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집 일요초대석>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저자 장성훈

"왜곡된 역사 이젠 바로잡아야 한다"

[일요시사=정치팀] 김명일 기자 = 올해는 광복 69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이면 벌써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우리나라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다음호부터 연재할 예정인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의 저자 장성훈씨를 만나봤다.

일본인들에게 ‘사무라이 정신’은 큰 자랑이다. 일본에서 사무라이를 미화한 영화나 책 등의 작품을 접하는 것은 무척 쉬운 일이다. 사무라이 정신은 해외에도 널리 알려져 있어 이미 일본의 중요한 문화자산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하지만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의 저자 장성훈씨는 “사무라이 정신이 사실은 서양의 ‘기사도’를 모방한 개념에 불과하다”는 사뭇 이색적이고 발칙한(?) 주장을 한다. 과거 일본의 사무라이들은 그저 단순한 싸움꾼 내지 관료에 지나지 않았지만 일본이 전쟁을 하면서 자국 국민들을 세뇌시키기 위해 사무라이 정신을 이용했고, 그것이 오늘날 일본의 오랜 전통인양 포장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일본인들이 대표적인 사무라이 정신의 표본으로 여기는 ‘가미카제(자살특공대)’에 대해서도 “사실은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강압과 협박에 못 이겨 출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가미카제 대원 일부는 겁에 질려 바지에 오줌을 흘리고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했다고 한다.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사무라이 정신의 적나라한 실체다.

일본이 자랑하는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는 무엇일까? 광복 69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협회의 필독권장도서로 선정되기도 한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의 저자 장성훈씨를 <일요시사>가 소개한다. 참고로 장성훈씨는 본인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서면인터뷰에 응해주었다.

다음은 서면으로 나눈 장성훈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반갑습니다. 우선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지요.

▲ 왜곡된 일본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정신적 근간이라는 사무라이 정신과 ‘야마토 다마시(대화혼·大和魂)’가 조작 내지 과장이라는 점을 여러 가지 사실을 근거로 들어 밝히고 있습니다.

- 책을 쓰시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는 무엇입니까?


▲ 두 가지 이유로 썼습니다. 첫째는 위안부문제, 독도문제, 역사왜곡 등이 한·일 간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진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둘째는 한·일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보면서, 이 갈등을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일본의 거짓을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막연히 알고 있던 왜곡된 일본의 역사를 정리해 쓰기로 했습니다. 한마디로 떼쓰고 억지 부리는 일본에게 진실은 이것이니, 떼 그만 쓰고 억지도 그만 부리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 한국과 일본이 진실을 바탕으로 위안부문제, 독도문제, 신사참배 그리고 역사왜곡 등을 해결해 순수한 자세로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려면 식민지배 등에 대해 일본의 진실된 사과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

-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일본의 역사를 보면 무사들이 약 700여년간 정권을 장악했습니다. 많은 분들은 그 과정에서 충성, 명예, 신의 등을 중시하는 어떤 정신적 개념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사무라이 정신으로 계승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정신은 없었다고 믿습니다.

-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일본의 무사들도 중국이나 한국 또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무사들과 같이 그저 단순한 싸움꾼 내지 관료에 지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일본에서 말하는 사무라이 정신은 1899년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가 쓴 <BUSHIDO -The Soul of Japan>이라는 책에서부터 비롯되었고, ‘니토베 이나조’ 는 이 책을 서양의 기사도를 모방하여 썼습니다. 따라서 사무라이 정신은(무사도:武士道) 서양 기사도를 모방한 짝퉁이라고 믿습니다. 이처럼 근거도 없이 기사도를 모방해 쓴 책을 일본이 전쟁을 하면서 자국국민을 세뇌시키기 위한 정훈교육용으로 사용했고 오늘날 일본의 오랜 전통인양 정착되었습니다.

- 저자께서는 ‘가미카제(자살특공대)’가 일본 정부의 강압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주장하셨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례를 이유로 모든 가미카제가 강압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요?

▲ 그 점은 그렇습니다. 일부 가미카제 대원들은 특히 초기의 대원들은 일본이 주장하듯 자발적으로 나선 용감한 대원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와타나베 쓰네오’와 ‘리사 모리모토’는 대부분의 대원이 강압과 협박에 의하여 차출된 것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마치 모든 가미카제 대원들이 용맹과 충성심으로 나선 대원인양 주장하는 일본의 주장은 거짓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사무라이 정신, 사실은 서양 기사도 모방
바지에 오줌 쌌던 가미카제 대원 미화

-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책의 내용은 흥미롭지만 책의 내용 중 일부는 주장의 정확한 근거가 없어 일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자 스스로도 머리말을 통해 ‘감히 정확한 글이라고 주장하지도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공격할 빌미만 제공하는 것은 아닌가요?

▲ 설사 책의 일부 내용이 잘못되어 있다고 해도 일본은 그것을 결코 문제 삼아 공격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작은 잘못을 시정하려다가 큰 거짓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 오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일부 내용을 의도적으로 과장해 일본의 반발을 유도하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반발이 제기되기 전에 책이 독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 같아 그만 두었습니다.

3940명에 이르는 가미카제 특공대원 전부가 강압으로 차출된 비겁한 대원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은 독자 스스로 책을 읽으면서 이해할 것입니다. ‘감히 정확한 글이라고 주장하지도 않겠다’는 머리말 글은 책의 내용이 워낙 기존에 알려졌던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잘못이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저자의 겸손의 표현이지 잘못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썼다는 뜻은 아닙니다.

- 사무라이도 가미카제 특공대도 일본인의 소심함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소심하기 때문에 그런 과감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 얼핏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 모든 사람의 성격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소심한 사람들이 평소에는 예의바르고 공손하지만 때로는 지나치리만치 포악하게도 변합니다. 전쟁 시 많은 일본군들이 포악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대부분의 사무라이나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의 행동은 과감했다기보다 악에 바친 행동으로 저는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 포악한 행동의 근본은 소심한 성격이라고 믿습니다. 사이판과 오키나와 전투에서 그 포악했던 일본군들이 겁에 질려 스스로 자살하는 것이 바로 소심한 성격 때문이라고 봅니다.

- 최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고노담화를 부정했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피해 국가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권철현 전 주일대사도 지적했듯이 일본의 보수파는 아시아 각국에 참혹한 피해를 준 침략의 역사를 영광의 역사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 침략 전쟁이 아니라 선의의 전쟁으로 국민들을 오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과를 한다는 것은 이 인식을 바꾸는 일로 일본 국민의 자긍심과 자민당의 정치 기반을 뒤흔드는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쉽게 사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한편으론 일본의 입장에서는 2차 세계대전을 치룬 이들은 전범이기 이전에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입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입장이라면 그들을 비판하라는 주변 국가의 요구를 쉽게 들어줄 수 있었을까요?

▲ 이런 인식 때문에 일부 사람들이 일본의 신사참배를 비난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고 월권이라고까지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한 집안의 가장이 이웃집에 칼을 들고 침입해 집안을 부수고 여자들을 강간하는 등 난리를 치다가 경찰에 잡혀 처형되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집의 자식들이 그런 아버지의 행동을 잘했다고 하고 공개적으로 존경한다고 하면 피해 입은 집안의 자식들과 진정한 화해가 되겠습니까?

최소한 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하고 공개적으로 존경을 표하는 행동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웃과 교류 없이 살아간다면 사과 없이 살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피해 입은 이웃과 서로 교류를 하고 도우면서 살기를 원한다면 사과를 해야 할 것입니다. 앞서 얘기하였듯이 일본의 전쟁은 이웃국가들에 참혹한 피해를 유발한 침략 전쟁이었습니다.

- 일본은 한국이 이미 수십년 지난 과거사 문제를 과잉 담론화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과잉이냐 아니냐하는 것은 판단하는 기준의 차이이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에 따라 항상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피해를 입은 국가로서 충분한 사과와 반성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앞으로 나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 식민지 시기의 범죄에 직접 연루되지 않은 일본인들의 반성 범위는 어디까지라고 생각하십니까?

▲ 자신들이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모른 척 해서는 안 되고 또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들 선조들의 잘못에 대해 충분한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범위는 정부 대표자들의 협상과정에서 정해질 것입니다.

- 반대로 식민지 피해를 직접 입지 않은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에게 어떤 사과를 요구해야 할까요?


▲ 우리가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우리 선조들의 고통과 피해를 모른 척해서는 안 됩니다. 잊어서도 안 됩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깊이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직접 피해를 입은 분들이 전부 돌아가셔도 진정한 사과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 책은 일본인들이 먼저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본 일본인은 없었나요?

▲ 아직은 없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국이나 일본의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 간에는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웃한 두 나라가 언제까지나 과거의 일에 얽매여 살 수는 없습니다.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진실 된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실을 바탕으로 서로가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용서할 것은 용서했으면 합니다.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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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