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기름유출 사태' 역대 대기업 환경사고 보니…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2.10 1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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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시간 끌다 모른 척 흐지부지

[일요시사=경제1팀] 여수에 또 재앙이 찾아왔다. 민족 대명절인 설, 여수 앞바다에서 원유유출 사태가 발생했다. 기름 냄새가 여수 시내까지 진동할 정도다. 근처 어민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보상이 절실한 상황. 하지만 어렵다. 유조선사인 선박회사와 GS칼텍스 간 책임공방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기업 환경사고는 보상받기 힘들다. 항상 그래왔다. 태안 기름유출 사태는 6년이 지난 지금도 피해보상 범위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최근 발생한 'GS칼텍스 여수기름유출 사건'은 여수에 찾아온 두 번째 재앙이다. 이번 사고는 여수시 낙포동 낙포각 원유 2부두에서 싱가포르 국적 유조선이 정박 중 도선사의 안전속도 무시로 송유관을 들이 받아 파이프 속 원유가 바다로 유출되면서 발생했다. 파손된 송유관은 모두 3개. 파이프 안에 담겨있던 원유와 나프타가 유출됐고 기름띠가 수십km 떨어진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와 경남 남해까지 확산되는 등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치열한 책임공방


20여년 전인 1995년 7월23일에는 여수시 남면 소리도 동쪽 8km 지점 해안에서 GS칼텍스(당시 LG정유) 기름을 적재한 유조선이 태풍으로 침몰하면서 5035톤의 원유가 바다에 유출돼 3826ha의 양식장에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 해안가와 바다 밑바닥에 기름 성분이 스며들어 조개류 양식장은 물론 저서생물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당시 피해어민들이 요구한 보상금은 754억원. 하지만 첫 번째 피해보상 타결까지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됐으며 실제 보상이 이뤄진 금액도 501억원으로 보상률은 66%에 그쳤다.



당시 침몰한 유조선인 씨프린스호는 키프로스 국적으로 영국 선주상호보험에 배상책임 보험을 가입했다. 또 한국은 국제해사기구 산하 IOPC(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에 가입한 상태였다. IOPC가 주체가 돼 피해 내역을 확인했고 소송전을 거듭한 끝에 피해금액 중 일부에 대해서만 보상에 나선 것이다.


전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건은 6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피해보상 범위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태안 기름유출 사건으로 불리는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건은 지난 2007년 7월 삼성중공업 소속 크레인선과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태안 앞바다에서 충돌해 1만900톤의 원유가 유출되면서 발생했다. 유출된 기름은 태안 일대는 물론 충청도와 전라남도까지 흘러들어 사고발생 한 달 만에 양식장 5159ha가 황폐화됐으며 태안군·서산시·보령시·서천군·홍성군·당진시(당시 당진군) 등 6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은 책임 소재와 피해 규모 산정 등을 두고 복잡한 소송전을 벌였다. 피해 주민들이 신고한 피해액은 3조4952억원. 그러나 IOPC가 자체 사정작업을 통해 인정한 피해액은 829억원으로 주민 신고액의 2.3%에 불과했다. 이에 주민들이 관할 대전지방법원에 사정재판을 요구하자 법원이 4128억원을 주민 직접 피해액으로 결정했으나 이마저도 신고액의 12% 수준에 그치면서 주민들은 현재까지 약 7만여건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잇따른 오염 사태…아직도 갑론을박
피해 입증 어려워 배상도 쉽지 않아


삼성중공업이 내놓기로 한 지역발전기금 2900억원의 출연금 배분도 갈팡질팡이다. 전남 3곳과 전북 군산·부안, 충남 보령·홍성 주민들을 주축으로 한 '서해안 유류피해 대책위원회'와 충청권 어민들을 중심으로 한 별도의 대책위가 대립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출연금을 배분할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환경재난에 따른 법정소송은 배상받기가 쉽지 않다. 특히 물을 통해 확산되는 환경재난은 더욱 그러하다. 피해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다. 2008년 발생한 포스코 마그네슘 공장 페놀 유출 사건과 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4월 포스코 옥계 마그네슘 제련공장에서 석탄가스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페놀 등 오염물질 다량이 누출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페놀원액을 보관하는 저장시설 연결배관 부위가 파손되면서 발생한 사건으로 오염물질 15톤 가량이 공장 인근 주수천과 바다로 유입됐다. 논란이 커지자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약 30억원을 투입해 재발방지 및 악취 발생 방지를 위한 설비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약 70억원을 추가로 들여 이미 설치되어 있는 장비를 개선하고 석탄가스 연료를 LNG나 혼합가스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측은 또 페놀 유출 피해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발생한 주민 피해에 대해 보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포스코와 주민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타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91년 3월 발생한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은 구미공단 두산전자에서 페놀원액이 파손된 파이프를 통해 낙동강으로 유입됐고 정수장에서 사용한 염소와 페놀이 반응해 클로로페놀을 생성, 이 물을 마신 주민들은 두통과 구토 증세를 보였다. 두산전자는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사고가 단순 과실일 뿐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20일 만에 조업 재개가 허용, 재개 5일 뒤인 4월22일 페놀탱크 송출 파이프의 이음새 부분이 파열되어 또 다시 페놀원액 2톤이 낙동강에 유입되는 2차 사고가 일어났다. 결국 두산그룹 회장이 물러나고 환경처 장·차관이 인책·경질됐으나 피해를 본 1만3000여명의 주민들에 대해 이뤄진 배상 규모는 요구액에 미치지 못했다.


책임회피 급급


이번에 발생한 GS칼텍스 여수 기름유출 사건은 해양수산부가 "GS칼텍스가 선보상하도록 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GS칼텍스가 1차 보상을 하고 유조선사에 추후 민사소송을 통해 구상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GS칼텍스 측이 "해수부의 일방적인 입장이다. 우리도 피해자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이번 사고가 유조선에서 유출된 사고가 아닌 송유관 파손사고여서 IOPC 적용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도 불투명해 갈등이 예상된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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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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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