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1000호 특별기획 ①> ‘5000만 대한민국 현주소’ 국민의 4대 의무 대해부 ②납세

세금? 있는 사람이 더 안 낸다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있는 사람들이 더 안 낸다. 떼먹기 일쑤. 한 푼이라도 덜 내려고 갖은 편법과 무리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면서도 나라에서 주는 혜택은 가장 먼저 찾아먹는다. <일요시사>는 1000호 발간 기념을 맞아 ‘납세의 의무’의 앞과 뒤를 조명해봤다.

대한민국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의 의무는 국방의 의무와 함께 자유주의적 법치국가시대에 자유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규정됐다. 즉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국가와 지방공공단체의 유지 및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국민이 부담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체납자의 경우에는 납세의 의무를 규정한 법률 ‘국세기본법’ ‘국세징수법’ ‘지방세법’등에 의거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요람서 무덤까지
세금 내야 국민

이정빈(19·학생)군은 “지난 2002년 월드컵을 통해 보여진 우리 국민의 애국심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하다”며 “대한민국이 잘되고자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이니 세금 논란으로 불만만 토로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납세의 의무의 주체는 국민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헌법이 제정된 이래 수차례에 걸쳐 세금 문제를 지적해 왔다.  복지 향상이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인상하는 정부를 국민이 지탄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13월의 세금 폭탄’으로 논란을 빚은 연말정산과 담뱃값 인상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연말정산은 그동안 납세의 의무를 이행한 것에 대한 일종의 보너스로 여겨져 ‘13월의 보너스’로 통했다. 하지만 소득세법 개정안 통과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연말정산에서 세금 환수가 아닌 추가 납부 대상자가 급증하자 ‘연말정산 후폭풍’을 일으켰다.


실제로 지난 2월26일 발표된 2014 연말정산 결과 자료에 따르면 소득세법 개정안 예고와는 달리 연봉 5500만원 이하 소득 직원 225명 가운데 79%에 달하는 178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84명은 지난해 연말정산으로 세금을 환급 받았으나 올해는 추가 납부해야 했으며 연봉 3500만원 이상 소득 직원 51명 가운데 20명도 세금이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를 열어 연말정산에 대해 논의했으나 추가납입금 10만원 이상 자에 한해 연말정산 3개월 분납을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국민의 불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연말정산으로 세금 폭탄을 맞았다는 정남권(32·직장인)씨는 “소비 지출이 높은 만큼 지난해까지 주변인보다 두 배 정도 환급 받았지만 올해는 예외적으로 돈을 토해야 했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세금 꼬박꼬박 내고 살려면 절세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어야만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세금이 더 오를 것을 예상하면 국민의 안정적인 삶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초중등 교육과정에 절세 과목이 추가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 푼이라도 덜 내려는 재벌들
떼먹기 일쑤…무리한 방법 동원

지난 1월, 담뱃값이 대폭 인상됐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한 삶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담뱃값을 인상했으나 서민증세의 꼼수라는 비난을 비켜가지 못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층이나 노인층이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후속대책으로 저가담배를 도입하자고 언급해 대국민 기만행위라는 비난을 받았다.

연초부터 금연을 한 박대진(37·강사)씨는 “담뱃값이 인상된 지난 1월1일부터 단 한 번도 담배를 사지 않았다”며 “대다수의 금연자가 건강이 아닌 조금이라도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금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하루 평균 한 갑씩 담배를 필 경우 매년 121만원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해 금연을 결심했다”며 “이 금액이 9억원대 아파트 소유자의 재산세와 연봉 4745만원 근로소득자의 근로소득세와 맞먹는다고 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9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연예인 송승헌과 윤아가 성실납세 공적을 인정 받아 모범납세자 표창을 받았다. 이와 함께 그동안 탈세 혐의로 구설수에 오른 연예인과 정치인이 다시 한 번 관심을 모았다.

연말정산 폭탄에
담뱃값 인상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 김인영 전 국회의원, 신영순 전 국회의원 등의 정치인을 비롯해 거평그룹 나승렬 전 회장, 대농그룹 박영일 전 회장 등의 기업인, 장근석, 송혜교, 한예슬, 강호동, 김아중, 인순이 등의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탈세 혐의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며 국민의 눈초리를 샀다.

실제로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지방세 4700만원을 체납해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개인주택에서 압류한 미술품을 압류 공매 처분해 체납자 공개 명단에서 제외됐으나 2013년 2월에 공매 처분된 한남동 신원플라자빌딩의 양도소득세와 지방소득세가 납부되지 않아 다시 한 번 이름이 거론될 전망이다.
 

당시 전 전 대통령 일가에 부과된 전체 추징금은 2205억원이며 환수된 금액은 1087억원이다. 현재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최대 자산인 부동산이 잇따라 경매에서 유찰돼 부동산 가격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이 공개한 2014년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살펴보면 개인의 경우 지난해 1733명이 추가돼 전체 1만728명으로 늘었다. 법인은 지난해 665개 업체가 추가돼 총 6792개 법인의 체납 사실이 일반인에 공개됐다. 이 명단에는 체납기간이 1년 이상이고 체납국세만 5억 이상인 개인 및 법인만 포함돼 있어 실제 체납자의 수는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해외금융계좌 233억7000만원을 보유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네오트리유한회사 이경민 대표도 고액 신고의무 위반자로 명단에 올랐다. <일요시사>에서는 서울시가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을 토대로 체납액 5억원 이상(법인은 10억원 이상)의 체납자를 추적하는 ‘세금 안 내는 거물들 추적’을 기획해 보도하고 있으며 오늘까지 15명의 고액체납자를 공개했다.

정다정(31·직장인)씨는 “국가의 세금으로 대통령직을 지낸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인사들의 탈세 사실이 간간히 전해져 성실 납부자를 조롱한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피와 땀이 어린 돈이 모여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의 세금을 어떻게라도 더 거둬들일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이에 앞서 고액체납자들의 세금부터 수거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월급쟁이만 잡는 일방적인 증세
고액체납자 명단에 부자들 빼곡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헨리 베버리지(William Henry Beveridge)는 북유럽의 복지에 대해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cradle to grave)’라 표현했다.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을 국가가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보장함으로써 국민생활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복지가 아닌 세금 징수를 두고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표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국가에 세금만 지불한다는 말이다.

차휘웅(28·직장인)씨는 “지난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게 되면서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며 “자취를 시작하면서 주민세, 교육세 등 그동안 무관심했던 세금을 성실 납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경제관념이 없던 내 자신을 탓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연말정산으로 세금 폭탄까지 맞게 되면서 수입의 상당부분을 세금 납부에 쓴 거 같다”고 말했다.


증세 없는 복지
빈 수레가 요란

최근 담뱃값 인상에 이어 연말정산 폭탄으로 충격에 빠진 국민에게 ‘증세 없는 복지’ 논란까지 가해져 충격을 더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소모적 증세와 복지 논쟁을 접고 경기활성화에 매진할 것을 주장하며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경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증세 공론화는 물론 법인세 인상을 촉구했다. 이에 정부는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으로 국민의 부담이 늘어난 점을 인정하고 증세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재차 피력하며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증세 없는 복지’ 논란과 함께 떠오른 화두는 ‘부자증세(법인세 및 고소득층 세율 인상)’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부자증세’를 언급하며 저소득층 감세와 최저임금 인상 대안을 내세워 중산층 경제를 선언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자증세의 대표격인 법인세를 지난 2008년 인하한 이후 현재까지 동결한 상태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세계적인 갑부 워런 버핏을 언급하며 부자증세와 법인세 인상에 대해 꼬집었다.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 워런 버핏 회장은 지난 2011년 <뉴욕타임즈> 기고문을 통해 부자들에 대한 과잉보호를 중단하고 부자에게 세금을 더 받아 재정 적자를 줄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버핏 회장은 기고문을 통해 2010년에 지불한 세금 693만달러를 공개, 소득의 17%에 불과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른 사무실 직원들보다 경제적 부담이 적었다며 자책하는 문구도 포함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3년 우리나라 소득 상위 1%의 소득세가 전체 세수의 6.7%에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언론 보도를 통해 소득 상위 1%의 세금이 국내 세금의 절반(45%)을 차지한다고 보도된 바 있으나 이 결과는 소득세(전체 세수의 14.8%)에 한정된 결과인 것으로 밝혀졌다.


다시 말해 소득 상위 1%가 국내 소득세의 절반을 세금으로 납부하지만 국민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6.7%에 달한다. 반면 상위 1%의 소득은 국민 전체 소득의 12.97%를 차지한다.

서민의 세금 규모를 세 가지 예시를 통해 유추해 보자.

A씨는 지난해 1월 2000cc급 자동차 한 대를 구입했다. A씨는 지난 한 해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자동차세(40만원)와 교육세(12만원) 52만원을 납부했다. 실제로 자동차세는 1년에 두 차례에 걸쳐 부과되며 배기량과 연식에 따라 다소 부과 금액의 차이가 있다.

서민 등골 파먹기
상위 1% 세금 6.7%

B씨는 흡연자로 하루에 한 갑의 담배를 피운다. 하루에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피우므로 한 달(30일) 평균 담뱃값으로 13만5000원을 지출한다. 1년에 164만2500원어치 담배를 사는 B씨는 121만1070원의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4500원 담배 한 갑당 부과되는 세금은 73.7%에 해당하는 3318원이다. C씨는 최근 가계부를 정리하다보니 한 달 평균 100만원의 생활비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 영수증에 기재된 부가가치세를 모두 합산한 후 매달 100만원씩 1년 동안 총 1200만원을 생활비로 지출하게 되면 부가가치세로 109만909원을 납부하게 된다. A, B, C씨의 경우를 모두 합산하면 1년간 자동차, 담배, 생활비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은 모두 282만1979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소득세, 재산세 등의 세금을 합산하면 그 금액은 훨씬 높아진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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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