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이민기 기자 =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해 12월 청사 건물의 청소용역 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최저임금법을 위반해 청소용역노동자들이 매달 38만 원 이상의 임금을 못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정의당 서기호(국회 법제사법위) 의원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해 11월 20일, 조달청에 ‘2014~2018년도 청소용역 계약’을 의뢰하면서 평일뿐만 아니라 토요일에도 근무하도록 조건을 정하고도 주말근로수당을 예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또 인건비 단가를 2014년도 최저임금(시급 5,210원, 주 5일 40시간근무조건 1,088,890원)이 아닌 2013년도 최저임금(시급 4,860원, 주 5일 40시간근무조건 1,015,740원)을 적용했던 것으로도 밝혀졌다.
이를 검토한 조달청은 같은 해 11월 28일, 헌재에 공문을 보내 “(헌재가 배정한 예산 1,508,800천 원은) 조달청이 계산한 원가계산금액 3,087,010천 원과 상당한 차이가 있어 적정임금 보장을 위한 예산증액을 검토해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즉 조달청이 헌재의 계약 의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적정임금을 보장하도록 수정해달라는 것이었다.
조달청의 의견제시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같은 해 12월 3일 청소용역노동자의 기본급을 인상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서류상 평일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는 등의 편법으로 소액만 증액한 후 1,467,312천원에 용역을 최종 공고했다. 조달청의 원가계산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헌재는 조달청의 예산증액 의견에 기본급을 인상하는 대신, 최초 용역비 산출에 포함됐던 청소용역노동자 상여금을 100%에서 50%로 삭감하고, 복리후생비 중 건강진단비(1인 2만 원) 항목자체를 삭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기본급은 인상됐지만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줄어든 것이다.
또한 근로시간을 평일 8시간에서 6시간으로 단축 공고했으나, 감사원이 지난 3월 청소용역 도급과 관련해 실제 근로시간을 점검한 결과, 헌재의 용역공고와 달리 오전 5시에 출근해 8시간 30분을 근무하고 있었고, 주말에도 연장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감사원이 계산한 헌법재판소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실제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최저임금은 1,399,875원이지만, 실지급액은 1,016,943원으로, 1인당 382,932원씩의 임금을 덜 받은 것이다.
서 의원은 “계약서상 근로시간이 실제 근로시간과 다르고, 이에 따른 최저임금도 지불하지 않고 있어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며 “최저임금법에 따라 도급업체에 대한 책임 뿐 아니라 헌재도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헌법 제32조에 적시돼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헌재가 헌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법치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헌재는 “계약서 내용에 따라 최저임금보다 적게 지급한 사실은 없지만, 업체와 협의, 7월분 급여부터 변경해 반영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계약서와 달리 평일 오전 5시에 출근하는 문제에 대해선 “청소근로자 각자가 자율적으로 조기 출근한 사항으로 강제하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