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박정희 우상화 예산 논란

국민 위한 공약이행보다 아버지 기념사업이 우선?

[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 관련 내년 예산이 403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예산을 포함해 최근 7년간 동 사업에 책정된 예산은 무려 1356억원에 이른다. 앞서 2011년 국비 208억원을 들여 박 전 대통령을 위한 기념도서관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사업에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부었고, 앞으로도 쏟아 붓는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부족한 국가재정을 이유로 복지공약을 줄줄이 후퇴 및 파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독 아버지를 위한 예산은 아끼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과(功過)에 논란이 있는 인물이다.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재임기간 산업발전을 이뤄 경제부국으로 도약한 점을 ‘공’으로 내세워 높이 평가한다. 반면 쿠데타를 통한 장기집권과 그 기간 이뤄진 인권탄압이라는 ‘과’를 강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 집권을 전후해 ‘박정희 기념사업’ 예산은 대폭 증가했다. 박근혜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박정희 우상화’ 작업이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지자체
박정희 예산↑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정부와 지자체의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 예산을 취합한 결과 내년 편성예산을 포함한 최근 7년간 예산이 1356억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까지만 해도 매년 25억원 안팎의 예산이 책정됐으나, 박 대통령 집권을 전후해 매년 150억원 안팎으로 예산이 급증한 탓이다. 특히 내년 예산(403억원)은 올해(134억원)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급증한 ‘박정희 예산’ 대부분은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시에 집중됐다.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사업 379억6000만원(국비 58억8000만원, 도비 27억9000만원, 시비 295억9000만원) ▲대한민국 정수대전 3억4000만원(도비 1억3000만원, 시비 2억1000만원) ▲민족중흥관 1억4300만원(시비) ▲박정희 탄신제 7100만원(시비) ▲박정희 추모제 1600만원(시비) 등 385억원 가량의 예산이 구미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박 전 대통령의 전역기념비가 있는 강원도 철원군에 위치한 군탄공원 확장 및 정비에 18억700만원(국비 9억1600만원, 지방비 8억9100만원)이 책정됐다. 2013~2015년 진행되는 군탄공원 사업은 총 40억원이 투입되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27억원이 국비로 충당될 예정이다.


박근혜정부 '박정희 예산' 대폭 증가
내년 403억원, 최근 7년간 1356억원

이들 예산은 대부분 박 전 대통령을 우상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대표적인 예로 대한민국 정수대전은 박 전 대통령의 사상과 철학을 선양하고, 그 정신을 예술로 승화시켜 역량 있는 신예작가의 창작의욕을 고치시킨다는 취지로 열리는 사실상의 ‘박정희 찬양 행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7년간 이 행사에는 19억6000만원(도비 6억9000만원, 시비 12억70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미 투입된 예산도 적지 않다. 2008~2013년 진행된 구미 박정희 생가 공원화사업에는 286억원(도비 25억원, 시비 261억원), 2011~2012년 박 전 대통령이 경북 문경 서부심상소학교(현 문경초교) 교사로 있던 시절에 살던 초가 하숙집인 ‘청운각’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에는 17억원, 2009~2013년 경북 청도군 새마을운동시범단지 가꾸기 사업에는 95억원, 2011~2013년 경북 포항시 새마을운동 체험공원 조성 사업에는 4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
 

특히 박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구미 상모동 일대에는 ‘생가 공원화’ ‘민족중흥관 건립’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사업’이 연이어 추진돼 아예 그를 성역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이 세 가지 사업에 투입된 총 예산만 무려 1239억원 이르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예산이 만만찮다 보니 구미시에서는 문화예술담당관실 내에 박정희기념사업 담당부서를 별도로 만들어 5명의 공무원이 기념사업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복지공약
후퇴·파기

하지만 정작 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대표적 복지공약이었던 누리과정(3~5세 아동 보육비 지원 사업), 초등돌봄교실, 고교무상교육 관련 내년 예산은 ‘0’원이다. 박 대통령의 “2014년에는 실질적 대학등록금 반값 정책을 완성하겠다”는 약속은 사실상 폐기됐다. 심지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무상급식은 ‘대통령 공약이 아니라’라며 지키지 않겠다고 한다. 부족한 국가재정을 이유로 복지공약이 줄줄이 후퇴 혹은 파기된 셈이다. 

박 대통령이 공약이행보다 아버지를 우상화하는 예산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자체의 ‘박정희 예산’ 관련 요구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분석에 힘이 실리게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바꿔야 한다’ ‘김천역을 박정희역으로 바꿔야 한다’ ‘박정희는 반인반신이다’ 등 우상화를 넘어선 신격화 주장까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는 북한의 ‘김일성 신격화’와도 별반 다르지 않은 행태다. 


기념도서관 있는데도 혈세 추가 투입
누리과정·초등돌봄교실 공약예산은 '0'원

지금도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지난 4일 대구 수성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서 “박정희는 경제발전을 원하는 세계 모든 국가가 배우고 싶어하는 지도자로 최고의 한류스타”라며 “박정희를 배우려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찾는 만큼 광화문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고 박정희 정신의 핵심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관광 상품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이 마르도록 찬양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공과 논란 외에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인물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40년 만주군관학교에 입교하고 2년 뒤 일본 육사 본과 3학년으로 편입해 1944년에는 일본군 육군 소위로 임관한 일본군 장교 출신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등재돼 있다. 농민문학가로 유명한 이무영씨를 기리기 위한 충북 음성군의 이무영 기념사업이 그의 친일인명사전 등재 후 지원이 중단된 점은 박 전 대통령의 사례와 대조를 이룬다.

육영수 예산도
수십억원 투입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 생가 복원사업에도 수십억의 혈세가 투입됐다. 충북 옥천군은 지난 2005년부터 총사업비 33억원 가량을 투입해 육 여사 생가 복원사업을 추진해 2011년 완공했다. 완공 이후에는 육 여사 생가의 운영·관리비와 시설비로 매년 1억원 안팎의 예산을 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민희 의원은 “이미 서울 상암동에 국비 208억원을 지원해 2011년 완공한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이 있는데도 대규모 기념사업이 끊이지 않고, 1,350여억원의 혈세가 또 다시 투입된 것은 지나치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carpediem@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