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신임 ‘대법관 후보’ 조희대 <대구지법원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05 10:42:31
  • 댓글 0개

TK라인에 SKY 출신…새롭지 않은 ‘뻔한 인사’

[일요시사=사회팀] 조희대(56·사법연수원 13기) 대구지법원장이 신임 대법관으로 내정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자로 조 법원장을 임명 제청했다. 조 법원장은 예정대로라면 오는 3월3일 퇴임하는 차한성 대법관의 후임이 된다.




새 대법관에 조희대 대구지법원장의 이름이 오를 예정이다. 대법원의 구성은 아무런 변동이 없어 보인다. 고위 법관 출신 일색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조 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양승태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 중 9명이 서울대 법대, 법원장급 고위 법관, 50대라는 공통점을 갖게 된다. 고려대 출신 김창석 대법관과 한양대 출신 박보영 대법관을 빼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공정 판결 중시
소신 있는 법관


지난 25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차한성 대법관의 후임으로 조 법원장을 임명제청 했다.

대법원은 “조 법원장은 대법관에게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해박한 법이론과 엄정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해 온 정통 법관”이라며 “앞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어 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이기수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5명의 법조인을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로 선정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대법관 임명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을 유념하고 심사대상자들에 관한 자료를 충실히 검증함과 아울러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심도있게 논의했다”며 “대법관으로서 자질과 능력은 물론 재산·납세·병역·도덕성 등에 있어서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적격자를 추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당시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는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54·연수원14기) ▲사공영진 청주지방법원장(55·연수원13기) ▲정병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52·연수원16기) ▲최성준 춘천지방법원장(56·연수원13기)였다.

이기수 위원장은 “이번에 추천한 제청대상 후보자들은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따뜻한 인간미로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를 이끌어갈 만한 법률전문가”라면서 “지식과 자질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열망에 부응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겸비한 인물들”이라며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위원회가 과거 후보를 3∼4명 추천하던 것과 달리 5명이나 추천하자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5명이 후보로 추천된 것은 2011년 이홍훈 전 대법관 후임으로 박병대 대법관을 포함한 5명이 추천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후보 추천은 3명이 보통이고 많아야 4명이 되는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5명이 추천된 것은 정병두 검사장을 넣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같은 법원의 다른 부장판사도 “검찰이 특정 인사를 대법관 후보로 자신있게 미는 걸로 봐서는 이번에 임명제청이 안되면 다음에 또 대법관 임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야권에서는 정 검사장이 추천된 것을 두고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민주당 박선영 의원을 포함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8명은 지난달 17일 성명을 내고 “‘용산참사’ 사건과 ‘PD수첩’ 사건에 관여한 사람을 국가권력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해야 할 대법관 자리에 추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법관에 검찰 ?을 뒀던 관행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잔재”라고 주장했다.

재야법조계 인사가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변호사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말하면서 재야법조인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재야법조인을 천거해도 후보자가 되지 않아 변호사단체가 현직 판사들을 추천하는 식의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업법관의 승진 구조에 따라 대법관이 충원되다 보니 대법원 구성이 너무 균일화돼 다양한 이익과 생각이 상존하는 국민 일반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법 감정과는 괴리가 있는 판결이 잇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TK’바통 터치
선후배 대법관


조 법원장에 대한 평판은 법조인으로서 괜찮은 편이다. 아쉬운 점은 대법원의 다양성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조 법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양승태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 중 9명이 서울대 법대, 법원장급 고위 법관, 50대 남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된다.

고려대 출신 김창석 대법관과 한양대 출신 박보영 대법관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인 것이다. 여성도 박보영 대법관과 김소영 대법관으로 단 2명에 그친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임이자 후배 임명 제청
박 대통령 선택은?…청문회 무사통과할까?


굳이 대법원의 다양성을 찾자면 출신 지역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출신지역은 골고루 분포돼 있다. 서울·경기 2명, 충남 3명 부산·경남 2명, 광주·전남 3명, 제주 1명 등이다.

조 법원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차한성 대법관 또한 경북 출신으로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

조 법원장은 소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엄정하고 공정한 판결을 중시하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위해 힘쓴다는 것이다. 일례로 2007년 서울고법 부장 시절, 수원역 노숙 소녀 폭행치사 사건을 맡아 1심에서 유죄를 받은 노숙 청소년 4명을 심리하면서, 이들의 자백에 합리성과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해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된 다른 2명까지 향후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원 노숙소녀 살해사건 피의자로 지목됐던 30대가 6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범인으로 지목됐던 이들 모두가 누명을 벗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지난해 10월10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된 노숙자 강모(35·정신지체 2급)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의 자백이 일관되지 않고 증거도 부족해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백한 이유는 범행을 부인할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을 염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사기관이 자백을 종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정황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를 데리고 수원역에서 학교까지 1시간 걸어가면서 폭행장소를 찾아내 학교 담을 넘어 들어갔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고, 범행장소 인근에 있던 수많은 CCTV에 피해자와 피고인의 모습이 찍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자백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자백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숙자 강씨는 지난 2007년 5월17일 동료 정모(34)씨와 함께 가출해 수원역에서 생활하던 김모양을 인근 고교로 끌고 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다. 이후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한 정씨가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자 강씨도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이날 판결로 2007년 5월17일 새벽 수원시 한 고교 화단에서 노숙자 김모양(당시 15세)이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의 피의자로 몰렸던 7명이 모두 누명을 벗게 됐다.


당시 수원남부경찰서는 수원역에서 노숙하던 정신장애인 강씨와 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검거한 뒤 자백을 받았다. 이후 강씨는 벌금 200만원, 정씨는 징역 5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이듬해 1월 수감 중인 한 소년수의 제보를 받아 수사를 벌여 강씨 등은 단순가담에 불과하고 가출 청소년 최모군(당시 18세) 등 5명이 범행을 주도했다며 이들을 김양 살해범으로 붙잡았다.


서울대 법대
대법관 독식


수감 중이던 정씨는 최군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나는 물론 가출 청소년들도 김양 사망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당시 수원역에 함께 있었다”고 증언했다가 검찰로부터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최군 등은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2009년 1월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같은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혐의를 인정할 만한 물증과 자백의 경위가 석연치 않아서였다. 또 정씨가 청구한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도 2012년 10월 같은 이유로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법원장은 지난해 3월 공직자 재산내역 공개 당시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 7억7300만원을 포함해 9억589만8000원을 신고했다. 본인 명의의 예금자산은 대구은행과 신한은행 등 2485만원이다. 조 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되기까지 약 한 달 정도 소요될 예정이며, 국회 인사청문회가 기다리고 있다.

조 법원장은 지난해 12월 법원공무원들이 뽑은 최고 법원장 중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86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래 27년간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했다.


조 법원장은 서울민사지법 판사,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미국 코넬대학 교육파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2012년 9월부터 대구지방법원장을 지내고 있다. 가족관계는 부인 박은숙 여사와 슬하에 1남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원칙론자’해박한 법지식·공정 재판 
소수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겸비


그는 법원 내에서 ‘학구파’로 꼽힌다. 성전환자의 법적 지위와 국제거래·해상운송에 관한 다수 논문을 발표하는 등 그의 연구실적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 환경법 판례 교재를 만들고 민사집행법 교재도 전면 수정·보완하는 등 법 이론에 해박한 법조인이다. 이러한 학구열과 더불어 소탈한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평도 받는다. 온화한 성품으로 선후배 법관은 물론 일반 직원들과도 허심탄회하게 잘 어울린다는 후문이다.

조 법원장은 병역도 충실했다. 육군 중위로 군생활을 마쳤다. 20세인 장남 창훈씨는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알려진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사석에서는 잔정이 많은 판사로 통한다. 그러나 재판에서는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대법원 판례와 법리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는 원칙론자이면서도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판례에는 과감히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3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부동산실명제를 어기고 명의신탁을 해놓았다가 나중에 소유권을 되찾으려 한 사람이 냈던 민사소송에서 명의신탁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로 정면 비판하며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엄정한
선비형 법관


이후 이런 논리가 확산됐다. 자연스레 같은 취지의 판결이 많이 나왔고, 부동산실명법을 확고하게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재판을 맡아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은 이건희 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인계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배정한 사건으로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들이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는 유죄를 받았으나, 대법원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2011년 2월 민사 재판에서 이 회장의 배임을 인정해 제일모직에 13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맡았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따르면 이 사건의 주임 검사 중 하나가 어린이날에 가족을 모두 데리고 에버랜드에서 접대를 받았다. 그러나 삼성특검의 수사 결과는 무혐의로 밝혀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조희대 법원장은?]

▲경북 경주
▲대구 경북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학사
▲사법연수원 13기
▲서울형사지법
▲서울민사지법
▲미국 코넬대학 교육파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구지법원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