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탐방기> 국내 최고 클럽 '옥타곤'에선 지금…

  • 김종민 kjm@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6: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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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모르는 훈남·훈녀 '영계 천국'

[일요시사=사회팀] 금요일 밤 10시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뉴힐탑호텔 앞. 설레는 표정의 훈남·훈녀들이 모여든다. 그들의 개성과 열정은 추위를 비웃는다. 살을 에는 듯한 날씨에도 맨살의 향연이다. 젊음이다. 기자의 가슴도 통통 튄다. 지난 연말 <일요시사>는 국내 최고의 핫플레이스, 클럽 옥타곤의 열기를 직접 느껴봤다.




대한민국 최고 클럽 '옥타곤'은 강남구 뉴힐탑호텔 지하에 위치해 있다.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 토요일 3일간 뉴힐탑호텔 대로변은 옥타곤을 찾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옥타곤에 입장하는 출입구는 두 개. 호텔 정문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VIP, 왼쪽은 일반인들이 입장한다. 클럽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클럽 내부로 들어섰다.

 

살인추위 비웃는
젊음의 열기

 

입장료는 밤 11시 전에 오면 1만원, 밤 11시에서 새벽 4시까지는 3만원, 새벽 4시 이후에는 1만원이다.

매주 목요일에는 여성들에 한해서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목타곤’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목요일에는 옥타곤'이라는 뜻이다. 입장료를 결제하면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고 음료 1잔을 마실 수 있는 음료권을 준다. 한번 팔찌를 받으면 그날 하루는 출입이 자유롭다.


팔찌는 총 세 종류다. 테이블이나 룸을 예약하면 VIP 팔찌를, 일반 입장객에게는 일반 팔찌를 채워준다. 옥타곤의 자랑 '빌라룸'을 예약하면 VVIP 팔찌가 주어진다. 팔찌의 색은 매일 달라진다.




지하 스테이지로 내려가는 계단에 서니 구조적인 프레임과 환풍시설, 소방시설 등이 꾸밈없이 노출되어 있다. 콘크리트 벽면까지 그대로 드러난 광경은 공장을 연상케 한다.

"유럽의 역사가 깊은 클럽들은 공장, 발전소, 수용소 등 비어진 공간을 활용한 공간들이 대부분입니다. 가장 트렌디한 문화가 집결되어야 하는 공간인 클럽은 애초 공간의 디자인이 트렌디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벗은 거야 입은 거야' 맨살의 향연
반라 차림 젊은이들 열기로 '후끈'

 

계단을 내려오니 1층은 세 곳의 무대와 오프닝부터 극적인 파티를 만들어주는 초대형 스크린, 메인스테이지를 둘러싼 수영장이 눈에 들어온다. 음악소리를 피해 전화통화를 할 수 있게 방음벽이 설치된 전화부스와 무료이용이 가능한 스티커 사진기도 특이하다.

우측에는 가방이나 옷을 보관할 수 있는 물품보관소가 있다. 보관료는 저렴한 편이다. 여타 클럽은 보통 5000원을 받지만 옥타곤은 3000원이다. 보관가방을 받아 짐을 넣고 3000원을 주면 팔찌를 준다. 찾을 땐 다시 팔찌를 주고 이름을 말하면 된다. 보관가방이 큰 편이라 하나로 2명 이상 사용 가능하다.

스탠드 바에서 칵테일 한잔을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훈남·훈녀 천국이다. 픽업아티스트들이 많이 찾는 클럽답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난 옷을 입은 여성들이 도도한 표정으로 스쳐지나간다. 그 뒤를 남방이나 티셔츠에 청바지 같은 깔끔한 차림의 남성들이 따른다. 댄디한 정장이나 수트 차림의 남성도 보인다. 복장규정은 그리 엄격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반바지나 슬리퍼, 트레이닝복, 비즈니스 정장은 출입이 제한된다.


과일로 장식된 술잔을 들고 속이 비치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클럽 관계자가 기자를 막아선 뒤 손전등으로 기자의 팔목을 비춘다. 팔찌를 보여 달라는 것. 클럽 내부에 설치된 누드엘리베이터는 VIP 이상만 탑승이 가능하다. 차별화된 VIP 서비스다.

 

파트너십 체결
아티스트 지원

 

2층은 메인스테이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발코니와 통유리로 된 룸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VIP 팔찌로도 들어갈 수 없는 '빌라룸'이 있다. 빌라룸은 옥타곤에만 있는 시크릿룸이다. 클럽 관계자와 함께 빌라룸에 들어서니 천국이 따로 없다. 복층 구조로 된 룸 1층에는 메인 테이블과 조명·음향 조절 버튼이 있고 별도의 DJ부스까지 마련되어 있다. 음향 조절 버튼을 가장 왼쪽으로 돌리니 외부 음악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줄어든다. 조명 또한 분위기에 맞춰 조절이 가능하다.




2층에는 테이블과 함께 널찍한 침대가 마련되어 있다. 침대가 있다고 해서 야한 생각은 금물이다. 클러빙에 지친 클러버들의 달콤한 휴식공간이다.

"1층에는 메인테이블과 화장실, 2층에는 테이블과 초대형 베드쇼파가 마련되어 있어 용도에 맞게 필요한 공간을 활용해 프라이빗한 파티를 즐길 수 있게 했습니다. 별도의 DJ부스와 펑션원 최고급 음향시스템으로 클럽 내 또 다른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최두원 옥타곤 대표의 설명이다. 예약 손님이 올 때가 됐다는 클럽 관계자의 말에 2층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스테이지가 보이는 발코니에 섰다. 10분여가 지났을까. VVIP팔찌를 착용한 사람들이 빌라룸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같은 모양의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최첨단 3D 입체사운드 
1000평 어디서든 '빵빵'
오픈 1년 만에 월드랭킹 12위

 

고개를 갸우뚱하자 안내를 하던 최 대표가 이유를 설명해줬다.

"한 IT회사 직원들입니다. 송년회를 하려고 클럽을 찾은거죠. 방음이 잘 돼있고 별도로 DJ를 불러 그들만의 파티를 즐길 수 있어 회사 모임이나 생일파티 장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옥타곤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여성전용 파우더룸 때문이다. 파우더룸은 여성 화장실 내부에 있다. 조명이 밝아서 사진찍기가 수월하고 휴게실 쇼파가 구비되어 있어 지친 여성들의 안식처가 된다.

대략적인 클럽 투어를 마치고 나니 문득 클럽 내부의 시설 하나하나가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클럽 관계자가 이유를 설명했다.

"옥타곤은 '옥타곤'이라는 이름처럼 팔각형으로 설계됐습니다. 팔각형은 원형에 가장 비슷하면서도 온전한 도형입니다. 동서양을 아울러 여러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죠. 한국에서는 '천원지방'을, 중국에서는 행운을, 불교에서는 완성의 상태를 뜻합니다. 옥타곤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있는 천지인의 도형학적 해석을 차용해 공간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인테리어 설계
올해의 건축가상

 

옥타곤 측의 설명처럼 클럽 내부는 클럽 전체 구조를 이루는 오픈된 공간, 중간 층의 발코니, DJ 부스 등을 모두 하나의 중심점에서 팔각형의 구조를 바탕으로 서로 소통하게 설계됐다.

밤 12시 클럽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메인 스테이지는 텅 비어있다. 서로 '간'을 보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새벽 1시께 외국인 DJ 한 명이 무대에 나타나자 스테이지는 금세 리듬을 타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스테이지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클럽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DJ의 요구대로 소리를 지르고 몸을 흔들었다.




가슴이 터질 듯한 음악소리에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그런데 편안하다. 시끄럽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스피커 바로 앞에 섰음에도 귀가 멍멍하지 않다. 국내 최초 펑션사에서 직접 공수해온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최첨단 사운드 시스템 덕분이다. 옥타곤 음향 시스템인 '펑션원 댄스스텍 버전 넘버4'는 세계 정상급 DJ 및 클럽에서 탐낼 만큼 훌륭한 사운드를 표현하고 있으며 앞, 뒤, 좌, 우에서 울려 퍼지는 3D 입체음향을 위한 정밀 설계를 통해 보다 풍부한 음질을 스테이지에서 온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 1000평 규모의 시설 어디에서도 최고의 음질을 들을 수 있게 요소마다 다양한 사운드 시스템을 구성함으로써 청각뿐만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화려한 사운드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다.

무대 장치 곳곳에서 뻗어 나오는 조명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다. 형형색색의 LED조명은 클러버들이 들고 있는 형광막대와 어우러지면서 트랜스포머를 연상케 한다.

 

서울서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유명 아티스트 정기공연
싱글맘 위한 사회공헌도

 


지난 2011년 11월 문을 연 옥타곤은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3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클럽문화 관련 잡지 영국 <DJ Mag>의  'World TOP 100 Clubs'에서 월드랭킹 12위로 선정됐다.

옥타곤은 또 아리랑 tv를 통해 전 세계에 방송 중인 'KOREA TOP 10'에 소개되기도 했으며 CNN GO 여행안내 가이드에 수록된 '서울에서 곡 가봐야 할 명소 10곳'에도 선정됐다.

옥타곤에서는 각종 홍보행사 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외제차 브랜드의 신차 발표와 실제차량 전시 광고는 옥타곤의 큰 특징 중 하나다. 실제로 푸조, 벤츠, 람보르기니, 렉서스 등이 옥타곤에서 런칭행사를 열고 판매에 들어가기도 했다.




옥타곤이 하룻밤 DJ 아티스트들에게 쓰는 돈은 수천만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DJ 아티스트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내한공연을 열고 있으며 그들을 보기 위해 클럽을 찾는 이들도 상당수다.

옥타곤은 유니버설뮤직 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정기적으로 클래식 공연을 유치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이 결성한 앙상블 더 필하모닉스와 리투아니아 출신의 아코디언 연주자 마티나스, 베를린필의 클라리넷 수석 안드레아스 오텐잠머가 옥타곤을 찾아 연주회를 열었다. 공연이 열리는 날 옥타곤을 찾은 관객들은 계단, 난간 할 것 없이 클럽 곳곳에 자유롭게 자리해 클럽 음악이 아닌 클래식을 즐겼다.

 

유니버설뮤직과 제휴
정기적 클래식 공연

 

옥타곤은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옥타곤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리는 아름다운 나눔 콘서트 Klang을 통해 싱글맘을 위한 기관 애란원에 자율기부 입장료를 기부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 대표는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초대형 복합 문화공간 옥타곤은 팔각형이라는 뜻과 동서고금을 통틀어 자연과 사람, 금전운과 힘의 상징으로 긍정적인 뜻을 담고 있다"며 "더욱 새로운 이벤트와 업그레이드로 대한민국 클럽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김종민 기자 <kj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2014 세계 100대 클럽은?

옥타곤 12위
엘루이 39위

 

클럽문화 관련 잡지 영국 <DJ Mag>의  ‘2014 World TOP 100 Clubs’ 투표가 시작됐다.

<DJ Mag>은 1991년 창간되어 댄스 뮤직 부문 최고의 잡지로 평가 받고 있는 세계 최고의 음악 잡지다. 전세계적으로 댄스 뮤직 관련 모든 기사를 다루고 있으며 현재 전세계 13개국에서 출판되어 세계 각국의 팬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DJ Mag>에서는 매년 초에 세계 최고 100대 클럽을, 후반에는 세계 최고 100대 DJ 순위를 인터넷 투표 및 심사 위원들의 의견을 거쳐 선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브라질 ‘Green Valley’가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스페인 이비자 섬에 위치한 ‘Space Ibiza’와 ‘Pacha Ibiza’가 2, 3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에서는 클럽 ‘옥타곤’이 12위에 클럽 ‘엘루이’가 39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12년에 비해 옥타곤은 85계단, 엘루이는 52계단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순위를 바탕으로 지난해 세계 유명한 DJ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방문, 공연을 펼쳐 올해에는 더 많은 국내 클럽이 100대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Facebook 계정이 있어야 하며 투표는 2월28일까지, 발표는 3월2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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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