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동국제강 ‘단명한 왕족들’

일찍 세상 떠난 후손들…집안 내력?

[일요시사=경제1팀] 김성수 기자 =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새 연재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이번엔 동국제강의 '단명한 왕족들'편이다.

얼마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뒤 재계 총수들의 건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수의 건강 악화는 그룹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고, 나아가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벌들의 평균 수명은 얼마나 될까. 돈 많다고 오래 살까. 아니면 돈과 수명은 상관이 없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한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국내 재벌 총수들의 평균 수명은 76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벌닷컴이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규모기업집단 소속 총수가 있는 40대 재벌그룹에서 총수를 역임했다가 타계한 창업주와 직계 총수 31명을 대상으로 별세 나이를 조사한 결과 평균 75.9세로 나타났다.

타계한 연령대는 70대가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80대(9명), 60대(5명), 90대(3명) 순이었다. 50대와 40대도 각각 2명, 1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장수한 재벌 총수는 고 장병희 영풍 창업주(1909∼2002)로, 향년 93세에 세상을 떠났다. 고 이회림 OCI 창업주(1917∼2007)와 고 이원만 코오롱 창업주(1904∼1994)도 90세에 별세해 다른 재벌 총수보다 장수한 편이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1910∼1987)는 77세,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1915∼2001)는 86세, 고 조중훈 한진 창업주(1920∼2002)는 82세, 고 박인천 금호 창업주(1901∼1984)는 83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반면 고 최종건 SK 창업주(1926∼1973)는 가장 젊은 나이인 48세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 김종희 한화 창업주(1922∼1981)와 고 구인회 LG 창업주(1907∼1969)도 각각 59세, 62세 나이에 비교적 이르게 눈을 감았다.


동국제강 일가의 수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고 장경호 창업주(1899∼1975)는 76세 때 노환으로 별세했다. 재벌 총수들의 평균 수명보다 오래 산 셈이다. 1954년 동국제강을 설립한 그는 불심이 깊어 생전 술과 담배는 물론 육식도 입에 대지 않을 정도로 절세된 생활을 했다. 장세주 회장의 선친인 고 장상태 전 회장은 2000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였다.

장수 못하고 이른 나이에…
창업주 장남 61세로 타계
장손도 50대 넘기지 못해

이들과 달리 일찌감치 유명을 달리한 후손이 적지 않다. 장수하지 못하고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장씨'들이 한둘이 아니다.

장 창업주는 슬하에 6남5녀를 뒀는데, 이중 장남 고 장상준 전 회장은 1978년 61세로 세상을 떠났다. 장상준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그의 자녀들을 대신해 3남 장상태 전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승계했다. 외무부 차관보, 스웨덴·멕시코 대사, 유엔(UN) 대표부 대사 등을 지낸 차남 고 장상문씨는 회사 경영에 뜻이 없었다. 4남 장상철씨는 동국제강 경영에 참여하다 62세인 1991년 사망했다.

3세들의 비극도 계속됐다. 특히 '동국 장손' 장상준 일가의 단명은 본인에서 그치지 않았다.

장상준 전 회장은 4남2녀를 뒀다. 이 가운데 두 아들이 50대를 넘기지 못하고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장남 고 장세창 전 동일제강 사장은 2000년 58세로, 차남 고 장세명 전 조선선재 사장은 2005년 59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둘의 사망 원인은 지병이었다.


창업주 차남 장상문씨의 아들 장세우 전 대원사 사장은 2010년 지병으로 숨졌다. 그의 나이 61세 때 였다. 창업주 3남 장상태 전 회장의 장녀이자 장세주 회장의 여동생 장영빈씨는 40대에 운명했다.

세간의 시선은 현 오너에 쏠린다. 장세주 회장과 그의 동생 장세욱 사장이다. 형제는 올해 각각 61세, 52세로 아직 한창 일할 나이다. 다른 대기업 오너들과 비교해도 젊은 편이다.

그룹 측은 "회장과 사장이 워낙 건강 체질이라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실제 오너 형제는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타고난 강골로 소문나 있다. 평소 직원들과 등산을 자주 가는데 항상 앞장을 서고, 젊은 직원들이 힘들어 하는 밤샘 산악행군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는 후문이다.

왕성한 경영 활동을 보이고 있는 장 회장은 1978년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경리부, 일본지사, 인천제강소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1999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가 회장을 맡은 것은 입사 23년 만인 2001년이다. 장 회장과 함께 그룹 경영의 한축을 맡고 있는 장 사장은 1996년 소령(육사 41기)으로 예편한 뒤 동국제강 기획조정실 경영관리팀 과장으로 입사해 미국지사, 기술실, 포항제강소, 전략경영실 등을 거쳐 2007년 부사장, 2010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회장님 건강은?

동국제강은 요즘 어렵다.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 장 회장·장 사장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꾸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란다. 주변에서 총수 형제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국제강 얼마나 어렵길래…

동국제강은 지난달 30일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사장이 동국제강 주식 265만주를 담보로 23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고 밝혔다. 장 회장은 보유 주식 923만2765주 중 265만주를 담보로 100억원을 대출했다.

동생 장 사장은 보유 주식 632만주 중 340만주를 담보로 130억원을 대출 받았다. 차입기간은 올해 12월23일까지다.

앞서 동국제강은 지난달 18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었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유동성 마련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약정 내용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어길 경우 채권단을 비롯해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제재가 있을 전망이다. 업계엔 동국제강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 매각설이 돌고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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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