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이태원 짝퉁골목 가보니…

“A급 있어요” 삐끼들 철수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짝퉁공화국’ 대한민국. 명품이 비싸면 비쌀수록 더 잘 팔리는 기현상도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러울 정도다. 사람들의 명품에 대한 과도한 욕망은 낮은 가격에 진품의 이미지를 갖기 위해 짝퉁에 눈을 돌리게 만들기도 했다. 수십 년째 지속되어 온 짝퉁문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판도가 바뀌었을 뿐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짝퉁 거래의 ‘메카’ 이태원. 지난 14일 오후 1시 이태원역에 도착했다. 짝퉁거래가 활발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호객꾼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상가에 들어가 짝퉁 거래를 하는 곳을 알려 달라고 말하자 상인은 “이제는 이태원에 짝퉁거래를 안 한다”며 “단속이 심해 짝퉁파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짝퉁의 메카라고 불리던 이태원 뒷골목 인근 상점 주인에게 언제부터 이태원에서 짝퉁 열기가 식었냐고 묻자, 상인은 “2∼3년 전부터 안 보인다”고 말했다.

사라진 판매상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짝퉁시장 자체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했고, 단속을 피해 더욱 더 은밀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이태원은 짝퉁시장의 메카로 이름을 떨쳤다. 짝퉁으로 악명을 떨치다 보니 특허청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은 단속을 지속적으로 벌여왔고 그 결과 대놓고 영업을 펼치는 짝퉁 판매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프라인 거래가 줄었다고 해서 우리나라 짝퉁시장 크기 자체가 작아진 것은 아니다. 위조상품제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위조상품 압수량은 82만2370점, 액수는 567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2014년은 압수량 111만4192점, 액수 880억8000만원, 지난해는 7월까지 113만2473점, 액수는 915억7000만원에 달했다. 매년 압수량과 액수가 증가한 모습이다. 연도별로 위조브랜드도 다르게 나타났다.

2013년에는 의약품 화이자가 28만3007점으로 가장 많이 압수됐고 시알리스, 비아그라 등 의약품류가 각각 10만점 넘게 압수돼 뒤를 이었다. 2014년도에는 INA 차량부품이 25만6595건으로 가장 많이 압수됐다. 그 다음으로 GMB 차량부품이 25만2560점을 기록했고 헬로키티, 탐스, 블랙야크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는 식품, 화장품류의 짝퉁이 활개를 쳤다. 정관장이 63만9185점을 기록했고 화장품인 리더스인솔류선과 헤라가 각각 21만3176점, 8만2690점으로 뒤를 이었다. 매년 유행에 따라 짝퉁의 종류도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 짝퉁 구매는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명품전문업체라고 소개된 A온라인짝퉁 업체는 가방, 지갑, 신발, 벨트, 시계, 의류, 악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수천 점에 이르는 물건을 팔고 있다. 가격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 짝퉁 사이트는 고객의 질문을 실시간으로 받고 있었다.

10만원대 가격으로 올라온 유명브랜드 지갑의 구매를 의뢰하자 홈페이지 관리자는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며 “통관사정에 따라 10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모조품이냐고 묻자 “정품과 거의 같게 만든 제품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특별제작제품이나 세관단속이 있을 경우 다소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이를 통해 적법한 절차를 통하지 않고 짝퉁 물건이 우리나라로 유입됨을 알 수 있다. 또한 교환, 반품 정책도 현행법과는 거리가 있다. 사이트에는 “구매대행과 해외배송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쇼핑몰이므로 원칙적으로 제품하자를 제외한 교환, 반품은 불가능하다”며 “교환하실 상품의 재고가 없을 경우에 환불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다.

비밀 매장들 속속 문닫아…온라인 활개
한물간 시계 가방 “SNS로 은밀한 거래”

현행법에 따르면 배송받은 날로부터 7일 내에는 청약철회가 가능하고 만약 청약철회할 경우에 반품비는 구매자가 부담하게 된다. 쇼핑몰에서 반품,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쓰여 있다고 하더라도 청약철회와 관련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기 때문에 제품에 훼손이 없다면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또 다른 홍콩명품 도·소매 구매대행으로 소개된 B짝퉁업체는 “보통 사기 사이트들은 당일배송품목도 없고 카카오톡도 추가하지 않는다”며 “그리고 상품 품목들도 저희 사이트처럼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짝퉁사이트와의 차별점을 부각했다.


이밖에 짝퉁사이트들은 공통적으로 홈페이지에 카카오톡 아이디를 게재해 단골손님을 유치하는 영업방식을 취하고 있다. 카카오스토리에 매물을 올리면 구매자들은 그것을 보고 구매하는 방식이다.

또한 블로그, 카페 등도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매물을 올리거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게재해 손님을 유도한다. 이처럼 최근에는 온라인상에 홈페이지 사이트 및 블로그, 카페 외에 한층 진화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짝퉁 판매가 유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30일 서울본부세관은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등 신종수법을 통해 중국에서 밀수한 유명상표 위조시계, 위조가방 등 8000여점을 판매한 김모씨 등 2명을 상표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이들이 판매하려고 한 짝퉁은 정품 가격으로 3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세관에 따르면 김씨 등은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SNS를 통해 짝퉁을 판매하기로 모의했다. 이들은 ‘명품’ 상표를 위조한 중국산 짝퉁 제품의 일부를 SNS에 본인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들과 함께 올려 판매목적이 아닌 것처럼 속이고 카카오스토리에 상품을 모델별로 사진을 찍어 게시하고 홍보했다.

친구추가를 맺은 사람이 카카오스토리에 게시된 물품에 구입 의사를 밝히면 다시 카카오톡 화면으로 유인해 가격을 흥정하거나 판매했다.

이 같은 수법은 홈페이지 사이트나 블로그, 카페와 달리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은밀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입소문을 타면 판매가 수월해진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위조상품단속통계를 살펴보면 2010년 9월부터 2012년까지 형사입건 45명, 압수물품은 2만8629점에 달했다.

2011년도에는 3배 넘게 늘어난 139명이 입건됐고 압수물품은 2만8589점을 기록했다. 2012년도는 형사입건 302명, 압수물품 13만1599점, 2013년에는 형사입건 376명, 압수물품 82만2370점, 2014년도 형사입건 430명, 압수물품 111만4192점, 2015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형사입건 230명, 압수물품 113만2473명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위조 상품 판매사범과 압수물이 매년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종 판매수법

짝퉁 실태에 대해 세관 관계자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통한 공정한 시장 질서유지를 위해 지식재산권 침해사범에 대해 보다 강력하게 단속할 계획”이라며 “특히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등 사이버를 이용한 신종판매수법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꾸준히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진품-짝퉁 구별팁

명품가방이 진품인지 짝퉁인지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가까운 매장에서 고유번호를 확인하는 것이다. 각 매장에서는 제조사별로 진품 확인 매뉴얼과 고유번호를 통해 짝퉁 여부를 구별해준다. 그리고 짝퉁의 경우 가방 내외부의 박음질이 정교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화의 경우 육안으로 구별하기는 어려운데 밑창의 품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쿠션감에서 확실한 차이가 나고 인터넷보다는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고가의 손목시계의 경우 시곗줄로 짝퉁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다. 짝퉁은 진품에 비해 광택이 떨어지며 디자인 자체가 확실히 다르고 착용시 가볍게 느껴진다. 위조시계는 시계 앞면에 특수 플라스틱이 아닌 일반 유리판을 넣어 쉽게 깨진다.

위조 담배의 경우 육안으로 위조 상품을 구별해내기 어렵다. 주로 유흥업소 및 남대문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편의점 또는 정식 담배판매점에서 구입해야 한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직접 정품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업사를 이용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