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올란도’ 택시기사의 작심 토로

“GM 차 산다고? 말리고 싶다!”

[일요시사 경제2팀] 강경식 기자 = “GM차 절대 사지마세요.”
 
지난해 6월 전 쉐보레 올란도 차종의 택시모델을 구입했던 신모씨(65세)의 일갈이다. 차도 엉터리고, 서비스센터도 못 믿겠다는 것. 무엇보다 차량 결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소비자에게 거짓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만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차 한 대 잘못 뽑은 이유로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는 신씨의 사연을 취재했다.

 
대구에서 25년째 택시영업을 해 온 신씨가 쉐보레 올란도의 택시 모델을 구입하기로 결심한 것은 아주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다. 앞으로 점차 관광객 수요가 늘면 아무래도 화물공간이 넉넉한 차량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이상 없다던 
데이터 허위
 
평소 점심 값 몇천 원도 아까워하던 신씨가 새 차를 장만하자 주변 택시기사들은 “대구 돈 다 벌려나보다”면서 올란도 택시 모델에 큰 관심을 보였다.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에 어깨가 으쓱해 진 것도 잠시. 인도받은 올란도는 며칠도 안 돼서 문제를 일으켰다. 엑셀을 밟고 있으면 심하게 차가 울컥거렸고 주행 중에도 급작스럽게 감속이 생기는 현상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발생한 것이다. 
 

“아, 택시는 운전자만 타는 게 아니잖아요. 하루에도 수십 명 씩 손님을 태우는데 새 차가 갑작스레 울컥거리거나 감속되는 현상이 생기면 말이 안 되죠. 사고 날뻔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차량에 이상이 있음을 인지한 신씨는 즉각 대구의 대천동 쉐보레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무슨 이유로 새 차에 이런 일이 생기는 지도 알아야겠고, 한시바삐 수리를 해서 택시영업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쉐보레 남대구서비스센터의 대답은 황당했다. 처음에는 “결함을 찾을 수 없다. 여기 능력으론 한계가 있다”는 식으로 대답하더니 나중에는 “본사 눈치를 봐야한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차량에 생긴 이상에 대해 서비스센터도 모른다고 하니 결국 신씨는 울컥거리는 차를 몰고 인천에 있는 본사 사업소를 찾았다. 
 
지난해 6월 택시 모델 구입해 운행
주행 중 급감속 현상 수차례 발생
 
다행히 인천에서는 차량의 이상현상에 대한 원인을 밝혀냈다. 검사결과 신씨가 인도받은 차량은 엔진과 변속기 부분에 문제가 있었다. 엔진오일도 새고 그로 인해 엔진압력도 정상적인 수준을 벗어낫다. 변속기 부분도 마찬가지. 변속기 오일이 새는 것도 새는 것이지만 변속기 자체에도 결함이 있었다. 
 
차량에 대한 결함과 원인이 밝혀지자 신씨는 본사에 “어떻게 새 차에 이런 결함들이 생길 수 있느냐”며 항의를 했다. 택시차량을 운행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영업 손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쉐보레 측은 문제가 있는 엔진과 여타 부품의 교환해 주는 것으로 신씨를 달랬다. 신씨 역시 본사가 차량에 대한 결함을 인정하고 부품을 교환해주는 것을 보고 화를 삭였다. 영업을 못해 생긴 손실 몇 푼 보상받는 것보다 한시바삐 차를 고쳐서 택시영업을 재개하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교환된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면 이 문제는 더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엔진과 핵심 부품을 교체하고도 차량의 결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시동을 걸 때마다 심한 소음이 생겼고, 주행 중에는 차량 밑바닥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 때문에 손님들이 불안해했다. 갑자기 RPM이 치솟기도 하고 액셀을 밟는데도 속력이 떨어지는 이상 현상도 나타났다. “운전 좀 제대로 하라”며 역정 내는 손님도 한 둘이 아니었다. 택시 모는 25년 동안 그렇게 진땀 나는 날들이 없었다는 것. 
 
결국 신씨는 사고의 위험이 사라지지 않고서는 더 이상 운행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차를 서비스센터 주차장에 세웠다. 그리고 다시 쉐보레 본사에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신씨의 요청에 대해 쉐보레는 즉각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았다. 차일피일 시간을 보낸 것이다. 문제는 쉐보레가 차량을 교환해주거나 부품교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신씨 일가의 생활고였다. 
 
서비스 센터 “원인 모른다”
거짓데이터 제공 고객 기만
 
택시영업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는 신씨 일가는 수입은 없으면서 지출은 줄지 않는 악순환에 빠졌다. 대학생인 두 아이 학비와 네 식구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은행에 추가 대출을 신청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지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돈을 빌려 살림을 꾸렸다.
 
그러길 두 달여. 쉐보레 본사사업소는 8월17일 신씨에게 “남대구 서비스센터에서 차량 엔진에 대한 정밀검사를 시행하겠다”며 협조를 요청해왔다. 차량에 정밀 데이터 취집장치를 부착해서 3일간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결함의 원인을 찾자는 것이다. 
 
신씨가 본사의 제안에 동의하자 8월18일부터 3일간의 정밀검사가 시행됐고 마침내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그 데이터 결과가 이상했다. 쉐보레 측이 제시한 데이터의 각종 수치와 그래프는 신씨의 차량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나타내고 있었던 것.

팔면 그만?
결함 그대로
 
자신이 체감하던 것과는 사뭇 상반되는 결과를 받은 신씨는 남대구서비스센터에 출력 데이터에 대한 부연 설명을 요구했다. 전문용어와 각종 그래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신씨의 요구에 응하는 담당직원의 태도가 납득하기 어려웠다. 검사를 수행한 직원 이모씨는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데이터는 차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나왔다”면서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정밀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쉐보레 측의 주장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던 신씨는 다시 인천 본사사업소에 찾아가서 “일전에 엔진과 여타 부품을 교환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다시 한번 엔진을 점검해달라는 요구도 덧붙였음은 물론이다.    
 
 

이에 인천 사업소는 다시 신씨 차량의 엔진을 재검사했고, 그 결과 변속기 결함과 엔진 결함, 냉각수누유 등의 이상요소를 발견했다. ‘아무 이상이 없다’던 남대구 서비스센터의 의견과는 달리 본사사업소 검사에서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것이다. 
 
차량 결함이 인정됨에 따라 인천 사업소는 9월에 신씨 차량의 엔진을 다시 교체했다. 엔진이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한다면 신씨의 차량은 출시 직후 불과 3개월 만에 두 차례나 대규모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두 차례의 엔진교환과 부품교환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차량을 운행 할 때마다 심한 진동과 소음, 주행 중 차가 울컥거리는 현상도 여전했다. 불만에 찬 손님들의 볼멘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 또다시 차를 세워두고 택시영업을 중단해야 했던 신씨는 쉐보레측에 근본적인 대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더 이상 엔진이나 부품교환 같은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돼지 않으니 차량을 교환해주던가 환불을 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그러나 쉐보레 측은 신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자체규정상 더 이상의 조치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쉐보레 측이 신씨의 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신씨는 1인 시위에 돌입했다. 택시 운전대를 놓고 항의에 나선 지가 11월20일 현재 16일 째, 보름이 넘었다. 신씨는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과 진심어린 사과를 받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택시영업을 하지 못함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피로가 누적되고 있지만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이다. 
 
“차 한 대 잘못 뽑았다가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차량의 결함을 회사가 책임져야지 왜 소비자가 피해를 봐야합니까. 정말 GM차 산다는 사람 있으면 도시락 싸서 따라 다녀서라도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브랜드 믿고 샀는데…

생업 접고 항의 시위
 
신씨는 그 간의 과정에서 참았던 울분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보상이 목적이 아니라 정상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을 원한 게 무슨 잘못이냐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두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하나는 남대구 서비스센터에서 제공한 정밀검사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것. 차량에 대한 정밀검사를 한 시점은 8월 18일 인데 서비스 센터 담당직원이 출력해 준 데이터의 일시는 7월11일이라는 것이다.
 
다른 차량의 데이터를 마치 신씨의 차량 데이터인 것처럼 속여서 보여준 것은 쉐보레가 원인규명을 요구하는 고객을 기만한 증거라는 주장이다. 대구로 내려가 당시 검사를 담당했던 이씨를 만나 취재해본 결과 신씨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당시 검사를 진행했던 이모씨는 “신씨에게 다른 차량의 데이터를 출력해준 사실이 맞다”라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본사는 이 같은 허위 데이터로 고객을 기만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이에 대해 쉐보레 본사는 마땅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씨 차량에 대한 실제 데이터를 보여 달라는 요구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신씨가 제기하는 두 번째 의혹은 교체된 엔진에 대한 부분이다. 인천 본사에서 이뤄진 두 번째 교체에 사용된 엔진이 중고재생품인 것 같다는 게 신씨의 주장이다. 
 
“엔진을 장착하기 전에 검사를 마쳤다는 도장을 확인시켜 줬는데, 수리하는 직원 손이 도장 위를 스치자 도장이 지워졌습니다. 새 엔진이 아니라 인천사업소에서 보유하고 있던 중고엔진에 자체적으로 ‘검정’ 도장을 찍은 것 같았습니다. 제품 포장 상태도 이상했고 엔진에 흠집도 보였습니다.”
 
중고 엔진 교체 의혹에 대해 쉐보레 측은 “해당 엔진은 절대 중고 재생품이 아니다. 분명 새 엔진으로 교환됐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워지는 ‘검정’ 도장과 외관상의 흠집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교체한 엔진
중고재생품?
 
향후 신씨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지에 대해서도 함구 상태다. 취재 초기 “적절한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피력하더니 차량 결함이나 허위 데이터 제공, 중고 엔진 교체 의혹 등을 파고들자 접촉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자세한 정황 파악을 위해 며칠만 시간을 달라”며 시간을 벌더니 점차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차를 팔 때는 그토록 친절하게 굴더니 차만 팔면 자체규정 앞세워 안면 바꾸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의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추위에 발 구르는 손님들 태우고 다녀야 할 택시기사가 찬바람 맞아가며 하소연하는 모습이 GM사 관계자들에게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liebend@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OS 없는 스파크, 왜?
 
끊임없이 이어지는 급발진 사고를 막기 위해 각 완성차 회사들은 브레이킹 오버라이드 시스템(Brake Override System. 이하 BOS)을 차마다 장착하고 있다. BOS는 급발진 현상이 발생했을 때 액셀러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게 되면 브레이크의 신호를 우선시해 차량의 주행능력을 상실시켜 탑승자의 안전을 보호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다.
 
이에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도 지난 2010년부터 장착을 의무화 하고 있고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2011년부터 전 차종에,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2000년부터 출시된 모든 차량에 각각 장착하고 있다.
 
한국GM도 마찬가지로 지난 2011년부터 대부분의 차량에 BOS를 장착했다. 그러나 스파크에는 지난 2013년까지도 장착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중고시장에서 유통 중인 스파크 모델에서는 BOS가 장착되지 않은 차량이 대부분 유통 중이다.
 
문제는 스파크 차량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데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급발진으로 인한 자동차사고를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블랙박스에 담긴 급발진의심사고의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스파크는 BOS를 제외하더라도 안전 사양이 부족하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중인 스파크의 경우 기본 옵션으로 10개의 에어백이 장착돼 있다. 그러나 국내 시판중인 스파크에는 기본 옵션으로 4개의 에어백만장착돼 있다. 가벼운 차체와 부족한 에어백, 급발진 제동장치마저 빠져있는 스파크, 강심장이나 목숨이 아깝지 않은 사람만 이용할 차량으로 보인다.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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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