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13)내부 갈등

"선생님 못 구하면 대통령 암살"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형이 방금 이야기하지 않았어. 이미 끝난 일이라고.”

“그랬지. 그럼 무슨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거냐?”

“나도 몰라. 좌우지간 이번 사건에 대해 한번 폭넓게 대화를 나누고 방법을 모색해 보았으면 해.”

문석원의 차분한 답에 동원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잠시 호흡을 고르고는 모임 장소로 이동했다.
단합대회가 끝나고 고영진과 김성남이 그날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김성남의 숙소에서 둘만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그 자리에 술에 취한 문석원이 예고도 없이 찾아들었다.

“자네가 오사카 영사관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겠다고 협박한 문석원이라고?”
석원이 자신의 신분과 이름을 밝히자 고영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맞습니다, 위원장님.”

석원에 앞서 김성남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용기는 가상하다만, 무모한 행동이었다 생각하지 않는가?”

“무모했다니요?”

“정말 모른다는 말이냐!”

고영진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화되었다. 김성남이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아직 나이도 있고. 혈기가 앞서니 그럴 수밖에요.”


석원이 순간 성남에게 고개를 돌렸다.

“혈기 때문이라고요!”

“그러면 그게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뭡니까!”

석원이 물러서지 않고 답을 이어가자 성남이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영진을 바라보았다.

“자네가 진정 하고픈 말이 뭔가?”

기어코 고영진이 나섰다.

“윤대중 선생을 구출해야지요. 아니 일본으로 모시고 와야지요.”

윤대중을 들먹이자 고영진의 입에서 절로 “끙” 하는 소리가 일어났다.

“결국 자네는 내게 책임을 추궁하겠다 이 이야기로고.”

“책임 추궁이라니요?”

석원이 대답하지 않자 성남이 대신 나섰다.


“이 친구가 이리 나대는 걸 보면 그런 모양인데, 내 말이 맞지 않는가?”

“틀리다 할 수는 없습니다.”

석원이 단호하게 답했다. 순간 두 사람이 석원의 진의를 서로에게 묻는다는 듯 서로의 얼굴을 주시했다.

“윤대중 선생을 보호하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내 잘못이 있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겠네. 그러나 자네가 함부로 한청의 이름을 빙자하여 일본 정부를 상대로 공갈 협박하는 일은 절대로 묵과할 수 없네.”

“그게 왜 일본 정부입니까?”

“뭐라!”


석원의 반문에 고영진이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으며 김성남을 주시했다.

“허어, 이 사람 정말 큰일 낼 사람이로고.”

고영진의 시선을 받은 김성남 역시 혀를 찼다. 두 사람의 동일한 반응에 석원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갔다.

“석원 군, 자네 정말 그 사유를 모른다는 말인가?”

“제가 공갈 협박한 곳은 일본 정부가 아니라 남조선 영사관입니다.”

“그러면‥‥‥.”

구출 방식 놓고 온건vs강경 대립
일 오사카 영사관 폭파 협박까지

고영진이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혀를 찼다.

“이 사람아, 그게 그거 아닌가?”

“어떻게 남조선 영사관이 일본 정부입니까?”

“뭐라, 자네 몇 살인가!”

더 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고영진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나이와 무슨 상관입니까!”

석원 역시 목소리를 높이자 김성남이 자리에서 일어나 석원의 멱살을 잡았다.

“이놈 자식이,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는 주제에 찢어진 주둥아리라고 말을 막 해!”

말을 멈춤과 동시에 김성남의 주먹이 석원의 얼굴로 향했다. 이어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일어나고 석원이 뒤로 넘어지면서 집기들이 바닥에 뒹굴었다. 순간 문이 열리며 동원과 박 국장이 급하게 방으로 들어와 석원의 양 팔을 잡았다.

“나를 쳐!”

석원이 악을 쓰며 두 사람에게 잡힌 몸을 풀고 앞으로 나아가려 했으나 두 사람이 힘을 주어 당기자 제자리에서 팔만 휘저었다.

“죄송합니다, 위원장님!”

“형, 뭐가 죄송하다고 그래! 윤 선생님 보호하지 못한 사람이 누군데!”

“자네 동생인가?”

고영진이 차분하게 입을 열자 동원이 고개 숙였다.

“저 혼자 무슨 일을 하던 좋은데 절대 한청 이름 팔지 못하도록 단단히 주의 주게!”

동원이 다시 고개 숙이고 급히 석원의 팔을 끌었다.

“내가 이대로 물러나나 봐라. 내 윤대중 선생 구출하지 못하면 남조선 박정희 대통령을 죽일 거야!”

“저 놈 잘라버려!”

석원이 악을 쓰며 물러나자 고영진이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왜요, 대사께서도 함께하시지 않으시고.”

“어차피 저쪽에서도 오히라 외상과 실무국장만 배석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니 다녀오십시오.”

김운정 총리 일행이 막 주일 대사관을 떠나 다나까 수상 관저로 향하려던 중이었다. 김효 대사의 답변을 들은 김 총리가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이상희 제1 무임소 장관과 송광수 외무부 아주국장만 동행하라 이르고 차에 올랐다.

“오히려 저보다 김 대사께서 수행하는 게 이롭지 않겠습니까?”

차가 대로에 들어서자 이 장관이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 회담은 정치적이 될 터인데 실무자의 입장에서 참석하게 되면 오히려 입장이 곤란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내 동의한 겁니다.”

김 총리의 답변에 이 장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이런 일로 총리께서 사죄까지 하러 왔으니.”

“나야 그렇다고 해도. 박 대통령께서 유감표명까지 하게 하시다니. 그게 더욱 송구하게 되었습니다.”

“이병선 그 사람 참으로 문제로군요, 문제.”

이상희가 가볍게 혀를 차자 김운정 총리가 시선을 창밖으로 주었다. 시선에 롯본기의 화려한 모습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빠져들자 어느 사이에 차가 수상 관저 주차장에 도착했다.  
김운정 총리 일행이 차에서 내려서자 오히라 외상이 다가왔다.

“아까 말씀하신 내용은 수상께 전해드렸습니다.”

김운정 총리가 잠시 전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여 영접 나온  오히라 외상과 짧은 시간 따로 만남을 가졌었다.

“김 총리, 이런 일로 번거롭게 해드려 송구합니다.”

“저 역시 이런 일로 장관님을 뵙게 되어 송구스럽습니다.”

오히라가 한일수교정상화 시 막후에서 활약했고 세간에 김운정과 오히라의 밀약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던 두 사람의 여정을 생각하는지 씁쓰레한 미소를 머금었다.

“은근히 지난 시절이 생각나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김 총리가 짧게 답하고 품에서 메모지 한 장을 건넸다.

“이게 무엇입니까?”

오히라가 반문과 함께 메모지를 살펴보았다.

‘포항제철 2차 차관 1억 3천만 달러, 묵호항 정비자금 3천만 달러, 새마을 사업 2차 차관 1억 달러, 전철계획 8백만 달러, 지하철 건설 8천만 달러’

오히라가 가볍게 신음을 내지르고 메모지를 슬그머니 상의 주머니에 넣었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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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