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여고생 뇌사 사연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18 14: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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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도 유명해서 믿었는데…”

[일요시사=사회팀] 수능을 마친 여고생이 성형수술 도중 의식불명에 빠졌다. 전신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달째 뇌사상태로 누워있다. 수술을 담당했던 집도의는 퇴사했고, 병원 측은 사건을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족들과 피해 여학생의 친구들은 신사동 성형외과 사옥 앞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강남 유명한 성형외과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은 여고생 장모(19)양이 의식불명에 빠진 것이다. 피해 학생은 수능시험을 마치고 지난해 12월9일 사건이 일어난 병원에서 쌍꺼풀과 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을 시작하고 7시간이 경과하자 온 몸이 딱딱하게 굳어져 119구급차에 실려갔다.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장 양은 결국 뇌사상태에 빠졌다. 병원에 후송된 장 양은 현재까지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인 상태로 누워있다.


친구들 억울함 호소


지난 11일, 장 양의 친구 수십여 명은 버스를 대절해 강원도 삼척에서 올라와 사고 병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병원 측 책임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자식을 둔 모든 부모님께 호소합니다’라는 문구로 ‘삼척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 2014 대학 수시 합격을 한 장 양, 2013년 12월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성형외과 병원에서 눈과 코수술을 받던 중 병원 내에 대기 중인 보호자 동의 없이 전신 마취를 하고 성형수술을 마친 후 그냥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며 그대로 방치해 뇌사상태로 온 몸이 딱딱하게 굳어…의료 과실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줄 것을 병원 측과 관계기관에 다시 한 번 요구합니다’라고 적힌 호소문을 만들어 친구인 장 양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 양의 당초 수술 예상 시간은 2시간30분이었지만 장 양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급히 강남성모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전신 마취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호자 동의 없이 마취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보호자 대기실에 보호자가 있는 데도 알리지 않고 수술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고 응급실로 그냥 이송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피해학생은 눈이나 입술의 움직임은 있지만 의식은 여전히 없는 상태로 알려진다. 장 양의 가족들은 “병원 측이 부분마취에 대한 동의만 받은 상태에서 수술 중 전신 마취를 했다”며 병원 측의 의료과실을 주장하고 있다. 수술 도중 문제가 발생하자 병원 측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다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놓쳤다고 본 것이다.


가족들은 보호자 동의 없이 전신 마취를 해 장 양이 뇌사상태에 빠졌다며 병원 측을 상대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 강남경찰서로 내려보냈다. 지난 12일 강남경찰서는 장 양에게 성형수술을 한 성형외과 의료진 등 4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병원 측은 과실 인정보다는 병원비를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가족들의 의사에 따라 더 큰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의 과실 여부는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잠적했다고 복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잠적이 아닌 퇴사로 확인됐다. 사건 직후 고통에 시달리던 집도의가 사표를 낸 것이다.


쌍꺼풀·코 수술 위해 마취했다 의식불명
두 달째 일어나지 못해…당시 집도의 사표


성형외과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집도한 의사가 잠적했다는 것은 오보다. 퇴사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집도의는 의료사고가 처음”이라며 “사고 이후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또한 “집도의는 피해자가 있는 병원에 찾아 가기도 했다”며 “앞으로 병원 측은 모든 걸 공개해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성형외과는 강남 중심가의 21개층(지상 15층, 지하 6층) 전체를 병원으로 쓰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대형병원이다. 또 유명 연예인이 추천하는 성형외과로 알려졌으며 드라마 등의 협찬과 연예인 시술로 알려진 성형외과다. 국내의 대표적인 대규모 성형외과로서 대대적인 광고를 해왔던 점 등에서 논란이 불씨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유명 성형외과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상황이 더욱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취 관련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개 ‘수면마취’와 연관되는데 이는 성형수술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부분마취보다 강력하고 전신 마취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수면마취를 선호한다. 성형수술을 앞둔 사람들은 한편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경우와 수술 도중 마취가 풀릴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400명의 수술환자 중 81%가 수술 전 불안을 경험했다. 그중 65%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을 걱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수술 중·후에 혈압·맥박·산소분압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본적인 모니터 장치를 갖춰 환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취에 따른 의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거나 기도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특히 가슴 성형, 지방 흡입, 얼굴 윤곽 등 전신 마취가 필요한 큰 수술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수면 마취는 정맥주사로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게 ‘프로포폴(propofol)’이다. 흔히 우유주사로 알려지며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될 만큼 유명해졌다. 프로포폴은 아주 간단하게 주사하는 것만으로 환자를 깊이 재울 수 있어 많은 의사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중독성이 강해 마약성 약물로 지정됐다. 이외에도 해리성(환각성) 마취제인 케타민(ketamine)도 자주 사용된다.


경찰 의료진 수사


수면마취 도중 일어난 사고의 원인은 대개 ‘용량 초과’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어떤 환자는 의사들이 말하는 적정량을 투입했음에도 정작 환자의 신체는 많은 양으로 인식해 무호흡증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최근 사례를 보면, 치과에서 수면마취 후 사망한 어린아이, 모발이식수술을 받던 40대 여성의 사지마비 등이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료사고 사각지대

강남 성형외과 1%만 응급장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동익 의원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전체 성형외과의 응급의료장비 구비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 1091개 성형외과 중 응급의료장비가 없는 성형외과는 839개(76.9%)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응급의료장비 설치율은 종합병원의 경우 99.2%였지만 병원급 성형외과의 경우 50%, 의원급 성형외과는 0%로 소규모 성형외과의 경우 모두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울 강남구는 성형외과만 319개가 있지만 이들 가운데 응급의료장비 구비율은 1.2%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전신 마취가 필요한 수술이 무분별하게 실시되면서 관련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생긴 이래 최근까지 접수된 성형피해만 873건으로 집계됐다. 한국소비자원의 경우 2008년 42건에 불과했던 성형관련 피해신고가 지난해 한 해에만 3배에 달하는 13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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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