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는 담철곤 오리온 회장, 돈잔치 논란

‘오리온→아이팩→담철곤’ 수상한 돈흐름

[일요시사=경제1팀] 속속 공개된 재계 오너들의 연봉이 화제다. 수억에서 수백억에 이르는 돈에 서민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유독 욕을 먹는 '회장님'이 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다. 담 회장은 속보이는 '돈잔치'를 벌여 귀가 간지럽게 됐다.

오리온 담철곤·이화경 부부가 지난해 100억원에 이르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담철곤 회장은 연봉 54억원을 받았다. 식음료 업계에서 1위다. 그 다음은 부인 이화경 부회장. 이 부회장은 연봉 44억원을 받았다.

사실상 개인금고

여기에 이들 부부는 거액의 배당금도 챙겼다. 오리온은 지난해 주당 300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총 158억원(배당성향 144%). 이에 따라 오리온 지분 28%를 보유하고 있는 오너 일가는 배당금 51억원을 챙겼다. 이 부회장(14.5%·86만5204주)은 26억원을, 담 회장(12.92%·77만626주)은 23억원을 받았다. 이들의 자녀인 경선·서원(각각 0.53%·3만1669주)씨도 각각 1억원씩 수령했다.

오리온은 매출이 2012년 8207억원에서 지난해 7922억원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은 58억원에서 109억원으로 늘었다. 때문에 주주들이 배당금을 충분히 받을 만 했다는 평가다. 오리온은 2012년에도 주당 3000원의 배당금을 지급했었다.

문제는 자회사에서 벌인 '돈잔치'다. 담 회장은 실적이 좋지 않은 데도 거액의 배당금을 챙겼다. 논란의 회사는 '아이팩'이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아이팩은 지난해 주당 8만2000원씩 총 151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이 607%나 되는 고배당이다. 이 돈은 모두 담 회장 주머니로 들어갔다.

담 회장은 아이팩 지분 53.33%(18만4000주)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46.67%(16만1000주)는 아이팩의 100% 자회사인 프라임링크인터내셔널(PLI)이 갖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담 회장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다. 아이팩은 상호출자회사인 PLI 지분에 대해선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151억원을 몽땅 담 회장이 챙겼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우선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순이익의 6배가 넘어서다. 아이팩은 지난해 매출 40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억원, 25억원에 그쳤다. 그나마도 계열사들이 일감을 밀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순이익 6배 넘는 151억원 배당
모두 담 회장 주머니로 '쏘옥∼'

아이팩은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대표적인 회사다. 오리온 계열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 매출의 70% 이상을 '집안'에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온과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 등은 아이팩으로부터 과자 봉지와 박스 등을 납품받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수백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이팩의 배당은 처음이 아니다. 아이팩은 2011년 201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는데, 이 역시 모두 담 회장이 챙겼다. 배당성향이 무려 2121%의 초고배당이었다. 당시 아이팩 매출은 431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7억원, 9억원에 불과했다. 아이팩은 2000∼2005년 매년 11억원씩 배당한 데 이어 2006년과 2007년 각각 8억원, 3억원을 배당한 바 있다.

담 회장은 2011년과 지난해 아이팩에서만 352억원을 챙겼다. 공교롭게도 이는 담 회장이 회사자금 유용액을 회사에 돌려준 금액과 비슷하다. 그래서 업계에선 아이팩의 배당을 두고 담 회장을 위한 돈잔치란 뒷말이 나오고 있다. 변제금을 배당으로 되돌려 받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담 회장이 석방된 것은 2012년 2월. 담 회장은 회사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는 등 총 300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2011년 9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담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란 비판이 일었다. 사법부가 서민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반면 재벌에겐 너무 관대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래서인지 이후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법정에 선 총수들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3년간 352억 빼가
횡령 변제금 보존?
 

당시 재판부는 담 회장이 횡령·배임한 금액을 개인 재산으로 거의 변제했다는 점을 정상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담 회장 측은 "범죄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변제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조계에선 담 회장이 무거운 형을 피하려는 의도로 횡령액을 갚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아이팩은 '비자금 창구'로 지목됐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아이팩 차명 소유주와 임원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처럼 꾸며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아이팩의 회사돈으로 '포르쉐 카레라'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벤츠 CL500' 등 고급 외제차를 리스해 자녀 통학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와 아이팩의 중국 자회사 자금 횡령 및 헐값 매각, 아이팩 소유 대지 유용 등의 수법으로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입힌 의혹도 받았다.

전 아이팩 대표인 김모씨는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특히 아이팩은 오리온그룹의 위장 계열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1981년 설립된 아이팩은 제과, 음료 등 식품류 포장지와 골판지상자 제조업체로 부동산임대업도 하고 있다. 본점은 경기 안산시 원시동 반월공업단지에, 전북 익산시 신흥동에 공장을 두고 있다. 처음 신영화성공업이란 회사였다가 1991년 신농으로, 1999년 다시 현 상호로 변경했다.

검찰은 "오리온그룹은 아이팩을 1988년 인수해 위장 계열사의 형태로 운영해왔다"며 "비상장 회사를 통해 비자금 조성을 쉽게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막 퍼간다"

동양창업투자와 김모씨, 박모씨 등이 지분을 보유하는 것으로 등재됐으나 실제론 담 회장 소유의 차명지분으로 밝혀졌다. 2009년과 2010년 아이팩의 주요주주는 PLI(35.78%·16만1000주), 김씨(20.96%·9만4300주), 동양창업투자(16.67%·7만5000주), 박씨(11.49%·5만1700주) 등이었다. 담 회장이 갑자기 최대주주로 등재된 것은 검찰 수사가 끝난 2011년이다. 그리고 돈잔치를 시작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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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