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대한민국의 7월, 국민 중 일부는 허해진 몸을 달랜다는 명목으로 ‘개고기’를 찾는다. 해당 식당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국내·외 여론의 끊임없는 문제제기에도 ‘보신문화’는 바뀌지 않고 있다.
“개고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나가는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앞서와 같은 질문을 하면 다들 손사래 치기 바쁘다. “안 먹어요.” “개를 어떻게 먹어요.” 비교적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해서일까 온통 부정적 반응뿐이다. 그러나 초복을 맞은 지난 13일 여의도를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는 신나게 ‘개’를 잡기 시작했다. 몰려오는 손님을 쳐내기 위해서다.
개 먹는 나라
‘복날에 개 잡는 일’은 악습과도 같이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세계는 이미 수차례 문제제기해온 상태. 지난 13일만 해도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는 동물연대 회원들이 모여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규탄하고 나섰다. 국내 여론은 말할 것도 없다.
‘세이브코리안독스’(이하 코리안독스)는 그간 한국에서 자행되는 살상을 막고자 행동으로 나섰다. 미국 가디언스레스큐 한국지부장 김나미씨가 대표로 있는 이 단체는 식용으로 거래되고 있는 개는 물론 학대당하고 있는 반려견들까지 구조해 해외로 입양 보내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을 듣고 세계 곳곳에서 몰려드는 자원봉사자도 많다. 그중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외국인 세 명이 있어 <일요시사>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 사람의 이름은 메들린(영국), 에이슨(캐나다), 안리(미국). 이들은 SNS를 통해 알게 된 코리안독스의 활동을 보고 한걸음에 한국을 찾았다.
“에이슨과 저는 7월2일에 왔어요.”
언제 한국에 왔냐는 기자의 질문에 메들린이 답했다. 미국에서 온 안리는 조금 늦은 7월11일에 왔다고 전했다. 세 사람 모두 시종 진지한 자세로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국제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3월부터 외국인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코리안독스의 공고를 보고 한국에 가야되겠다고 결심했어요. 국제적으로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인식이 바뀔 수 있겠다 싶었죠.” 안리는 한국행을 택한 계기에 대해 설명해줬다.
한국의 개식용 문화를 처음 알게 됐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메들린이 충격이었다는 말을 반복하며 대답했다.
“중국 사람들이 개를 먹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한국이 먹는다는 것에 충격을 받게 됐죠.”
에이슨이 덧붙였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최고로 발전한 한국이 개고기를 먹다니…. 사실 과정이 더욱 충격이었어요. 너무 잔인하고 끔찍하게 개를 도살합니다. 이웃에 살던 개가 갑자기 도살되고 그것을 서로 먹는다는 거잖아요.”
여름에만 200∼250만 마리 도살
개고기 보신문화 금지법안 주장
안리가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내게 와서 한국에서 개고기 먹는 사람은 소수라고 얘기해 줍니다. 그러나 복날에 도살되는 개의 수가 200만∼250만마리라고 해요. 적은 사람이 먹는다고 했지만 수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어요.”
하나의 문화로 인정해 줘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훌륭한 사람과 기술력을 가진 국가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개고기로 인해 한국은 국제적 위상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메들린이 답했다.
세포생물학을 전공했다는 에이슨은 좀 더 구체적으로 왜 개를 먹으면 안 되는지 설명했다.
“동물에게 어떤 잔혹한 도살로 인한 고통이 가해졌을 때 세포분열상 독이 됩니다. 개고기를 한국에서는 보신탕이라고 말한다죠? 그렇게 도살된 개고기를 먹으면 보신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몸을 해롭게 할 것입니다.”
안리도 동의했다. “개는 고기로 먹을 수 있는 게 아니예요. 개의 피부에는 질병과 그 외 섭취했을 때 인체에 안 좋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개를 영양적으로 섭취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죠.”
에이슨은 국제적 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한민국은 삼성, LG, 기아를 가진 나라입니다. 갤럭시 휴대폰 같은 걸 만들어 내는 나라에서 어떻게… 같은 국가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푸아그라’를 아는가. 송로버섯인 트러플, 철갑상어알인 캐비어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이것은 거위간이다. 그런데 이 간을 일부러 키우기 위해 사람들은 거위의 입에 호수를 채우고 하루 종일 음식을 주입한다.
동물학대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 사람에게 물어봤다. 메들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푸아그라는 우리 나라에서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제 영국에서는 푸아그라가 잔인하다는 이유로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개 먹는다는 건 사람 먹는 것”
동물 학대·잔인한 도살 반대
에이슨이 말을 받았다. “푸아그라가 어떤 것인지 알고부터는 그것 또한 반대하고 있습니다. 동물 학대·잔인한 도살 모두 반대합니다. 그러나 푸아그라는 이미 거의 사라졌는데 반해 개고기는 여전히 200∼250만마리 먹고 있어요.” 이어서 에이슨은 잘못되었다(wrong)는 말을 반복했다.
<일요시사> 독자들 및 한국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물었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메들린은 이내 입을 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가… 개고기만 안 먹으면 더 좋은 국가가 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에이슨은 핵심 메시지를 전했다. “반드시 보신탕 먹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제발 한국정부에 얘기 쫌 해주세요. 금지 법안을 만들 수 있게요.”
안리도 거들었다. “(해외에서는) 한국 상품 불매운동을 시작하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음에도 개식용 문화로 그러지 못할 수 있는 거죠.”
“충격 받았죠”
세 사람과의 대화 중간에 통역을 도와주던 김나미 대표가 짧은 동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영상에서는 피켓을 들고 있는 메들린이 개고기를 파는 상인에게 구타와 욕설을 당하고 있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한국을 직접 찾았다. 만만치 않은 비행기 값을 동물단체에 후원금으로 내는 게 더 효율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이 직접 한국을 찾은 이유는 이곳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고국에 돌아갔을 때 지인들에게 알리고 위해서다.
다가오는 23일, 8월12일은 중복·말복이다. 다르게 말하면 아직 100만∼150만 마리의 개가 앞으로 도살될 것으로 보인다. 세 사람과 김 대표는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