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허주렬 기자 = 전남 순천·곡성 7·30재보선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은 이번 선거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무려 26년 만에 보수정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호남에서 당선되는 쾌거를 이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의원은 6만815표(49.4%)표를 얻어 4만9611표(40.3%)표에 그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1만1204표(9.1%p) 차이로 압도적으로 제쳤다. 철옹성 같았던 지역구도의 벽을 처음으로 깬 이 의원은 '박근혜의 남자'에서 '호남의 남자'로 홀로서기에 완벽히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재보선을 통해 재선에 성공한 이정현 의원이 호남의 문을 처음으로 두드린 것은 19년 전인 1995년이다. 당시 민자당 후보로 광주시의원에 출마했던 그는 두 자릿수 득표에 턱걸이를 하며 가능성을 엿봤다.
19년 공들여
이후 2004년 17대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맞으며 득표율이 1.03%에 그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18대 국회에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입성한 그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다시 한 번 광주 서구을에 도전장을 던졌다.
당시 39.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철올성 같았던 지역구도를 깰 가능성을 높였던 그는 마침내 이번 7·30재보선에서 49.4%의 득표율을 얻어 헌정사에 기리 남을 새역사를 썼다.
새누리당에게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던 호남에서 이 의원이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철저한 바닥민심 훑기가 꼽힌다.
매일 새벽 3시40분께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LPG 충전소, 대중목욕탕, 새벽교회, 출근길, 퇴근길 등 밤 12시까지 지역구를 샅샅이 훑은 그의 진정성이 보수정당을 향한 호남의 차가운 민심을 녹였다는 것.
26년 만에 불모지 전남 순천·곡성서 당선
'지역주의 벽' 최초 극복…헌정사 큰 족적
3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세 차례에 걸쳐 수술을 하는 등 암투병을 한 부인 김민경씨의 조용한 내조도 민심을 움직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씨는 이 의원이 미처 챙기지 못했던 양로원 등을 돌며 유권자의 손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현 정권 핵심실세 임을 내세워 '예산 폭탄론'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점도 그의 당선에 일조했다.
마침내 '박근혜의 남자'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한 '호남의 남자'로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는 당선소감으로 "참 오랫동안 이어진 지역분할구도가 정치 발전에 어마어마한 걸림돌이 됐다. 방치되고, 유지되고, 심지어 정치세력들이 조장하고, 부추겼다"며 "이제 유권자 스스로 '우리는 그렇더라도 자식들은 달라진 세상에서 살게 해야 한다'는 열망을 갖기 시작했다"고 지역구도를 최초로 극복한 것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위대한 첫 걸음
하지만 지역 내에서는 지역발전 논리에 취해 세월호 참사, 인사 참사 등에서 무능력·무책임을 드러낸 정권 핵심인물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이 호남에서 일으킨 변화의 바람이 일회성에 그칠지, 아니면 차기 총선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남은 2년여의 의정활동 기간 이 의원이 지역 유권자의 지지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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