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시계를 그날로 되돌린다면…결정적 순간 '7'

안 일어나야 할 사고가 일어났다

[일요시사=사회팀] 박민우 기자 = 174명. 세월호 참사 당일 구조된 인원은 지금도 그대로다. 점점 실종자는 줄고 사망자는 늘고 있다. 참담할 따름이다. 유족들은 물론 국민들 머릿속엔 '만약 그때 그랬다면…'이란 가정이 떠나질 않는다. 결정적 순간들, 세월호 시계를 '그날, 그때'로 되돌려봤다.

대한민국이 패닉에 빠졌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상당 시간이 흘렀지만, 사고 원인과 침몰 과정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풀리지 않으면서 나라 전체가 아직도 '멘붕'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안 일어나도 될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그날, 그때 출발하지 않았다면…

승객과 선원 등 총 476명이 탑승한 세월호가 인천을 떠난 것은 15일 오후 9시께. 당초 이날 오후 6시30분 출발 예정이던 세월호는 안개로 인해 2시간30분이 지난 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밤새 순조롭게 운항해 전남 진도군 해상에 도착한 세월호는 오전 8시55분께 긴급한 구조요청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뱃머리 바닥만 간신히 수면 위로 드러낸 채 선체 대부분이 바닷물에 잠겼다.

당시 이날 안개 속에 인천항을 떠난 배는 세월호가 유일하다. 유족들은 안개가 심한데도 왜 운항을 강행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당연히 운항을 취소했어야 맞다는 것. '그날, 그때 출발하지 않았다면…'이란 여운이 남는 대목이다.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 들어섰을 때도 안개는 걷히지 않은 상태였다. 해경은 "세월호가 사고해역에 도달했을 당시 시정거리가 1마일(1852m)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짙은 안개를 무시한 무리한 운항이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간이라도 과감히 중단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해경은 세월호가 무리한 출항을 하게 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선사인 청해진해운은 사고 3주 전에도 안개 속에서 여객선 충돌 사고를 낸 적이 있다.


② 그날, 그때 선장 바뀌지 않았다면…

청해진해운은 사고 직후 "이준석 선장은 40년 가까운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라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도 "이 선장은 인천∼제주 항로를 24번 운항한 경험이 있다"고 확인했다. 세월호는 2명의 선장이 있다. 당초 신모 선장이 운항할 예정이었으나, 신씨가 사고 다음날인 지난 17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휴가여서 대신 이 선장이 키를 잡았다. 이 선장은 신 선장보다 선배다.

패닉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들은 여전히 멘붕


그런데도 유독 이 선장에게 화살이 쏠리는 것은 사고 이후 처신 때문이다. 이 선장은 승무원들과 함께 일반 승객들이 다 대피하지 못한 상황에서 배를 버렸다. 이는 명백한 선원법 위반이란 지적이다. 선원법 10조(재선의무)를 보면 선장은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안 된다.

다만 기상 이상 등 특히 선박을 떠나서는 아니 되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장이 자신의 직무를 대행할 사람을 직원 중에서 지정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돼 있다. 또 선박 위험 시 조치를 다룬 11조에도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 선장은 인명구조는커녕 가장 먼저 배를 탈출했다. 실제 세월호 1차 구조자 명단엔 이 선장의 이름이 떡하니 올라있다. 더구나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선장은 탈출 후 진도 한국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는 동안 병상에서 바닷물에 젖은 현금을 말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만약 이 선장이 승객 탈출에 앞장섰더라면 이처럼 큰 참사가 일어나진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③ 그날, 그때 항로 변경 않았다면…

세월호는 안개로 출발이 지연된 만큼 도착 시간을 줄이기 위해 '지름길'을 택했다. 이를 두고 항로 이탈 논란이 일고 있다. 세월호가 예정보다 늦게 출항하면서 입항 시간을 맞추려고 평소 다니던 항로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해경 관계자는 "사고 지점이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이라며 "이는 진도 남쪽으로 돌아가는 해도상의 인천-제주 권고항로를 벗어난 항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항로는 선박들이 운항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항로"라고 덧붙였다.

권고항로란 특별한 법적근거는 없지만 선박의 교통질서 확립과 선박 통항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권고하는 항로로 해양수산부에서 관리한다. 권고항로를 벗어나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 다만 선박들은 권고항로를 잘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사 측도 항로 이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결과 정상적인 안전항로를 크게 이탈한 걸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④ 그날, 그때 화물 잘 실었다면…

사고 원인을 두고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세월호가 기울 때 내부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배가 옆으로 쓰러져 침몰했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세월호는 적재량 이상의 화물을 실었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에 따르면 차량 적재기준은 승용차 88대, 화물차(대형트럭) 60대, 컨테이너(10피트) 247개만 실을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세월호는 승용차, 대형 트레일러, 굴착기 등 180대를 포함해 화물 3608톤을 실었다. 세월호는 출항 직전 차량 150대, 화물 657톤을 실었다고 해경에 신고했다. 컨테이너는 싣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컨테이너 수십 개가 실려 있는 것도 확인됐다.

선박에 화물을 고정시키는 고박 상태도 허술했다. 해경 수사결과 전문가가 현장에 배치되지 않았고, 장비 역시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외줄로 고정하는가 하면 바퀴 고정용 목틀은 2개만 사용했다. 컨테이너는 쇠줄이 아니라 천으로 만들어진 끈으로 고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구나 세월호는 마지막 짐을 실은 지 3분 만에 출항했다. 그만큼 적재상태 확인이 불량했다는 방증이다.

세월호는 화물 적재 기준보다 3배 이상 많은 화물을 실었다. 이는 평형수 문제로 넘어간다. 배 아래쪽에 있는 평형수는 배가 중심을 잡고 갈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이 물이 턱없이 모자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평형수를 적게 채워 복원성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박이 급회전한 뒤 복원력을 잃고 한 쪽으로 기울어진 채 침몰했다는 지적이다.


⑤ 그날, 그때 탈출 방송했다면…

세월호 사고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객실에 있으라"는 안내 방송이다. 세월호는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 위험해요"란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이어 배가 기울어도 "선실이 더 안전하겠습니다"란 방송으로 승객들의 이동을 막았다.

자체 수습을 시도한 정황으로 판단되는 이 대응은 결과적으로 승무원들의 판단 미스였다. 승객들이 충분히 대피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오히려 수습만 하려다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물이 들어오면 퍼내면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장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선장은 승객들을 급히 대피시켜야 할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보통 선장은 배에 문제가 생기면 승객들을 구명보트 등이 있는 데크(갑판)로 유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승무원들은 사고 직후 "밖으로 나가지 말고 현재 위치에서 대기하라. 객실에 있어라"란 내용의 안내방송을 하다가 약 30분 뒤에 "구명조끼를 착용하라"는 방송을 했다. 선체가 기울자 뒤늦게 대피령을 내린 것이다. 지체된 대피로 실종자가 많았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구명조끼를 입지 못했고, 이미 물이 들어와 선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버렸다.


⑥ 그날, 그때 제때 신고했어도…


신고만 빨리했어도 구조가 수월했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사고 당일 목포해경 상황실에 접수된 최초 사고 신고 시각은 오전 8시58분. 그런데 현지 어민들에 따르면 신고 시각 1시간여 전부터 세월호가 바다에 정지해 있었다고 한다. 한 어민은 "바다에서 그 배를 처음 본 것은 7시∼7시30분쯤이었다"며 "마을에 도착하니 9시가 좀 넘었는데 그때 구조작업에 동참해달라는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어민의 말대로라면 세월호는 사고 현장에서 1시간여 동안 머물다 8시30분 이후부터 기울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도 최초 신고는 사고 선박에 탑승하고 있던 승무원이 한 게 아니다. 단원고 한 학생의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가족이 경찰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해경은 "조난신고는 배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조난신고가 사고 발생보다 1시간 이상 늦어졌다면 그만큼 구조작업도 지체됐다는 얘기가 된다. 승무원들이 직접 조난신고를 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최소한 10여분을 벌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세월호는 사고가 일어난 진도 해상에서 진도VTS(해상교통관제센터)와 교신하지 않았다. 제주VTS에 연락했다. 다시 제주VTS는 진도VTS에 연락했고, 어렵게 진도VTS와 세월호가 교신할 수 있었다. 이 사이 10여분이 소요됐다. 10분이면 승객들이 데크로 대피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⑦ 그날, 그때 오판만 안 했어도…

일분일초를 다투며 진행된 구조작업은 2시간 동안 이뤄졌다. 그런데도 탑승자 476명 가운데 174명만 구조됐다. 조난 신고가 접수된 건 8시58분. 여객선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11시30분쯤이다. 이에 따라 2시간이나 있었는데 왜 모두 구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일고 있다.

정부의 우왕좌왕한 모습도 비난을 사고 있다. 정부는 처음 배가 그대로 버틸 것으로 오판했다. 구조에 나선 해경과 해군도 눈에 보이는 승객만 구하는데 급급했다. 그러나 2시간 후 침몰했고, 내부에 갇힌 승객들은 모두 실종됐다.

게다가 정부는 구조 첫날 구조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잠수부 182명을 확보했지만 3차례에 걸쳐 각각 6명, 6명, 4명만 투입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pmw@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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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