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광명시 운전면허학원 입찰 의혹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2.17 14: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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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 친 고스톱' 특정인 밀어주기?

[일요시사=경제1팀] 수도권 서남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자동차운전면허학원 입찰을 두고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존 운영업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입찰을 밀어주기 위해 일종의 제한 규정을 뒀다는 게 요지다. 관할인 광명시 측은 시민을 위한 조치였다며 관련 내용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 운전면허학원 입찰 과정 중 석연찮은 점을 짚어봤다.




지난해 11월7일 광명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운영하는 전자자산처분시스템인 온비드와 광명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광명시 하안동 24번지 소재 광명운전면허학원에 대한 '시유 행정재산 사용·수익허가 입찰공고'를 기재했다. 사용료 예정가격(최초 1년분·입찰가)은 9억4734만8000원, 허가기간은 3년으로 했다.

입찰은 제한경쟁·예정가격 이상 최고가 낙찰방식·총액 입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공동 도급은 허용하지 않았다. 동일한 가격으로 진행된 1차 입찰과 2차 입찰은 유찰됐다. 약 8억5000만원으로 낮춰져 진행된 3차 입찰도 유찰됐다. 다시 7억5000여만원으로 낮춰져 4차 입찰이 진행됐지만 역시 유찰. 5차에 돼서야 약 6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4차례 유찰 거치며
입찰가 대폭 하락


5차 입찰에는 2명이 참가했다. 시는 최고가를 써낸 윤모씨에게 지난해 12월10일 입찰참가자격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광명시는 2005년도와 2008년도에 진행된 시유 행정재산 사용·수익허가 입찰공고를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2013년도에는 방식을 제한경쟁으로 변경하면서 실적제한과 지역제한을 뒀다.


광명시는 '공고일 전일 기준 최근 10년 이내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을 법정 자격증 보유자(강사, 기능검정원) 수 40인 이상으로 3년 이상 운영한 실적이 있는 자'라는 자격 규정을 추가했다. 여기에 '운영기간에 대한 실적은 공고일 현재 운영 중인 경우 공고일 전일 기준, 휴업 등 미운영중인 경우 운영중지일 전일 기준으로 하며 중복기간은 하나만 계산함'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시는 '공고일 전일 기준 경기도에 주된 영업소의 소재지를 둔 법인 또는 개인'만 참여할 수 있다는 지역제한 조항도 추가했다. 이 조항에는 '공고일 전일 기준 만 20세 이상인 자이고 1세대당 1명만 참가 가능하며, 대리인 운영은 불가함'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윤씨는 공유재산 사용·수익허가 신청서, 본인서명사실확인서, 인감증명서, 주민등록증 사본, 주민등록등본 등 입증 서류를 냈다.

하지만 광명시는 윤씨에게 '제출된 실적증명서에 대표자 성명이 응찰자 본인(윤씨)이 아닌 타인(윤씨의 부친)의 이름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응찰자 본인은 학사관리담당자로 기재되어 있어 해당 실적증명서가 응찰자 본인의 실적으로 볼 수 없는 바, 응찰자 본인의 실적을 입증할 보완서류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윤씨의 부친은 2005년 9월2일부터 2008년 9월30일까지 약 3년간 광명운전면허학원을 운영했다. 같은 기간 윤씨는 학사관리담당자로 학원의 학사관리와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담당했다. 윤씨는 "학원의 성격상 원장 혹은 대표자가 모두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며 "광명운전면허학원의 경우 행정, 전산, 인사 등의 학원 내부 업무를 총괄하는 학사관리자가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사실 증명을 위해 당시 학감으로 있던 김씨의 인우보증서를 첨부해 시에 제출했다. 이와 함께 43명의 강사와 함께 근무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경기지방경찰청과 주고 받은 '강사 해임안'과 '강사 해임 수리 통지'도 보냈다.


공개경쟁서 돌연 제한경쟁으로 변경
최고가 써내고도 과도한 규정에 발목


이에 광명시는 '학사관리담당자는 고용된 근로자일 뿐 형식적·실질적으로 학원을 운영한 대표자가 아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을 경우 소명자료 제출을 요한다'는 내용의 답변을 했다.


윤씨는 "지난해 12월4일 경 담당과인 치수방재과에 문의를 한 결과 '3년 이상 40인 이상으로 운영한 사실에 대한 증명서 발급이 가능하면 입찰해도 된다'는 말을 듣고 입찰에 참가했다”며 경기지방경찰청 교통과 면허계로부터 받은 '학원운영 사실 증명 통지'라는 공문을 보완서류로 제출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광명시는 '학사관리담당자는 학원을 운영한 대표자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고수했고 결국 윤씨에게 '입찰 무효'를 통보했다.




요점은 입찰 공고 '입찰 참가자격' '나'항의 '운영한 실적이 있는 자'이다. 윤씨는 "최초 공고 내용에 자동차학원을 40인 이상으로 3년 내에 운영한 내용에 대한 실적이 있는 자라고만 표기되어 있을 뿐 대표자라는 말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며 "시가 기존 운영자에게 입찰을 밀어주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씨는 이 같은 내용으로 시에 입찰무효 통보에 대한 이의 신청을 했다.

하지만 광명시가 윤씨에게 보낸 '이의신청에 대한 통지문'을 통해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을 '운영'한 실적이 있는 자라 함은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의 인적, 물적 시설을 조직, 구성하고 전반적인 관리, 경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그에 따른 업무처리를 행한 사람으로 법인의 경우 대표자, 개인의 경우 사업자, 즉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의 경우에는 '학원장'이 이에 해당하고, 직원으로 근무한 사람의 경우는 자동차운전 전문학원을 운영한 실적이 있는 자라고 볼 수 없다"고 답변했다.

결국 광명운전면허학원은 차순위자이자 기존 운영자인 A씨에게 낙찰됐다. 이를 두고 광명시가 입찰참가자격을 현재 운영 중인 업체 외에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고의적으로 과도한 참가제한조건을 추가시켰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OK'
광명시는 'NO'


윤씨 측은 경기도에 주된 영업소의 소재지를 둔 법인 또는 개인 중 40명 이상의 규모를 갖추고 운전면허학원을 운영하는 이는 거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지방경찰청에서 공개한 지난해 3/4분기(7∼9월) ‘자동차운전전문학원 교육성과 공개(경기1)’에 따르면 경기 서부지역 51개 학원 중 40인 이상 강사를 두고 운영하는 곳은 광명운전면허학원 한 곳에 불과하다.

아직 4/4분기 교육성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관련 업계는 경기권 전체로 확대한다 하더라도 40명 이상 강사를 보유한 학원은 1∼2곳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씨 측은 단 한 사람의 입찰 참여 없이 4차례 동안 유찰된 점도 시가 기존 운영자에게 '몰아주기'를 했다는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입찰 참가자격에 모두 부합하는 사람은 현재 운영자밖에 없는데 굳이 높은 가격에 입찰에 응할 필요가 없으며 유찰이 반복되면서 입찰가가 내려갔고 5차에 돼서야 경쟁 입찰자가 나타나자 입찰에 참여했다는 얘기다.


지역·실적제한
공정성 의문


의혹은 또 있다. 윤씨 측은 "기존처럼 공개경쟁 입찰을 했을 경우 입찰 참여자가 늘어나 최초 1차 입찰가 9억5000여만원을 넘는 가격으로 시세외수입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4차 유찰을 거치며 예상 1차보다 3억원 가량 하향 조정되며 세수 감소로 이어졌다. 시가 주장하는 안정된 시세외수입 확보는 핑계일 뿐이다"고 말했다.

광명시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광명시 치수방제과 관계자는 "입찰 공고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공문을 통해 40명 이상 규모 학원이 경기 남부지역 소재 학원만 6곳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시 자체적으로 조사한 학원도 5∼6곳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광명운전면허학원은 광명시 유일한 운전면허학원이고 자체 시험까지 가능해 많은 광명시민들이 면허학원을 이용함에 따라 서비스 요구수준이 매우 높아져 운영에 많은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시세외수입의 안정적 확보와 시민들의 편익증진 및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불가피하게 참가제한조건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명시가 시비를 들여 광명운전면허학원 실내 조명을 모두 LED 조명으로 교체해준 점도 의문이다. 윤씨 측에 따르면 그간 광명시는 광명운전면허학원 시설의 개·보수에 드는 비용 일체를 운영자 측에 부담토록 했다. 입찰 공고에도 '사용·수익허가 받은 재산에 우리시의 승인 없이 시설변경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사용자가 당 시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시설투자한 금액은 광명시에서 일체 보상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다. 각종 수도 및 가스 등 공공요금에 대해서도 광명시에 일체의 부담을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광명시 관계자는 "최근 학원에서 조명 교체를 요구해와 실내등을 LED로 교체해준 점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동안 시설물 일체에 대한 개·보수를 운영자에게 담당케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시설물에 대한 비용은 모두 시에서 부담해 왔다. 윤씨 측이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다"고 반박했다.


'강사 40명 이상'…한 곳밖에 없다!
'3년 이상 운영'…한 곳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가 자체적인 판단으로 입찰 과정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법적 검토를 마친 사항이다"며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광명운전면허학원은 설립 초기부터 갖가지 문제점이 이어졌다. 대한주택공사는 안양천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고 지대가 낮아 상습침수지역이었던 하안동 24번지 일대에 방재목적으로 유수지(홍수 등을 대비해 강 주변에 물이 임시로 머물도록 마련된 곳)를 조성했다. 광명시(당시 전창선 시장)는 지난 1990년 3월6일 주택공사와 하안유수지 인계·인수 협약을 체결하고 이튿날 바로 유수지 대부 입찰공고를 냈다. 수익창출을 위해 유수지를 민간에 임대해 시세외수입을 증대한다는 명분이었다. 그 결과 5000여평에 해당하는 골프연습장은 김모씨가, 광명운전면허학원은 채모씨가 수의 계약으로 따냈다.




첫 번째 문제는 해당 건축물 준공검사일이었던 90년 9월8일 경 벌어졌다. 감사원 감사가 벌어진 것. 결과는 도시계획법 위반으로 나왔다. '완충녹지'로 되어 있는 유수지에는 도시계획법상 건축이 허가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광명시는 두 업자에게 공유재산 사용허가를 연장해줬다. 이에 감사원은 91년 가을 재감사를 벌여 광명운전면허학원과 골프연습장에 위법 사항이 해결될 때까지 사용 중지 조처 및 이행 여부 철저 확인 처분을 내렸다.

광명시는 감사원 지시를 무시했다. 시설 합법화를 위해 시 조례를 개정하고 경기도에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신청했다. 그러던 중 당시 광명시 수도과장이 두 시설물 업자로부터 2000여만원을 받고 시설물 건축허가를 내준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속됐고 파면 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시측 "트집 잡기"
관련 의혹 부인


경기도는 광명시의 요구를 연거푸 불허했다. '완충녹지란 유수지 인근 주택가와의 완충 역할이 목적인데 대책 없는 완충녹지 전면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반려 이유였다.

그러나 2000년 완충녹지가 일반녹지로 변경이 가능하다는 도시계획법이 개정됐고 그제야 정식 준공허가가 떨어져 광명시에 기부채납되면서 건축 10년 만에 광명운전면허학원과 골프연습장은 공유재산 사용허가를 체결했다.

그 후 2003년 11월 임대기간이 만료돼 광명시가 기존 수의계약 방식에서 '공개입찰' 방식의 위탁운영 결정을 내렸지만 기존 운영자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2008년에는 운영자가 3개월 분의 사용료를 미납하면서 법적제재에까지 돌입하는 등 문제점은 끊이지 않았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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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