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의혹 양주시 ‘낚시터 커넥션’ 추적

시골 마을서 터진 저수지 스캔들 "냄새 난다"

[일요시사=사회팀] 양주시 소재 한 낚시터에 각종 불법행위가 자행되고 있음에도 불구, 관할 당국이 이를 묵인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 2년 전 불법 사실이 지적되고 주민들이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묵살하고 있어 업체와 담당 공무원과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도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전 국회의원의 친인척이 연관돼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 211-1 일대에는 면적 14만8760m², 저수량 87만8000t, 몽리면적 203ha의 기산저수지가 조성되어 있다. 장흥국민관광단지와 최근 조성된 크라운해태제과의 아트밸리와 인접하고 높은 산에 둘러싸여 경치가 수려해 수도권 드라이브 코스와 가족 나들이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기산저수지 내에는 낚시꾼 외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 저수지로 통하는 3개의 길 초입에는 '방문차량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서있다. 출입은 낚시터 이용요금을 낸 낚시꾼과 그들의 차량만이 허용된다. 심지어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출입조차 통제된다. 무슨 일일까?

"시끄럽다"
통행금지

기산저수지는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과 백석읍 경계에 있는 꾀꼬리봉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막아 만든 저수지다. 기산리 일대에서 농업용수로 이용된 후 문산천으로 입수한다. 1971년 11월 착공에 들어가 75년 12월 준공된 뒤 현재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지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기산저수지는 농어촌공사가 저수지 주변 주민들의 수익 보장을 위해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기산리마을향우회 내수면 어업계에서 5년 임대 조건으로 낚시터업 허가를 받아 운영을 하고 있다. 대표는 김모씨로 오는 6월2일 허가가 만료된다.

기산저수지가 소재한 기산리 211-1 일대 등기사항전부증명서(말소사항 포함)를 보면 지난 2008년 10월 거래가액 1억3700만원에 김 대표로 소유권 이전이 완료됐다. 약 5개월 뒤 김 대표는 기산저수지 인근 토지에 대해 근저당권과 지상권 설정을 완료했다.


조용하던 저수지에 돌을 던진 건 김 대표였다. 김 대표는 농어촌공사에서 허가받은 수상좌대와 관리사무소 외에 수상가옥, 가설교, 무허가음식점, 저수지 성토 등 각종 불법시설물들을 설치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낚시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저수지 통행까지 가로막았다. 주민들에게는 마을 발전기금 명목으로 1년에 300만원 지급이 전부다.
 

뿔난 주민들은 단체 행동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농어촌공사와 양주시청에 낚시터 영업을 중단시켜달라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냈다. 지난 2012년 11월에는 지역 언론을 통해 "기산저수지를 돌려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공론화되기도 했다. 당시 언론 기사에 따르면 주민들은 저수지 수변 경관을 해치는 낚시터를 즉각 폐쇄하고 인근 마장저수지와 같이 수변에 산책로와 수변테크 등을 조성, 지역의 관광명소로 만들어 줄 것을 농어촌공사 등에 요구했다.

당시 김 대표는 "관광형 저수지로 조성하자는 의견에는 찬성하지만 정상 영업 중인 낚시터를 폐쇄하자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측도 "낚시터 폐쇄 요구는 주민들 간에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임대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저수지 폐쇄 여부와 관광형 저수지 조성 등의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주·동두천 전 국회의원 친인척 연루설
지역 보좌관 친형이 수십년간 식당 운영

하지만 자행되고 있는 불법 행위에 대한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들에 따르면 관련 민원을 수십 번 제기했지만 농어촌공사는 사태를 해결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저수지 면적은 차량 통행을 위해 성토된 폐건축물로 나날이 줄어들었고 수상가옥과 방갈로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에 악취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중순에는 주민 30여명이 서명하고 작성한 고발장이 양주시청에 접수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고발장에서 "낚시터를 운영하는 김○○이 기산저수지 및 유수지가 마치 자기 사유지인 것처럼 저수지를 상류, 중류, 하류로 분류해 곳곳을 불법 훼손하여 무허가식당과 부대시설, 수상가옥, 불법매립으로 인한 유수지 축소 등의 의혹이 있다"며 "양주시청이 주민들의 뜻을 헤아려 조속한 처리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말썽을 빚고 있는 기산저수지를 <일요시사>가 직접 찾았다. 인근 부동산에서 만난 주민 대표 김씨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배경이 있기에 관할당국이은논란을 감추기에만 급급하다"며 "낚시터 운영자 김 대표도 '하려면 해봐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낚시터 곳곳은 온갖 불법 시설물로 가득했다. 양주시장이 발급한 낚시터업 허가증에는 낚시터 부대시설로 화장실 4개동과, 관리실 4개동, 폐기물분리시설 및 편의시설 등만 허가하고 있다. 기산저수지 낚시터의 수상시설물 확인서에도 농어촌공사는 수상좌대 10개동(3인용)과 잔교 10개동(10인용 4개동·15인용 3개동·25인용 2개동·35인용 1개동), 관리사무소만 허가했다. 그러나 기자가 찾은 기산저수지 낚시터는 무허가로 가득했다.

수십 번 민원에도
'나 몰라라' 일관

폭 5m 가량의 도로를 이어 주는 다리는 철관으로 가설됐고 안전장치 하나 없는 상태에서 차량이 통행하고 있었다. 다리 바로 아래는 저수지로 심각한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이 다리는 지난해 원래 있던 인도가 물에 휩쓸려 내려가면서 김 대표가 낚시터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저수지 주변을 감싸고 있는 도로도 낚시터 개장 초기에는 없었다. 낚시터 운영이 시작된 뒤 생겼다는 것. 저수지 면적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토지 중 주민들 사유지를 제외한 모든 구역은 차량 통행이 가능했다. 도로를 덮고 있는 천막을 들춰보니 깨진 벽돌과 폐시멘트 등 폐건축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낚시꾼들에 의해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도 널려 있었다. 저수지에는 죽은 물고기가 떠다녔다.

오폐수 무단 방류, 가설교, 불법 매립
문제 일자 지역 언론 '돈다발 입막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오폐수 무단 방류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김 대표는 낚시터에 간이 화장실과 방갈로, 수상가옥을 운영하면서 오폐수를 저수지에 무단 방류했다. 관할 당국은 기산저수지 주변에 위치한 식당과 펜션에서 나오는 오폐수가 저수지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했다. 식당과 펜션 주인들은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오폐수를 흘려보내기 위해 자비를 들여 하수처리시설을 설치했다. 펜션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저수지 수질을 보호하기 위해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해 놓고 정작 저수지 내에 위치한 낚시터가 저수지로 오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것은 눈감아 주고 있다"며 "이럴 거면 무엇을 위해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낚시터를 운영한 것은 올해로 딱 5년째. 5년 전 김 대표의 전임자가 10년 동안 낚시터를 운영할 때도 불법시설물은 존재했고 15년 전 첫 운영자가 낚시터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불법행위가 자행됨에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에 업체와 담당 공무원과의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관할 당국의 석연찮은 해명도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했다. 농어촌공사 파주지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 조사를 통해 불법에 대한 내용을 파악했고 관련 시설물을 낚시터 소유의 토지를 옮기라고 지시하고 가설교에 대해서는 말뚝을 박는 등의 방법으로 차량 통행을 하지 못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불법 행위는 인정
"어쩔 수 없었다"

주민들의 민원과 지역 언론의 문제제기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낚시터 소유의 토지와 인근 식당, 주민들의 토지 간 지적 측량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공사에서 쉽게 손을 대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지적 측량을 정식으로 의뢰했고 결과가 나오면 전반적으로 손을 댈 예정"이라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사의 특성상 관할 지역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자주 교체되어 대응이 미숙했다"고 덧붙였다. 어찌됐든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양주시청은 발을 빼는 모양새다. 양주시청 관계자는 "기산저수지의 원소유주는 농어촌공사로서 낚시터는 개인이 농어촌공사와 임대계약을 맺고 운영되는 것으로 양주시청은 낚시터업 허가를 내준 것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주장은 달랐다. 김 대표는 "농어촌공사는 1년에 3∼4번 현장조사를 나왔고 그에 따라 모든 불법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가설교와 방갈로가 불법인 것은 인정하지만 수상좌대와 수상가옥에 대해서는 농어촌공사에서 모두 허가를 내준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 "농어촌공사와 맺은 저수지 이용 계약은 5년인데 양주시청에서는 1년 단위로 낚시터업 허가를 내줘 매년 이를 연장하기 위해 지대한 공을 들여야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불법행위 알면서도 묵인 왜?
양주시-농어촌공사 책임 전가

김 대표에 따르면 기산저수지 낚시터는 국내 10위 안에 들 정도로 낚시꾼들 사이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시설투자비 명목으로 약 10억을 투자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낚시터가 이제야 자리를 잡으려고 하는데 낚시터를 없애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는 나보고 죽으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양주시청 측은 "관련법상 개인이 임대한 저수지라도 공익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밝힌 뒤 "그럴 경우 낚시터 운영을 할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2년 단위로 허가를 내주고 마지막에는 저수지 이용 만료 기간인 올 6월2일까지 약 1년간 허가를 내준 것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낚시터 관리당국인 농어촌공사가 불법을 묵인한 의혹에 대해 전 국회의원의 친인척이 연관돼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양주시·동두천시 전 국회의원 A씨의 자취는 낚시터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먼저 기산저수지 낚시터의 첫 운영자는 A씨의 작은 처남 B씨였다. 주민들 사이에서 B씨는 양주를 근거지로 해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 A씨의 정치자금줄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와 B씨는 양주시 대형교회 조성과 아파트 개발, 인도네시아 개발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으며 특히 B씨는 모 지역신문 명예회장에게 대가성 현금 1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낚시터 내에 위치한 한 식당 주인은 A씨가 국회의원으로 재직할 당시 지역보좌관 겸 비서실장으로 활동한 C씨의 형이다. 이 식당은 낚시터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낚시터 운영자가 수차례 바뀌었음에도 불구, 같은 자리에서 같은 주인이 수십년 동안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저수지 돌려 달라"
목적 맞게 운영해야

뿐만 아니라 지난달 24일 관할당국의 기산저수지 낚시터 불법 행위 묵인과 유착 의혹을 제기한 지역 언론사에 동종 업계 직원이 돈다발을 들고 찾아와 기사 삭제와 추가 보도 자제를 요구하는 일도 발생했다. 해당 언론사 관계자는 "기사 내용에 등장하는 업체나 관할청이 아닌 언론사에서 기사 삭제 요청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며 "배경에 고위 인사가 관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의 요구 사항은 하나다. 저수지를 본연의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기산저수지를 기준으로 서쪽으로 약 3km 지점에는 면적 19만8000m²의 중형급 저수지 '마장저수지'가 있다. 마장저수지 또한 당초 낚시터로 사용됐지만 2006년부터는 공원 조성 사업으로 낚시가 금지됐고 현재는 근린공원으로 조성됐다. 2009년 3월부터는 지역민뿐만 아니라 방문객을 위한 친환경 공원으로 거듭났다. 

주민 대표 김씨는 "기산리마을향우회 내수면 어업계는 개인이 낚시터를 운영하기 위한 유령 법인일 뿐이다"며 "불법 낚시터를 폐쇄하고 마장저수지와 마찬가지로 산책로와 수변공원을 조성해 저수지를 주민들의 수익보장이라는 당초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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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