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1팀] 한종해 기자 = 중국의 변화와 개혁의 핵심인 시진핑 주석이 방한한다.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 들떠 있다. 그만큼 양국 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얘기다. 중국은 바야흐로 '시진핑 천하'다. '시진핑이 곧 중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번 방한을 통해 얻어야 할 것은 뭘까. '살아 있는 중국 전문가' 윤석헌 아태경제문화연구회 회장에게 물었다.
윤석헌 아태경제문화연구회 회장은 '한국 내 가장 정통한 중국통'으로 통한다. 한국인 최초로 중국 국제상회(한국의 전경련격) 고문에 임명됐고 중국 국영회사이자 중국 최대의 전축회사인 중국건축의 고문으로 있으며 중국 최고위층 지도부와 개인적인 친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한국 사람으로 불린다.
'살아있는 중국 전문가' 윤 회장이 최근 사회 전반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방한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 의의와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면서 '중국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그는 주요 현안들을 논의하기 전에 일단 시진핑이라는 사람의 면면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1953년생인 시 주석은 베이징에서 태어나 산시성에서 성장했다. 62년 부친에 대한 정치적 박해와 좌천으로 농촌으로 쫓겨나 모진 고초를 겪었으나 78년 부친이 광동성 서기로 복권되면서 덩소평과 호요방의 측근으로 활동하게 됐다. 그의 부친은 시중쉰 전 부총리다.
시 주석은 79년 칭화대학 공정화학과를 졸업하고 껑뱌오 부총리의 비서로 정치에 입문, 2002∼2007년 복건성 당위서기, 2007년 상해시 서기를 거쳐 정치국 상무위원, 2008년 국가부주석 자리에 올랐으며 지난해 호금도 전 주석의 뒤를 이어 중국 최고지도자가 됐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 내 인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파리부터 호랑이까지 부패한 관료는 모두 때려잡으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고 일반 국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개혁주의자로서 국부를 민부로 돌려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으며 보수와 진보 양쪽 진영에서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 주석의 경제 철학은 '성장 속의 분배'다. 추가 부양은 해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제기조를 바꾸고 성장과 분배의 균형추를 맞추려는 기조다. 이는 시 주석이 합리적이고 객관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지도자로 평가받는 이유다.
시 주석은 혈맹이던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한다. 전임자이던 강택민 전 주석과 호금도 전 주석은 취임 직후 북한을 방문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 감싸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초기부터 중국은 북한에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정은 방중을 2년 넘게 불허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하지만 윤 회장은 중국이 북한을 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북한이 무너지면 중국 체제 자체에 문제가 옵니다. 역사적으로 북한과 중국은 단절될 수 없습니다. 지금 중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는 '말 안 듣는 아이 길들이기'로 볼 수 있습니다. 단지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그간 원유공급 중단, 마카오 계좌 동결 등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중단을 위해 시 주석이 해온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 최고위층 지도부와 개인적 친분
갑자기 왜?…국가주석 방한으로 주목
일본과의 관계 설정도 쟁점이다. 중국은 일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두고 첨예한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도 시행되지 않았던 하얼빈 역사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개관하는 데 시 주석의 중국정부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일본에 대한 시 주석의 감정이 녹아 있는 것. 그런데도 윤 회장은 한·중·일 삼국 간의 다툼에서 가장 많은 것을 얻는 나라는 '미국'이라는 색다른 시각을 내놨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 수정을 밀어 붙이는 일본 뒤에 미국이 있다는 것.
"최근 중국과 한국에 대해 일본이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고도의 아시아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암묵적인 동의가 없고는 일본의 태도를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이죠. 일본과 중국의 사이가 나빠지는 동안 미국은 뒤에서 미소를 지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방한 기간 동안 '한반도 비핵화' '6자회담 재개 여부' '한·중FTA' '일본의 과거사 지우기' 등의 이슈가 다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윤 회장은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란히 하면서도 알면서 꺼내기 어려운 이슈 '해양경계 확정' 문제에 대한 의견도 조심스레 내놓았다.
"서해와 남해에 해양경계를 정해야 하는데 양국이 해양경계를 확정하는데 힘이 드는 것은 지리적으로 해역의 폭이 280해리로 너무 짧기 때문입니다. 최대 200해리까지 연안국이 설정 가능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이 서로 중첩되어 있고 한번 해양경계를 정하면 영구적으로 고칠 수 없기 때문에 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죠."
시 주석의 방한은 공식적으로 이번이 세 번째다. 2005년 7월18일 당시 자매결연 관계를 맺고 있는 전라남도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고, 2009년 12월16일에는 한국정부의 초청으로 58명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방한했다. 국가 주석 자격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6월 중국을 방문한 후 1년 만의 한국 답방인데, 시 주석은 지난해 3월 국가주석에 공식 취임한 이후 18개 나라에 공식 방문 했다. 하지만 이번 한국 방문은 유일한 단일국 방문이다. 러시아를 단일 방문한 적이 있으나 2014년 소치올림픽 참관을 위한 방문으로 확연한 차이가 있다.
방문의 의미는?
그렇다면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윤 회장은 지난 5월26일 시 왕이 중국외교부장이 시 주석의 방한을 위한 사전조율을 위해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했던 말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날 왕이 중국외교부장은 "새로운 지역과 국제정서의 큰 변화에 따라서 중국은 한국을 보다 긴밀한 협력동반자로 선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왕이 외교부장의 말은 중국정부의 정서상 개인적인 의견보다는 이미 합의한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 간의 민감한 사안을 외교부장 개인의 견해로 발표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수교 22주년째인 한·중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 인지를 놓고 머리를 맞댈 것으로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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