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홧김에 방화사건 둘
“Why?”로 시작해‘불’로 끝낸다?
“왜 용돈 안 주느냐”,“왜 안 만나주냐” 홧김 방화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하고 ‘방화’를 저지른 20·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지난 6월30일 부모가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을 품고 집에 불을 지르려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미수)로 29세 김모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같은 달 29일 낮 12시10분께 대구 동구 신암동에 위치한 부모의 집에 찾아가 “돈을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렸다. 당시 집에는 어머니뿐이었고, 자신의 요구에 묵묵부답인 어머니에게 화가 난 김씨는 “집에 불 질러 같이 죽자”면서 신문지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방 안에 정리해둔 이불에 불을 옮겼다.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반쯤 탄 이불의 불을 끄고 김씨를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2007년 11월에도 부모의 집에 불을 질러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2009년 5월 출소했다.
그런가 하면 부산에서는 흑심을 품고 있던 주점 여주인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점에 불을 지른 김모(39)씨가 구속됐다.

부산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같은 달 29일 오후 9시50분께 부산 서구 충무동 모 단란주점 대기실 이불에 불을 붙여 주점 내부 140여㎡를 태우고 2000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주점에 손님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고 불은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조사 결과 김씨는 주점의 여주인이 자신을 잘 만나주지 않는다며 소동을 부리다가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집주인 살해 40대, 성폭행 혐의 추가
60대 여주인 잔혹 살해…알고 보니 강간범
살인 혐의로 구치소 수감 중 ‘성폭행’ 덜미

자신이 세 들어 사는 집 여주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된 40대 남자가 살인에 앞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부산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김모(42)씨는 지난 5월18일 오전 9시45분께 집주인 A(62·여)의 금품을 훔쳤다가 이를 눈치 챈 A씨가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A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심하게 훼손해 유기했다.

경찰은 살인사건 현장에서 수거한 모발과 김씨의 모발이 동일인의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김씨를 검거했다.
이어 경찰은 지난 1월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로 김씨를 지목, 부산 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씨의 DNA를 검사한 결과 김씨의 범행이 추가로 드러났다.

김씨는 여주인을 살해하기에 앞서 지난 1월4일 오전 3시10분께 강서구 강동동 주택가에서 혼자 살고 있던 B(24·여)씨의 집에 침입, 혼자 있던 B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부산 강서경찰서는 지난 6월30일 김씨를 추가 입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정원 직원’ 사칭, 여의사 뒤통수 친 내막
여의사 농락 ‘카사노바’,“작업이 제일 쉬웠어요”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나 4년 넘게 교제, 결혼 약속
사업 운운하며 초기자금 투자 요구 총 2억6천 뜯겨
빌려간 돈 받으러온 조폭 때문에 사기 행각 ‘들통’

국가정보원 직원 행세를 하며 여의사에게 접근, 억대의 돈을 뜯어낸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알고보니 이 남성은 국정원 직원은커녕 변변한 직업도 없는 ‘백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 6월28일 사기 등의 혐의로 성모(4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성씨가 피해 여성을 알게 된 것은 지난 2005년 1월께. 서울 강남의 한 병원 의사인 김모(40·여)씨는 이 시기쯤 솔로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의 직업과 프로필을 올렸다.
김씨의 프로필을 본 성씨는 김씨에게 급호감을 느꼈고, 얼마 되지 않아 성씨는 김씨에게 접근, “명문대 법대 출신에 북한 비자금을 추적하는 국정원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준수한 외모에 수려한 말솜씨를 겸비한 성씨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김씨는 성씨에게 마음을 열었고, 두 사람은 4년 넘게 교제를 하며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발전했다.

교제를 하는 동안 성씨는 김씨를 속이기 위해 서울대 캠퍼스에 자신의 연구소가 있는 척하며 주로 서울대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자신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담당하는 실무자이기 때문에 본인 명의의 통장이 없다면서 김씨의 통장을 빌려썼다.

김씨는 4년 간 교제한 성씨의 말에 한 치의 의심도 품지 않은 채 급기야 성씨에게 자신의 월급통장과 카드를 모두 맡기기도 했다. 성씨가 “투자하는 사업이 있는데 초기 자금이 필요하다”면서 8000만원을 급히 요구한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성씨는 김씨가 의심할 가능성을 우려해 “내 소유의 도곡동 땅 100평을 명의 이전해 주겠다”면서 법원으로부터 소유권을 인정받은 문서를 내밀며 김씨를 설득했다.

성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 2005년 1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70여 차례에 걸쳐 총 2억6000만원 가량을 챙겼다.
한편, 성씨와 결혼을 약속하고 신혼의 단꿈에 부풀어있던 김씨가 드디어 성씨의 정체를 알게 됐다. 조직폭력배인 남모(38)씨가 부하직원 5명을 데리고 김씨 앞에 나타난 것.

남씨는 김씨의 병원을 찾아와 “성씨가 송파구 한 병원 건물의 감정 평가를 부풀려주겠다면서 컨설턴트업자로부터 받아간 로비자금 3000만원을 떼먹었다”면서 “떼인 돈을 대신 받으러 왔다”고 횡포를 부렸다.

김씨는 결국 등에 새겨진 문신으로 자신을 위협하는 남씨에게 3000만원을 뜯긴 뒤 바로 경찰서로 향해 남씨를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다시 한 번 놀라고 만다. 4년 간 자신과 함께 미래를 꿈꿨던 성씨가 명문대 출신도, 국정원 직원도 아닌 사기 등 전과 7범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

김씨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지만 경찰에 붙잡힌 성씨는 김씨에게 받아간 돈을 유흥비로 탕진한 후였다.


현직교사 사기도박 벌이려다 입건
도박판서 돈 잃자 ‘본전 욕심’에 사기도박 시도


사기도박을 시도한 현직교사가 경찰에 입건됐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지난 6월28일 도박판에서 수시로 돈을 잃자 사기도박을 계획·실천하려한 사기도박 미수 혐의로 부산 모 중학교 교사 A(39)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도박판에서 계속 돈을 잃자 ‘본전 생각’에 사기도박 용구를 사용해 본전을 찾으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A씨는 수년 전부터 도박을 해왔으나 계속 돈을 잃었고, 이에 사기도박을 잘 하기로 소문난 B(53)씨와 짜고 사기도박을 계획했다.

실제 이들은 지난해 12월24일 낮 12시쯤 부산 동래구 안락동 한 주택에서 카드 뒷면에 숫자가 표시된 일명 ‘목카드’와 이를 인식할 수 있는 기기를 천장 등에 설치해 놓고 사기도박을 시도했다.

하지만 A씨는 도박꾼들에게 가지고 있던 목카드를 들켰고, 오히려 사면초가에 몰렸다. 도박꾼들이 “학교에 알리겠다”면서 “돈을 달라”고 협박했던 것.

경찰은 A씨와 함께 A씨를 협박한 도박꾼 등 10여 명에 대해서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지명수배자 TV출연‘황당사건’
“잡히니 차라리 홀가분”

TV 예능프로그램에 ‘손당구의 달인’으로 출연해 유명세를 탄 조모(50)씨가 인질강도로 지명수배를 받아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기도 화성 동부경찰서는 지난 6월28일, 인질강도 등의 혐의로 수배 중이던 조씨를 붙잡아 대전둔산경찰서로 신병을 인계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003년 12월 대전시 중구 태평동에 거주하는 사촌누나의 채무자 김모(39·여)씨의 집에 찾아갔다. “슈퍼에서 배달 왔다”고 속여 문을 열게 한 조씨는 김씨의 일가족 5명을 감금·위협해 고급 승용차 등 약 1100여 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았다.

조씨는 이 범행으로 경찰에 지명수배 됐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2004년 7월에는 전북 김제에서 지인에게 빌린 2700여 만원을 갚지 않아 사기 혐의를 추가했다. 이어 2006년 5월에는 경기도 화성의 한 술집에서 손님과 시비가 붙어 상해 혐의로 각각 화성 동부경찰서에 의해 수배가 내려졌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조씨가 TV에 출연한 사실을 포착, 1년 간 추적해온 끝에 지난 6월26일 경기도 용인에서 조씨를 검거했다. 

실제 조씨는 지난해 4월 모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에 가명을 사용, ‘예술 손당구 전문가’로 출연했으며, 이후 유명세를 타 전국 당구장 개업행사장에 초청받아 생활하면서 6년 간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경찰에 붙잡힌 조씨는 “도망 다니기 힘들었다”면서 “이제 마음이 편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노인 밟아 숨지게 한 간병인 ‘충격’
“노인네가 왜 말을 안 들어!”
50대 간병인, 80대 치매노인 욕설에 가슴 밟아 숨지게 해
할머니 사망 직접 경찰에 신고한 뒤 천안 본가로 ‘줄행랑’

홀로 사는 80대 치매노인을 돌보던 간병인이 홧김에 발로 가슴을 밟아 숨지게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서울 중부경찰서는 지난 6월29일 상해치사 혐의로 간병인 조모(54·여)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 3월부터 서울 중구 신당동 우모(85·여)씨의 집에서 숙식하며 24시간 동안 치매를 앓고 있는 우씨를 돌봐왔다. 우씨는 6·25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자식 없이 혼자 살아왔으며 이런 우씨를 위해 우씨의 조카가 조씨를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보조금 80만원과 우씨의 조카가 보내주는 100만원 등 180만원을 받으며 우씨를 돌보던 조씨는 지난 6월18일, 우씨가 정리 정돈한 물건을 어지럽히고, 욕설을 하자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우씨의 가슴을 수차례 짓밟았다.

고령의 나이에 폭행을 견디지 못한 우씨는 곧 숨졌고, 조씨는 우씨가 숨지자 직접 경찰에 전화를 걸어 “할머니가 사망했다”고 신고한 뒤 천안의 본가로 도망쳤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된 우씨의 시신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져 부검했으며, 그 결과 흉부 늑골 15개가 골절됐고, 가슴뼈가 눌러져 있는 등 외부 충격에 의한 사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경찰은 조씨를 집중 추궁, 자백을 받아냈다. 조씨는 경찰에서 “간병을 하느라 2~3일간 잠을 못 잔 상태에서 할머니가 물건을 어지럽히고 욕을 해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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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