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한길 대표 신년 기자회견문


[일요시사=정치팀] 김한길 민주당 대표 신년 기자회견문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민주당의 김한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많은 국민이 안녕하지 못하다고 답하실 것을 잘 알기에 제1야당의 대표로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민생의 어려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서 놀랐습니다.

지난 월요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대통령께서 보통사람들 민생의 어려움에 대해서 잘 모르시거나 혹은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막연하게 창조경제로 국민소득 4만불시대로 가자고 하시지만 하루하루가 너무나 고달픈 이들, 미래에도 희망을 걸 수 없는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매우 공허하게 들렸을 것입니다.

고단한 민생,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절실합니다.


국민의 절반이 나는 하류층이라고 말합니다. 국민 10명중 8명이 부의 분배가 불공정하다고 말하고 국민 10명중 9명이 계층상승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전세 값이 72주째 연속적으로 오르고 있고 전월세 값 생각만 하면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린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자살률 1위인 나라, 청년자살률도 노인자살률도 1등인 나라, 젊은 사람도 나이든 사람도, 오늘이 힘들고 내일이 너무나 막막해서 어쩔 수 없이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 노인빈곤율도 이혼률도 세계 1위입니다.

800만명의 비정규직 한 달 평균임금이 백만원대 초반에 불과하고 600만명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이 한 달에 백만원도 벌지 못합니다.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과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이제 경제민주화로 어려운 분들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 드려야 합니다. 복지를 통해서 국민 누구나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보살펴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시대정신이 된 것이고 그래서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도 갑자기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전도사로 나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번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단어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참 놀라운 일입니다.

민주당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민생과 경제를 챙길 것입니다.


서민 중산층 중소기업 그리고 탐욕과 특혜를 버리고 동반성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대기업과 함께하는 상생과 공존의 경제체제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의 최종목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이어야 합니다. 여기에 맞도록 경제체질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나가야 합니다.

과거에는 의·식·주가 삶의 기본이었다면 지금은 교육·주택·의료가 인간다운 삶을 좌우합니다. 교육·주택·의료에 대한 정책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중산층의 붕괴를 막고 계층상승을 가능케 하는 '희망의 사다리'를 적극적으로 복원하겠습니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고교무상교육과 대학생반값등록금 등의 실현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겠습니다. 전월세 값 상한제 도입과 공공임대주택의 대폭 확대 등으로 주택문제를 풀어가겠습니다.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공공의료 시설을 늘려서 가족 중에 중증질환 환자나 치매환자가 생기면 온 가정이 파탄 나는 일을 나라가 막아야 합니다. 특히 노인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당 정책연구원에 별도로 '실버연구소'를 설치해서 종합적인 노인복지 정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특검은 반드시 관철해내겠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과제로 강조하셨습니다. 세상에 대통령선거에 국가기관들이 불법개입 한 사건만큼 비정상적인 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대선관련 의혹들의 진상규명은 모두 특검에 맡기고 정치는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집중할 것을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거듭 촉구합니다.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으로 헌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는 일은 불관용의 원칙에 따라 반드시 관철해낼 것입니다.

철도 민영화·의료 영리화, 반드시 막아내겠습니다.

역사교과서 왜곡, 철도 민영화, 의료 영리화 등은 모두 시대에 역행하는 비정상적인 일입니다. 민주당은 공공부문 개혁의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공공성을 포기하는 민영화나 영리화가 곧 개혁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의료기관의 영리추구가 확대되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국민건강과 생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국민의 건강권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복지입니다. 의료 분야까지 돈만 더 많이 벌면 되는 산업의 영역으로 바라보는 정부의 발상은 대단히 잘못된 것입니다.

민주당은 민생을 위해 시장에 맡겨서는 안되는 가치들을 지키는데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당은 철도 민영화와 의료 영리화를 반드시 막아낼 것입니다.


사회적 대타협위원회의 설치를 촉구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4분 5열됐던 나라가 이제는 7분 8열돼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다변화된 사회갈등의 해법을 찾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위원회'의 구성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노사정위원회에 맡기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노사정위는 노총의 탈퇴로 이미 기능이 마비된 틀입니다.

우리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사회적 대타협위원회'의 설치를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여기에는 여·야·정과 갈등의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면 좋을 것입니다.

새로운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을 수립하겠습니다.

'통일은 대박'이라며 기반구축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말씀을 반갑게 들었습니다. '통일은 비용'이라는 잘못된 통념을 깰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통일만이 축복입니다. 북한의 급변사태로 느닷없이 맞게 되는 흡수통일은 오히려 재앙일 수 있습니다.

'해방은 도둑처럼 왔지만 통일은 도둑처럼 와서는 안된다'던 함석헌 선생의 말씀처럼 준비 없는 통일은 한반도에 큰 혼란을 불러올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를 국민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최근 금강산관광 재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변화를 환영합니다. 5·24 조치의 해제와 같은 실질적인 대북관계 개선조치가 뒤따라야 박근혜정부의 통일기반조성 노력이 진정성과 힘을 얻을 것입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시도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개발이 현실화돼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사고와 대책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민주당은 국민통합적 대북정책을 마련하겠습니다. 대북정책이 더 이상 국론분열의 빌미가 돼서는 안 됩니다.

동북아 정세를 포함한 우리의 외교는 무엇보다 먼저 남북 간의 긴장을 해소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동북아 정세의 격랑 속에서 우리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확보하려면 우선 우리 내부의 통합된 목소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여야의 초당적인 협력이 요긴할 것입니다. 남북간의 소통을 통해 우리 정부가 한반도 문제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의 위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민주당은 북한의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직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과 민생을 개선하기 위한 '북한인권민생법'을 당 차원에서 마련할 것입니다.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는 정치개혁도 없었습니다. 정치개혁 공약을 지키는 데에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기초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는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치개혁 공약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기득권을 버리라는 국민적 요구이고 또 새누리당의 대표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시로 국민들께 약속했던 문제입니다.

민주당은 이미 전당원투표를 통해 정당공천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했고 국민의 대다수가 이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시간을 끈다고 국민의 명령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새누리당은 기초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민주당이 걸어온 길 : 민생 우선, 소통, 실사구시의 정치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해 5월 당대표를 맡으면서 민주당이 가야할 길을 깊이 고민했습니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부터 생각하는 '민생 우선의 정치',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의 정치', 좌우의 극단을 경계하고 합리적 대안을 찾는 '실사구시의 정치', 이 세 가지가 민주당이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대표가 되자마자 '을(乙)을 위한 정당'을 선언하고, 즉각 '을지키기 위원회(세칭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현장에서 민생을 챙기는 을지로위원회의 활약상은 '민생우선 정치'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작년 연말국회에서 법안과 예산안 처리가 여야간 입장 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제가 타협을 결단했던 것도 한쪽의 승리나 쌍방 모두가 패배하는 정치가 아니라 바로 '실사구시 정치'를 선택한 결과였습니다.

민주당이 철도노조 파업에 중재자로 나서서 합리적인 타협안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 '소통의 정치'가 맺은 소중한 결실이었습니다. 특히 국정원등 국가기관의 정치개입을 차단한 개혁입법은 국정원 창설 이래 최초로 국회가 주도한 의미 있는 국정원 개혁의 성과였습니다.

지난 총선과 대선 패배의 교훈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온전히 부응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우리 민주당이 여전히 백척간두에 서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패배 이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가장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선에 국정원 등이 불법개입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반성과 성찰은 분노와 규탄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대선 불법개입 사건이 우리의 반성을 가로막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자각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지난 총선과 대선의 뼈아픈 패배의 교훈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저질러진 부정은 그것대로 척결하고 우리 내부의 문제를 직시하는 자기반성과 성찰을 계속하겠습니다.

제2창당의 각오로 정치혁신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습니다.

'제2의 창당'을 한다는 각오로 낡은 사고와 행동양식에서 벗어나는 정치혁신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혁신을 통해 당 조직의 역동성을 회복함으로써 국민에게 신뢰받는 민주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 내부에 잔존하는 분파주의를 극복해서 민주당이 하나로 뭉치는 데에 진력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선당후사의 자세로 하나가 되겠습니다.

민주당이 고품격 고효율의 정치에 앞장서겠습니다. 소모적인 비방과 막말을 마감시키고 국민의 요구에 빠르게 응답하는 정치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지방선거가 5달 뒤로 다가왔습니다. 민주당이 승리하지 못하면 불통과 무능의 정치가 계속되고 민생과 민주주의가 파탄날 것입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지방선거 기획단'을 확대개편하는 동시에 당을 '혁신과 승리를 위한 비상체제'로 가동할 것입니다.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당원에 이르기까지 당의 모든 구성원들이 당의 사활을 건 혁신운동에 나설 것입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명한 공천을 실천하겠습니다. 상향식 공천과 개혁공천으로, 호남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당내외 최적 최강의 인물을 내세워 승리할 것입니다. 당대표와 지도부에게 부여된 권한을 오로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엄정하게 행사할 것입니다.

저는 민주당의 지난 전당대회에서 야권의 재구성이 필요하게 된다면 민주당이 앞장서서 주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정치혁신으로 경쟁해가면서 야권의 재구성이 필요한지의 여부를 국민의 뜻에 따라 판단하겠습니다.

민주당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격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갑오년 새해에 여러분 가정에 좋은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해웅 기자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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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