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말한 대구 여대생 의문사 전말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1.14 10: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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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놓친 DNA는 범인을 기억했다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15년 전 대구 여대생 의문사 사건인 ‘정은희 사건’을 언급했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인해 의문사로 오랫동안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던 이 사건이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민원을 보낸 유족의 한을 풀어줬다고 강조했다. 15년 동안 풀지 못했던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 중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을 언급해 세간에 화제가 됐다. 박 대통령은 “전국 각지에서 청와대에 민원이 많이 오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중 기억나는 얘기를 하나 해 드리면 15년 전 사망한 여대생의 아버지가 죽은 딸이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됐는데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를 해결한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역대 정권 때마다 이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그냥 형식적인 답변만 오고 해결이 되지 않았다”면서 “아버지 입장에서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했겠나. 다시 조사를 했더니 15년 만에 범인이 잡혀서 유가족이 한을 풀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지시로
재수사한 사건

청와대에 답지하는 민원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언급한 박 대통령. 15년 전 대구 여대생 의문사 사건은 단순 교통사고로 묻힐 뻔했다. 하지만 최근에 성폭행범이 붙잡히면서 15년 동안 마음 고생한 유족의 한이 풀렸다.

박 대통령은 대구 여대생 사망사건을 국민과의 소통 사례로 언급하면서 이 사건을 재부각시켰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민원을 통해 국민의 고충이 해결된 사건을 ‘소통의 사례’로 꼽으면서 15년 전 발생했던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을 언급했다.


이 사건은 1990년대의 대표적 의문사 중 하나로 오랫동안 실마리가 풀리지 않았다. 1998년 10월16일 대학교 축제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나서 충격으로 구마고속도로를 헤매던 도중 23톤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정은희(당시 18세)양의 이야기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대구 달서경찰서는 이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다.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정양의 속옷에서 남성의 정액이 검출됐음에도 성범죄 가능성을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신년 기자회견서 정은희 사망사건 언급
15년 전 경·검 단순 교통사고로 마무리

미심쩍은 마음에 정양의 아버지 정현조(68)씨는 생계 수단이던 채소 장사를 접고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지난해까지 무려 15년 동안 수차례 수사 경찰관을 고소하거나 재수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냈다. 정씨는 사고 현장에서 30m 떨어진 풀숲에서 딸의 속옷을 찾아 증거자료로 제출했지만, 경찰은 “지나가던 아줌마들이 벗은 것을 가져다 자기 딸 것처럼 주장한다”고 말하며 증거물을 인정하지 않았다. 분하고 답답한 마음에 정씨는 지난해 4, 5월 청와대에 세 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또한 정씨는 죽은 딸을 위해 법학을 독학한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는 정씨의 민원 내용을 대구지검에 내려보냈고 대구지검 형사1부(부장 이형택)가 재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3개월여간 수사 끝에 정양의 속옷에서 발견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돼 있던 정액 DNA와 2011년 다른 성범죄에 연루돼 채취한 스리랑카 국적의 산업연수생 K(47)씨의 DNA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고 K씨를 체포했다.

대구 여대생 사건
진실 알고 보니…

성폭행(특수강도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스리랑카인 K씨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피고인은 DNA 재감정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 지난 10월11일 대구지법 제12형사부(최월영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날 첫 공판에서 피고인 K씨는 “15년 전 피해자 정양을 만난 적도 없고 당연히 성폭행을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K씨는 “구미고속도로 근처 성폭행 현장에 가지도 않았으며 검찰이 공범으로 지목한 다른 스리랑카인 2명이 실제 그런 일을 벌였는지도 나로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K씨는 또 서울대 법의학 교실을 비롯한 복수의 전문기관을 통해 유전자 재감정을 실시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STR 기법으로 유전자 일치 여부를 검사하려면 최소 16∼17개의 시료가 필요한데 검찰이 과연 이런 요건을 충족시켰는지 의문스럽다”며 “무엇보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유전자 검사를 했는지 검찰이 관련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수사 결과 산업연수생이던 K씨는 사건 당일 같은 국적의 공범 2명과 정양을 구마고속도로 아래 굴다리 근처로 끌고 간 뒤 차례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친 날마다 재수사 민원
얼렁뚱땅 묻힐 뻔한 참사
범인 붙잡히면서 한 풀어

당시 유족들은 청와대와 법무부, 인권위 등 무려 60여차례에 걸쳐 탄원서와 진정서를 냈지만 경찰의 재수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유족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유족들이 인터넷에 정양의 추모홈페이지를 개설해 이 사건이 주목받았고 지난해 5월 대구지검이 수사에 나서 성폭행범을 검거했다.

정씨는 지난 6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민원을) 받아줘서 사건이 해결된 건 맞다”면서도 “경찰이 성폭행 증거에도 불구하고 수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피해자 가족의 알 권리를 위한 법이 제정돼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대표적인
민원 해결 사례

결과적으로 범인은 잡았지만, 경찰은 사건 당시 성폭행 정황을 확인했으면서도 수사를 덮어버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박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이성한 경찰청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언급할 정도로 억울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라며 “경찰이 더욱 철저하게 수사에 임해 잘못된 부분을 밝혀내도록 마음가짐을 다져야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대구 여대생 사건으로 대구 검·경찰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민원에 따른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진행할 증거가 부족해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2010년 7월 말부터 흉악범에 대해 DNA를 채취하는 법안이 시행됐고 스리랑카인 K씨의 DNA는 2011년 11월에 K씨가 미성년자를 성매매 하려다 검찰에 적발돼 채취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 시행 직후에는 사실 검찰과 경찰의 DNA 정보 공유가 거의 되지 않았고, 추후에 이 부분이 지적됨에 따라 2012년쯤부터 정보 공유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당시 여대생의 속옷에 묻어 있던 정액 DNA가 K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나왔다”며 “지난해 5월쯤 여대생의 아버지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청와대에도 청원을 했고 대검을 거쳐 다시 지법으로 해당 사항이 내려와 재수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사를 진행할 여건이 마련돼 시작한 것이었지 민원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대학축제 마치고 귀가 중 트럭에 치여
외국노동자 집단 성폭행이 부른 사고

대구 여대생 사망사건은 지난 10월28일 열린 대구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질타를 받았다.


대구지방경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감에서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남춘(인천 남동갑) 의원은 “15년 전 경찰이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던 여대생 정양의 의문사 사건이 검찰의 재수사로 외국인 집단 성폭행이 가져온 참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경찰의 수사를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경찰은 유족이 현장 주변에서 발견한 속옷 등 증거를 토대로 성폭행 의혹을 제기했지만 오히려 핀잔을 주며 묵살했다”며 “국가기관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경찰 수사 태도
도마에 올라…

민주당 유대운(서울 강북을) 의원은 “지난 5월 대구에서 발생한 여대생 살인 사건 당시 경찰의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며 “15년 전 정양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당시 경찰이 숨진 여대생의 친구들에게 술집에서 접근한 남성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음에도 수사에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며 “피해자의 휴대폰이 범인의 주거지 인근에서 마지막으로 꺼졌고 범인이 성범죄자로 등록이 돼 있었음에도 용의선상에 전혀 올려놓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은 “지난해 경찰 조직문화수준 진단조사 결과 대구 경찰이 10개 분야에서 모두 꼴찌였다”며 “대구 경찰의 비창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가 조직발전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13년판 대구 여대생 살인사건

택시기사 잡고 보니…부킹남 공익요원이 범인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다. 지난 5월25일 오전 5시10분께 대구시 북구 산격동에서 여대생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뒤 마구 폭행해 살해하고 이튿날인 16일 오전 2시30분께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의 한 저수기에 시신을 유기해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여대생이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타자, 다른 택시를 잡아 뒤따라간 범인은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를 발견하고 자신이 남자친구라며 합승한 뒤 산격동으로 방향을 돌려 자신의 원룸으로 끌고 가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이 사건으로 100여명의 형사가 밤잠을 설쳐가며 일주일 동안 수사한 끝에 범인을 검거했지만 초동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 사건을 일으킨 조모(27)씨는 성범죄 전과(2011년)자로 성범죄자 알림e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됐던 인물이었다. 조씨는 대구 지하철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중이었으며 거주하던 대학가 원룸 근처의 술집에서 종업원으로 근무했다. 범인은 지난 5월25일 피해자와 대구 중구 소재의 한 클럽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이?날 새벽 4시께 피해자는 범인과 헤어져 대구 중부소방서 앞에서 택시를 잡았고 이때 외국인 한 명이 택시비 2만원을 내줬다는 진술이 있었다. 만취 상태였던 피해자를 태운 택시가 신호 대기 상태일 때, 범인은 자신을 피해자의 남자친구라고 둘러대며 택시에 합승해 목적지를 북구로 변경했다.

범인은 클럽에서부터 피해자를 계속 뒤쫓아가며 기회를 노린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범인은 정신을 잃은 피해자를 데리고 모텔로 향했으나 빈 방이 없어 결국 자신의 원룸으로 이동해 성폭행 후 살해했다. 그리고 시신을 경북 경주의 한 저수지에 유기했다.

피해자의 가족은 사건 당일 오후 5시께 딸이 ‘아는 언니와 술을 마시고 들어가겠다’는 문자를 끝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며 실종신고를 했다. 다음 날, 경주의 저수지에서 여성의 변사체를 발견했다는 낚시꾼의 신고로 살인 사건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사건을 접수 받은 경찰은 당일 피해자를 태웠던 택시기사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고 택시기사 A씨를 긴급체포했다. 택시기사 A씨는 혐의를 부인했고, 이후 A씨가 범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택시에 동승했던 조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 체포했다. 경찰은 피의자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그리고 지난 10월25일 대구지검 형사3부는 조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실제로 피의자 조씨는 범행 직후 자신의 여자친구와 장난스러운 메시지를 주고받는가 하면 피해자와 처음으로 만났던 클럽에도 태연하게 드나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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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