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사유지 무단점유 진실게임

남의 가게 자리서 ‘배짱영업’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대기업의 갑질 횡포는 지겨울 정도로 많이 접했다. 이번에는 한 기업이 개인 소유의 점포를 마음대로 침범하고 멋대로 개조까지 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갑작스러게 봉변을 당한 점포소유자는 기업을 상대로 힘든 투쟁을 벌이고 있다. 기업은 ‘법대로 해라’ 라는 말을 남기고 영업을 계속 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과 양측 입장을 들어보았다.

2002년 노순자(74)씨는 2005년 준공된 성남시 성남동 ‘니즈몰’ 2개 구좌를 계약한 후 준공과 함께 상가를 취득했다. 최초 분양가는 1구좌당 7339만원이었다. 상가는 복잡하고 많은 이해관계로 인해 장기간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0년 3월경 ‘니즈몰관리단’에서는 노씨에게 상가 전체를 이랜드그룹에 임대 하겠다며 동의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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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는 니즈몰관리단을 믿을 수 없어 임대에 동의하지 않았다. 임대계약에 반대하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니즈몰관리단은 2010년 10월경 1구좌당 월 임대료는 11만원, 10년간 장기임대계약을 다시 한 번 요구했다.

노씨는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해 다시 한 번 이 같은 요구를 거절했다. 그 후 2010년 말 상가를 확인하러 간 노씨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상가 지하에 있는 자신의 점포 자리에 이랜드리테일이 오픈한 ‘애슐리’모란점이 들어서 있었던 것.

황당해진 노씨는 이랜드리테일의 무단점유 영업사실에 항의하며 대책을 요구했지만 ‘법대로 하라’는 답변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이랜드의 배째라식 대응에 노씨는 2011년 3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건물관리를 맡고 있는 이랜드리테일 등을 상대로 소장을 접수하기에 이른다. 선고는 2012년 10월26일 내려졌다. 재판부(민사5단독 박은영)는 점유 부분을 인도하고 1351만원을 물어주라며 노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함께 각 부동산을 인도할 때 까지 월 27만5000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씨는 이 같은 법원 판결에 따라 2012년 11월경 애슐리 모란점이 점유하고 있던 자신의 점포를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건은 끝이 아니었다. 노씨의 점포는 애슐리 모란점 주방과 각종 시설물들에 막혀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에 노씨는 2012년 12월경 내용증명을 통해 이랜드리테일이 무단으로 점유하기 전 상태로의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노씨의 요청에도 이랜드리테일 측은 계속해서 조치를 미뤘다. 이에 노씨는 계속해서 국민신문고, 성남시청, 중원구청 등을 통해 강하게 항의했다.

개인점포에 애슐리 오픈하고 “상권 살렸다”
출입구 막혀 정상적인 영업 못해도 ‘나몰라’

계속된 갈등에 이랜드리테일은 2012년 12월26일 애슐리 모란점을 자진 폐업하기에 이른다. 노순자씨는 애슐리 모란점이 폐쇄되자 자산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시 한 번 이랜드리테일에 자신의 점포를 가로막고 있는 칸막이를 철거해달라며 내용증명을 보냈고, 2013년 4월10일에는 청와대비서실에 대기업으로 인한 상가 미사용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랜드리테일은 이 같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또 다시 갈등이 고조됐다. 그러던 중 2013년 4월경 이랜드리테일은 담당직원을 통해 1구좌당 5500만원에 상가 매매의향을 물어왔다. 분양가보다 적은 금액에 노씨는 이를 동의하지 않았다. 이어 4월15일에는 이랜드리테일에 칸막이 철거 및 통로확보를 요청하는 세 번째 내용증명을 보냈다.

이랜드리테일은 노씨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상식 이하의 방법으로 대응했다. 전용면적만큼 식당 일부를 철거한 후 벽을 쌓은 것이다. 공용부분인 통로는 자신들이 사용하고 대신해 전용부분을 통로로 만들었다.

거듭된 소송
커지는 대립

노씨의 점포 입구는 엉뚱한 곳으로 바뀌고, 상가로서는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두 구좌의 전용면적 각 3749㎡는 돌려줬기 때문에 형식상으로는 법원 판결에 따른 것처럼 보인다. 다만 점유하고 있는 점포들의 공용면적 부분을 자신들에게만 유리하게 활용했다는 점에서 노씨 측은 분노했다.

이에 따라 노씨의 점포로 가기 위해서는 지하 1층 내부의 문을 지난 후 가장 바깥쪽 벽을 따라 폭 1m 가량의 통로 십 수 미터를 지나야만 한다. 점포가 아닌 창고처럼 바뀌어 버린 것.

이랜드리테일은 적절한 조치도 없이 애슐리 영업점을 재개장 하려고 했다. 이에 반발한 노씨는 성남시와 관할 중원구청에 애슐리 영업 허가를 내주지 말 것을 강하게 요청했다.

노 씨는 2015년 8월18일 중원구청과 성남시청 민원게시판을 통해 “이랜드 영업이 재개된다면 모든 사람들이 보더라도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점포가 되고 만다. 전용면적을 찾기 위해서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면서 법원 판결을 받은 상가인데 권리행사를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면 힘 있는 기업은 살고 소시민은 장사도 못하게 된다”면서 영업을 허가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에 성남시청은 중원구청에 모든 책임을 떠 넘겼다. 또 중원구청은 2013년 4월9일 민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모란 뉴코아아울렛 지하 1층에 식품접객업소 영업 신청 시, 건축법 등 타 법령 저촉여부를 검토하고 식품위생법에 의한 구비서류및 시설을 갖추었는지 확인하여 규정에 적합할 경우 영업신고 처리할 예정”이라고 모범답안만을 답했을 뿐이다.

원상복구 요구에 “법대로 하라”
치열한 신경전 상반된 주장 펼쳐

현재 노씨는 마포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하고 이랜드리테일 본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중이다. 노씨 측은 “빨리 해결하고 싶어 이랜드리테일 측 담당자와 협의해 마무리 하려고 했지만 그것마저도 이랜드리테일에서 핑계를 대며 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돈을 노리고 행패부리는 사람처럼 대하는 이랜드측의 대응이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또 “정말 협의할 생각이 있다면 영업방해,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걸지 않았을 것이다. 이대로 나온다면 진짜 법대로 끝까지 가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랜드 측은 노씨와 상반되는 주장을 했다. 회사 관계자는 “건물자체도 구분소유자가 몇백명 몰려있던 것이고 그분들이 투자한 것에서 아무것도 못 건지는 상황이었는데 이랜드가 들어가서 상권을 살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노씨의 행위는 거액의 돈을 노린 알박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상식이하의 시위로 20억원 이상 손해를 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매장에서 생선을 굽기도 하고 피뭍은 옷을입고 장사를 방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측도 빠른시일 내에 해결이 되야 정상적인 영업을 할수 있어 적절한 금액을 제시하고 있지만 노씨 측에서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거액 노리고…
일종의 알박기”

노씨 측은 이 같은 이랜드측의 입장에 대해 “처음부터 분양을 받았기 때문에 알박기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집합건물이라고 개인의 상가에 심하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에서 용도변경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상가를 완전 폐쇄하여 창고로 만들어 버린 대기업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씨는 “개방이 되고 통로도 확실하게 만들어짐과 동시에 수도 가스를 같이 사용할 수 있게끔 하여 상가로서의 권리행사가 가능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갑질’ 11개 공기업 어디?


지난 12월 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기업 불공정행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국가공기업 2곳과 지방공기업 11곳의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적발, 총 33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 등 제재 조치를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EBS는 자사 교재를 수학능력 시험과 연계하는 정부 정책의 결과로 얻은 고3 참고서 시장의 독점력을 이용해 2013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총판 100여곳에 수능과 무관한 교재(초등ㆍ중학ㆍ고교 1~2학년용) 판매를 강제했다. 독립 사업자인 총판은 EBS와 민간 출판사에서 물건을 받아 학교나 서점, 학원 등에 판매한다.

EBS는 수능 비연계 교재의 판매실적에 수능 연계 교재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점수를 배정한 뒤, 총판이 수능 비연계 교재를 많이 팔지 못해 낮은 점수를 받으면 계약을 종료하는 식으로 총판을 압박했다. 실제 EBS는 평가 점수가 낮은 총판을 2013년에 5곳, 2014년에 3곳 퇴출했다. 공정위는 “총판은 수능 연계 교재 판매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EBS 수능 비연계 교재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EBS는 또 총판 별로 판매지역을 설정한 뒤 총판이 다른 지역에 교재를 판매하는 것을 막았다. 이는 총판 간 경쟁을 막아 소비자 이익을 감소시킨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EBS는 2009년에도 비슷한 건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EBS에 과징금 3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국내 4대 발주기관 중 한 곳으로 지난해 발주 규모가 5조4700억원에 달하는 철도시설공단도 민간 건설사를 상대로 갑의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조사돼 과징금 7억3200만원을 물게 됐다. 철도시설공단은 2013년 4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수도권고속철도 수서~평택 제4공구 건설공사’등 턴키공사 3건에서 설계 계약을 바꾸면서 추가 비용을 임의로 하향 조정해 시공사 10곳에 총 27억7000만원의 공사대금을 부당 감액했다.

아울러 철도시설공단은 2013년 시공사 68곳을 상대로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노무비, 임차료 등 간접비 지급을 발주처에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강제로 받아 냈고, 2010~2014년 자사 과실로 부과 받은 과태료 1976만원을 시공사에 전액 떠넘기기도 했다.

국가공기업뿐만 아닌 지방공기업들의 횡포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공기업은 경기도시공사·울산도시공사·경남개발공사·광주도시공사·전북개발공사·전남개발공사·제주개발공사·충남개발공사·경북개발공사 등으로 과징금 총 22억400만원이 처벌됐다. 우선 경기도시공사의 갑질 횡포(과징금 21억800만원 부과)가 가장 컸다.

경기도시공사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광교신도시 물순환시스템 조성공사’ 등 12건의 턴키·대안공사에서 신규비목 단가를 일부 삭감하는 식으로 공사대금을 후려쳤다. 과징금 9600만원이 처벌된 충남개발공사는 2009년 5월부터 13년 5월 기간 동안 ‘충남도청 신도시 개발사업’ 등 6건의 공사와 관련해 공사대금을 부당하게 떠넘겼다.

광주도시공사와 경북개발공사도 각각 ‘진곡일반산업단지 부지조성공사(2012년)’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 등 진입도로 개설공사(지난 11월)’ 등에 대한 공사대금 횡포를 저질렀다. 또 광주도시공사·전남개발공사·전북개발공사·제주개발공사의 경우는 발주자 책임사유로 공사·용역을 정지하고도 60일을 초과하는 일수에 대한 지연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경남개발공사·울산도시공사는 당초 계약상의 대금 지급기한보다 늦게 지급하면서 약정된 지연이자를 떼먹었다. 제주개발공사는 자신이 판매하는 제주삼다수의 제주도내 유통 대리점간 판매구역을 설정하는 등 거래지역 및 거래상대방 제한행위를 일삼았다. 제주개발공사는 대리점이 판매구역을 이탈해 생수를 팔 수 없도록 관련 계약해지를 계약서에 규정하는 등의 횡포로 시정명령이 조치됐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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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