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트럼프가 대통령 된다면…

“한국 싫어” 한반도 큰일 나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미국의 공화당 대권후보로 떠오른 트럼프에 대해 미국의 유력 언론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 땐 주한 미군 분담금으로 한국에 싸움 걸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대북강경 노선을 천명하고 보호무역주의를 지향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사회에 미칠 악영향이 클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 1일, 10여개 주에서 동시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을 승리로 장식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유력 대권 후보로 떠올랐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2일 ‘대통령 트럼프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약화시킨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 따라 장기간 유지돼온 미국의 유대와 동맹은 격하되거나 재협상은 포기될 것”이라며 “이미 불안정한 세계는 더욱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가 공화당의 실질적인 대선후보로 떠오르면서 힐러리 클린턴과 미국의 대통령 자리를 두고 양자구도로 좁혀졌다.

무임승차론 주장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의 기업인이자 방송인, 정치인이다. 와튼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곧바로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29억달러로 우리나라 돈 3조4000억원에 해당한다.

트럼프는 지난해 7월 공화당 경선 후보로 나서면서 정치·경제·사회 분야에서 거친 발언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미국의 대표들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 금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해 무슬림들의 공분을 샀다.


이밖에 멕시코를 겨냥한 듯 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은 문제 많은 사람들을 보내고 있다”며 “마약을 가져오고, 범죄를 들여오고 있다. 남쪽 국경에 거대한 벽을 쌓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슬림 및 히스패닉계에 대한 배타적인 모습을 보여 대선후보답지 않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멕시코 정부는 트럼프의 미-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구상에 발끈했다. 멕시코 재무장관은 지난 2일 “우리는 트럼프가 제안한 ‘끔찍한’ 국경 장벽에 어떤 경우에도 비용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도인 멕시코시티 시의회는 연방정부가 트럼프의 멕시코 입국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말 많고 탈 많은…결국 유력 대권후보
한반도에 엄청난 악재 “불보듯 뻔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겨냥한 발언도 서슴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25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CNN> 주최 공화당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트럼프는 “우리는 모든 나라를 방어할 수 없다”며 일본, 한국, 독일을 거론했다.

그는 “(국방)예산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이 모든 나라들로부터 군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꾸준히 주장한 트럼프는 북한 문제에 대한 발언 기회에서는 ‘무임승차론’만 다시 주장했고 북한의 핵무기,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한국과 일본은 기여하고 있다”며 “우리가 그들로부터 걸어 나온다면 그들은 둘 다 핵무기로 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도 트럼프는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음에도 “한국이 미국에게 안보를 공짜로 의존하고 있다”는 망언을 했고 지난 1월 18일 버지니아주 리버티 대학 유세에서는 “우리가 아주 부유하고 강한 나라들을 보호해 주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한국에 친구가 많이 있고 그곳에서 사업도 하고 빌딩도 있다”며 “우리가 미치광이(북한)와 한국 사이의 경계에 2만8000명의 미군을 두고 보호하는데, 그들은 (미군주둔 비용 분담금을) 쥐꼬리만큼 낸다”고도 했다.


이 같은 강경노선에 미국 내 정치인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미트 롬니는 트럼프에 대해 사기꾼이라고 칭하면서 “트럼프가 자신을 성공한 사업가라고 주장하는데 그는 천재 비즈니스맨도 아니고 재산을 상속한 뒤 트럼프 항공, 트럼프 대학, 트럼프 보드카, 트럼프 매거진 등을 파산에 이르게 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공화당이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지명한다면 안전하고 번영된 미래에 대한 전망은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대한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CNN머니>는 먼저 중국, 멕시코와 무역 분쟁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트럼프는 중국과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를 45% 높인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데 이에 중국과 멕시코는 관세에 따라 수출 제품의 가격을 높여 대항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을 지적했다. 트럼프는 즉흥적이고 선거 유세 기간에도 특정 이슈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기 일쑤여서 투자자들과 경영자들의 불확실성에 대한 염려를 높인다는 것이다.

국가 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도 있다. 트럼프는 내국인과 자국 회사에 대해서 세율을 인하한다는 방침인데 이로 인해 정부 부채가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투자회사 레콘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는 “트럼프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그의 이미지”라며 “그는 뛰어난 사업가로 인식되고 싶어하며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8월 미국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삼성, LG의 제품을 한국에서 들여오고 그들은 많은 돈을 번다”라고 말해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큰 이득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인 FTA 비판과 보호무역주의는 각국 외교관들에게 ‘공포’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중국과 일본에 대해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나라”라며 라이벌로 인식해 비판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미 양국은 국제 정치와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해 트럼프의 입장을 반박했다.

무슬림·히스패닉도 타깃
미 전방위 저지운동 확산

지난해 10월에는 한인 하버드생이 트럼프 유세장에서 바디페인팅 시위를 벌인 사실도 있다. 한인 여고생 김유진, 새라박양은 각각 ‘성난 합법이민자’라는 붉은 글씨와 ‘쓰레기 트럼프’ 등을 가슴과 배에 썼다. 두 사람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페미니즘과 이민자들을 옹호한다”고 말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처럼 자국 내 국민 및 동아시아인, 무슬림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유는 미디어 대응에 능숙한 트럼프가 적기에 정치에 등판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늘 같은 이야기만 하는 다른 후보와 달리 새로운 뉴스에 배고픈 언론의 갈증을 풀어줬다고 평가했다. 또한 성공적인 선거 슬로건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트럼프의 선거 구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다.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기억하기 쉽다는 분석이다. 이어 경쟁자의 약점 파악에 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트럼프는 부시 전 주지사를 ‘에너지 없는 후보’로 낙인찍어 공격을 거듭해 결국 레이스에서 떨어뜨렸다.

경쟁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지지율이 올라가자 ‘출생 의혹’을 물고 늘어져 격차를 벌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저소득, 저학력 백인 유권자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들은 오바마 정권하에 의료보험료 불만, 유색인종들의 직장과 지역사회에서의 성장에 불만이 큰 상황이다. 그리고 기존 정치인들과 다르게 ‘단순한’ 화법과 논리로 정치·경제·외교 현안에 대해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외교정책 변화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대선 결과가 한반도 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트럼프가 만약에 대선 후보가 돼 대통령이 된다면 한반도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외교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그 엄청난 파급효과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힐러리가 당선되면,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한반도 정책이 미국 외무정책의 1순위가 될 수 없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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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