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벼랑끝 몰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악의 스캔들…하루 멀다하고 ‘악악악’

[일요시사=경제1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롯데쇼핑 과징금 부과,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제2롯데월드 사고까지 연이은 악재가 겹치면서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롯데그룹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롯데그룹의 위기는 지난해 7월 세무조사와 함께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끝날 예정이던 세무조사는 한 차례 연장돼 올 1월 말까지 계속됐고, 국세청은 세무조사가 끝난 후인 지난 2월 롯데쇼핑에 60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롯데그룹 사상 두 번째다. 규모는 가장 크다. 첫 번째는 지난해 2월 롯데호텔을 상대로 부과된 200억원대의 추징금이다.

이번에 부과된 600억원대의 추징금 대부분은 롯데시네마의 직영 매점 사업 등을 통한 세금 탈루와 시네마 사업에 대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차녀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함께 지분을 보유한 유원실업·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가 점별로 나눠 운영했다. 수익은 배당금을 통해 고스란히 오너 일가의 부를 축적하는 데 사용됐다. 

세무조사로 시작된
롯데그룹의 악몽

롯데쇼핑은 지난해 3월 이런 사업 수익구조에 대해 문제제기가 되자 위탁 운영하던 52개 매점을 직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계약을 해지했어도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이 오너 일가에 흘러들어간 사실은 변함이 없다. 국세청도 이러한 사실에 주목, 롯데쇼핑이 이들 회사에 대해 임대 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해 법인세를 탈루했다는 혐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롯데카드 고객 26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롯데카드센터의 업무가 며칠 동안 마비될 정도로 고객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유출된 개인정보 일부가 대출업자 등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 2월4일 롯데카드에 3개월 영업정지를 결정하고 사전 통보했다. 이어 2월17일부터 롯데카드는 공익·복지카드 등 비영리 목적 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의 신규 발급이 제한됐다. 롯데카드의 영업정지 기간은 5월15일까지다.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집단 소송에 대한 손해배상금도 문제다. 롯데카드가 물어야 하는 손해배상금은 35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KB국민카드가 지난달 29일 공시한 일괄신고서를 통해 "보수적으로 판단해 정보가 유출된 고객 중 실제 소송에 참여할 당사자를 전체 피해자 4300만명의 1%로 산정하고 개인당 20만원의 정신적 손해를 인정한 싸이월드 소송 사례를 적용하면 약 860억원의 보상액이 발생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추산 방식을 롯데카드사에 적용한 금액이다. 롯데카드는 손해배상금 외에 재발급 비용으로 75억원, 콜센터 확대 비용으로 12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와 관련한 전 임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금까지 5명의 전·현직 임직원이 구속됐다. 홈쇼핑 사업자 및 상품기획자(MD)는 그간 납품업체들에 '슈퍼 갑'으로 인식되어 왔다.

홈쇼핑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제품 상당수가 중소기업 혹은 신생 회사 물건으로 해당 회사는 홍보 기회를 얻기 위한 로비를 치열하게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2년 검찰은 홈쇼핑 업체 납품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해 홈쇼핑 MD 등 27명을 무더기로 기소한 적도 있다. 하지만 당시 롯데홈쇼핑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파문 확대
사장 이어 부회장 연루설에 당혹
금품수수 의혹 부인…강력 대응

이번 롯데홈쇼핑 사건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뇌물 사건, 다른 하나는 횡령 건이다.


검찰은 지난 2012년 퇴직한 롯데홈쇼핑 전 MD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중소 납품업체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수억원대의 대가성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납품업체 7곳의 사무실과 대표 자택 등 15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했고 이어 지난달 27일 납품업체 5곳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롯데홈쇼핑 이모 생활부문장과 이모 생활부문장, 전 MD 정모씨를 구속했다.

이 전 부문장은 홈쇼핑에 상품을 출연시키고 시간 편성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008년 12월∼2012년 10월 약 4년간 각종 생활용품을 중간 유통하는 업체 5곳으로부터 9억원의 뒷돈을 챙겼다. 정 전 MD는 2008년 12월∼2010년 1월 약 2년간 유통업체 한 곳으로부터 그랜저 승용차 한 대를 포함해 2억7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가족과 친인척 등 명의로 차명 계좌를 만들어 뇌물 통장을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일에는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 명목으로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신모 전 영업본부장이 구속됐다. 10일에는 또 다른 납품업체 1곳의 사무실 등지를 추가로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신 전 본부장은 2007년부터 롯데홈쇼핑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납품업체 2곳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신 전 본부장이 금품을 받아 또 다른 임원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홈쇼핑 전현직 임원
'슈퍼 갑’ 행세

이와 별도로 2010년 롯데홈쇼핑 본사 사옥 이전 과정에서 인테리어업체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이모 방송본부장과 김모 고객지원부문장도 구속 수감됐다. 롯데홈쇼핑은 2010년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양평동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임대하던 건물의 인테리어를 원상복구시켰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8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인테리어 공사업체 6곳에 허위·과다계상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면서 공사대금을 과다지급한 뒤 차액을 되돌려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본부장의 횡령 금액은 4억9000만원, 김 부문장은 6억5000만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이 본부장이 횡령한 돈의 용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억대의 돈이 당시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신 사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신 사장은 임원들의 횡령·리베이트가 이뤄진 2008년부터 롯데홈쇼핑 대표로 재직하다 2012년 롯데쇼핑(롯데백화점)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한 매체는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인원 롯데쇼핑 부회장이 비리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인원 부회장과 신헌 사장에게 뒷돈이 전달됐다는 일부 증거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부회장과 신 대표에게 건네진 돈의 규모는 수천만∼수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제2롯데월드 사고
안전불감증 논란


롯데그룹은 발 빠르게 대처했다.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명실상부한 그룹 2인자인 이 부회장이 보도 내용대로 비리에 연루됐다면 그룹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97년부터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를 맡아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99년부터 15년 연속으로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백화점 중심의 롯데쇼핑 매출구조를 할인마트까지 포함시키는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부회장 직함을 달았다. 총수일가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롯데그룹은 "롯데그룹 이인원 부회장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인원 부회장이 롯데홈쇼핑 전현직 임직원들의 부정비리와 관련해 어떠한 금품도 수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또 "해당 언론의 보도에 대해 민형사상의 법적 조치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잠실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에서는 또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10개월 만에 4번째 사고다.

지난 8일 오전 8시10분쯤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동 12층 옥상에서 배관작업을 하던 황모씨가 냉각수 배관의 압력을 시험하던 중 공기압으로 튕겨 나온 철제 배관 뚜껑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철제 배관 뚜껑은 지름 30cm, 길이 30cm로 무게는 16kg에 달한다. 

롯데건설 측은 사고가 황씨의 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밸브를 풀면 배관 뚜껑이 튕겨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사망자가 알았을 텐데 왜 그랬는지 의문이라는 것.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제2롯데월드 공사 중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불감증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지난 2월16일 오전 12시경 47층 컨테이너 박스에서 화재가 나 건설 자재 일부를 태우고 25분 만에 진화됐으며 지난해 10월1일에는 11층 공사 현장에서 기둥 거푸집 해체 작업 중 쇠파이프가 50여미터 아래 지상으로 추락하면서 지나가던 행인이 부상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앞서 지난해 6월25일에는 자동상승 거푸집장비가 43층 현장에서 무너져 내리면서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들 사고는 롯데그룹이 조기개장과 조기완공을 목표로 공기를 단축하려다 벌어진 인재라는 시각이 강하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사고로 5월 예정이던 제2롯데월드 임시개장이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측은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최근 10개월새 안전사고가 4차례나 발생한 만큼 임시개장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제2롯데월드 잇달아 사고

롯데그룹에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악재들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부정비리 척결과 공정거래문화 조성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사장단 회의 당시 신 회장은 "임직원들의 잘못된 행동이나 언행이 그룹의 이미지와 신뢰를 손상시키고 회사와 고객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며 "시스템을 보완하고 임직원들의 마인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롯데홈쇼핑 납품비리와 관련한 수사가 시작됐고 2월에는 6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2월3일에는 '롯데그룹 정보보호 위원회'를 개최,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해 조속한 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달했지만 영업정지 3개월 조치는 피해가지 못했다. 롯데그룹 정보보호 위원회는 롯데 내 정보보호 관련 정책 및 정보보호 활동을 점검하고 대응을 관장하는 조직으로 2007년 처음 결성됐다.

롯데홈쇼핑의 납품비리와 횡령 사건과 관련해서는 크게 격노하며 사태 진화를 주문했지만 제2롯데월드 사망 사고가 터지면서 취지를 무색케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롯데그룹은 '회장님 따로, 임직원 따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신동빈 회장만 '전전긍긍'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일단 확산되고 있는 롯데홈쇼핑 비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신 회장은 지난 4일 롯데홈쇼핑 사건 관련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관련자를 엄중히 문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회장은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그룹 차원에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칼 빼는 회장님
전 계열사 감사

신 회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과거의 잘못된 거래 관행이 만연해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조사하고 내부 감사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는지도 점검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롯데홈쇼핑을 포함한 그룹 전 계열사에 대한 비리 감사도 지시했다.

롯데 정책본부 산하 개선실은 조만간 롯데홈쇼핑에 대한 감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와 내부 감사를 통해 드러난 부정 행위자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개선실은 그룹 전 계열사에 대한 비리 감사와 시스템 개선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다.

롯데그룹이 강도 높은 감사를 예고한 가운데 창사 47년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맡고 있는 '신동빈호'가 신 회장의 의지대로 제 살을 도려내는 결단을 내리고 '먹구름'을 걷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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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