사 ‘지지부진’
국감, 서민경제에 초점
기업 저격수’부재

‘폭로형태’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차기 확고한 기반을 만드는 데는 사회적 이슈 양성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재계를 관리 감독하는 사정기관의 ‘컨트롤타워’격인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몇몇 초선의원들은 기업들의 숨은 문제점을 찾기 위해 혈안이다.
설사 총수나 CEO 등 기업 인사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더라도 증인석에 앉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외출장이나 건강상의 사유로 불출석할 게 뻔하다 관측이다. 이는 기업인들이 국감 출석을 피하기 위해 이용했던 전형적인 수법. 잠시 자리를 피한 뒤 상황이 정리된 후 돌아올 요량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국감에 불려갈 기업 인사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 한결 홀가분한 입장”이라며 “여야 협상 과정에서 기업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하더라도 굵직한 인사들은 매번 단골손님으로 등장한 인물이고, 현재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어 해당 기업의 움직임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해볼 테면 해봐라’식의 재계라도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 ‘국감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자체 안테나를 여의도에 맞추는 등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저마다 정보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
국내 굴지의 기업마다 직원을 붙여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각 의원들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원실 탐색은 기본. 의원 측 진영의 숨은 실세들을 찾아내기 위한 정보전도 뜨겁다. 흡사 정보기관의 첩보활동을 방불케 한다. 대기업이 검찰·경찰·국정원 등 수사·정보 인력을 대거 영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그룹들의 힘은 안테나의 높이, 즉 정보력에서 비롯된다”며 “국감 전부터 마무리 될 때까지 사전 정보수집을 통해 국감의 표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별도로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재계는 온갖 ‘괴담’으로 떠들썩했다. 10월로 접어들었지만 기업들은 아직 상황을 주시하며 바짝 엎드려 있다. ‘9월 괴담’이 국감을 타고 10월까지 이어질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