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합의제 폐지 막전막후

사공 바뀌고 점점 더 산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산으로 가고 있다. 최후의 보루인 ‘합의제’마저 폐지돼 설립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안창호 체제가 들어서면서 회의 분위기가 극우화됐다는 내부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인권 문제를 법리적으로만 해결할 수 없음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거나 각하하는 경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고도 안 하고 반드시 논의해야 하는 사건은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이 신임 인권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막말 논란서 빠지지 않는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의 영향력이 더욱 커져 회의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선택적 의견
개진·권고

인권위가 소위원회의 만장일치 의결 관행을 폐기한 건 지난달 28일이다. 안 위원장은 같은 달 국회 운영위원회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만장일치 관행 폐기가 김 위원의 결정이 위법하다고 한 판결의 법망을 피하기 위한 시도가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40년 가까이 한 법조인의 양심을 걸고 해석한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김 위원 등은 1명만 반대해도 진정을 기각할 수 있도록 운영 규칙을 바꾸려 시도했으나 송두환 전 위원장이 ‘사회 각계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문제는 지난 7월 법원이 기각이 위법하다고 판결하자 법망을 피하고자 규정을 바꾸려고 시도했는데도 ‘법꾸라지’라는 비판을 안 받겠느냐”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법리적으로 그날 결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리적으로 3명의 찬성이 있을 때만 인용될 수 있고 과반수로 의결되지 않으면 기각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그렇게 운영이 되면 미흡하게 처리될 수 있는 문제가 있기에 2 대 2일 경우에 있어선 소위서 노력해야 한다는 별도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권위는 3명으로 운영하던 소위원회를 4명으로 늘리고 구성위원 1명만 반대하더라도 진정을 전원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 기각 또는 각하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변경하는 안건을 전원위서 의결했다. 지금까지 인권위 소위원회는 만장일치가 되면 곧바로 공식 입장이나 권고를 낼 수 있고 1명이라도 반대하면 합의에 이를 때까지 토의하거나 전원위에 넘겨 논의해 왔다.

지금까지 김 위원과 이 위원을 포함해 한석훈·한수웅·김종민·이한별 비상임위원 등 6명은 ‘소위원회서 의견 불일치 때의 처리’에 대한 의안을 전원위에 제출하면서까지 관행을 깨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였다.

법제처는 인권위 관행이 깨지는 것에 대해 “유권해석은 가결되지 않으면 부결된다는 식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인권위원회법 제13조의 의결을 가진 가결로 축소 해석할 필요가 없고 성문법 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서 법령 규정의 문자나 문장이 의미하는 바에 입각해 해석하는 게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권 영역 법리만으로 해결 불가한데…
약자 보호해 온 ‘합의제’ 역사 속으로

인권위의 오랜 관례를 깨려는 위원들의 판단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법제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소위원회서 진정 사건을 처리할 때 가결이 아니면 부결이라고 보거나, 위원회법 제13조를 권고 결정에 한정해 가중된 의결정족수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타당하지 않다 ▲의결과 가결, 부결의 개념, 법 문언의 형식, 다른 유사한 합의제 행정기관의 입법례와 이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 더 나아가 위원회법의 목적과 취지, 위원회 결정의 효력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위원회 설립 이후 지속돼온 의결정족수 규정에 관한 해석과 적용을 위 새로운 주장에 근거해 변경할 수는 없다 ▲소위원회는 위원회법 제13조에 따라 각하, 기각, 권고 등 결정에 3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진정에 관해 의결할 수 있으므로, 어느 하나의 결정에 3인 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의결할 수 없다. 따라서 의결정족수에 미달할 경우, 위원들 간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합의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공통의 결론을 내리기 어려우면 본래 전원위원회에서의 위임 취지에 따라 전원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이 위원회 위원들에게 주어진 역할과 임무다.

김 위원의 막말과 비상식적 태도는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민주당 신장식 의원은 김 위원을 향해 “자신의 사적 복수를 위해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를 하려 한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위원은 “답변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대답을 들은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쏘아붙였고 박찬대 위원장은 “신중히 답하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은 국정감사에 앞서 하는 증인선서를 앞두고도 “저는 개별적으로 증인선서를 하겠다”며 “형사소송법은 증인이 증인 선서문을 낭독하고 서명·날인을 하게 돼있을 뿐이지 무슨 합동결혼식처럼 집단 선서를 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운영위뿐만 아니라 많은 상임위서 증인들이 함께 선서한다. 국회에 나와서 증언했던 수많은 증인을 모독하는 언사”라고 비판했다.

20년 지킨
관행 폐기

안 위원장은 김 위원의 합동결혼식 발언이 적절했느냐는 질문에 “저 같으면 그런 발언을 안 했을 것”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이 위원 역시 막말 논란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17차 전원위서 이 위원은 이날 상정된 ‘2023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보고서 발간의 건’을 심의하는 과정서 보고서에 서술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관련 부분을 언급하다가 “인권위가 민주노총 지원 인권위원회로 활동해 왔고, 북한 인권에 관해서는 부끄러울 정도로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된 특정 팀장 이름을 거명하며 “일을 안 하면 안 할수록 송두환 전 위원장이 좋아했다”고 했다고 한다. 또 인권보고서에 적힌 재판 지연으로 인한 인권침해 서술 부분(재판 신속성 도모)에 수정할 대목이 있다며 “집필자가 누구냐”고 특정 직원 두 명의 이름을 댄 뒤 “쪽팔리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은 이날 전원위서 이런 발언에 대해 다른 위원이 항의하자 특정 팀장을 다시 거명하며 “정년퇴직 1년 남은 사람을 과장으로 승진 안 시키는 게 관례인데 굳이 승진시켰다”고 비난 수위를 더 높였고 “객관적 진실이자 공익을 위한 발언”이라고 항변했다.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는 ‘그런 행태는 비판이 아니라 비난, 힐난임’ ‘전원위서 사무처가 아닌 직원 개인의 이름이 거명되는 것을 보며 어떻게든 눈에 안 띄는 업무로 도망가야 하나 고민하게 됨’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고 한다.

이 위원은 직원들에게 갑질을 일삼기도 했다. 정치권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7월 이 위원과 관련해 제기된 갑질 사례를 조사한 직장 내 괴롭힘 감사 결과 보고서를 정리했다.

이 위원은 지난 2022년 10월 취임 직후 공직자 재산등록을 하는 과정서 담당 직원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줄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직원은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주변에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막말
끼어들기

피해자의 상급자는 인권위 조사에서 “당시 이충상 위원은 ‘피해자가 잘못 말해서 팔 필요가 없던 주식을 팔았다’ ‘피해자가 미리 본인에게 교육 간다고 말하지 않았고 대체 업무 처리자가 누구인지도 말하지 않았다’며 화가 많이 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이 위원은 “(피해자가)여러 가지로 잘못 안내했고, 내 재산공개에 관해 별로 한 게 없다. 담당 과장이 나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감사반에 진술했다. 피해자는 이 위원의 압박에 “왜 업무 때문에 이런 협박을 당해야 하는지, 제가 저지른 미스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사의를 표명했으나 주변의 만류로 이를 철회했다고 한다.

인권위는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의견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군 스스로의 개선 노력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이유다.

인권위는 육군 12사단 신교대대 운영과 관련해 방문조사를 벌였다. 결과 보고서에는 12사단 신교대대가 교관 및 간부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미실시하거나 상급부대의 적절한 조치가 없었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담겨있다.

인권위는 인권교육과 관련해 “육군 12사단 신교대대는 훈련병 대상의 인권교육을 신병교육훈련 과목인 정신교육시간에 실시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어 관련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부분도 확인됐다”며 “지정된 인권교관에 의해 신교대대 교관 및 간부들에 대해 인권교육이 실시된 적도 없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또 보고서에서는 “여단 차원서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설문이나 고충 접수를 위한 여하의 관리적 측면의 점검이 있었다고 볼 기록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사단 차원서 사전에 충분한 고충 접수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치했다면 금번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창호 체제 후 합리적 의사결정 무력화
이충상, 막말에 직원 갑질 징계도 못 해

그러면서 “육군 12사단 신교대대는 기존에도 훈련병 교육에 있어 불합리한 관행이 잔존했음에도 상급부대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음이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국회 운영위원회의 인권위 국정감사를 앞두고 방문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중요 내용 일부를 삭제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육군사관학교 선임 기수 생도들이 파이 데이(3월14일)에 1학년 생도들에게 초코파이 등 파이류 과자를 강제로 과도하게 먹이고 있다는 제3자 진정과 관련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인권위 군인권보호국은 육사 1~4학년 생도를 대상으로 한 개별 및 집단 면담과 전체 생도 106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인권위는 “3월14일 파이 데이 당일 생도 면담 과정서 ‘파이류 과자’를 먹도록 하는 관행과 육사 생도 간 발생한 파이 데이 취식 강요 문화는 과거부터 존재해 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생도 1·2학년의 경우 선배들의 취식 강요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권침해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나아가 취식 강요 외에도 선배 생도의 후배에 대한 부당한 행위나 차별적 관행 등이 있을 개연성도 있다고 봤다.

전체 생도 1067명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설문조사 결과, 89%는 파이 데이 등 취식 강요 문화를 알고 있었다. 특히 응답 내용 중 일부에선 “3월14일 감시가 심할 것이라며 전날 실시했다” “3월10일과 18일 취식 강요를 경험했다” “10분 안에 음료수 없이 최대한 많이 취식해야 했고, 분대별 대결 형태라 과식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서 금지해도 암암리에 진행했고, 강압적 분위기를 형성해서 토하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등 구체적인 피해 내용이 언급되기도 했다.

군 문제 조사
의견 표명 무

군인권보호국은 이 같은 방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육사에 파이류 과자 강제취식에 관한 인권침해 관행을 시정해야 한다’는 정책권고와 의견 표명안을 군인권소위에 올렸다. 하지만 지난 9월24일 열린 군인권소위서 군인권보호관을 맡고 있는 김 위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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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