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철’ 지하철 2호선 성추행 천태만상

지하철 변태들 ‘쓰리GO’ 행동강령 비비GO! 만지GO! 찍GO!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는 여성들이 위험하다. 최근 4년 연속 지하철 2호선에서 성범죄 발생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에는 상반기 집계에만 이미 546명의 성추행범이 검거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지하철에서 붙잡힌 성추행범의 81%에 달하며, 2007년과 2008년 각각 적발된 성추행범 549명과 460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서민의 발이라 불리는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범죄. 지금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취재했다.


여성 노출 심해지는 여름철, 지하철 성추행 범죄 증가세 
서울 지하철 2호선 변태 ‘득실득실’ 추행법도 ‘가지가지’


‘서민의 발’로 불리는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 이용객들이 몰리면서 ‘지옥철’이라는 별칭으로 불린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늘어나는 지하철 내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는 지옥철 대신 ‘변태철’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특히, 올해 들어 지하철에서 여성의 몸을 만지거나 특정 신체부위를 몰래 카메라로 찍는 행위를 한 성추행범 검거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붙잡힌 성추행범은 30대 직장인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범행은 출퇴근 시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뿌리깊은 지하철 성추행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 경찰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성폭력범 검거 건수는 546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성폭력범 검거 건수(671건)의 81%에 해당하고, 2007년과 2008년 각각 적발된 성추행범 검거 건수 549건과 460건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경찰에 붙잡힌 성추행범들의 추행 행위는 매우 다양하다. 여성 뒤에 몸을 밀착시키고 여성의 귀에 바람을 불어넣는가 하면 손으로 가슴, 엉덩이 등 신체 일부를 직접 만지기도 하고, 성기를 발기시켜 엉덩이에 비비기도 한다.

최근에는 카메라폰과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등의 대중화로 인해 여성의 치마 속이나 다리 등을 촬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7월에는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이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23일 오후 6시50분께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출구 계단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을 뒤따르며 치마 속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영국인 J(28)씨가 체포됐다.

당시 휴대폰을 이용해 여성들의 다리를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던 J씨는 주변의 시선을 느끼지 못할 만큼 집중(?)하고 있었지만 이 모습을 본 목격자들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휴대폰을 들고 여성의 뒤를 따르다 경찰을 보고 카메라를 급히 감추는 J씨를 발견했고, 그의 휴대폰에는 여성의 치마 속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 여러 편 저장되어 있었다.

결국 서울 마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J씨는 강남경찰서와 서울지하철수사대에 의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평범한 회사원 양모(37)씨와 최모(26)씨는 고전적인 방법(만지고, 비비는)의 성추행으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양씨는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골라 뒤에 바짝 붙어 탑승한 뒤 엉덩이와 허벅지 등을 만지는 방법으로 추행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어 최씨는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2호선에서 여성의 등 뒤에 서서 몸을 완전히 밀착시키고 자신의 성기를 여성의 엉덩이에 비비는 등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추행을 벌이다 현장에서 붙잡혔다.
 
2호선은 아니지만 유동인구가 많아 늘 혼잡한 4호선 명동역도 성추행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실제 명동역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여성들의 치마 속은 물론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있는 여성들을 촬영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에 붙잡힌 고모(34)씨는 가방 내에 디지털 카메라를 부착해 몰카를 찍는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하철 역사 내 화장실이나 여자고등학교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119회에 걸쳐 여성들이 용변을 보는 모습을 촬영했다.

그런가 하면 올해 역시 성추행범이 가장 많이 검거된 노선은 2호선으로 집계됐다. 2호선의 성추행범 검거 건수는 총 314건으로 기록됐으며, 이어 1호선(87건)과 4호선(72건), 7호선(18건) 순으로 성추행범 검거가 이루어졌다. 지하철역 중에서는 사당역에서 가장 많은 성추행범이 검거됐다. 사당역에서 검거된 성추행범은 86명으로, 서울역(70건), 서울대입구역(60건), 교대역(47건), 신도림역(25건) 등을 앞섰다.

범행은 물론 출퇴근 시간에 몰렸다. 특히, 오전 8~10시 234건으로 가장 많은 범행이 발생했고, 오후 6~8시 사이에는 115건의 범행을 기록했다. 성추행범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30대가 246명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20대는 145명, 40대는 104명을 기록했으며, 50대 이상의 성추행범도 41명이나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직업은 대부분 회사원(266)인 것으로 드러났고, 무직(115명)에 이어 학생(45명), 종업원(34명) 순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공무원과 군인도 각각 5명, 3명 검거됐다.

지하철경찰대 관계자에 따르면, 성추행범들은 경찰에 붙잡히면 대부분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범행이었다고 진술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승강장에서 대기하다가 범행 대상을 발견하면 함께 지하철에 올라타 추행한다.

2호선, 30대 변태 천국

이어 매년 지하철 성추행범 검거 건수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단순하게 성추행범이 늘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최근 성폭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피해자들이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피해사실을 알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경찰 역시 적극적으로 단속을 펼치고 있어 성추행 현행범 체포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관계자는 “신도림, 사당, 교대 등 주요 환승역과 사무실이 밀집한 강남 지역을 통과하는 2호선의 신도림~잠실 구간에서 성추행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면서 출퇴근 시간 이 구간을 이용하는 여성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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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보수 텃밭 다지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진통 끝에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해졌지만 여전히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싫고 국민의힘은 영 못 미덥다”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온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은 갈 곳 잃은 보수 지지층의 마음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TK(대구·경북)를 대상으로 표심 구애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빨간색이면 어떻고, 노란색이면 어떻고, 파란색이면 어떻냐?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진정 행복 아니겠느냐”고 외쳤다. 중도 확장 큰 그림 민주당의 보수 끌어안기 전략은 대선 정국 이전부터 이뤄졌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서 흑묘백묘론을 꺼내면서 본격적으로 외연 확장에 나섰다. 흑묘백묘론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라는 뜻의 실용주의 철학으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지도자 덩샤오핑이 사용한 속담이다. 기본소득을 강조해 왔던 이 후보는 이 자리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과 성장을 앞세운 이 후보는 “새로운 성장 발전의 공간을 만들어 성장의 기회도,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이야말로 실현 가능한 양극화 완화와 지속 성장의 길”이라며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고 기업의 성장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시대로의 전환과 주식시장을 선진화하는 등 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시점으로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던 때다. 줄탄핵으로 강경 노선을 유지했던 민주당이 성장을 키워드로 내걸면서 비상계엄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타개해 기존 지지층은 물론 중도와 보수 표심을 아우르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과 국토보유세를 사실상 철회하고 첨단산업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경제 우클릭을 시도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줄도 믿을 수 없다”는 국민의힘의 맹비난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는 “민주당은 원래 경제 중심 정당”이라며 “경제와 성장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은 바로 국민의힘”이라고 받아쳤다. “코스피지수는 2600대로 겨우 턱걸이를 했는데 민주당이 집권하면 3000대를 찍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념이 밥 먹여주나” 노선 틀어 중도 보수 겨냥한 ‘흑묘백묘론’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은 중도보수”라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우클릭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후보는 유튜브 채널 ‘새날’에 출연해 반도체 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넣으려다 철회한 일을 언급하며 “왼쪽에서는 진보의 가치를 버린 핵심 사례로 오해하고, 오른쪽에선 (오른쪽으로) 온다는데 가짜라고 해 쌍방으로 공격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가 우클릭을 한다는데, 우클릭 안 했다. 민주당은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며 “원래 우리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세력이 강하게 결집했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여기에 끌려다니는 모양이 연출되자 빈집이 된 중도보수 영역까지 민주당이 발을 넓힌 것이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에게 도전장을 내민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는 자신의 SNS에 ‘중도우파 이재명? 그는 지금 ‘국민 클릭’을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말하면서도 시장 중심의 혁신 생태계를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성남시장 시절, 판교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고민했다”며 “출정식 직후 곧장 판교로 향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미래 엔진을 가장 먼저 클릭했다”고 설명했다. 4월,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이 후보는 본격적으로 보수 인사 영입에 속도를 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흑묘백묘론이 전략이었다면 지금 민주당에는 현실”이라며 “조기 대선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넓은 전선으로 뻗어나가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보수 논객들을 만나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지붕 밑 다 모였다 정 전 주필은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정규재TV’를 통해 “(이 후보가) ‘새 정부는 좀 넓게 인재를 구해야겠다. 장관은 보수·진보 가리지 않고 일 잘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업계 출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민주당 내 극좌는 없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4·10 총선서 경선을 통해 극좌는 대부분 탈락했고, 탈락하지 않은 7명은 공천을 통해 교체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하겠나. 여기서 더 분열하면 안 된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출범한 ‘진짜 대한민국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영입했다. 그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총재의 참모로 활동한 보수 원로로 꼽힌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거나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민주당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서 “지난 3년에 걸친 윤석열정부의 국정 실패와 부조리·비정상적 행태에 대한 심판과 쇄신의 각오 속에서 미래를 다짐하는 선거를 해야 한다” “윤정부 3년 동안 국정 운영이 망가지는 것을 보며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보수 성향의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친유승민계 의원이다. 권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 입당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의 실용 정치가 국가 위상과 침체된 경제회복, 복지국가 실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정부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서 활동한 이인기 전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13일에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지지자 일부가 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과거 비명(비 이재명)계로 분류됐거나 한때 라이벌이었던 인물을 두루 영입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측근인 고영인 전 의원은 캠프 직속위원회인 ‘모두의 나라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총괄선대위원장단에 임명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서 이 후보와 겨뤘던 김두관 전 의원은 ‘지방분권 혁신위원’을 맡았다. 이 밖에도 문재인정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평화 번영 위원회’를, 비명계 박용진 전 의원은 ‘사람 사는 세상 국민화합위원회’를 담당한다. 보수 심장 파랗게∼ 외연 확장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민주당의 정체성이 흐려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여러 차례 탄핵을 입에 올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중도층의 역풍을 걱정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중도만 집중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변화가 있어야 혁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빛의 혁명’을 상징하는 서울 광화문서 출정식을 연 이 후보는 “이제부터 진보와 보수의 문제는 없고 오로지 국민의 문제만 있다”며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대립을 넘어 실용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낮은 자세로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는 정장 자켓을 벗고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을 포인트를 준 운동화와 선거 운동복을 건네받았다. 선거 포스터와 현수막서도 빨간색 포인트를 찾아볼 수 있었다. 김영호 선대위 홍보본부장은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며 “‘대한민국 상승’의 의미로 빨간색 삼각형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출정식 이튿날인 지난 13일 민주당은 ‘보수의 텃밭’ 내지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를 찾았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대구서 21.6%, 경북서 23.8%로 가장 낮은 득표율을 보였다. 심기일전으로 재도전에 나선 이 후보가 이번에는 보수 인사를 등에 업고 선전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경북 구미역 광장을 시작으로 대구와 경북 포항, 울산을 돌며 집중 유세를 벌인 이 후보는 자신을 ‘유능한 도구’에 빗대 연설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구미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젊은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사법 살인하고, 고문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안 하고 민주적 과정으로 집권했다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느냐. 그 역시 지난 일이고 유능하고 국가와 국민에게 충직한 일꾼을 뽑으면 세상이 개벽할 정도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코앞인데 여전히 손발 안 맞는 국힘 낮아진 TK·PK 벽…‘보수 심장’ 격전지로 그러면서 “좌측이든 우측이든, 빨강이든 파랑이든, 영남이든 호남이든 무슨 상관이 있나”라며 “진영이나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떤가”라고 호소했다. 울산서는 “유능하고 준비돼있으니 한번 맡겨봐 달라.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는 도구라면 여러분의 판단 기준으로 선택해야지, 다른 이유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며 “신상도 있으니 한번 써봐라. 지난 3년 동안 성능 개량 많이 했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14일에는 역시나 당 약세 지역으로 꼽히는 PK를 찾았다.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배로 일정을 시작한 이 후보는 “우리의 목표는 압도적 승리가 아니라 반드시 승리”라며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아주 박빙의 승부를 하게 될 거라는 게 저희의 예상”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한 표라도 반드시 이기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하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세 표가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국가의 운명이 달린 선거인 만큼 한 분도 빠짐없이 투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부산 서면서는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라며 “이 위기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군사 쿠데타 세력의 책임이다. 친위 쿠데타 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망가졌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보수 정당이 맞냐, 민주 정당이 맞냐. 이제 그 당도 변화하든지 퇴출당하든지 선택해야 한다”며 “군사 쿠데타를 백배사죄하고 군사 쿠데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제명해야 대한민국 헌법 테두리 안에 있는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 후보는 부산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점을 거론하며 “이곳 부산은 민주주의 성지 아닌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민주투사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이 맞나”라며 “이번에도 확실하게 (국민의힘을) 심판해달라”고 강조했다. 차기 선거 바로미터? 민주당이 보수 텃밭을 누비는 와중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족쇄’에 발목 잡힌 모양새다. 아직 가시지 않은 후보 교체 여진에 윤 전 대통령의 탈당까지, 대선이 한 달여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 공약보다는 윤석열 세 글자가 더욱 눈에 띈다. 민주당이 중도보수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조기 대선은 단순한 승패를 떠나 지역별 투표율의 소수점까지 눈여겨봐야 하는 선거가 됐다. 내년 6월에 치러질 예정인 지방선거는 이번 조기 대선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에게 간 홍준표 지지자, 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의 단체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이라는 자격이 없다”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신영길 홍사모 중앙대표는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서 불거진 단일화 파행에 대해 “보수 정당을 지지해 온 수많은 유권자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명태균 특검법’을 의식해 먼저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명태균 특검법 상정은 불가피한데, 이 과정서 홍 전 시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미리 방지했다는 해석이다. 한편, 홍사모 등의 결정이 홍 전 시장의 의중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