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담배값 때문에 친할머니 살해한 손자 구속
이유같지 않은 이유 “담배값 주지 않는다”

돈 때문에 80대 할머니
흉기 살해한 패륜아

“담배값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80대 친할머니를 살해한 20대 패륜 손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지난 5일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황모(29)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 4일 오전 8시께 전남 순천시 자신의 집에서 친할머니 박모(84·여)씨에게 “담배를 구입하겠다”면서 1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박씨는 이를 거절했고, 이에 화가 난 황씨는 할머니가 평소에도 자신을 무시했다면서 부엌에 있던 식칼로 박씨의 가슴 등을 찔러 숨지게 했다. 이웃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황씨가 오른쪽 손을 칼에 베었다는 사실을 확인, 집 주위를 배회하던 황씨를 사건 당일 오후 7시40분께 검거했다.

2년간 112에 욕설전화 3000번 한 50대 남성 입건
“신고했는데 늦게 출동하기에 욕했다”

장난 전화로 구속 수감된 전력 있어
석방 이후 장난 전화 강도 심해져…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경찰서에 상습적으로 장난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부은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이 경찰서에 장난 전화를 건 횟수는 무려 3000여 번에 이른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지난 8일 112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욕설과 협박을 반복한 혐의로 심모(5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심씨는 지난 2008년 8월 대전지방경찰청 112센터에 전화를 걸어 근무 중이던 경찰관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최근까지 모두 301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장난 전화를 걸어왔다.
 
특히, 심씨는 이전에도 400여 차례에 걸쳐 장난 전화를 걸었다가 구속 수감됐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당시 심씨의 욕설 이유는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늦게 출동했다”는 데 있었다. 한 차례의 구속 수감 이후 심씨의 장난 전화는 강도를 더했다. 석방과 함께 장난 전화를 다시 시작한 심씨는 자신을 구속시킨데 앙심을 품고 출소한 날부터 최근까지 2년여 동안 모두 3000여 차례가 넘는 욕설 전화를 해온 것.

심씨의 장난 전화에 업무까지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대전경찰서는 지난 6월 심씨를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특정 전화번호가 발신자로 뜨면 ‘또 그 사람이다’라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다”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걸려오는 전화 탓에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씨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심씨는 경찰에서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늦게 출동했고, 장난 전화를 이유로 구속까지 시킨 경찰이 싫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트서 아동복 훔친 부부 입건
“다섯 아이 입힐 옷이 없어서”


가난 탓에 아이들 옷 훔쳐 입히다 덜미
사정 딱하지만 절도죄 분명…경찰 씁쓸

대형마트에서 상습적으로 아동용 의류를 훔친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 원주경찰서는 지난 8일 대형 할인마트에서 아동용 의류 등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황모(45)씨와 그의 아내 전모(37·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지난 5일 오후 4시께 원주시 무실동에 위치한 모 할인마트로 향했다. 의류매장에 멈춰선 이들은 아동용 청바지와 옷을 훔쳤다.

CCTV 사각지대에서 의류용품에 달린 도난 방지텍을 떼어낸 뒤 자신의 물건인 것처럼 계산대를 통과하는 수법을 이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부부에게는 5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가난한 살림 탓에 아이들에게 옷을 사입힐 수 있는 처지가 안 되자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7차례에 걸쳐 74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쳤다.
 
김씨 부부는 경찰에서 “자녀는 많은데 제대로 입힐 옷이 없어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고 진술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사정은 딱하지만 절도죄로 이들 부부를 입건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소음’ 갈등으로 흉기 휘두른 30대 자살
 “시끄러워 죽겠다” 죽음 부른 ‘소음’ 갈등

아래층·위층 남자 소음 문제로 말다툼 잦아… 
흉기 들고 찾아와 복부 찌르고 죄책감에 자살

층간 소음 갈등으로 다툼이 잦았던 이웃에게 흉기를 휘두른 3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일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한 원룸에서 사건은 시작됐다. 원룸 2층에 거주하던 대학생 박모(23)씨는 이날 새벽까지 컴퓨터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한창 게임을 하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박씨의 집 문을 거세게 두드렸다.

현관으로 나가 “누구냐”고 계속 물었지만 문 밖의 사람은 묵묵부답이었고, 박씨는 별 의심없이 문을 열어 바깥의 사람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문 밖의 사람은 난데 없이 흉기를 휘둘러 박씨의 복부를 찌르고 도주했다. 박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람은 다름아닌 같은 원룸 1층에 거주하는 주인집 아들 이모(39)씨.

박씨와 이씨는 평소 소음 문제로 잦은 다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고, 며칠 전에도 박씨가 친구들과 함께 노는 자리에 이씨가 찾아와 시끄럽다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휘두른 칼에 복부 등을 찔린 박씨는 병원에 급히 후송돼 목숨을 건졌지만 정작 세상을 등진 사람은 이씨였다.

이씨는 박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직후 박씨가 숨진 것으로 알고 사건 직후 도주했다가 사건 발행 2시간 만에 집 근처 공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와 관련 경찰은 숨진 이씨가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다는 유가족의 진술을 확보하고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가짜 족보’ 판매한 일당 검거
종친회 사칭 “남의 조상까지 팔아”

남의 조상을 이용해 사기를 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지난 7일 종친회 집행부라고 속여 수 백명에게 가짜 족보(종사보감)를 판매한 혐의(사기)로 채모(44)씨 등 일당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 등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순응 안씨, 추계 추씨 등 22개 성씨 4000여 명에게 전화를 걸어 “판매 수익금은 좋은 일에 쓴다”면서 족보 구입을 종용했다.

사기 전화를 받은 사람 중 330여 명은 이들의 꾀임에 속아 권당 18만~30만원을 지불하고 족보를 구입했으며, 이로 인해 채씨 등은 6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청계천 일대 헌책방에서 구한 대학동문록, 공·사기업 인명록 등에 등재된 전화번호를 범행에 이용했으며, 가짜 족보를 만들기 위해 전문 제작업자에게 의뢰해 기존의 족보를 짜깁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중에는 정치인, 경제인, 고위 공무원 등 사회지도층 인사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안중근 의사의 성씨인 순응 안씨 후손에게는 ‘안중근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에 판매수익금이 쓰인다’며 사기행각을 벌였다.

DNA 수사로 강간범들 과거 혐의 들통
“DNA 있으면 미결사건 없다”

단순 절도로 구속된 피의자 DNA 검사로 8년 전 강간 ‘덜미’
전국 곳곳에서 DNA 수사 진면목 발휘… “강간범 꼼짝마라”

전국 곳곳에서 DNA 수사의 진가가 발휘되고 있다. 단순 절도로 경찰에 구속된 피의자 등의 DNA 감정 결과 과거 강간 혐의가 들통나는 등 자칫 묻힐 뻔했던 범죄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 광주 광산 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구속된 박모(46)씨의 DNA 분석 결과 8년 전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와 일치해 특수강간혐의를 추가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박씨는 지난 6월7일 광산구 신가동의 한 아파트에서 집을 털려다 출동한 경찰에게 현장에서 붙잡혀 구속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박씨가 강간치상 등 전과 20범이 넘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경찰은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구강 세포를 채취,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박씨의 DNA는 지난 2002년 1월 북구에서 당시 17살이던 A씨를 성폭행한 용의자 DNA와 일치했다.

당시 박씨는 집에서 자고 있던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한 뒤 현금 35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자칫 미결 사건으로 남을 뻔한 성폭행 사건이 늦게나마 밝혀져 다행”이라면서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DNA가 일치하는 만큼 범죄를 입증하는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경남 진주에서는 공소시효를 불과 11개월 앞둔 시점에서 DNA 수사로 9년 전 성폭행한 범인을 검거했다.

경남 진주경찰서는 지난 6일 잠자는 여성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강간)로 강모(26)씨와 양모(26)씨를 붙잡아 조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고교 동창인 이들은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 2001년 8월22일 박모(당시 32·여)씨의 집에 침입해 잠을 자던 박씨를 깨워 흉기로 위협하고 차례로 성폭행한 뒤, 현금 7만원 등 5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

공소시효를 11개월 남긴 이 사건은 미결사건으로 묻힐 뻔했지만 양씨가 지난 6월 진주지역 한 주택에서 물건을 훔치다 붙잡히면서 해결됐다. 구속된 양씨의 구강 세포를 채취, 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9년 전 피해자의 몸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경찰이 양씨를 추궁해 범행사실은 물론 공범 강씨까지 검거에 성공한 것. 경찰은 “양씨를 추가 입건하고 강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원조교제사이트 무더기 적발
 “누님들 어서 오세요”

남자 청소년과 성인 여성의 성관계를 알선하는 ‘역원조교제사이트’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7일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남자 청소년들이 돈을 받고 성인 여성과 성관계를 맺는 ‘역원조교제’를 주선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로 오모(17)군 등 14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해당 사이트 120곳을 폐쇄 조치했다.

적발된 사이트 운영자 가운데 오군과 같은 10대 고교생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나머지는 대학생 3명을 포함한 20대였다. 경찰 조사 결과 오군 등은 케이블TV 프로그램에서 성인여성과 남자 청소년이 동거하거나 성관계를 맺는 것을 보고, 지난해 카페를 개설해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카페 가운데 일부 인기 카페는 회원수만 500여명에 달하며 ‘서울 강남/14남/귀여운 외모’ ‘서울/16/180’ 등 원조교제를 원하는 남자 청소년들의 게시글이 수백 여건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남자 청소년들과 성관계 맺기를 원하는 여자 회원들은 카페에 올려진 남자 회원들의 사진과 나이 등 신상정보를 보고 이들과 만난 뒤 6만~20만원의 화대를 지불하고 성관계를 맺었다. 이에 경찰은 카페운영자들의 진술에 따라 성매매를 한 여성 회원들을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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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진통 끝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싫고 국민의힘은 영 못 미덥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온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은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TK(대구·경북)를 대상으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노란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떻냐?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진정 행복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중도 확장 큰 그림 민주당의 보수 끌어안기 전략은 대선 정국 이전부터 이뤄졌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 흑묘백묘론을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뜻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지도자 덩샤오핑이 사용한 속담이다. 기본소득을 강조해 왔던 이 후보는 이 자리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성장을 앞세운 이 후보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시대로의 전환과 주식시장을 선진화하는 등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으로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던 때다. 줄탄핵으로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민주당이 성장을 키워드로 내걸면서 비상계엄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타개해 기존 지지층은 물론 중도와 보수 표심을 아우르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첨단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맹비난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받아쳤다. “코스피지수는 2600대로 겨우 턱걸이를 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3000대를 찍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념이 밥 먹여주나” 노선 틀어 중도 보수 겨냥한 ‘흑묘백묘론’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우클릭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넣으려다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왼쪽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오해하고, 오른쪽에선 (오른쪽으로) 온다는데 가짜라고 해 쌍방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클릭을 한다는데, 우클릭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원래 우리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했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양이 연출되자 빈집이 된 중도보수 영역까지 민주당이 발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자신의 SNS에 ‘중도우파 이재명? 그는 지금 ‘국민 클릭’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말하면서도 시장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성남시장 시절,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했다”며 “출정식 직후 곧장 판교로 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엔진을 가장 먼저 클릭했다”고 설명했다.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보수 인사 영입에 속도를 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흑묘백묘론이 전략이었다면 지금 민주당에는 현실”이라며 “조기 대선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넓은 전선으로 뻗어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보수 논객들을 만나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지붕 밑 다 모였다 정 전 주필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정규재TV’를 통해 “(이 후보가) ‘새 정부는 좀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4·10 총선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하겠나. 여기서 더 분열하면 안 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출범한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총재의 참모로 활동한 보수 원로로 꼽힌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거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민주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서 “지난 3년에 걸친 윤석열정부의 국정 실패와 부조리·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쇄신의 각오 속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 “윤정부 3년 동안 국정 운영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친유승민계 의원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의 실용 정치가 국가 위상과 침체된 경제회복, 복지국가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정부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서 활동한 이인기 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 일부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과거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됐거나 한때 라이벌이었던 인물을 두루 영입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근인 고영인 전 의원은 캠프 직속위원회인 ‘모두의 나라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총괄선대위원장단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와 겨뤘던 김두관 전 의원은 ‘지방분권 혁신위원’을 맡았다. 이 밖에도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평화 번영 위원회’를,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은 ‘사람 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를 담당한다. 보수 심장 파랗게∼ 외연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여러 차례 탄핵을 입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도층의 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중도만 집중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서울 광화문서 출정식을 연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없고 오로지 국민의 문제만 있다”며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실용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낮은 자세로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는 정장 자켓을 벗고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을 포인트를 준 운동화와 선거 운동복을 건네받았다.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서도 빨간색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며 “‘대한민국 상승’의 의미로 빨간색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정식 이튿날인 지난 13일 민주당은 ‘보수의 텃밭’ 내지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를 찾았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대구서 21.6%, 경북서 23.8%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심기일전으로 재도전에 나선 이 후보가 이번에는 보수 인사를 등에 업고 선전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경북 구미역 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울산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 이 후보는 자신을 ‘유능한 도구’에 빗대 연설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구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사법 살인하고, 고문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했다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느냐. 그 역시 지난 일이고 유능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코앞인데 여전히 손발 안 맞는 국힘 낮아진 TK·PK 벽…‘보수 심장’ 격전지로 그러면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호소했다. 울산서는 “유능하고 준비돼있으니 한번 맡겨봐 달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라면 여러분의 판단 기준으로 선택해야지, 다른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신상도 있으니 한번 써봐라. 지난 3년 동안 성능 개량 많이 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4일에는 역시나 당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PK를 찾았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우리의 목표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반드시 승리”라며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아주 박빙의 승부를 하게 될 거라는 게 저희의 예상”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한 표라도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세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인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서면서는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라며 “이 위기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 쿠데타 세력의 책임이다. 친위 쿠데타 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보수 정당이 맞냐, 민주 정당이 맞냐. 이제 그 당도 변화하든지 퇴출당하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군사 쿠데타를 백배사죄하고 군사 쿠데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제명해야 대한민국 헌법 테두리 안에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 후보는 부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점을 거론하며 “이곳 부산은 민주주의 성지 아닌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민주투사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이 맞나”라며 “이번에도 확실하게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강조했다. 차기 선거 바로미터? 민주당이 보수 텃밭을 누비는 와중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족쇄’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후보 교체 여진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까지, 대선이 한 달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 공약보다는 윤석열 세 글자가 더욱 눈에 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승패를 떠나 지역별 투표율의 소수점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선거가 됐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인 지방선거는 이번 조기 대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에게 간 홍준표 지지자, 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단체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자격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신영길 홍사모 중앙대표는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서 불거진 단일화 파행에 대해 “보수 정당을 지지해 온 수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명태균 특검법’을 의식해 먼저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명태균 특검법 상정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서 홍 전 시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미리 방지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홍사모 등의 결정이 홍 전 시장의 의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