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걸의 영화로 본 세상> ⑫워쇼스키 남매 각본의 <브이 포 벤데타>

“정의를 위해 싸워라”

전창걸 영화칼럼니스트 = 개그맨, 영화인, 영화평론가 등 다양한 옷을 입고 한국 대중문화계를 맛깔나게 했던 전창걸이 돌아왔다. 한동안 대중 곁을 떠나 있었던 그가 <일요시사>의 새 코너 ‘전창걸의 영화로 본 세상’의 영화칼럼니스트로 대중 앞에 돌아온 것이다. 아직도 회자되는 MBC <출발! 비디오여행>의 ‘영화 대 영화’ 코너에서 전창걸식 유머와 속사포 말투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이번에는 말이 아닌 글로써 영화로 보는 세상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 열두 번째 이야기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다.

날이 춥다. 12월1일, 거센 눈보라가 도시를 감싸며 가을 흔적마저 사라졌다. 검회색 아스팔트 바닥에 벤 낙엽들 위로 겨울바람이 매서운 순찰 중이다. 계절이 바뀌는 아픔 따위는 청춘의 몫이겠지 했지만 이별에 익숙하지 못한 가슴은 해가 지날수록 쉬이 허물어지고 있다.

노루가 말?

유투브를 뒤적이다 카펜터스의 음악을 발견하고 듣는다. “Yesterday Once More” “내 모든 기억들이 다시 선명하게 돌아와 예전처럼 날 울게 할 것만 같아… 그 시절로 다시 한 번 돌아갈 수 있다면….” 학창시절 어른인 척 음악다방에서 쪽지에 리퀘스트 적으며 듣던 음악.

유리박스 안 낮고 굵직한 보이스를 가진 디스크자키(DJ)의 “3번 테이블 박 사장님 전화 오셨습니다”란 멘트가 부럽고 멋있었던 시절, 친구들과의 그룹 사운드 합주, 연극반 늦은 연습과 연극제 공연, 검은 교복과눌린 모자에 국방색 책가방… 하얀 칼라에 새침한 한 학년 선배와의 손 시린 데이트 등 카펜터스의 노래를 듣자니 참 여러 추억이 솟아오른다.

어른이라서 이제 그런 막연하고 좋은 감정이 사라진 건지, 세상이 변해서 그런 건지, 세상은 원래 그랬는데 늦게 알게 된 건지, 내가 알게 된 것 마저 잘못 가고 있는 선택인지, 정해진 것인지, 길 벽을 뚫고 다른 길이 있는지 여태 흔들린다.


쉰 쯤 됐으면 누가 노루 한 마리를 끌고 와서 말이라고 해도 “아 그 말 참 예쁘다” 해야 맞는 건지 “×까 ×베이비야. 노루는 노루지 개××노마” 하면서 두들겨 패고 쫓아내야 하는지 흔들린다는 얘기다.

분명 기초교육은 ‘정직하고 속이지 말라’ ‘남을 위해 좋은 일하고 살아라’라고 가르쳐 놓고 정작 큰 사건, 국가적인 중대사 앞에서 거의 모든 것이 ‘노루를 말이라고 확신’시키고 인정한 채 넘어가니 하는 얘기다.

속임수 한 점 없을 맑은 아이시절 권력과 신뢰를 한 몸에 받은 선생님이 가르쳐 준 교훈은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다. 더욱이 착하게 살라하고 속이지 말라하니 그 착한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씀을 얼마나 소중하게 간직하겠는가.

하물며 애국심은 어떠한가. 뭐도 모르는 시절 태극기 앞에서 맹세도 하고 애국가도 거의 매일 부르며 국가에 대한 사랑을 심어놓고 국가가 노루를 말이라 우기고 있지 않은가. MB정부에서 지금까지 국민을 위한다는 대선공약은 공갈빵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공약 어디 갔냐?’고 물으면 오히려 묻는 사람을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9급 공무원도 아닌 사람이 국가요직들을 한 달에 두 번 사석에서 만나며 국정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기사가 그간 정부에 우호적이던 신문사에서 나가자 그에 대한 정부와 집권당의 반응이 가관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보 제공자를 처벌하겠다’며 엄포를 하고 유언비어란다. 정윤회와 십상시를 조사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인터뷰(조선일보)가 정보의 60% 이상이 진실이라고 인터뷰까지 한 마당에 찌라시 운운하는 건 모순의 극치이며, 정보누설을 추궁하는 건 정윤회 사설국정운영팀의 비호 아니겠는가? 도대체 투명한 게 한 톨 없는 정부의 모습이다.

‘부정’은 공고 ‘정의’는 시들 사회분위기
정의투쟁 동참하는 가면 주인공은 당신

4·16 세월호 대참사 당시 가장 중요한 대응시간에 등장하는 정윤회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이기에 정부와 여당이 쌍수 들고 비호를 하는지 끝까지 파고 들어야할 문제다. 국가에 법이 있을진대 국정농단의 주역들을 법으로 추국하고 법에 의한 시스템으로 국가가 운영되어야 하지 않는가? (이런 얘기를 하면 ‘노루를 노루라 했다’는 종으로 구분돼서 힘들어지는 세상이지만, 나는 이번 사태가 MB에게는 또 행운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자방 비리 국정조사 분위기가 어느 정도 익을 즈음이었다. 무슨 타이밍이 이리도 기가 막히는지 사자방 비리는 신문기사에서 꼬리를 찾을 수 없다. 이 사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허탈하다.

청와대 문건을 검찰수사에 넘겼다하는데 결과야 불 보듯 뻔한 거 아닌가. 정도와 강직을 모태로 한 법관들을 좌천시키고 파문하여 남겨진 팀들에게 수사를 맡겨봐야 ‘노루가 말’이 되는 결과가 뻔한 ‘법세탁’ 절차가 이뤄진 뿐이다.

얼마 전 우린 잘못된 진단과 치료로 소중한 사람이 목숨을 잃는 과정을 지켜봤다. 보험료를 더 타내려고 허락 없이 신체 장기를 떼어내 버리는 의사를 목격했다. 국가를 한 몸으로 보고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국민에게 허락받은 의사로 비유했을 때 우린 얼마나 위험한 의료진 앞에 마취된 채 누워 있단 말인가?

허가받지 않은 의사들이 의식 잃은 내 앞에 메스를 들고 제 멋대로 칼부림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가만있으면 이것저것 다 들어내고 거덜이 나 죽을 판이다. 에이 뭐 이러다가 좋은 시절도 오겠지? 웃기는 소리다. 

야당의원들이 목숨 걸고 국민을 위해 투쟁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처럼 야당 타이틀 달고 여당을 지지하는 의원이 많은 시절이 아니었다. <나는 꼼수다>가 1000만 청취를 쉽게 이루던 시절이 있었다.

부정한 권력을 향한 통쾌한 도전과 시원한 풍자가 사람들의 위안과 용기가 되던 시절, 제도권 언론의 등이 90도 기울어 시선이 땅바닥을 훑던 시절, ‘쫄지 마!’ 하고 방송 말미에 가슴에 한을 잠시나마 흩어주던 시절이 있었다.

노루를 노루라 자신 있게 말하고 청취하고 즐겁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적절해져버린 팟캐스트를 진행하던 이들이 용맹하던 시절이 있었다. 부정은 공고해져만 가는데 정의는 점점 시들해지는 듯한 이 분위기는 뭘까?

‘정의’를 위한 투쟁

노루가 말로 보였으면 하는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응원해야겠다. 워쇼스키 남매 각본, 제임스 멕티그 감독의 <브이 포 벤데타>를 추천한다. 기운 불어넣어주는 영화다. 가슴에 남은 지워지지 않는 정의의 이름으로 투쟁에 동참하는 가이 포크스 가면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다.

 

<www.전창걸.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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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