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 '깨끗한나라' 700억 미스터리

'헉' 23세 대학생이 350억 주식 거래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화장지로 유명한 깨끗한나라의 대물림을 두고 말들이 많다. 얼마 전 대주주가 된 최병민 회장의 자녀들이 주인공. 700억원을 들여 지분을 매입했는데,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났는지 의문이다.

종합제지업체인 깨끗한나라 후계자로 정규씨를 의심하는 시선은 거의 없다. 최병민 회장이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회사 측은 "이르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 의견을 종합해보면 정규씨가 언젠간 대권을 승계할 것이란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도 그럴 게 최 회장의 외아들이기 때문.

"자기자금"

그런데 최근 깨끗한나라 일가의 대물림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700억원에 달하는 지분이 최 회장 자녀들의 수중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석연치 않다. 어린 나이로 어떻게 '큰돈'을 마련했는지 매입 자금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연매출 6000억원을 올리고 있는 깨끗한나라는 1966년 고 최화식 창업주가 세운 대한펄프(2011년 현 상호로 변경)가 모태다. 1980년 대한펄프에서 경영수업을 받던 아들 최 회장이 물려받은 뒤 2009년 재무악화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사돈 측에 'SOS'를 쳤다.

최 회장의 부인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4남2녀 중 차녀 구미정씨. 희성전자는 최 회장의 처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오너로 있다. 백기사로 나선 희성전자는 780억원을 들여 깨끗한나라 지분 58%를 매입했다. 이중 최 회장 지분 몫으로 떨어진 160억원은 고스란히 최 회장에게 건네졌다. 희성전자는 이때부터 깨끗한나라의 경영권과 함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해 왔다.


그로부터 5년 뒤인 지난달 29일 깨끗한나라는 최대주주 변경 소식을 공시했다. 최 회장 일가가 다시 깨끗한나라를 품었다는 내용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최대주주가 희성전자에서 정규씨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희성전자가 지분율을 53.29%(1743만6439주)에서 17.68%(577만6439%)까지 낮추는 사이 정규씨가 장내매수로 단번에 최대주주(18.28%·597만1526주)로 올라섰다.

최 회장은 부인 구씨와 사이에서 1남2녀(정규-현수-윤수)를 두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정규씨와 희성전자를 비롯해 최 회장(2.14%·69만7932주), 구씨(5.6%·183만921주), 현수(8.78%·286만8704주)·윤수(8.78%·286만7326주)씨 등이 주요주주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43.69%에 달한다.

재계 호사가들 사이에선 최 회장 자녀들의 주식 매입 자금이 화두로 떠올랐다.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아직 20∼30대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정규씨의 경우 대학생이라 더욱 그렇다.

지난달 25일 최 회장의 자녀들이 사들인 깨끗한나라 지분은 총 1170만7556주. 정규씨 597만1526주, 현수씨 286만8704주, 윤수씨 286만7326주 등이다. 깨끗한나라가 공시한 이들의 지분 취득 단가는 5840원. 정규씨 349억원, 현수씨 168억원, 윤수씨 167억원 등 세 남매가 모두 684억원을 쓴 셈이다.

대주주 된 최병민 회장 자녀들
684억 지분 매입자금 수수께끼

현수씨와 윤수씨가 각각 35세, 32세란 점을 감안하면 이 많은 돈이 어디서 났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현수씨는 깨끗한나라 마케팅 팀장을 거쳐 지난 1월 이사로 승진, 현재 경영기획실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받은 연봉을 다 모아도 당연히 168억원에 턱없이 모자랄 터. 입사 여부 등 근황이 확인되지 않는 윤수씨 역시 167억원의 출처가 의문이다.

특히 정규씨의 자금 349억원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 돈으로 깨끗한나라의 실질적 오너가 된 정규씨는 최 회장의 막내아들이다. 아직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올해 23세(1991년생)로 대학생 신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정규씨는) 학교를 다니는 어린 나이라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당분간 현 경영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도 경영에 조언을 건네는 현 역할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깨끗한나라 측은 최 회장 자녀들의 자금 조달 방법에 대해 '자기자금'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대로 했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정규씨 등은 증여 등을 통해 마련한 자기자금으로 주식을 취득했다"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오너 개인 일이라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증여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일단 최 회장이 정규씨에게 '실탄'을 대줬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최 회장은 구 회장에게 넘긴 깨끗한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만약 그랬다면 왜 직접 인수하지 않았냐는 또 다른 의문이 남는다. 증여세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증여세율은 1억원까지 10%가 적용된다. 1억∼5억원은 20%, 5억∼10억원은 30%, 10억∼30억원은 40%를 적용받는다. 30억원을 초과하면 증여세율이 50%다. 최 회장이 이런 부담을 감수하고 정규씨에게 수백억원의 현금을 증여할리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자연스레 시선은 정규씨의 외가 쪽으로 넘어간다.

누가 증여?

돈이 모친 구씨 주머니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여동생이기도 한 구씨는 국내 여성 주식부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 정규씨의 대학 진학을 위해 미국 뉴욕 맨해튼에 아파트를 샀는데,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일각에선 구본능 회장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 경우 상황이 복잡하게 된다. 그냥 넘기기엔 뭔가 찜찜한 구석이 많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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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