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나타난 김우중 노림수

칼 갈던 킴기즈칸 “반격 시작됐다”

[일요시사 경제1팀] 김성수 기자 = '킴기즈칸'(김우중+칭기즈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5년 만에 입을 열었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 특정 세력이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80세가 다 된 노구는 억울하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는 왜 이제 와서, 하필이면 지금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일까. 그 노림수가 될 만한 가능성을 하나하나 짚어봤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우특별포럼이 열렸다. 예정대로 참석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단상에 섰다. 그리고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김 전 회장의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후속 격인 김 전 회장의 대화록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발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다른 의도 없다"]
[ 명예회복 차원? ]

김 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대우그룹 해체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제기하면서 특정 세력이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시간이 충분히 지났으니 적어도 잘못된 사실은 바로 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연 대우 해체가 합당했는지 명확히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간의 관심은 김 전 회장의 의도에 쏠리고 있다. 1999년 대우그룹이 공중분해 되고 15년 만에 입을 연 진짜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특정 인사들의 반발이 심할 게 불 보듯 뻔한데도 세상에 나와 폭로한 속사정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입을 여는 동기와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의문을 더한다. 그는 왜 이제 와서, 하필이면 지금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일까.

김 전 회장이 1967년 설립한 대우실업은 30여년 만인 1998년 41개 계열사, 396개 해외법인에 자산총액이 76조7000억원에 달하는 재계 2위의 대우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1999년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대우맨들은 단순히 명예회복 차원에서 김 전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측근은 "책을 낸 것도 단지 김 전 회장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라며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전했다.

1999년 대우 해체 둘러싼 의혹 제기
"억울하다…특정 세력이 기획" 주장

김 전 회장의 말에도 명예회복 의지가 묻어난다. 그는 "과거에 연연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한 일을 정당히 평가받아야 한다.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우가족 모두에게 15년 전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억울함과 분노도 없지 않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여서 감내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충분히 지나 적어도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또 "평생 동안 앞만 보고 성실하게 달려왔다. 그것이 국가와 미래 세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거기에 반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명예회복과 함께 'DJ 사람들'에 대한 반격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그중에서도 타깃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대우그룹 해체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이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다. 이 전 부총리는 대우그룹 해체를 사실상 주도해 김 전 회장과는 악연으로 얽혀 있다. 이번에 출간한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엔 이 전 부총리를 직접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 전 회장은 회고록을 통해 이 전 부총리가 2012년 펴낸 회고록 <위기를 쏘다>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총리는 자신의 책에서 "대우그룹을 해체시킨 건 재벌개혁의 신호탄이었다"고 확신했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몸집을 불려온 대우그룹을 한국경제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위험요소로 판단했다"며 "그래서 대우그룹 워크아웃을 추진했고, 결국 해체수순을 밟게 됐다"고 기술했다.

["이헌재 잘못했다"]
[ DJ 사람들에 복수? ]

이에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기획 해체'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DJ 정권 때 정부논리와 반대되는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면서 경제관료들과 충돌했고, 이게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며 "경제관료들이 자금줄을 묶어놓고 대우에 부정적인 시장 분위기를 만들면서 대우를 부실기업으로 몰고 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우그룹 해체와 관련해 사사건건 날선 대립각을 세운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총리는 사실 악연보다 인연이 먼저였다. 이 전 부총리는 김 전 회장의 경기고 후배. 또 대우에서 4년을 보낸 '대우맨'이기도 하다. 행정고시 수석 합격 후 재무부 관료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이 전 부총리는 관료 생활을 그만두고 야인생활을 할 때 김 전 회장의 도움으로 ㈜대우 상무, 대우반도체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이 인연은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악연으로 변했고, 이번 김 전 회장의 등장으로 다시 주목받게 됐다.

[추징금 안내려…]
[단순히 돈 때문?
]

단순히 돈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안내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선고받은 18조원에 가까운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우그룹 전직 임원들의 추징금까지 합치면 23조원이 넘는다.

김 전 회장은 2005년 41조원대의 분식회계와 22조9000억원대의 업무상 배임, 44억달러 규모의 재산 해외 도피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10년에 추징금 21조4484억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어진 항소심에선 징역 8년6월에 추징금 17조9253억원,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고, 이 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007년 12월 특별 사면됐지만, 추징금은 그대로 남아 있다.
 

김 전 회장은 책 출간과 맞물려 자신의 추징금과 관련해 헌법소원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식회계, 배임 등의 혐의에 따른 징역형 및 추징금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유력 변호사를 통해 헌법소원을 위한 법률적 검토를 마쳤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이 15년 만에 입을 연 까닭이 추징금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제와 입 연 진짜 이유는?
세상에 폭로한 속사정 주목

김 전 회장 측은 그동안 추징금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한 게 아니라 회사일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니 정치인들의 추징금과 성격이 다르다고 항변해왔다.

같은 맥락에서 '김우중 추징법'도 거론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선제 행보로 보인다는 의심이다. '김우중 추징법'에 불을 지핀 것은 '전두환 추징법'이다.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전두환 추징법'은 공무원이 불법 취득한 재산에 대한 추징 시효를 늘리고 추징 대상을 제3자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 이는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이 '만세'를 부르는 계기가 됐다. 추징시효가 연장됐고, 가족들을 상대로 추징할 수 있었다. 다만 이 법은 '공무원'으로 대상자를 정하고 있다.

[가족 재산을 지켜라]
['김우중법' 대비책?]

이에 따라 그 범위를 일반인으로도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불똥은 거액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는 김 전 회장에 튀었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압수수색과 금융거래 추적 등의 추징금 집행이 가능한 '김우중 추징법'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전 전 대통령 일가처럼 제3자 명의로 은닉해 놓은 재산에 대해서도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추징 집행이 가능해진다. 김 전 회장의 추징금은 전 전 대통령의 100배, 국내 총 미납 추징금 중 84%에 달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추징을 지속적으로 집행해왔지만, 현재까지 추징된 금액은 887억8376만원으로 0.5%에 불과하다.

김 전 회장은 무직인 상태다. 돈 나올 구멍이 없다. 공식적으로 '빈털터리'인 김 전 회장과 달리 그의 가족들은 여전히 부유한 삶을 살고 있다. 부인 정희자씨는 아트선재센터 관장을 맡아 여전히 막강한 자금 동원력을 과시하고 있다. 아들 선엽씨는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CC 대주주다. 딸 선정씨는 시세로 2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 재기설 '솔솔' ]
[재계 복귀 교두보?]

재계에선 김 전 회장의 재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우그룹의 기획 해체설을 공개적으로 꺼낸 것은 재기를 노린 포석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면된 후 두문불출하던 김 전 회장의 대외활동 소식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이번 복귀설은 더욱 힘을 받는 모양새다.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김 전 회장은 요즘 들어 자주 해외 방문길에 오르는가 하면 여러 행사에 참석하는 등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대부분 베트남에서 지내고 있다. 2009년 한 건설사가 베트남에 진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 전 회장이 베트남에서 본격적인 재기의 발판을 다지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왔다.

정작 김 전 회장의 측근들은 재기설을 부인하고 있다. 한 측근은 "김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베트남에 머물고 있을 뿐 확대 해석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추징금, 나이, 건강 등으로 인해 사실상 재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도 있다. 김 전 회장의 사업 재개를 거론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많다. 대우그룹의 부도로 60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정부와 국민들이 떠안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김 전 회장의 등장을 두고 음모론이 돌고 있다. 왜 하필 지금이냐가 논란거리다. 김 전 회장이 정치적 의도를 품고 대중 앞에 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받는 김 전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역대 모든 대통령들과 관계가 좋았던 유일한 기업가로 꼽힌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은 책에서 유독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 박 전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를 부각했다.

책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아버지는 박 전 대통령의 고등학교 은사였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1년에 수차례 청와대로 불러 비서관 없이 단독으로 박 전 대통령을 만나곤 했다"며 "박 전 대통령은 나를 김 사장이나 김 회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우중아'라고 불렀다. 나도 그를 아버지처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외아들 박지만씨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김 전 회장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씨에게 옛 삼양산업 인수를 위한 자본금 9억원을 빌려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심상찮은 음모론]
[ 왜 하필 지금? ]

대우그룹은 박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인 60∼70년대를 거점으로 전자와 중공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의계약 등의 이유로 특혜 의혹이 자주 불거졌었다. 책에선 대우그룹을 금융 중심의 기업집단으로 키우려다 박 전 대통령의 부탁으로 중화학산업으로 선회한 비화도 공개됐다. 김 전 회장은 "당시 폐허상태에 놓였던 옥포조선소를 인수,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김우중 그 사람밖에 없어'란 말을 듣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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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