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제2롯데월드 ‘변전소 위 수족관’ 논란

전기 15만V-물 4000t ‘위험한 동거’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석촌호수 수위 저하, 그리고 석촌동 일대 싱크홀. 제2롯데월드 인근에서 벌어지는 괴현상에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로 ‘석촌변전소’의 안전 문제다.

지난 5월 저층부 공사를 마무리한 제2롯데월드는 조기 개장을 추진했지만, 서울시는 잦은 사고와 일부 기둥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등 안전 문제를 이유로 승인하지 않았다. 박래학 서울시의회 의장은 “제2의 사고가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안전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없으면 사용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위험 아는지 모르는지

석촌호수 수위 저하, 그리고 석촌동 일대 싱크홀(땅이 갑작스럽게 푹 꺼지는 현상). 제2롯데월드 인근에서 잇달아 괴현상이 벌어지면서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안한 시민들은 제2롯데월드를 원흉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사 현장에서도 기둥 균열, 누수, 각종 설비 오작동 등 크고 작은 부실 징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2롯데월드를 둘러싼 문제는 이뿐만 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세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더 심각한 논란거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석촌변전소’의 안전 문제다.

변전소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송전선로나 배전선로를 통해 수요자에게 보내는 과정에서 전압이나 전류의 성질을 바꾸기 위해 설치하는 시설이다. 건설 형태에 따라 건물 내부에 설치하는 옥내 변전소와 외부에 설치하는 옥외 변전소가 있다. 일반적으로 지상에 설치되지만, 도시로 들어가면 지하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제2롯데월드 지하 3∼5층 사이엔 15만4000볼트급 초고압 변전소가 가동 중이다. 이 변전소는 송파구 일대 1만5000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롯데건설이 공사한 석촌변전소는 한국전력(남서울지역본부)이 관리·감독한다. 제2롯데월드 부지를 한전이 임차해 쓰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하 3∼5층 초고압 석촌변전소 가동 중
바로 위 지하 1∼2층 초대형 아쿠아리움

문제는 석촌변전소 바로 위 지하 1∼2층에 초대형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수조에 담길 수량이 무려 4000톤이 넘는다. 코엑스 아쿠아리움(3000톤)보다 큰 규모다. 안전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보통 변전소는 사고가 나면 전기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댐, 철도, 정수장 등과 함께 국가보안시설로 지정된다. 특히 지하 변전소의 경우 조금이라도 침수되거나 화재가 나면 복구가 쉽지 않아 대규모 정전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외부와 격리시키는 등 특별히 시설을 보호·관리한다.

국토해양부 규정에 따르면 변전실은 침수나 물방울이 떨어질 우려가 없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또 변전실 위에서 물이 샐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전기와 물은 상극이다. 고압변전소 위엔 당연히 저수시설이 들어설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물이 새면 누전 위험이 있어서다.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제2롯데월드와 변전소를 두고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2롯데월드 저층부 쇼핑몰동에 자리 잡은 아쿠아리움은 완공, 1∼2개월 전부터 영업 준비를 완료하고 개장 허가만 기다리고 있다. 국내 최장인 85m 수중터널과 국내 최다인 650여종 5만5000마리의 수중생물을 볼 수 있다. 국내 최대 도심형 수족관인 아쿠아리움엔 이미 물이 다 채워져 있다고 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변전소 위에 수족관이 있다는 자체가 위험천만한 조합”이라며 “만약 물이 새서 사고가 난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어마어마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서울시는 변전소 위 수족관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며 “변전소의 안전 문제가 있다면 규정 위반 여부 등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변전소 위에 어떻게 수족관이 생길 수 있었을까.

전기사업법 전기설비 기준에 따르면 변전소 등은 침수의 우려가 없도록 방호장치 등 적절한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또 자중, 적재하중, 적설, 풍압 및 지진 등 진동과 충격에 안전한 구조여야 한다. 한마디로 보호막이 완전하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방수·방호시설 강화하면
안전규정 위반해도 된다?

롯데 측은 안전을 장담했다. 철저한 방수 시설을 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충분한 자문을 받아 방수 설계를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승인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겹겹이 방수처리를 통해 누수나 정전 등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절대로 물 한 방울도 샐 틈이 없다”고 공언했다.

한전 측은 규정 위반이란 것을 알면서도 문제 삼지 않았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이) 롯데에 하라, 하지 마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며 “변전소와 수족관 내용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롯데 측이 방수, 방호 등 안전장치를 완벽하게 갖추겠다고 해 협의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9월중 조기개장 강행

제2롯데월드는 올해 92세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평생 숙원사업이다. 그래서인지 좀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다. 주변 호숫물이 빠지고 길에 구멍이 나도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형국. ‘변전소 위 수족관’도 마찬가지다. 위험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롯데 측은 서둘러 개장을 강행 중이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호숫물·싱크홀’ 롯데 반박 보니…

롯데그룹이 석촌호수 수위 저하와 석촌동 일대 싱크홀이 제2롯데월드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롯데건설은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내부에 위치한 홍보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공사현장으로 석촌호수 물이 유입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롯데 측은 “터파기 공사 전 1m 두께 콘크리트 차수벽을 화강암 암반 밑인 지하 26m 이하까지 공사해 지하수 유입을 차단했다”며 “지하수위는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싱크홀도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최근 두달새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 인근에서 4개의 싱크홀이 발견됐다. 롯데는 제2롯데월드와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깊은 지하의 지하수가 일시적으로 빠져나가면서 공동(빈굴)이 생기며 지반이 붕괴되는, 이른바 싱크홀은 표토층이나 지하 수미터 아래가 무너지는 것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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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