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접수한 외국인 조폭 실태

도끼 든 ‘연변흑사파’ 가리봉 넘어 강남 노린다


국내에 침투한 외국인 조직 폭력배들이 늘고 있다. 초창기 타국생활로 지치고 힘든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은 점차 조폭색을 띠게 됐으며, 폭력은 물론 마약, 납치, 청부살인 등 이들이 저지르는 범죄의 종류도 점점 다양해졌다. 지난해 <서울신문> 탐사보도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 조폭은 14개국 65개 파에 이르고 경찰 추산 외국인 조폭은 46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대검찰청은 외국인조직범죄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간 외국인 범죄자 1354명을 적발, 이 중 157명을 구속하고 92명을 강제 출국시켰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태국 조폭 21명이 경찰에 붙잡힌 것. 이에 <일요시사>는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국내 외국인 조폭의 실태에 대해 취재했다.


국내 침투한 외국인 조폭 14개국 65개파 4600여명
집중 단속도 효과 없어… 오늘도 사고치는 외국인 조폭


대검찰청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적발된 1354명의 외국인 범죄자 가운데 외국인 조폭으로 판명난 사람은 7명에 불과했다. 집중단속을 시작하면서 검찰은 외국인 범죄 유형 가운데 조폭을 가장 우려했었다. 외국인 근로자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이들로 구성된 폭력조직이 증가하고 점차 세력화, 토착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110cm 정글도 상징
태국 조폭 ‘깽야이파’

특히 검찰은 외국인 조폭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으면 이들이 국내 폭력조직과 경쟁 혹은 연합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외국인 조폭이 7명에 불과하자 검찰은 이 숫자를 믿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결국 검찰은 외국인 조폭 결성이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쉽게 포착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외국인 출입 카지노 주변 이권다툼, 도박장 개장, 성매매 업소 운영, 청부폭력 행사 등을 집중 단속 대상으로 선정, 장기 기획수사를 전개할 방침이다.

지난 5월26일 경기지방경찰청 외사범죄수사대에 붙잡힌 외국인 조폭은 자국인을 대상으로 폭력 및 영업 방해를 일삼고 마약까지 복용한 태국의 ‘깽야이파’였다. 이날 경찰은 깽야이파의 두목 K(34)씨와 행동대장 S(27)씨 등 4명을 구속하고, 17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깽야이파는 지난 2007년 만들어진 신생 조직이다.

태국의 최대 명절인 ‘쏭끄란’을 자축하는 자리에 모인 태국인 20여 명은 태국에서 농사를 짓다가 취업비자를 받아 한국에 왔고 이날 “우리도 뭉치자”고 결의했다. 즉석에서 조직이 구성되자 건장한 체격의 K씨가 두목이 됐고, 주먹이 말보다 빠르다는 S씨가 행동대장으로 추대됐다. 이들은 이날 “회원이 당하면 끝까지 보복한다”고 다짐했다. 이들의 다짐은 실제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태국인들이 출입하는 천안의 한 가라오케에서 조직원 L(26)씨가 해고되자 집단으로 몰려가 손님들에게 정글도, 각목, 야구방망이 등의 흉기를 휘두르고 같은 태국인인 가라오케 사장을 협박했다. 이들의 행패는 2시간 동안 이어졌고, 가라오케는 폭력배에게 찍힌 술집이라는 소문과 함께 손님이 끊겨 결국 문을 닫았다.

1m가 넘는 정글도는 깽야이파의 상징이다. 국내 외국인 조폭 ‘넘버원’인 중국계 연변흑사파의 상징이 ‘손도끼’인 것과 비슷하다. 1m가 넘는 정글도는 철강공장에서 일하는 조직원들이 직접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이 S씨의 집을 압수수색할 당시 정글도 5점을 비롯한 각종 연장(?)들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깽야이파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야바’가 바로 그것이다.

야바는 태국, 미얀마, 라오스에서 생산되는 마약으로 코데인, 카페인, 메스암페타민 등을 합성해 만든다. 약효가 36시간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깽야이파 조직원들은 토요일 야바를 흡입하고 일요일까지 환각 상태에서 동네를 휘젓고 다니기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수사에서 드러난 깽야이파의 집단폭력은 최소 5건으로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머리를 집중 공격당했다.

지난해 3월 한 태국인은 깽야이파의 두목에게 반말을 했다는 이유로 각목으로 머리를 맞아 40바늘을 꿰맸고, 같은 해 12월에는 조직원의 여자친구의 얼굴을 만진 또 다른 태국인 역시 정글도와 각목으로 폭행당해 전치 4주의 상처를 입었다. 국내 외국인 조폭 가운데 현재 넘버원은 중국계 ‘연변흑사파’다. 본토 조폭인 ‘흑사회’ 멤버들이 국내에 들어와 여러 파를 만들면서 분화한 ‘연변흑사파’는 2005년 흑사회 행동대장 출신 양모(41)씨가 밀입국한 뒤 조선족 31명을 규합하면서 만들어졌다.

이들이 서울 가리봉 차이나타운을 장악하는 과정은 일명 ‘가리봉 잔혹사’라고 불린다. 연변흑사파는 등에는 칼, 다리에는 도끼를 차고 다니면서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돈을 뜯어냈고, 피를 볼때까지 싸우는 잔인함에 다른 조직조차 벌벌 떨었다. 특히 연변흑사파가 등장하기 전 가리봉동 ‘맹주’로 불린 ‘흑룡강파’마저 맥없이 무너졌다. 흑룡강파는 지난 2006년 12월 연변흑사파 두목의 배를 칼로 찌르는 등 복수에 나섰지만 8일 만에 반격에 나선 연변흑사파에 무참히 당했다. 흑룡강파 행동대장을 납치해 칼로 찌르고 발목을 부러뜨려 버린 것.

‘가리봉 잔혹사’
조폭 넘버원 ‘연변흑사파’

이를 계기로 서울 서남부와 경기 안산, 경남 창원, 인천 등 전국 차이나타운은 연변흑사파의 차지가 됐다. 지난 2007년 두목을 비롯한 30여 명의 조직원이 한꺼번에 검거돼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내 조직을 재건, 현재까지 외국인 조폭 넘버원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연변흑사파는 가리봉동을 벗어나 강남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는 강남 일대 유흥업소나 카지노, 오락실 등에 진출해 웨이터나 문지기 등 말단부터 중간 간부급으로 일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강남 유흥가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놀라운 점은 이들이 청부폭력까지 행사한다는 사실이다. 연변흑사파는 팔·다리 절단 250만~500만원, 살인은 1000만원을 받고 행동에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외국인 조폭의 절대지존으로 군림하고 있는 연변흑사파에 도전장을 내민 조직이 나타났다. 베트남 ‘하노이파’는 베트남 북부 하노이 출신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최근 연변흑사파의 라이벌로 급부상 했다. 서울 구로동을 비롯해 포천, 안산, 안양, 김해, 마산 등 공단 밀집지역에서 활동하고 고리사채, 납치, 폭행, 인질강도, 성매매, 마약밀매 등 그들의 손을 거치지 않는 범죄가 없을 정도다.

하노이파는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베트남 여성들의 위장결혼에도 관여하고 있으며, 여성들을 속여 유흥가에 넘기거나 성매매 업소에 팔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노이파는 전국 공단지역 인근의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도박장은 하노이파의 고정 수입원이다. 각 지역마다 대형 조직 1개와 그 아래급의 작은 조직 3개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도박장을 운영한다.

태국 ‘깽야이파’ 1m 정글도 협박 경기 남부 ‘평정’
베트남 ‘하노이파’, 넘버원 ‘연변흑사파’ 라이벌 급부상


도박장에서 번 돈을 밑천삼아 이들은 고리사채업도 병행하고 있다. 연 500%가 넘는 살인적인 이자로 도박자금을 빌려준 뒤 갚지 않으면 납치 폭행하거나 본국의 가족을 협박해 돈을 받아내기도 한다. 이 밖에도 베트남 계열 조폭으로 ‘호치민파’와 ‘하이세우파’ 등이 있지만 하노이파의 그늘에 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조폭과 가장 닮은 외국인 조폭으로 방글라데시의 ‘군다’를 들 수 있다. 군다는 방글라데시어로 ‘폭력’, ‘깡패’를 뜻한다. 군다는 국내 폭력조직과의 연계에 이어 국내 조폭들의 행동, 생활방식, 체계 등을 그대로 받아들여 ‘한국형 조폭’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이들은 합숙생활을 하고 90도 인사를 하는 등 국내 조폭을 그대로 닮았다.
 
방글라데시 군다들은 수원, 안산, 남양주, 포천, 일산 등 방글라데시인 밀집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안산 군다’ ‘서울 군다’ 등 지명을 딴 조직과 두목의 이름을 딴 조직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뒤 조직을 구성한 다른 외국인 조폭과는 달리 군다들은 방글라데시에서 폭력조직원으로 활동하다가 국내에 입국한 이들이 모여 만들었다. 이들 두목 중에는 살인을 한 뒤 방글라데시 감옥에 구속됐다가 탈옥에 성공, 국내에 들어온 사람도 있고, 국내 수사기관에 검거된 뒤 추방됐다가 여권 위조로 다시 들어온 조직원도 적지 않다.

국내 조폭 닮은꼴
방글라데시 조폭 ‘군다’

그런가 하면 군다는 국내 폭력조직과도 손을 잡았다. 말이 좋아 연계지 사실상 군다는 국내 폭력조직의 하부조직인 셈이다. 군다들은 불법체류자 갈취와 도박장 영업 등 그들의 불법 활동을 보호받기 위해 국내 조폭과 손잡았고, 국내 폭력조직은 군다들을 폭력행사에 동원하기 위해 뒤를 봐주고 있다. 다만 아직 군다가 국내 폭력조직보다 세력이 약해 나이 어린 국내 조폭에게도 ‘형님’이라고 호칭하며 90도 인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신이 클수록 고위 간부로 알려진 필리핀계 ‘가디언스파’는 조직원이 200명에 이를 정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고, 태국 조폭 ‘싸만코차호타이파’와 ‘딸라타이파’도 수사기관의 감시를 받고 있다. 반면 일본 야쿠자와 러시아 마피아들은 국내에서 활동하면서도 이들과는 달리 호텔사업이나 벤처기업 인수,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쏟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 조폭들은 아직까지는 내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있지만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해지면 우리 국민 역시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재한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아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외국인 조폭의 뿌리를 자를 수 있는 철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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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