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경제2팀] 앞으로 소비자들은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을 가입할 때 현재보다 더 비싼 보험료를 내게 될 전망이다. 운전자들은 그동안 받았던 각종 특약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다. 손해보험사들이 할인혜택은 줄이고 자동차 보험료를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손보사들이 근본적인 대책 없이 보험료만 올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 삼성화재가 보험료를 인상하기로 결정하자 눈치 보던 손해보험업체들이 너도나도 보험료 인상에 나섰다. 손보사 적자의 큰 원인이었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보험료 인상 카드로 막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동차 보험료는 소비자물가에 포함돼 사실상 묶여있었다. 보험료 인상은 201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 이번 손보사의 보험료 정책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비판 여론 일어
삼성화재가 영업용과 업무용차량의 자동차 보험료를 인상할 전망이다. 삼성화재는 영업용 차량 보험료는 10% 인상하고, 업무용 차량은 3%씩 올릴 예정이다. 개인용 차량 보험료는 동결하기로 했다.
반면, 자동차보험 특약할인율과 멤버십 서비스 할인율은 낮출 계획이다. 삼성화재는 오는 16일부터 택시·버스·렌터카 등 영업용과 법인·관용 차량 등 업무용 자동차의 블랙박스 특약 할인율을 현행 4%에서 1%로 낮춘다. 오는 4월부터는 멤버십 서비스인 애니카랜드 10대 정비 할인서비스의 할인 폭을 기존 최대 57%에서 최대 54%로 내린다. 개인용 자동차에 대해서는 할인율 인하를 검토 중이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보험료를 인상하자 손보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시작했다. 삼성화재에 이어 메리츠화재와 LIG손해보험은 영업용 자동차보험료를 올리기로 했다. 보험료 인상 폭도 삼성화재와 비슷한 수준이다.
LIG손해보험은 영업용 차량에 대한 자동차 보험료를 10% 인상하기로 했다. 메리츠화재도 내달 중순 책임개시일 부터 영업용 차량 10%, 업무용 차량 3%의 비율로 자동차 보험료를 각각 올리기로 했다. 업무용 차량은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인상 폭, 시행시기 등은 아직 미정이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 역시 영업용과 업무용 차량을 중심으로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하이카다이렉트, 더케이손보, 흥국화재, 한화손보, 롯데손보 등 중소형 손보사는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위한 요율 검증을 의뢰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료 인상 폭은 2∼3%이다.
이러한 보험료 인상에 대해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악화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손해율은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된 보험금 비율이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아시다시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너무 높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용 차량 손해율도 높지만 개인용 차량의 보험료를 높이면 파급이 클 것 같아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보험료가 인상되면 보험료 수입이 늘어나 손해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부연이다.
지난해 손보사 영업이익은 1조396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손보사 손해율은 전년대비 4.4% 상승한 87.4%까지 올랐다.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의 적정손해율을 77.0%로 보고 있다. 이는 사업비로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고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와 지급한 보험금이 같은 손익분기점 수준을 의미한다. 당기순이익은 4002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 인상 결정하자 다른 업체들도 도미노
방만경영 탓인데 손해율 내세워 핑계대기 급급
그러나 소비자단체와 전문가들은 손보사들이 보험료를 높이기 위해 손해율을 내세워 핑계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선 손보사들이 제시하는 '손해율' 기준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보험이용자협회에 따르면 손보사가 내세우는 '손해율'은 '원수 손해율'이 아닌 '경과손해율'이다. '원수 손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서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예컨대 보험료로 10만원을 걷었는데 7만원을 내줬다면 손해율은 70%가 된다.
반면, 손보사들이 말하는 '경과손해율'의 구조는 복잡하다. 경과손해율에는 가입자의 보험료 외에 손보사의 경영금액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경과 손해율'은 경과보험료 기준에서 발생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경과보험료는 결산 연도 해당분 보험료와 보험회사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재보험 계약 보험료를 가감한 것이다. 발생손해액은 결산 연도에 지급되지 않은 지급준비금 및 재보험 계약 보험금을 가감한 회계처리 기준 손해율이다. 즉, 보험이용자와 무관한 손해율인 셈이다.
경과보험료는 줄어들고 있지만 발생 손해액은 손보사의 경영에 따라 늘어날 수 있어 경과손해율이 원수 손해율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손보사가 보험료를 올리기 위한 명분으로 경과손해율을 내세우는 이유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대표는 "손보사들은 보험료를 올리기 위해 수법을 쓰고 있다"며 "실제 원수 손해율은 77% 미만인데 손보사들은 가입자의 책임이 없는 경과 손해율을 명분으로 보험료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손보사들의 수익 악화에는 과도한 심사비 지출에도 있다"며 "손보사는 보험료 지급 누수를 제대로 막지도 못하면서 지출하는 보험 심사비용은 건강보험공단이 쓰는 금액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손보사들은 미지급 준비금을 투자해 얻은 수익은 숨기려 하고, 손실만 이야기하고 있다"며 "영업적자의 원인은 보험사 경영자들에게 있는데 책임은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손보사들이 '보험영업'으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동차 보험료를 높여 소비자에게 책임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보사 손해율의 결정적인 원인은 내부에서 숨기려고 하는 보험료에 포함된 사업비 과다지출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손보업계들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을 찾기보다 보험료 인상부터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엉터리 해결책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손보사들은 보험료를 인상하겠다고 손해율을 내세우는데 사실상 손보사들의 주요 손실은 보험금 누수에 있다"며 "자동차 사고의 경우 실제 다치지도 않은 가입자에게 퍼주는 식 보상시스템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이러한 누수부터 해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손보사들은 경쟁심화로 광고비용을 쏟아 붓는 등 무리하게 사업비를 지출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업비를 줄일 생각부터 해야 할 손보사들이 손쉽게 보험료부터 높여서 손실을 만회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손보사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방안이 아닌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전가방안이라는 지적이다.
박효선 기자 <dklo216@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