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하차장 상인들은 요즘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터미널 운영사의 압박이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서다. 유례없는 한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상가 난방은 하루걸러 하루 끊기고 화장실, 쓰레기장, 흡연구역 등 제반시설 관리는 방치된 지 오래다. 설상가상으로 승객이 많은 천안, 세종 등의 승차홈이 본관으로 옮겨지면서 이용객이 50% 수준으로 급감했다. 하차장 상인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고속터미널에 '신세계 왕국'이 들어서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2012년 10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메리어트호텔, 호남선 터미널 등을 소유한 센트럴시티 지분(60.02%)을 통일교 계열 투자목적회사로부터 1조250억원에 사들였다. 2013년 4월에는 센트럴시티가 ‘코에프씨 IBKS-케이스톤 기업재무안정 PEF’로부터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38.7%를 220억원에 인수해 최대 주주가 됐다. 신세계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중심으로 양쪽 호남선, 경부선/영동선 터미널을 전부 먹어치운 것이다. 양쪽 부지를 합하면 14m²으로 현대·기아차그룹이 인수한 삼성동 한전 부지의 2배에 달한다.
㈜매스펄에 명도소송
신세계는 터미널 전반에 대한 개조에 들어갔다. 먼저 센트럴시티 1층 공간의 약 20%를 지난해 전 세계 유명 음식 브랜드를 한데 모은 고급 식음료 전문관으로 리뉴얼했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대한 증축 공사에 돌입했다. 6층짜리 건물을 11층으로 올려 판매시설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면적은 7만5000m²으로 확대돼 서울 시내 최대 규모 백화점에 등극하게 된다. 현재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은 롯데백화점 본점으로 영업 면적은 7만m²이다.
경부선/영동선 터미널에 대한 리뉴얼도 시작됐다. 경부선/영동선 터미널은 대부분의 경부선 승차홈이 모여 있는 본관과 하차장이 있는 신관으로 나눠어 있다. 본관의 경우 1층은 이미 기존 상가를 현대식으로 바꾸는 데 돌입했으며 3층 상인들에게도 시설 보수와 리모델링을 통보했다. 2층 상가에 대한 작업도 곧 시작될 예정이다.
문제는 신관이다.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들의 주장은 공통적이다. "전기시설, 소방시설, 배수시설, 가스시설 등 기본적인 제반 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상가를 상인들이 돈을 투자해 현대화하자 신세계가 아무런 보상도 없이 내쫒으려 한다"는 것.
신세계 계열사이자 경부선/영동선 터미널 운영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하차장 상가에 대한 리뉴얼 첫 단계로 지하 1층 상가 1000여평을 임대하고 있는 ㈜매스펄에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선고공판은 1월13일. 고속터미널 하차장 상인들은 하루하루 불안한 마음으로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매스펄이 고속터미널 하차장 지하 1층 대부분을 임대한 터라 재판에 따라 상인들의 앞날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매스펄이 재판에서 진다면 그보다 영세한 상인들은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길거리로 나앉을 수 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명도소송 외에도 갖가지 방법으로 상인들을 압박하고 있다. 한편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난방이다. 터미널은 하루에도 수백대의 차량이 승객들을 내리고 태우기 때문에 출입구가 많다. 이러한 특성상 여타 공공시설보다 실내 온도가 낮은 편이다.
고속터미널 경부선/영동선 본관의 경우 실내 평균 온도가 19∼21도를 오르내린다. 신관의 사정은 훨씬 심각하다. 10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상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신관 난방을 요청이 있을 때만 가동하고 있다. 그것도 상인들의 요청은 무시된다.
신관에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회 총무 민모씨는 "외부 온도와 별반 차이 없는 실내 온도 때문에 승객들에게 미안할 지경"이라며 "상인들이 운영사에 지속적으로 난방을 요구하지만 가차 없이 무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상 없이 쫒아내기 위해 각종 수단 동원
상인들 "지능적으로 상가운영 방해" 주장
민씨는 또 "가끔 운영사가 난방을 틀어줄 때가 있는데 그 경우는 버스기사나 승객이 회사에 강력하게 항의를 했을 때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상인들이 승객들에게 '회사에 (난방에 대한) 항의를 한 번 해 달라'고 부탁하는 지경이다"고 말했다.
화장실, 쓰레기장, 흡연구역 등 건물 제반시설에 대한 관리도 내팽개친 지 오래다. 화장실 변기는 커버가 없거나 파손된 게 많고 공용 휴지는 채워지지 않고 있다. 청소 상태도 열악해 악취로 인한 불쾌감이 심하다. 쓰레기장과 흡연구역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와 쓰레기들로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신관에서 운영하던 승차홈 5곳가량도 본관으로 옮겨졌다. 옮겨는 승차홈은 세종시, 천안시 등 상대적으로 이용객이 많은 구간이다. 이 때문에 신관을 이용하는 승객이 50%가량 감소했고 그에 따라 상가 매출도 50%가량 줄어들었다는 게 하차장 상인들의 주장이다.
관리비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기존 상인들에게는 관리비를 더 부과하고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직원 출신 상인은 그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을 청구하고 있다는 것. <일요시사>가 입수한 하차장 지하1층 상가 관리비 납부 영수증을 보면 기존 상인인 김모씨가 운영하는 점포 30-0192의 관리비는 26만1990원이다.
세부 내역은 전기 7만3246원(전용 6만1517원, 공용 1만1729원), 냉난방비 12만4584원, 위생처리비 3만3103원, 운영비 0원, 기타1 0원, 기타2 5418원, 기타3 0원, 상수도 1만4240원(전용 0원, 공용 1만4240원), 하수도 1만1399원(전용 0원, 공용 1만1399원) 등이다. 기타 항목에 대한 설명은 없다.
반면 기존 상인들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직원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이모씨가 운영하는 점포의 같은 기간 관리비는 약 7.5%에 불과하다. 점포번호 30-5080의 관리비는 1만9696원이다. 세부 내역은 전기 3196원(공용), 냉난방비 0원, 위생처리비 9020원, 운영비 0원, 기타1 0원, 기타2 494원, 기타3 0원, 상수도 3880원(전용 0원, 공용 3880원), 하수도 3106원(전용 0원, 공용 3106원) 등이다. 이씨의 점포 면적은 김씨 점포 면적보다 약 2평가량 크다.
성정애 ㈜매스펄 대표와 민재희 상인회 총무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상가 운영 자체를 방해하면서 어쩔 수 없이 상인들이 백기를 들도록 내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개선했을 뿐"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난방의 경우, 사측에서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비용 문제 때문"이라며 "상인이든, 승객이든, 버스 기사든 사용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구역별로 난방을 가동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승차홈 이동과 관련해서 이 관계자는 "기존 승차홈이 구간 별로 섞여 있어 승객들의 불편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해 신관은 경기·영동권으로, 본관은 충청·경상·전라권으로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리비는 구역, 면적 등에 따라 부과 기준이 다를 뿐 특정 상인에게 특혜를 준다거나 차별을 주는 행위는 절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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