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시한폭탄 S게이트 막전막후

‘잔인한 10월’ 숨만 크게 쉬어도 터진다

[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폭풍전야다. 정재계에 전보다 심상찮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는 쪽은 한 중견 건설회사. 검풍이 이 회사를 덮쳤는데, 그 방향이 대기업과 정치권으로 틀어지면서 대형사건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 안팎에선 ‘S 게이트’라 불린다. 곧 정국을 뒤집을 만한 ‘큰 건’이 터질 조짐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차례로 손본 검찰은 이후 한동안 ‘관피아(관료+마피아)’에 올인했다. 검찰 중심인 서울중앙지검, 그중에서도 핵심 조직인 특수부는 ‘철피아(철도+마피아)’ ‘교피아(교육+마피아)’ ‘통피아(통신+마피아)’등에 매달렸다.

폭풍전야 예고
정국 뇌관 부상?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사실상 일단락된 관피아 수사는 정치권을 겨냥했지만 반타작도 하지 못했다. 비리 의혹이 있는 현역의원 가운데 절반가량만 구속, ‘반쪽짜리’수사에 그쳤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자존심이 상한 특수부는 지난 추석 전후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예리하게 갈린 칼날을 빼들었다. 그 첫 타깃이 바로 S건설이다. 처음 검찰 안팎에선 다소 의아한 시선이 적지 않았지만, 수사 가닥이 잡히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검찰은 S건설을 먼저 들여다보고, 여기서 몸통을 추려내는 역추적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S건설의 비자금 조성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비자금 규모는 수백억원대로 의심하고 있다. 수사 대상엔 S건설 오너와 임원진이 올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S건설은 실체가 모호한 회사를 내세워 부동산개발 사업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S건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심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S건설은 결국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기로 했다. 자사가 보유한 경기도 부지의 개발 명목으로 금융권에서 3000억원을 차입했다. 검찰은 이 과정을 모두 사기로 보고 있다.
 
S건설은 아파트 신축 사업을 내밀었는데, PF 대출을 받기 위해선 시행사가 필요했다. S건설은 자본금 5000만원을 들여 페이퍼컴퍼니, 즉 유령회사인 A사를 급조해 부지를 1500억원에 거래한 계약서를 만들었다. S건설은 A사로부터 PF 대출금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검 S건설 수백억 비자금 추적
정치권 수사 확대…로비 수사
 
2008년 6월 설립된 A사는 이듬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지금은 실체가 없어졌다. 매년 매출액이 ‘0원’이었다. 검찰이 A사를 S건설이 PF 대출과 비자금 조성을 위해 만든 유령회사로 판단하는 이유다. A사가 시행사 역할을 맡아 S건설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것처럼 위장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A사는 저축은행 등에서 PF 대출을 받아 계약금으로 150억원을 S건설에 지급했다. 이 돈은 손실로 처리돼 행방이 묘연하다. 당시 A사는 어음으로 발급했는데, S건설 오너가 사채업자에 넘겨 140억원을 현금화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S건설의 대출 사기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검찰은 타깃을 정재계 쪽으로 틀어 사건을 키울 복안이다. 그 대상엔 대기업 총수와 거물급 정치권 인사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그래서 법조계에선 ‘게이트’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온다.
 
S건설이 A사를 내세워 금융권에서 PF 대출을 받을 때 모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신용 보증을 섰다. 대기업만 믿고 돈을 내줬다는 게 금융사들의 이구동성. 검찰은 두 기업 간 모종의 거래를 의심하고 있다. A사가 대출 자격이 없는 유령회사인 것을 모를 리 없어서다.

유령회사 내세워
대출 사기 혐의
 
보증서에 ‘도장’을 찍어준 배경에 양사의 오너 간 친분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S건설 회장과 대기업 회장은 동향 출신으로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검찰은 S건설 회장이 대기업 회장을 끌어들여 사기 공모 후 수수료 조로 비자금 일부를 떼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은 신용 보증도 모자라 200억원대 자금까지 빌려줬다.
 
검찰 관계자는 “S건설과 A사가 맺은 토지매매 계약 자체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대기업이 낀 이유가 수사 핵심이 될 수 있다. 현재 양측의 사기 공모 여부를 캐고 있다”고 귀띔했다.
 
검찰의 S건설 수사는 정치권으로도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S건설이 비자금을 조성해 정치권에 뿌렸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PF 대출을 받기 위한 로비용으로다. 사라진 140억원이 로비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벌써부터 굵직한 인사들의 이름이 ‘살생부’에 오르내리고 있다. P씨, S씨, K씨 등 여야 거물급 의원들과 고위 관료들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S건설의 주 활동무대인 경기 지역 정관계는 혹시나 불똥이 튈까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사라진 140억원 어디로?
여야 거물급 의원 거론
 
업계 한 인사는 “S건설은 정관계 인사, 법조인 등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골프접대, 술접대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안다”며 “사업 추진 차원의 전방위 로비에도 적잖은 자금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엔 S건설이 검찰 내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역시 비자금 의혹이었다. 오너가 친인척을 자금 라인에 앉히고, 아파트 분양대금을 수령하면서 일부를 장부상 미수금 처리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미수금 규모는 매년 1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 의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이번 특수부 수사와 맞물려 다시 회자되고 있다. 두 사건의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S건설은 과거에도 로비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처음 검찰과 악연을 맺은 것은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대선자금 수사 때다.
 
S건설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잘나갔던 거물 정치인 J씨와 K씨 등에게 수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S건설 회장은 이 돈이 공사대금으로 지출된 것처럼 회사 회계 서류를 작성할 것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4년 뒤인 2007년에도 검풍이 들이닥쳤다. 수원지검 특수부는 S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골프장 건설 인허가 추진 과정에서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정관계 인사들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S건설 대표가 구속됐다. 대표는 법인자금 수십억원을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S건설은 협력사들을 동원해 유력 정치인 K씨에게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전에도 검은돈
오너는 감옥행
 

S건설 측은 비자금 수사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검찰 수사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법무팀에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임원 소환이나 압수수색 등이 없었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일요시사>는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반론 등을 듣기 위해 S건설 법무팀에 공식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역대 ‘게이트’ 사건
 
권력형 비리를 일컫는 ‘게이트’사건엔 항상 문제 인물의 이름이 달렸다. DJ 정권 내내 나라를 뒤흔들었던 ‘정현준 게이트(2000년)’ ‘진승현 게이트(2000년)’ ‘이용호 게이트(2001년)’ ‘윤태식 게이트(2001년)’ ‘최규선 게이트(2002년)’ 등 이른바 5대 게이트가 대표적이다. 이들 사건엔 청와대와 정치권은 물론 국정원, 검찰 등이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정권의 몰락을 재촉했다.
 
2005년 ‘김재록 게이트’가 터졌다. 금융계 마당발로 통한 김씨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로부터 로비를 받아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건이다. 같은해 ‘윤상림 게이트’가 터지기도 했다. 고졸 출신의 브로커인 윤씨가 검찰과 군은 물론 정치권의 친분을 과시하며 각종 사기, 공갈, 알선수재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었다.
 
2007년엔 ‘정윤재·김흥주 게이트’가 열렸다. ‘정윤재 게이트’는 전 청와대 비서관인 정씨가 국세청, 건설업자 등과 얽혀 벌인 세무비리 무마 사건. ‘김흥주 게이트’는 전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이던 김씨가 정치권 등 각계에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건이다. 2009년의 경우 ‘박연차 게이트’로 떠들썩했다. 박씨가 참여정부 시절 수많은 정관계 인사들에게 수십억 원의 금품을 건네고 수백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사건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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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