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4주년 특별기획<6>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 라이벌 인터뷰



여야가 새로운 원내사령탑을 택했다. 한나라당은 친박계 좌장격이었던 김무성 의원을 추대했으며 민주당은 박지원 정책위의장을 새로운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이들을 통해 이명박 정부 집권중반기이자 18대 국회 후반기 정치권에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 모두 투쟁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으로 국회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혀 변화의 가능성도 밝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앞에 놓인 원구성 협상, 세종시 수정 문제, 4대강 사업, 개헌 등은 풀기 어려운 숙제들이라 국회 파행이 되풀이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여야 신임 원내대표들은 정치권 안팎의 기대와 우려의 시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여야 원내대표…당내 갈등 ‘화합카드’ 여야 ‘협상카드’
4선 중진, 파워 재선…역량 충만, 시험대 오른 정치력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여야의 새로운 원내사령탑이 되면서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꼬인 실타래 같은 국회의 일과 목전으로 다가온 6·2 지방선거는 이들의 하루 일정을 분단위에서 초단위로 나누게 하고 있다.
하지만 당의 중심축이 돼 내딛는 발걸음은 힘차기만 하다. 이들에게 신임 원내대표로서의 각오와 앞으로 하고자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비교적 압도적인 지지로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이러한 지지를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김무성 원내대표(이하 ‘김’): 정치를 복원하고, 당내 갈등을 해소하며, 정권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내가 적임자임을 의원들이 인정해준 것 같다.
지금 정치가 실종됐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이러한 의원들의 뜻을 잘 받들어 정치가 살아있는 생산적인 국회,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 바치겠다.
더불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해주신 의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박지원 원내대표(이하 ‘박’): 민주당이 지금처럼 해서는 안된다며 변화와 개혁을 호소했고, 내가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했다. 의원들도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을 한 경험과 지난 2년간의 열정적인 의정활동과 당무활동에 대해 평가해 줬다.
또한 박지원의 열정과 경험이라면 민주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성숙한 야당으로 만들겠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국민이 민주당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고, 의원들이 당과 지도부에 요구하는 것도 알게 됐다. 앞으로 1년간 더 열심히 노력해서 기대에 부응하겠다.

- 각각 집권여당, 제1야당 원내대표가 된 소감은 어떠한가.
▲ 김: 여러 가지로 막중한 시기에 이렇게 중책을 맡게 되어 큰 책임감을 느끼지만, 일을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의욕도 생긴다. 사심 없이 열심히 해보겠다.
▲ 박: 민주당은 10년의 성공한 집권경험을 갖고 있다. 더 이상 반대만 하고, 장외투쟁만 하는 야당이 돼서는 안된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말로 하자는 것이다. 나는 야당인 민주당에서 시작해 다시 야당인 민주당으로 돌아왔다. 내 경험과 열정으로 민주당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 당 안팎의 현안 중 원내대표가 되어 가장 먼저, 중요하게 해결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당내 화합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주류, 비주류를 떠나 모두가 함께 만든 정부이다. 또, 모두 하나로 힘을 모아서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만 한나라당의 역사적 소명인 정권 재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부터 마음을 열어 계파 간 갈등을 없애고 당을 화합시키겠다.
또한 친서민 민생법안들이 빠른 시일 안에 통과 될 수 있는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겠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민생법안을 국회 파행의 협상 고리로 삼지 않겠다고 국민들께 약속드린다.
▲ 박: 안으로는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여관계에서는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지만 지금 그릇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서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한나라당과도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협상할 일이 있으면 감동적으로 협상해서 그야말로 모든 것이 ‘말’로 해결되는 여야관계를 만들고 싶다.

- 여당의 원내대표 선출과 함께 야당도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1년 동안 협상을 벌일 여야 원내대표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서로 여당 원내대표로서의 김무성 의원과 야당 원내대표로서의 박지원 의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또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 김: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정을 전반적으로 깊이 경험한 매우 훌륭한 정치인이며, 나와는 개인적으로 ‘형님, 동생’할 정도로 서로 신뢰가 두터운 사이이다.
특히 박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산다. 야당이지만 무조건 반대, 장외투쟁은 하지 않고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고 말해 준 데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이런 박 원내대표를 잘 모시면서, 서로 유연한 자세로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화와 협상의 정치를 한번 해보고 싶다.
▲ 박: 김무성 원내대표는 국정경험과 정치경력을 골고루 갖춘 중후한 여당 중진의원이다. 개인적으로 호형호제하는 사이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정치권이나 국민들께서 여야 원내대표에게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여야관계, 정치의 실종에 대해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김 원내대표 모두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민이 원하는 좋은 정치를 만들어 나가자는 말을 하고 싶다.
- 이번 여야 원내대표 선출 후 ‘대화정치’에 많은 기대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당장 5월 국회의 가동 여부를 비롯해 하반기 원구성 협상, 세종시 수정 문제, 4대강 사업, 개헌 등 산적한 현안에 여야의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어려운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 김: 정치는 절충이다. 양쪽의 의견에 차이가 있을 때, 각자 자신의 생각만 극단적으로 고집하게 되면 결국 모두 지게 된다. 이럴 때, 서로 대화하고 조금씩 양보해 양쪽의 정신을 다 살릴 수 있는 절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생각한다.
산적한 현안들이 많지만 대화와 양보를 통해 절충안을 찾을 것은 찾고, 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마음과 귀를 열고 살펴 나가겠다.
▲ 박: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
한나라당에서 반대하던 5월 국회도 나와 김 원내대표가 상견례를 하면서 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하반기 원구성은 지방선거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상반기에 여야간 합의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상위위원장 등의 기본틀이 바뀌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종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20여 회 이상 약속한대로 원안을 추진하면 된다. 4대강 사업은 국토를 절단내는 환경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지금 개헌론을 제기하는 것은 지방선거에서 다른 이슈를 묻어보겠다는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헌에 진정성이 있다면 지방선거 이후에 제의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민주당도 함께 논의할 의향이 있다.


- 여야간 대화만큼이나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으로 어수선한 당을 하나로 묶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생각하고 있는 당 화합 방안은 무엇인가.
▲ 김: 화합을 하려면 우선 서로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오해를 씻어내야 하는데, 우선 나부터 잊을 것은 잊고 미래를 생각하려 한다.
또한 당내 화합과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통해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다는 큰 틀 안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한번 해보자고 진정으로 호소 하고 싶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에서 서로간의 마음의 벽도 차차 허물어지리라 믿는다.
박: 현재 당헌당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경선하게 돼 있어서, 당 대표에서 떨어지면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선출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1등이 당 대표를 맡고 뒤 이은 이들이 최고위원을 하면 당내 주류와 비주류가 없어지고 소통도 원활해지리라 본다.
거기에 민주당의 취약지역인 강원, 대전충청, 대구경북, 부산경남, 제주 등에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해 지역과 소통하면 지역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원내대책회의와 고위정책회의에도 당과 지도부에 건의할 내용이 있는 의원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의사를 밝히도록 했다. 이렇게 자유로운 토론문화가 정착되면 화합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 원내대표를 맡은 직후 6·2 지방선거를 치르게 됐다. 원내대표라서 지방선거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와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지방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듣고 싶다.
▲ 김: 야당은 이번 선거를 정권심판론으로 몰아가려하고 있는데, 실제로 심판받아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우리가 국민들께 당당하고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은 집권 10년 동안 우리 경제·안보·외교 전반을 어렵게 만들었던 무능 세력이었지만, 우리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경제회복을 이뤄냈고,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중간 선거는 집권당이 불리한 선거이다. 국민들은 항상 오만함을 견제하고 더욱 잘하라고 채찍질 하고 싶은 부모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때문에, 겸허한 마음으로 부족한 부분은 고치고 더욱 더 열심히 하겠다고 국민들께 진심을 담아 호소해 보겠다.
▲ 박: 이번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 2년 반에 대한 중간평가이다. 민심은 이미 이명박 정부를 떠났다. 특히 지방에서는 한나라당이 독점해 온 부패한 지방권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한명숙, 경기 김진표, 인천 송영길의 트리오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여기에 강원 이광재, 충북 이시종, 충남 안희정, 부산 김정길 등 민주당 후보들이 전국에서 바람을 일으켜 준다면 민주당이 전국적으로도 꼭 승리하리라고 확신한다.
민주당은 중앙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나도 원내대표로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 현 정국 최대 현안으로 천안함 사태를 빼 놓을 수 없다. 천안함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 김: 천안함의 46용사, 故 한주호 준위, 금양호 선원들의 희생, 그리고 평생 그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갈 유가족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 온 국민의 슬픔이자 비극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안보태세를 더욱 확고히 점검하고 정비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박: 천안함 사태의 핵심은 ‘사고의 원인’이다. 사고 원인만 밝혀지면 모든 것이 확실해진다.
정부와 군은 사고발생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필요한 내용만 이렇다 저렇다 언론에 흘리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거들고 있다. 더욱이 중국과의 외교분쟁은 한심하다 못해 분노가 일어날 정도이다.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천안함 사고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면 다른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 천안함 사태와 관련, ‘북한 배후설’이 나오고 있다. 만약 천안함 침몰 사고의 배후로 북한이 확실해진다면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보나.
▲ 김: 현재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이 침몰 원인에 대해 다각도의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천안함 특위를 가동하고 있어 우선적으로는 결과를 기다려 봐야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군이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휴전 이후 김신조 사건, 도끼만행사건, 강릉무장공비침투사건, 연평해전, 대청해전 등 많은 사건들이 모두 북에 의해 벌어졌으며, 앞으로도 내부결속을 위해 얼마든 이런 사건을 벌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년간 국방백서에서 사라졌던 ‘주적’ 개념부터 확고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박: 천안함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군과 한나라당, 일부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북한 배후설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정확한 사고원인을 모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배후설을 기정사실화해서 말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만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다.
지금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 <일요시사>가 창간 14주년을 맞았다. 본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김: 화제와 특종에 강한 신문 일요시사의 창간 1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계속해서 정진하고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 박: 일요시사의 창간 14주년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축하드린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이고,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일요시사가 바로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첨병의 역할을 해 주시길 기원한다.


김무성은 누구?

▲1951년 부산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최고위 정책과정
▲부경대학교 명예정치학 박사
▲동해제강(주) 전무이사, 삼동산업(주) 대표이사
▲통일민주당 총무국장, 국회행정실장, 기조실차장
▲민자당 의사국장, 의원국장
▲제14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실장
▲대통령 민정비서관
▲대통령 사정비서관
▲내무부 차관
▲한양대학교 총동창회 회장 직무대행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회장
▲중동고 개교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한·중의원외교협의회장
▲제15·16·17·18대 국회의원
▲제17대 박근혜 경선후보 조직총괄본부장
▲한나라당 원내대표(현)

박지원은 누구?
▲1942년 전남 진도
▲단국대 상학과
▲목포대학교 명예법학박사 학위
▲조선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학위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데일리팻숀스(주) 대표이사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이사장
▲제14대 국회의원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대변인
▲문화관광부 장관
▲국민회의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총재특별보좌역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문화관광부 장관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산업진흥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정책특보
▲대통령비서실 실장
▲김대중평화센터 비서실장
▲18대 국회의원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원내대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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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