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대한민국 신 소주전쟁 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2.03 10: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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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 vs 지역구' 연초부터…물고 물리는 주류 난타전

[일요시사=사회팀] 와인, 수입맥주들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민의 술이 '소주'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연초를 맞아 전국 소주 시장을 둘러싼 주류업체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1·2위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전국구로, 지방 업체들은 수도권으로의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펼쳐지는 소주 전쟁을 들여다봤다.





국내 소주시장은 1강 2중 7약 체제로 정리된다. 하이트진로가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며 독주하고 있고 롯데주류와 무학이 13∼15%의 점유율로 치열한 2·3위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 뒤를 금복주, 보해양조, 대선주조, 더맥키스컴퍼니, 충북소주, 한라산 소주, 보배 등 지역 업체가 따르고 있다.

먼저 전체 시장의 35%를 차지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증류주는 '참이슬'이다. 2001년부터 세계 증류주 판매량 부문에서 13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무학 수도권 진출에
발목잡힌 롯데주류

참이슬과 참이슬의 전신인 '진로'가 소주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지는 꽤 오래됐다. 1924년 평안남도 용강군에 설립된 '진천양조상회'를 전신으로 하는 진로는 1970년 국내 소주시장 1위에 오른 이래 44년째 한 차례도 정상을 내주지 않았다.

진로는 1998년 참이슬을 내놓으면서 25도이던 알코올 도수를 23도로 낮췄다. 2004년에는 21도인 '참이슬 후레쉬'를 선보였고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는 19.5도까지 내려갔다. 그사이 현재 '빨간거' '오리지날'이라고 불리는 참이슬도 20.1도로 순해졌다.


참이슬은 이름처럼 특유의 깨끗한 맛을 강조하기 위해 도입한 대나무 숯 여과공법을 통해 잡미와 불순물을 제거했다. 지난 2012년 1월에는 100% 천연원료로 깨끗함을 강조하는 리뉴얼 제품을 선보이며 소주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참이슬 시리즈에 첫 번째로 도전장을 내민 건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다. 처음처럼은 세계 최초로 알칼리 환원수를 소주에 사용하는 승부수를 띄워 2006년 처음 발매되자마자 소주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2007년에는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내세워 '흔들어라 캠페인'을 시작, '회오리주' '효리주' 열풍으로까지 이어졌다. 품질·브랜드 마케팅 3박자가 어우러진 처음처럼은 출시 1년 만에 시장 점유율을 10%대로 끌어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부드러운 19도 처음처럼'을 중심으로 '순한 16.8도 처음처럼' '진한 20도 처음처럼'을 판매하고 있다.

치고 올라가던 롯데주류에 제동을 건 것은 수도권 진출에 발동을 건 '무학'이다. 무학은 지난해 말 창원2공장 준공을 통해 월 최대 7000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완비하고 수도권 진출을 위한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무학의 주력 소주는 ‘좋은데이'. 지난 2006년 16.9도의 저도소주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후 이듬해인 2007년 1283만8140병이 판매됐고, 지난해 3억3000만병 판매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7년 동안 누적 판매량은 11억696만682병에 달한다. 도수가 낮은 만큼 '가볍게 한잔'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좋다.





무학은 좋은데이로 수도권지역만큼이나 치열한 소주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부산을 치고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원래 부산은 소주를 주문하면 별말 없이 '시원(C1)'을 가져다 줄 정도로 대선주조가 패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영악화로 푸르밀, 코너스톤에쿼티파트너스 등으로 주인이 계속 바뀌면서 점유율이 대폭 떨어졌고 부산 시민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틈에 무학이 부산 소주시장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2009년 17%에 불과했던 부산 지역 점유율은 2011년 63%로 대폭 늘었다.

그러는 동안 대선주조는 부산향토기업 BN그룹에 인수됐다. 인수 전 기존 20도에서 19.5도로 순해진 '시원'은 리뉴얼돼 19도로 낮아졌으며 추가로 신제품 '즐거워예'를 출시하고 기업 정상화에 매진 지난해 중순 즐거워예의 제품명을 '예'로 변경하고 올해 초 C1과 예의 중간 도수인 18도짜리 신제품 '시원블루'를 출시하는 등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무학의 시장지배력이 가장 돋보이는 곳은 경남 지역이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두고 있는 무학은 2005년 5월 자일리톨을 첨가한 '화이트소주'(19.5도)를 출시하면서 경남지역 점유율을 8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화이트소주는 특유의 높은 산소포화도로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확고한 위치에 올랐지만 하이트진로가 지난 2012년 5월 부산·경남 지역에 새로운 소주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하락세를 걷고 있다.


서민의 술 소주시장 '1강 2중 7약'
참이슬 전성시대…절반 이상 점유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브랜드는 '쏘달'. '쏘주가 달달하다'는 의미의 쏘달은 지역에 특화된 제품과 철저한 지역 마케팅을 바탕으로 출시 이후 하루 평균 5500병씩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의미 외에도 '쏘주의 달인' '쏘주로 달리자' '쏘주로 달래자' 등 소주를 마실 때 젊은 세대들이 흔히 쓰는 표현을 중의적으로 표현, '젊은 소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충북 지역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충북소주(2011년 롯데주류 인수) 연합군의 대결로 치열하다. 애초 충북지역 자도주는 향토소주인 ‘백학소주’였다. 하지만 1997년 대선주조에 인수됐고 충북도민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충북 출신의 장덕수 전 충북소주 사장이 2004년 다시 인수하면서 관심이 되살아나는듯 했지만 다시 2011년 롯데주류로 인수되면서 관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약해진 지역색은 좋은 먹잇감이 됐다. 하이트진로가 영업망과 유통조직을 정비하며 강하게 치고 들어왔고 참이슬이 충북 지역 대표 소주로 떠올랐다. 롯데주류는 충북소주의 '시원한 청풍'(19.5도)과 인수한 충북소주 공장에서 처음처럼을 생산, 동시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시원한 청풍은 세종대왕이 요양을 하며 지냈다고 하는 세계 3대 명수 초정리 광천수로 만들어졌으며 목넘김이 부드럽고 덜 취하는 느낌으로 지역 여성들과 어르신에게 인기가 좋다. 충북 지역에서는 이 술을 주문할 때 "시원청풍 주세요" 혹은 "시원 주세요"라고 말해 부산의 시원소주와 혼동이 빚어지기도 한다.

전북 지역의 향토 소주회사인 보배는 지난해 8월 하이트진로에 흡수합병됐다. '하이트소주' '보배로' 등을 생산하는 보배는 현재 전북 지역 시장점유율 25%를 기록 중이다. 나머지 75% 중 60%는 하이트진로가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북은 하이트진로 시대인 셈이다.

지역 소주 업체가 강세를 보이는 지역은 충남, 광주 전남, 경북, 제주 등이다. 특히 전남 지역과 경북 지역은 지역 소주 외에 다른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우선 광주 전남 지역 패권은 보해양조의 '잎새주'가 쥐고 있다. 지하 253m의 천연암반수에 유기농 메이플시럽을 함유해 목 넘김이 좋고 자극이 없어 마시기에 가장 편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잎새주(19.5도)는 홈그라운드 시장점유율 85%를 기록, 전남 지역 독보적인 존재다. 보해양조는 전남 목포를 연고지로 1950년 고 임광행 전 회장이 설립한 주류전문기업으로 잎새주, 매취순, 복분자주 등의 전통 주류 제품을 선보여 왔다. 최근 하이트진로가 광주 전남 지역 시장 공세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 BN에 인수
과거 영광 찾기

경북 지역은 금복주 '참소주'(19도)가 약 85%의 점유율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월 평균 80만병 이상이 이 지역에서 팔려나간다. 금복주는 2005년부터 여성 모델을 달력에 실어 배포하면서 기업 인지도를 끌어 올렸다. 광고 모델에는 한예슬, 이보영, 이수경, 손담비, 박한별, 이다해 등이 출연했으며 달력은 매년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최근 신동엽의 '변태' 같은 광고로 화제가 되고 있는 홈 믹싱주 '맥키스'를 생산하는 더맥키스컴퍼니는 지난해 창사 40주년을 맞은 선양의 새 사명이다. 선양은 지난해 9월 사명을 더맥키스컴퍼니로 변경했다. 선양은 1973년 충남 공주 중동 소재 금강소주를 주축으로 충청도 33개 소주회사가 모여 설립된 향토 기업이다.





대표 브랜드인 'O2린'(19.2도)은 전체 소주 시장 점유율이 3.5%로 업계 6위 규모지만 충남 지역에서만큼은 65%대 점유율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천안·아산 지역의 경우 'O2린'만 판매하는 식당이 천안 100여개, 아산 70여개 등 17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 지역 1위 브랜드인 참이슬(천안 85%, 아산 83%)과 격차가 큰 상태다.

제주 지역은 1950년 창업한 '한라산'이 유일하게 소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80%가 넘는 도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1950년 문을 연 옛 '한일소주'의 명맥을 잇는 소주로 1993년 출시된 이래 속칭 '하얀 소주'로 불리는 '한라산소주'는 21도로 독한 소주 애호가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1997년 출시 이후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한라산물 순한 소주'는 최근 순한 소주 추세에 맞춰 올 초 기존 19도에서 18.5도로 더욱 순해진 저도소주 '한라산 순한'으로 재탄생됐다.

보해양조 잎새주
광주·전남 독점

마지막으로 강원 지역 자도주는 처음처럼의 전신 '경월'이다. 1926년 강릉에 강릉합동주조가 설립되면서 '경월'소주가 생산되기 시작, 당시 시장점유율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약 90%에 육박하는 강원도민이 경월을 마셨다.

그 뒤 1993년 강릉합동주조가 두산에 인수되면서 '그린소주'가 출시됐고 1999년 '뉴그린', 2001년 '산소주', 2006년 처음처럼이 출시됐다.


하지만 롯데주류로 주인이 바뀐 뒤 처음처럼은 '강원도 술'이라는 인식이 도민들 사이에서 약해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참이슬에 밀려 만년 2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산소주'를 리뉴얼해 '산처럼'이라는 제품을 강원도 지역 특화 상품으로 출시했지만 이마저도 강원도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지역 자도주의 인기가 떨어지는 추세다. 아직까지도 지역 패권을 쥐고 있는 자도주 업체가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도주 구입제도'가 사라진지 약 20년이 흐른 만큼 지역색은 점점 옅어질 전망이다.

지난 1973년 정부는 소주시장의 과당경쟁과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한 도에 하나의 소주업체만을 허용, 1976년에는 주류도매상들이 전체 소주 구입량의 50% 이상을 그 지역 소주 업체에서 구매하도록 했다. 이에 힘입어 지방 업체들이 무섭게 성장했고 자도주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무학-롯데주류 2위 싸움 치열
대기업 공세에 차별화로 승부

그러나 이 같은 자도주 구입제도는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따라 폐지됐고 현재는 소주의 전국 유통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기업에 흡수합병되거나 인수되는 등 업체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제품명이 변경됐을지언정 제품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지역에 근거를 둔 소주업체들이 대형마트를 통해 전국에 소주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1·2위 업체에 맞서기 위한 소주맛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대선주조는 시원을 만들 때 숙성 과정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준다. 소주 숙성탱크에 스피커를 달아 72시간 이상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이다. 소주를 숙성시킬 때 클래식을 들려주면 음악을 들은 물 분자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는데 여기에 알코올 분자가 결합하면 술맛은 훨씬 부드러워지고 쓴 뒷맛은 줄어든다는 게 대선주조 측 설명이다.

더맥키스컴퍼니는 O2린을 생산하면서 산소용존공법을 이용한다. 대전 대둔산 자락 숲에서 자연산 산소를 포집한 뒤 농축해 3번에 걸쳐 소주에 용해시키는 것. 소주에 주입된 산소는 소주의 맛을 부드럽고 산뜻하게 만들고 숙취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강원서 태어나
도민들에 외면

금복주는 참소주를 만들면서 첨단고순도정밀여과공법을 사용한다. 주정에 남아 있는 미량의 휘발성 물질을 활성탄의 수많은 미세 구멍을 통해 흡수해 부드러운 소주를 만든다는 것.

한라산소주의 한라산물 순한 소주는 섭씨 0도 이하에서 냉각시키는 첨단공법이 사용된다. 미국 켄터키주에서 특별 주문한 오크통에 넣어 장기간 숙성시킨 원액으로 제조한 소주의 잡미와 향을 없애기 위해 섭씨 0도 이하에서 여과한다.

보해양조의 잎새주에는 숙성촉진공법이라는 기술이 적용된다. 고구마나 감자, 수수에서 추출한 일반 주정에다 쌀, 보리 등 곡물주정을 섞어 순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공법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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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