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4주년 특별기획<6>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 라이벌 인터뷰



여야가 새로운 원내사령탑을 택했다. 한나라당은 친박계 좌장격이었던 김무성 의원을 추대했으며 민주당은 박지원 정책위의장을 새로운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이들을 통해 이명박 정부 집권중반기이자 18대 국회 후반기 정치권에 ‘변화’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 모두 투쟁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협력으로 국회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혀 변화의 가능성도 밝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앞에 놓인 원구성 협상, 세종시 수정 문제, 4대강 사업, 개헌 등은 풀기 어려운 숙제들이라 국회 파행이 되풀이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여야 신임 원내대표들은 정치권 안팎의 기대와 우려의 시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봤다.

여야 원내대표…당내 갈등 ‘화합카드’ 여야 ‘협상카드’
4선 중진, 파워 재선…역량 충만, 시험대 오른 정치력

김무성·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여야의 새로운 원내사령탑이 되면서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짊어지게 됐기 때문이다. 꼬인 실타래 같은 국회의 일과 목전으로 다가온 6·2 지방선거는 이들의 하루 일정을 분단위에서 초단위로 나누게 하고 있다.
하지만 당의 중심축이 돼 내딛는 발걸음은 힘차기만 하다. 이들에게 신임 원내대표로서의 각오와 앞으로 하고자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비교적 압도적인 지지로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이러한 지지를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김무성 원내대표(이하 ‘김’): 정치를 복원하고, 당내 갈등을 해소하며, 정권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내가 적임자임을 의원들이 인정해준 것 같다.
지금 정치가 실종됐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이러한 의원들의 뜻을 잘 받들어 정치가 살아있는 생산적인 국회, 국민에게 사랑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 바치겠다.
더불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해주신 의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박지원 원내대표(이하 ‘박’): 민주당이 지금처럼 해서는 안된다며 변화와 개혁을 호소했고, 내가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했다. 의원들도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을 한 경험과 지난 2년간의 열정적인 의정활동과 당무활동에 대해 평가해 줬다.
또한 박지원의 열정과 경험이라면 민주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성숙한 야당으로 만들겠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국민이 민주당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고, 의원들이 당과 지도부에 요구하는 것도 알게 됐다. 앞으로 1년간 더 열심히 노력해서 기대에 부응하겠다.

- 각각 집권여당, 제1야당 원내대표가 된 소감은 어떠한가.
▲ 김: 여러 가지로 막중한 시기에 이렇게 중책을 맡게 되어 큰 책임감을 느끼지만, 일을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의욕도 생긴다. 사심 없이 열심히 해보겠다.
▲ 박: 민주당은 10년의 성공한 집권경험을 갖고 있다. 더 이상 반대만 하고, 장외투쟁만 하는 야당이 돼서는 안된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말로 하자는 것이다. 나는 야당인 민주당에서 시작해 다시 야당인 민주당으로 돌아왔다. 내 경험과 열정으로 민주당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 당 안팎의 현안 중 원내대표가 되어 가장 먼저, 중요하게 해결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당내 화합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주류, 비주류를 떠나 모두가 함께 만든 정부이다. 또, 모두 하나로 힘을 모아서 이명박 정부가 성공해야만 한나라당의 역사적 소명인 정권 재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부터 마음을 열어 계파 간 갈등을 없애고 당을 화합시키겠다.
또한 친서민 민생법안들이 빠른 시일 안에 통과 될 수 있는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겠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민생법안을 국회 파행의 협상 고리로 삼지 않겠다고 국민들께 약속드린다.
▲ 박: 안으로는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대여관계에서는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열심히 노력했지만 지금 그릇에 남아있는 것이 없다.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서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한나라당과도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협상할 일이 있으면 감동적으로 협상해서 그야말로 모든 것이 ‘말’로 해결되는 여야관계를 만들고 싶다.

- 여당의 원내대표 선출과 함께 야당도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1년 동안 협상을 벌일 여야 원내대표가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서로 여당 원내대표로서의 김무성 의원과 야당 원내대표로서의 박지원 의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또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 김: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정을 전반적으로 깊이 경험한 매우 훌륭한 정치인이며, 나와는 개인적으로 ‘형님, 동생’할 정도로 서로 신뢰가 두터운 사이이다.
특히 박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산다. 야당이지만 무조건 반대, 장외투쟁은 하지 않고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협력할 것은 협력하겠다”고 말해 준 데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이런 박 원내대표를 잘 모시면서, 서로 유연한 자세로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화와 협상의 정치를 한번 해보고 싶다.
▲ 박: 김무성 원내대표는 국정경험과 정치경력을 골고루 갖춘 중후한 여당 중진의원이다. 개인적으로 호형호제하는 사이고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정치권이나 국민들께서 여야 원내대표에게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여야관계, 정치의 실종에 대해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김 원내대표 모두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국민이 원하는 좋은 정치를 만들어 나가자는 말을 하고 싶다.
- 이번 여야 원내대표 선출 후 ‘대화정치’에 많은 기대가 쏠리고 있다. 하지만 당장 5월 국회의 가동 여부를 비롯해 하반기 원구성 협상, 세종시 수정 문제, 4대강 사업, 개헌 등 산적한 현안에 여야의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어려운 과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생각인가.
▲ 김: 정치는 절충이다. 양쪽의 의견에 차이가 있을 때, 각자 자신의 생각만 극단적으로 고집하게 되면 결국 모두 지게 된다. 이럴 때, 서로 대화하고 조금씩 양보해 양쪽의 정신을 다 살릴 수 있는 절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생각한다.
산적한 현안들이 많지만 대화와 양보를 통해 절충안을 찾을 것은 찾고, 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마음과 귀를 열고 살펴 나가겠다.
▲ 박: 아무리 어려운 문제도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
한나라당에서 반대하던 5월 국회도 나와 김 원내대표가 상견례를 하면서 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하반기 원구성은 지방선거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상반기에 여야간 합의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상위위원장 등의 기본틀이 바뀌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종시는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20여 회 이상 약속한대로 원안을 추진하면 된다. 4대강 사업은 국토를 절단내는 환경파괴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지금 개헌론을 제기하는 것은 지방선거에서 다른 이슈를 묻어보겠다는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헌에 진정성이 있다면 지방선거 이후에 제의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민주당도 함께 논의할 의향이 있다.


- 여야간 대화만큼이나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으로 어수선한 당을 하나로 묶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생각하고 있는 당 화합 방안은 무엇인가.
▲ 김: 화합을 하려면 우선 서로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오해를 씻어내야 하는데, 우선 나부터 잊을 것은 잊고 미래를 생각하려 한다.
또한 당내 화합과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통해 정권 재창출도 가능하다는 큰 틀 안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한번 해보자고 진정으로 호소 하고 싶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에서 서로간의 마음의 벽도 차차 허물어지리라 믿는다.
박: 현재 당헌당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경선하게 돼 있어서, 당 대표에서 떨어지면 소외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선출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자고 제안했다. 1등이 당 대표를 맡고 뒤 이은 이들이 최고위원을 하면 당내 주류와 비주류가 없어지고 소통도 원활해지리라 본다.
거기에 민주당의 취약지역인 강원, 대전충청, 대구경북, 부산경남, 제주 등에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해 지역과 소통하면 지역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원내대책회의와 고위정책회의에도 당과 지도부에 건의할 내용이 있는 의원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의사를 밝히도록 했다. 이렇게 자유로운 토론문화가 정착되면 화합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 원내대표를 맡은 직후 6·2 지방선거를 치르게 됐다. 원내대표라서 지방선거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와 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지방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듣고 싶다.
▲ 김: 야당은 이번 선거를 정권심판론으로 몰아가려하고 있는데, 실제로 심판받아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우리가 국민들께 당당하고 정확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은 집권 10년 동안 우리 경제·안보·외교 전반을 어렵게 만들었던 무능 세력이었지만, 우리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경제회복을 이뤄냈고,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중간 선거는 집권당이 불리한 선거이다. 국민들은 항상 오만함을 견제하고 더욱 잘하라고 채찍질 하고 싶은 부모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때문에, 겸허한 마음으로 부족한 부분은 고치고 더욱 더 열심히 하겠다고 국민들께 진심을 담아 호소해 보겠다.
▲ 박: 이번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 2년 반에 대한 중간평가이다. 민심은 이미 이명박 정부를 떠났다. 특히 지방에서는 한나라당이 독점해 온 부패한 지방권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한명숙, 경기 김진표, 인천 송영길의 트리오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여기에 강원 이광재, 충북 이시종, 충남 안희정, 부산 김정길 등 민주당 후보들이 전국에서 바람을 일으켜 준다면 민주당이 전국적으로도 꼭 승리하리라고 확신한다.
민주당은 중앙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나도 원내대표로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 현 정국 최대 현안으로 천안함 사태를 빼 놓을 수 없다. 천안함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 김: 천안함의 46용사, 故 한주호 준위, 금양호 선원들의 희생, 그리고 평생 그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갈 유가족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천안함 사건은 대한민국 온 국민의 슬픔이자 비극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안보태세를 더욱 확고히 점검하고 정비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박: 천안함 사태의 핵심은 ‘사고의 원인’이다. 사고 원인만 밝혀지면 모든 것이 확실해진다.
정부와 군은 사고발생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필요한 내용만 이렇다 저렇다 언론에 흘리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거들고 있다. 더욱이 중국과의 외교분쟁은 한심하다 못해 분노가 일어날 정도이다.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천안함 사고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혀내면 다른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 천안함 사태와 관련, ‘북한 배후설’이 나오고 있다. 만약 천안함 침몰 사고의 배후로 북한이 확실해진다면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보나.
▲ 김: 현재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이 침몰 원인에 대해 다각도의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회에서도 천안함 특위를 가동하고 있어 우선적으로는 결과를 기다려 봐야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군이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휴전 이후 김신조 사건, 도끼만행사건, 강릉무장공비침투사건, 연평해전, 대청해전 등 많은 사건들이 모두 북에 의해 벌어졌으며, 앞으로도 내부결속을 위해 얼마든 이런 사건을 벌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 10년간 국방백서에서 사라졌던 ‘주적’ 개념부터 확고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박: 천안함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군과 한나라당, 일부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북한 배후설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정확한 사고원인을 모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배후설을 기정사실화해서 말하는 것은 또 다른 혼란만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다.
지금은 천안함 침몰 원인이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 <일요시사>가 창간 14주년을 맞았다. 본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김: 화제와 특종에 강한 신문 일요시사의 창간 1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계속해서 정진하고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 박: 일요시사의 창간 14주년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축하드린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이고,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일요시사가 바로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첨병의 역할을 해 주시길 기원한다.


김무성은 누구?

▲1951년 부산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최고위 정책과정
▲부경대학교 명예정치학 박사
▲동해제강(주) 전무이사, 삼동산업(주) 대표이사
▲통일민주당 총무국장, 국회행정실장, 기조실차장
▲민자당 의사국장, 의원국장
▲제14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실장
▲대통령 민정비서관
▲대통령 사정비서관
▲내무부 차관
▲한양대학교 총동창회 회장 직무대행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회장
▲중동고 개교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한·중의원외교협의회장
▲제15·16·17·18대 국회의원
▲제17대 박근혜 경선후보 조직총괄본부장
▲한나라당 원내대표(현)

박지원은 누구?
▲1942년 전남 진도
▲단국대 상학과
▲목포대학교 명예법학박사 학위
▲조선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학위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데일리팻숀스(주) 대표이사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이사장
▲제14대 국회의원
▲민주당 수석부대변인, 대변인
▲문화관광부 장관
▲국민회의 대변인, 기획조정실장, 총재특별보좌역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문화관광부 장관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산업진흥위원회 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정책특보
▲대통령비서실 실장
▲김대중평화센터 비서실장
▲18대 국회의원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원내대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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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