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허주렬 기자 = 사학분규가 발생했을 때 사학의 정상화를 추진하는 사분위(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오히려 사학분규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사실로 드러났다. 전·현직 사분위원들이 비리혐의로 물러난 구 재단 측의 사학 복귀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심판을 보다가 선수를 변호하고, 선수를 변호하다 심판이 되는 기막힌 일이 사분위에서는 비일비재했다.
2007년 12월 교육부장관 소속으로 출범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는 분쟁사학에 임시이사를 파견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한 대학이 정상화하는 과정을 심의하는 사학 관련 핵심기구다. 사분위원은 대통령 추천 3인, 국회의장 추천 3인, 대법원장 추천 5인의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4기 사분위 체제가 출범한 가운데, 총 44명의 전·현직 사분위원 중 15명(34%)은 재임 당시 변호사였다.
변호사 중용
문제는 변호사 출신 전·현직 사분위원이 소속된 로펌들이 학내 분쟁으로 임시이사가 선임됐다가 ‘정상화’된 대학의 구 재단 측 소송을 수임하거나, 소속 로펌 변호사들이 구 재단 추천 정이사로 선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심판을 보던 사분위원이 사학 측 선수로 뛰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의원실이 ‘2010년 이후 사립대 이사 선임 및 취소, 임시이사 관련 행정소송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러한 사분위의 막장 운영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1기 사분위원이었던(2007.12.27~2009.12.26) 법무법인 화우 소속 박영립 변호사는 임기 중 보문학원(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임시이사 파견을 의결했다. 그런데 2010년 5월 구 재단 측이 임시이사선임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자, 화우가 구 재단 측의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2기 사분위원이었던(2009.2.4~2011.2.3) 고영주 변호사의 경우에는 현재 분쟁이 진행 중인 김포대학의 대법원 소송을 직접 맡고 있다. 이 대학은 현재 설립자 측 추천 정이사인 전운학씨가 지난해 4월 이사선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진행 중인데, 1·2심은 고 변호사와 같은 법무법인(케이씨엘)의 홍모 변호사가 담당했으나, 3심은 고 변호사가 직접 소송을 맡았다.
김포대학 설립자 측이 이사회를 열지 않고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 부정하게 임원·학장을 임명한 사실이 드러나 사분위가 임시이사를 파견했지만, 사분위원이었던 고 변호사가 설립자 측 변호를 직접 맡는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심지어 고 변호사가 사분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설립자 측의 독단적 학교 운영과 학교회계 불법 사용으로 분규가 지속돼 사분위의 정상화 작업이 추진됐던 영광학원(대구대)에는 케이씨엘 소속 함모 변호사가 설립자 측 추천 정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전·현직 소속 법무법인, 구재단 측 소송 수임
일부 법무법인 변호사, 구재단 측 참여하기도
3기 사분위원장(2011.4.19~2013.4.18)이었던 오세빈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동인은 현재 동덕여대 구 재단 측이 제기한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동덕여대는 구 재단 측이 결원 임원 미보충, 총장 미선임, 정관 변경 미이행으로 인한 학사행정 차질 초래 등으로 임시이사가 파견됐었다. 그러나 오 변호사 임기 중 정상화되면서 아예 같은 법무법인의 신모 변호사가 구 재단 측 추천 정이사(이사장)로 선임되기도 했다.
4기 사분위원인 이재교 변호사의 경우에는 현재 서원학원(서원대) 구 재단 이사장이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맡고 있다. 특히 이 변호사는 2010년 서원학원 구 재단 측이 교과부장관을 상대로 낸 ‘부작위위법확인’ 사건 담당변호사로도 활동했다.
구 재단 측 소송을 수임했던 변호사가 사분위원으로 선임된 데다가 현직 사분위원이 교육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사분위가 임시이사 파견대학의 ‘정상화’를 명분으로 부정·비리로 물러난 구 재단 측 인사들을 대거 복귀시키는 등 오히려 사학분쟁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가운데, 사분위원들이 구 재단 측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사실이 상당부분 드러난 것이다.
구 재단 복귀 조력자
유은혜 의원은 “사분위는 그동안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때마다 준사법적 기관임을 내세웠고, 사분위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불성실하게 응했다”며 “사분위가 구 재단 복귀에 조력자 구실을 해 온 것이 드러난 이상 사분위를 더는 존치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또 “교육부장관 소속기구에 불과한 사분위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몰린 결과”라며 “사분위가 예전처럼 다시 자문기구의 성격을 갖고 관할청의 책임 있는 행정에 따라 사학 관련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은 2012년 사분위를 자문기구 수준으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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