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마비용?’ 표적된 서울지검장, 왜?

초유의 검찰 마비 ‘개봉박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불기소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압박이 더욱 심화됐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탄핵도 거론 중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도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야권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을 마비시키려는 듯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대응할 방안이 없어 막막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탄핵을 예고했다. 법조계에서는 정상적인 사법 절차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지검서 민주당과 개혁신당 의원들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수사 마비를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건희 사건 
빌미로 압박

민주당 지도부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의혹에 대한 검찰 불기소 처분과 관련해 이 중앙지검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의 탄핵을 추진할 예정이다. 당초 민주당은 심우정 검찰총장도 직무유기 등을 이유로 함께 탄핵할 계획이었지만 검토 과정서 탄핵 사유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지난달 17일.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모·방조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김 여사가 상장사 대표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믿고 수익을 얻으려 계좌 관리를 맡긴 것일 뿐, 시세조종 범행을 알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이 지난 2009년서 2012년 주가조작 선수 등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시세조종성 주문이 제출된 것으로 검찰이 파악한 김 여사의 계좌는 6개다. 앞서 기소된 권 전 회장 사건 1·2심 재판부는 이 중 3개(대신·미래에셋·DS)를 유죄로 인정된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되는 것을 인지했거나, 주가조작 일당과 사전에 연락한 뒤 시세조종을 위해 주식을 거래했단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봤다.

검찰은 지난 2007년 12월부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한 초기 투자자였던 김 여사가 주식 관련 지식과 전문성이 없는 상태서 주식을 사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권 전 회장의 권유에 투자 목적으로 자신의 계좌를 일임하거나 직접 거래했을 뿐, 이들이 주가조작을 하고 있단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의 불기소가 발표되자 민주당 ‘김건희 가족 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 최고위원은 “헌정 농단 검사들을 탄핵할 것”이라며 “김건희는 뭘 해도 결백하다. 계좌추적 한 번 없이 5년간 ‘여왕 조사’한 차례만 하며 허송세월한 검찰이 법원 기록의 벽을 뚫고 불기소했다”고 맹비난했다.

오는 28일 본회의서 탄핵 예정
250명 검사 낙동강 오리알 신세

이어 “검찰이 중앙지검장까지 바꾸며 김건희 변론 준비와 인권보호에 애썼다”며 “혹여 이재명 대표에게처럼 법정 최고형을 준비하시나 걱정했다. 검찰이 김건희 집단 국선변호인인 것을 깜빡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어떤 주변 범죄도 미필적으로 인식하거나 예견조차 하기 어려운 ‘백치 천사’ 피의자들은 참 좋겠다. 대한민국 검찰이 변론 요지까지 써준다”며 “국민을 대신해 범죄 은폐 공범들을 탄핵하겠다. 국민 여러분도 함께 싸워달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정감사를 마친 민주당은 이 지검장의 탄핵을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조만간 이 지검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 뒤 오는 28일 본회의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실상 이 지검장의 탄핵안은 가결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 탄핵소추는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해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170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가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듯 이 지검장도 최근 중앙지검 소속 검사들과 가진 저녁 자리서 무력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주요 민생 사건 등을 수사한 부서 검사들이 참여한 자리서 “앞으로도 더 힘내 달라”며 격려하는 한편 “탄핵이 현실화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고 한다. 

중앙지검장 임명 후 그간 적체된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는 소회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만약 탄핵이 돼도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사건과 민생범죄 수사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이지만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하자”는 당부도 했다.

마음만 
먹으면…

이에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의 탄핵으로 검찰 행정부터 수사까지 마비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국의 주요 대형 사건 수사가 몰리는 곳으로 경찰청과 국세청 등 주요 사정기관의 강제수사도 영장으로 간접적으로 지휘, 통제한다. 소속 검사만 250여명이고 전체 사건의 70% 정도가 몰려있어 검찰의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으로 꼽힌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은 전체 검사의 10분의 1 정도가 몰려있는 곳”이라며 “그 수많은 검사를 통솔하며 책임을 지고 주요 결정을 내리는 중앙지검장이 없는데 검찰이 굴러갈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심 총장도 지난달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지검장 탄핵에 대해 “중앙지검장은 수도 서울의 국민 안전을 총책임 지고 있고 주요 사건이 다 (중앙지검에)몰려있다.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검사장을 탄핵한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이 입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의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면 중앙지검의 수사와 공소 유지 업무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 업무 특성상 검사장의 결심이 중요하고 강제수사 돌입 등에는 신속한 판단이 필수인데, 수장 부재로 적시에 결정하지 못하면 범죄대응 역량이 크게 약화되기 때문이다.

검찰청 규정에 따라 형사부 사건을 지휘하는 1차장검사가 지검장 직무를 대리하게 되는데, 2∼4차장 산하 공공수사부나 반부패수사부 사건까지 모두 지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1차장검사가 이 지검장의 직무를 대리한다 해도 자신의 업무도 많기 때문에 2·3·4차장검사 업무까지 모두 맡을 수 없다”며 “또 차장검사가 지검장과 같은 수준으로 주요 사건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기란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방탄용

일각에서는 방탄을 위한 포석으로 이 지검장의 탄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중앙지검은 현재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의혹,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공소 유지와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의혹,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야권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을 맡고 있다.

특히 오는 15일에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이, 오는 25일에는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사건의 선고가 예정돼있다. 중앙지검은 이 사건들에 대한 수사 검사가 기소 후 재판까지 직접 관여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후 이 지검장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다면 항소 여부와 전략 등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이 없어지게 된다.

이를 두고 검사 출신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결국은 이 대표 방탄을 통해 진행 중인 수사, 재판 모두에 영향을 주려는 불순한 목적으로 비친다. 이번 국회는 사실상 방탄 국회, 상습적 탄핵 추진 국회나 다름 없다”며 “지난 국회와 이번 국회서 탄핵이 지나치게 남발되고 있다. 탄핵안만 통과되면 바로 직무정지가 돼버리는 현 제도는 국가기능을 심하게 마비시키는 문제가 있다. 결국 기각되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수당의 횡포로 여러 기관장이나 정부 인사, 검사 등의 직무가 정지되는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개헌 등을 통해서 이런 사태를 더 이상 좌시하면 안 될 것”이라며 “헌법 제65조 3항에 규정된 직무정지 조항을 뜯어고쳐 개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재명 수사 방해 위한 정치공작”
“원포인트 인사해도 탄핵 반복될 것” 

김소정 변호사는 “민주당이 중앙지검장 탄핵을 추진함으로 인해 서울중앙지검의 컨트롤타워 업무 수행이 중지되면서 수사 마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 사건을 포함해 민주당 인사들의 돈봉투 사건 등 수사 진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탄핵이 의결됐을 때 직무를 무조건 정지하도록 하는 현 제도에 문제가 있다. 탄핵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고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국민들에게 전가된다”고 말했다.

여권서도 이 검사장의 탄핵은 이 대표 관련 수사 방해를 위한 ‘방탄 탄핵’이라고 지적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다수석을 이용해 이 대표 수사 검찰을 압박하는 쇼”라고 꼬집었다.

법조계에선 국회가 이 지검장 탄핵안을 통과시키더라도 헌법재판소가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이 지검장의 직무 수행이 즉시 정지돼, 헌재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수사 마비와 지휘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헌법재판관 3명이 공석이라는 점도 변수다. 검사 탄핵 심판 속도에 악영향을 줄 요소다. 국회가 퇴임 헌법재판관 3명의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은 탓에 현재 헌재는 6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재판관 6명으로도 심리가 가능하지만, 파장이 큰 사안이라 정상화하기 전에 관련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헌재의 판단이 미뤄지면 미뤄질수록 야권에 대한 수사 마비도 지속될 수밖에 없어 ‘방탄 탄핵’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일각에선 심 총장이 중앙지검의 공소 유지 및 수사 차질 우려를 방지하고자 이 지검장에 대한 ‘원포인트 인사’를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공소 유지 
차질 불가피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전에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탄핵되기 전, 미리 사임하고 새로 임명하는 방식이 있었던 것처럼 이 지검장도 국회서 탄핵이 가결되기 전 인사 조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검찰총장 입장에선 서울 최대 검찰청의 업무 마비를 방지하기 위해 원포인트 인사하는 것이 가장 나은 전략으로 꼽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다만 원포인트 인사가 진행된 이후 야당서 새로 선임된 이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또다시 발의할 수도 있어 수사는 더욱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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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