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역대 최대규모인 7·30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했다.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서울 동작을을 비롯해 ‘수도권 대첩’에서 승리했고, 특히 야당의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까지 쓸어 담았다. 이에 따라 재보선 전 위기에 놓였던 박근혜정권이 기사회생했다는 분석이 대두된다. 반면 세월호 참사 등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사라진 선거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재보선 결과와 이에 따른 파장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총 15석을 놓고 펼친 7·30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11곳을, 새정치민주연합은 4곳을 각각 석권했다. 표심은 야당이 선거기간 내내 주장했던 ‘정권 심판론’을 외면했다. 이번 재보선이 무승부로 끝난 6·4지방선거의 연장전이었고, 세월호 참사와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의 인사파동 등을 놓고 정권을 평가하는 선거였다는 점에서 여권이 다시 심기일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새누리 압승
표심 정권심판 외면
‘경제 살리기’를 호소했던 새누리당이 재보선판을 휩쓸었다. ‘수도권 대첩’ 6곳 가운데 5곳을 이겼고, 순천·곡성에서 정치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을 정도의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정치권의 중원으로 불리는 충청권 3곳 등도 접수했다.
이에 반해 새정치연합은 수원정과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3곳에서만 이겼을 뿐이다. 선거 막판 야권연대 카드를 꺼내들고 판 뒤집기에 나섰으나 결과는 완패를 당했다.
‘수도권 대첩’의 중심축인 동작을에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는 새정치연합 기동민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 나온 정의당 노회찬 후보를 접전 끝에 눌렀다. 표차는 불과 929표. 나 후보 3만8311표(49.9%) 대 노 후보는 3만7382표 (48.7%).
김무성 “잘했다고 표 준 것 아냐” 실정 고백
야권 승부수 ‘박근혜정권 심판론’ 민심 외면
지난달 24일 야권후보단일화가 극적으로 성사되면서 노 후보가 박빙으로 이길 가능성이 열렸다는 관측도 적잖았으나, 당락이 뒤바뀌는 일은 애초부터 없었다. 선거 초반 <한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나 후보 51.9%, 기 후보 22.3%, 노 후보 14.1%.
또 하나의 격전지인 경기 수원병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고 경기지사를 지낸 손학규 후보가 무너졌다.
동작을과 같은 날 손 후보와 정의당 천호선 후보 간 단일화를 이뤘으나, 시너지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토박이론’을 앞세운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가 4831표 차로 너끈히 이겼다. 손 후보는 선거 다음날인 31일 정계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특히 순천·곡성 선거구는 여당이 재보선에서 완벽하게 승리했음을 분명히 시사한다. 이곳엔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와 친노 핵심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가 맞붙었다. ‘박의 남자’ 대 ‘노의 남자’ 간 대리전으로 불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 후보가 박근혜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건 서 후보를 깬 것이다.
표 차이도 많이 났다. 이 후보는 6만815(49.4%)표를 획득해 4만9611(40.3%)표에 그친 서 후보를 1만1204표 차이로 이겼다.
여기에 경남지사를 지내고 대권주자인 새정치연합 김두관 후보도 김포에서 9332표나 뒤지며 완패했다.
이번 선거는 2012년 총·대선에 이어 또 한 번 야권연대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한 선거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최근 2기 내각을 출범시킨 박근혜 정권이 탄력을 받게 됐다. 야권이 지방선거 때부터 재보선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정권심판론을 어젠다로 제시했으나, 국민들이 이를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당 11곳 휩쓸어
야권연대 ‘위력 미미’
재보선 전, 박 대통령은 풍전등화 상태였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부실대응을 시발점으로 안대희·문창극 두 국무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는 등 2기 내각 인사 참사까지 겹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40%대로 곤두박질쳤다.
2013년 취임 뒤 세월호 참사 전까지 50~60%대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기록했던 점과 비교할 때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이 주를 이뤘다.
주요 접전지역 야권연대 시너지효과 전무
새정치 텃밭 순천·곡성마저 새누리가 접수
게다가 새누리당 7·14전당대회에서 비박계 수장 김무성 의원이 집권세력인 친박계를 꺾고 대표로 선출돼 박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었다.
내우외환 가운데 새누리당이 재보선을 압승함에 따라 박 대통령이 2기 내각을 인선하며 밝힌 ‘경제 살리기’에 올인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즉 위기일발 상황을 일단 탈출하고 국정을 끌고 갈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전당대회 뒤 첫 시험대에 올랐던 ‘김무성호(號)’도 조기에 체제안착을 하게 됐다. 당초 새누리당은 과반수 의석을 회복할 수 있는 ‘4석 플러스 알파’를 승리의 기준으로 제시할 정도로 전체 판세를 녹록치 않게 내다봤으나, 목표 그 이상의 성과를 올림에 따라 김 대표 체제가 연착륙했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집권세력의 구심점인 박 대통령과 비박계 수장인 김 대표 간 향후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는 점이다. 여권 내 세력기반이 다른 두 사람이 앞서와 달리 정치적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박근혜 위기탈출
‘김무성호’ 조기 안착
이런 가운데 야권 일각에서는 견제 없는 재보선이었다는 혹평을 내놓는다. 잘한 것이 없는 박근혜 정권에 너무 크게 힘을 실어줬다는 게 골자다.
이에 대해 패배한 야권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자책하며 고해성사를 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권자들이 정부여당이 잘했다고 표를 준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잘못을 거울삼아 지금부터 잘하라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이라며 “이번 대승이 자력으로 이룬 게 아닌 것을 잘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권여당 대표가 박근혜정권의 잇따른 실정을 명백하게 자인한 발언으로 들린다. 일각에서 유권자들의 7·30재보선 선택에 의문을 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