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넘치는 지방대 속사정

“유학생 없으면 문 닫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방대가 외국인 유학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학교마다 중국과 동남아 각국에서 유학 온 학생들 수백명 이상이 캠퍼스를 누비고 있다. 국내 학생만으로는 신입생 확보가 어려워 외국 유학생들로 해결책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지방대로서는 외국 학생 유치가 당장 시급한 재정 확보와 대학의 국제화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졸속, 과열 양상으로 이뤄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2015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9만명가량이다. 이 중 서울을 제외한 경기·충청권 등 지방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은 5만명 정도. 비율로는 55%에 달한다. 외국인 유학생이 500명 이상인 지방대만 해도 모두 26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적은 외국인 유학생을 확보하고 있는 지방대는 셀 수 없이 많다.

정원외 입학
무한 늘리기

전체 지방대 중 외국인 유학생 수 1위를 차지한 부산대에는 56개국에서 온 1579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해 1487명보다 100여명 가량 늘어난 수치다. 국립대뿐만 아니라 지방 사립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3위에 오른 우송대에도 모두 1470명에 달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대가 주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는 방법은 외국에 있는 학교와의 자매결연을 통해서다. 자매대학을 중심으로 국내 학생들을 현지로 유학 보내는 대신 현지 학생들을 교환학생으로 끌어오는 방식이다. 우송대의 경우 23개국 81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또 현지에 대학 관계자들을 직접 파견해 유학·입학설명회를 가지기도 한다. 우송대 국제교류처 관계자는 “유학생 유치를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해당 대학만의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우송대의 경우 100%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솔브릿지국제대학 등 학과 특성화가 잘 돼 있는 게 유학생 유치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보다 물가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한국 유학수요가 많은 중국·베트남 등지에는 현지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유학설명회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중국·동남아 학생들 캠퍼스 북적
재정 확보 목적의 불꽃 유치전

일부 대학은 해외 현지에 자체 홍보부스를 설치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모집하기도 한다. 2013년부터 대전·충청 지역에서는 건양대, 대전대, 배재대, 우송대 등이 중국 우한에서 유학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설명회에서는 우한지역 고교 관계자, 한국어전공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전시의 교육 인프라, 유학생 지원정책 등에 대한 설명이 진행된다.

또 조선대는 중국 월수고, 베트남 쑤언록고·엥고씨리엔고 등과 유학반 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유학반 학생들은 조선대에서 파견한 한국어 강사로부터 언어 교육을 받으며 교육 과정을 수료하면 장학금을 받고 유학을 오게 된다.

호남대 역시 중국 민판실험학교·임천실험고 등과 잇달아 협약을 체결하고 유학반을 운영하고 있다.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대학들이 내세운 혜택들이 골칫거리가 되어 되돌아오기도 한다.

등록금 전액 면제나 기숙사 관리비 면제 같은 각종 우대혜택을 제공하다 보니 정작 대학 측에 돌아오는 수익은 없다는 것.


특히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이 절반 수준에 불과한 지방 국립대와 경쟁하기 위해 ‘등록금 반값’ 같은 무리한 혜택을 조건으로 내세운 곳이 허다하다.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중국, 베트남 등지의 유학생들로부터 등록금 전액을 다 받을 경우 유학생 유치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대전에 있는 모 대학 입학관계자는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판촉 경쟁을 벌이다 보니 실제로 얻는 수익은 미미한 정도”라고 털어놨다.

지방대들은 시설에도 상당한 투자를 들였다. 청주대의 경우 총 공사비 1106억원을 투입해 외국인 유학생 730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인터내셔널 빌리지’라는 기숙사도 만들었다.

2009년부터 사용된 이 건물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한국어센터도 들어서 있다. 우송대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솔브릿지국제대학이라고 이름 붙여진 단과대를 아예 새로 신설하기도 했다.

학비 50% 감면
파격조건 제시

외국인 유학생들의 증가를 반기는 곳은 대학가 주변상가를 비롯한 지역상권이다. 지역 경제에 돈이 돌고 있기 때문. 특히 학교 주변의 원룸, 하숙집 등은 외국인 유학생 증가가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는 후문이다.

대학가 주변의 유동인구가 수백에서 수천명씩 늘어나면서 기숙사를 구하지 못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학교 주변에서 숙소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기숙사에 머무는 학생은 50%가 넘지 않았다. 1000명이 넘는 외국인 유학생을 가진 학교의 경 500∼600명 가량의 학생들이 밖에서 자취를 하거나 하숙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은 일부 지자체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전담 유치팀을 꾸려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대전시는 시비 44억을 포함 총 88억원을 투입해 ‘누리관’이라는 외국인 유학생 전용 기숙사를 건립하기도 했다.

이곳은 500여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 달 10만원 정도를 내고 생활중이다. 대전시 국제교육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현재 대전시 관내에 4000여명이 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자비유학생으로 지역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별도로 시비를 배정해 대전 대학들을 대상으로 한 유학 홍보물도 제작하고 있다. 대전에 있는 한 대학의 입학 관계자는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유학생 9만명이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밥값으로 1만원만 쓴다고 해도 하루에 9억, 1년에 3240억원 넘게 지역에 뿌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온 힘을 쏟는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다. 보통 지방대들의 수익은 학생들이 매년 학교에 내는 등록금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60%에 달해 미국 30%에 비해 2배나 된다. 하지만 해마다 입학원서를 제출하는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다. 특히 호남권의 경우는 신입생 감소로 대학 등록률이 75%를 밑도는 수준이다.

신입생 확보 어려워 해결책
졸속·과열 양상…부작용도

수도권의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양호하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 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대학 실정을 감안할 때 재정위기로 인해 정상적인 대학 운영이 어렵고 생존도 불투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방의 고등학교나 각 지자체에서도 서울 유학을 권장하는 현실에서 외국 유학생들은 지방대학의 공백을 메우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서울 시내에 지방 광역자치단체가 고향 유학생들을 위해 건립한 기숙사만 6개가 있다. 거기다 기초자치단체인 시·군 단위에서 건립한 기숙사까지 합하면 그 수는 20여개에 달한다. 지방 학생들도 지방대에 남기보다는 서울로 진학하길 바라고 있다.

충청지역에서 학생들의 진학지도를 맡고 있는 교사의 말에 따르면 전교생의 40% 정도는 서울지역 대학에 원서를 낸다. 주변 도시에도 대학은 많지만 어차피 집에서 통학이 힘들다면 취업이나 교육여건 등을 생각해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즐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지방대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목을 매는 또 다른 이유는 외국인 유학생 정원 늘리기가 국내 학생을 늘리는 것보다 제도적으로 쉽다는 것이다. 국내 학생 정원을 늘리는 것은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 정원을 늘릴 때에는 이러한 절차가 필요 없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은 ‘정원 외 정원’에 속하기 때문에 각 대학별로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무제한 정원을 늘릴 수 있다.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 등록금의 30~50% 정도를 깎아주기도 하지만 정원 외 모집인 만큼 유학생을 많이 유치할수록 학교에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국제화 필수?
문제는 ‘돈’

일부 대학에서는 지금보다 적극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학의 글로벌화에도 도움이 되고 적은 노력으로 대학 이름을 세계에 알릴 수 있으며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유학생 비율이 떨어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별별 교수’ 열전

‘교수’란 학습자에게 지식이나 기술을 전달하고, 가치관을 형성시키는 교육활동을 하는 자를 말한다.

그렇지만 교수라고 다 같은 교수가 아니다. 교수와 강사의 차이점과 교수들의 호칭을 정리해 본다. 먼저 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박사학위가 필요하다. 요즘에는 1년에 1만명 이상의 박사가 배출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수가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다.

조교는 교수를 돕기위한 대학원생을 말한다. 교수의 연구나 업무를 보조하는 직책으로 교수하고는 상관이 없다.

교수의 단계는 보통 시간강사로 시작한다. 시간강사는 대학교에 위탁을 받아 일정한 시간만 학생을 가르치는 직위로 특정 대학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이대학 저대학을 맡은 시간에 따라 이동하며 시간수당을 받기 때문에 생활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돈을 받는다. 그래도 교수를 위해서는 일정시간의 강사경력은 필수인데다가 강사경력을 통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된다.

그 다음단계가 전임강사다. 교수칭호는 얻지 못했지만 특정학교에 소속되어 월급을 받으며 장래 해당학교 학과에 교수자리가 비면 그 자리를 이어받아 교수가 될 사람이다. 정식으로 교수가 되면 경력 등에 따라 조교수나 부교수로 나뉜다.

조교수는 강사 등의 경력이 짧을 경우에 임용되며 부교수 이상에 비해 위치가 조금 불안하다. 계약직으로 몇년 계약하는 학교도 있다. 조교수나 부교수의 직위나 대우는 대학마다 상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위가 교수의 대명사인 정교수다.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일정한 경력과 연륜이 생기면 정교수가 되는데 이때쯤 되면 학교나 학과, 학회 등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해당 학문분야를 통해 외부에도 영향력을 가지는 교수들도 많다. 정교수가 은퇴하면 명예교수가 된다.

이 외에 타대학의 교수가 와서 일정기간 강의하는 교환교수나 외부의 관련업무 경력자가 일부시간만 강의하는 겸임교수 등이 별도로 있다. 보통 학교마다 다르지만 부교수 이상이 될 수 있는 대학도 있고 정교수만 가능한 대학도 있다. 교수 중에 행정상 간부직책이 있으며 이를 통틀어 보직교수라고 한다.

이의 첫단계가 전공이나 특정교양분야를 책임지는 주임교수, 학과를 책임지는 학과장, 공과대학과 같은 단과대학이나 전문대의 최고책임자인 학장, 그리고 대학내 주요부서를 담당하는 교무처장이나 입학처장, 학생처장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최고책임자와 2인자인 총장과 부총장이 있다. 요즘은 박사가 많아서 4년제 대학 교수를 하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다. 특히 서울이나 지방국립대 같은 곳에서 교수를 하려면 박사를 따고도 수십 대 일 이상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때문에 일각에선 고시보다도 어렵고 험난한 길이라고 한다.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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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