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새마을 미팅’을 아십니까

  • 최현경 mw2871@ilyosisa.co.kr
  • 등록 2014.01.07 13: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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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떼로 다니며 짝찾기 프로젝트

[일요시사=사회팀] 2012년 대한민국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던 ‘솔로대첩’. 지난해 말에는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가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의 한 도시에서 시작된 거리 미팅, ‘마치콘’이 한국의 정서에 맞게 새마을 미팅으로 재탄생하면서 젊은 청춘남녀들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고, 지역 상권도 살리는 ‘일석이조’행사로 호응을 얻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4일 앞둔, 지난달 21일. 젊음의 거리 신촌에 수백 명의 청춘남녀가 모였다.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이하 새미프) 때문이다. 새미프는 20∼35세의 청춘남녀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미팅이다. 1970년부터 시작된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인 ‘새마을 운동’에서 착안한 새미프는 침체된 상권을 활용해 대규모 미팅을 개최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삼포세대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새마을 미팅 프로젝트는 홍대, 압구정, 안양 등을 거쳐 벌써 7회를 맞이했다.

올해만 벌써
일곱 번째…

오후 1시, 지하철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 앞에 설치된 초록색 천막 앞에는 행사장을 미리 찾은 수십 명의 남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짝을 찾겠다는 각오 덕분인지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미소가 활짝 폈다. 인터넷 홍보물을 보고 온 참가자부터 친구의 권유를 받거나 신청한 친구 대신 나온 참가자도 있었다.

여성 참가자 이모(25세, 대학생)씨는 “원래 다른 친구가 신청했었는데, 어제 저녁에 급한 사정이 생겨서 참가를 못한다고 연락받았다. 그래서 친구 대타로 나왔다”며 참가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노란 헤어스타일의 남성 참가자 유모씨(25, 직장인)는 “이제 곧 크리스마스다. 말 안 해도 모든 분들이 (미팅행사에 왜) 나왔는지 알 거다”며 웃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미팅 장소로 지정된 ‘맛집 탐방’에 참가의의를 두기도 했다.

여성 참가자 이모(21세, 대학생)씨는 “인터넷 보고 (새미프에 대해) 알았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친구랑 신청했는데 참가비가 조금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새미프 관계자의 소개를 받고 참가한 남성 참가자 김모(23세, 예비군)씨는 “참가비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만큼 식당도 많이 돌아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거리 미팅 ‘마치콘’
한국 정서에 맞게 재탄생

이 날 행사 본부 앞에서는 이성을 만나기 전 동성끼리 친해져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2인1조로 이동해야하는 새미프 규칙에 따라 간혹 혼자 신청하는 참가자에게는 행사 전날 동성 친구가 정해진다. 홀로 신청한 박모씨(24세, 대학생)는 짝으로 정해진 정모(24세, 24세, 직업군인)씨를 처음 만났다. 박씨는 “(정 씨를)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했다”며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졌다”고 말했다.

2인 1조 규칙에
남성 소개받기도

 
본격적인 미팅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30분 전, 운영본부에서는 주황색의 손목밴드와 청춘지원물품을 배부하기 시작했다. 참가자임을 확인하는 손목밴드와 함께 제공된 청춘지원물품 쇼핑백에는 연극권, 화장품, 렌트카 이용권, 피부샵 할인권 등이 들어있어 참가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다양한 선물이 들어있었다.




새미프의 ‘첫 가게 지정 제도(연령대에 따라 첫 미팅장소가 정해짐)’에 따라 운영본부에서 손목밴드와 청춘지원물품을 받은 참가자들은 지정된 음식점으로 향했다. 이 날, 13곳의 음식점이 미팅 장소로 지정됐다. 신촌 지하철역부터 신촌로터리까지 이어진 미팅장소들은 치킨가게, 떡가게, 이탈리아 음식 전문점, 카페, 보쌈집 등 다양했다.

본격적인 행사 시각인 2시가 되자, 미팅 장소로 정해진 음식점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가게 앞에는 남녀 참가자의 수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었고, 초록색 옷을 착용한 새미프 요원들이 가게 안팎에서 참가자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재밌는 건 새미프 요원들 또한 싱글이 많았다는 것.


한 떡가게에서 만난 서포터즈 김사름씨는 “(커플이 되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리만족하기 위해 (새미프 요원에) 지원했다”며 참가이유를 밝혔다. 이규민(27세, 대학생)씨 또한 대리만족하기 위해 지원한 새미프 요원 중 한 명이다. 이씨는 “건전한 청춘남녀 만남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가게를 살린다는 좋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참여했다. 졸업하기 전인데, 대기업에서 하는 서포터즈랑 달리 작은 규모로 하니까 (내가) 참여할 기회도 많고 추억이 될 수 있어서 좋다”며 뿌듯한 마음을 표현했다.

청춘남녀 외로움 달래고
지역상권 살리는 일석이조

새미프 요원들의 안내를 받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2:2 미팅을 시작한 참가자들은 운영본부 앞에서 시끌벅적하게 웃던 모습과 사뭇 분위기를 연출했다. 첫 만남에 어색한 웃음을 짓는 여성들이 있는가하면 긴장한 듯 보이는 남성들의 모습도 보였다. 참가자들은 어색함을 깨고자 대화하기 시작했다. 대화주제는 다양했다. 테이블에 놓인 음료수 이야기부터 취미, 최근 개봉한 영화 등이 주를 이뤘다.

짝 없는 아쉬움
음식으로 달래

행사가 시작한 지 1시간 남짓 지났을까, 첫 미팅장소를 떠나 다음 미팅 장소를 물색하기 위한 참가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추운 겨울 참가자들의 손에 들린 청춘지원물품 쇼핑백 덕분에 복잡한 신촌거리에서도 쉽게 참가자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초록옷의 새미프 요원과 손목밴드를 확인받고 가게를 입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길을 걷던 한 중년의 남성은 새미프 요원에게 행사에 대해 묻더니, 옆에 있는 아들에게 참가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새미프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행사에 참여한 가게 사장님들도 마찬가지다.




이 날 행사에 참가한 ‘떡보의 하루’ 사장 조모씨는 “업체에서 제의가 먼저 들어왔다”며 “우리 지역 홍보도 될 거 같고, 행사가 재밌을 거 같아서 수익은 생각 안하고 장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촌닭한마리 유닭스토리’사장 이모씨도 “(새미프 참여가) 영업에 방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행사)시간이 2시부터 5시로 여유 있는 시간이라 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다”며 관심을 보인 그는 “나도 (남성 참가자로 참가)했으면 좋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가장 인기있는 미팅 장소는 스탠딩 바 형식의 카페였다. 카페 앞에서 놓여진 소망트리에는 “솔로탈출” “성인의 날에 남자친구에게 선물받기” “내년에는 새미프에 참석하기 싫어요” 등 참가자들의 간절한 소원이 적힌 종이들이 걸려 있는가 하면, 참가 취지와 달리 “다이어트” “어학연수 합격” “A+” “올해는 꼭 로또 1등” “부자되게 해주세요” 등 개인적인 소망카드가 보이기도 했다.

분당-홍대-압구정-신촌 코스
남녀만남·맛집탐방 한번에

행사가 무르익어갈 때쯤,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참가자들도 더러 보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언짢은 상황에서도 마주 앉아있는 이성 때문에 쉽게 표현하지 못했다. 앞에 앉은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여성 참가자 이모(21세, 대학생)씨는 “이전 식당에서 만난 남자분이 예의가 없어서 기분이 나빴다. 실수인지는 모르겠는데, ‘찾았었다’고 말하려는 걸 ‘쳐먹었다’라고 말하더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남성 참가자가 자리로 돌아오자 이내 웃음을 지었다. 또다른 여성 참가자 구모(22세, 대학생)씨는 “(참가자들) 나이가 안 맞는 것 같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남자가 서른 살이던데,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행사 가게들도
덩달아 미소짓고

5시가 되자,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고 순식간에 가게는 정리됐다. 보통 참가자들은 3∼4곳의 식당을 돌아다니면서 맘에 드는 이성의 연락처를 받아갔다. 행사가 끝난 후, 첫 가게에서부터 맘에 드는 여성을 만났다는 권현민(23세, 대학생)씨가 “운이 좋아서 된 것 같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자, 상대 여성은 “(남자가) 재밌다. 마음이 잘 맞는다”며 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짝을 찾지 못한 권모(24세, 대학생)씨는 “꼭 짝을 찾으러 온 건 아니다. (짝을 찾지 못한 것에) 불만은 없다”며 태연하게 말하더니 이내 “그냥 (여성 분과) 이야기하다가 번호도 못 받고, 헤어질 때는 하이파이브 한 번 하고 헤어졌어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성 참가자 대학생 이모씨도 결국 짝을 찾지 못했다. 이씨는 “음식을 먹으면서 한창 이야기하는데 남(성 참가)자가 ‘이만 일어날까요?’ 라고 말하더라”며 “허무하다”고 말했다.   

이 날 몇 커플이 성사됐는지는 정확히 파악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행사가 끝난 이후, 새미프는 홈페이지 내에 있는 후기게시판을 통해 참가자들의 커플 성사여부와 소감을 듣는다. 신촌 습격 새미프에 대한 후기는 지난 26일까지 올라온 4개가 전부다.

그 중 20대 직장인이라 밝힌 한 참가자는 “한양도성 후기를 보면 걷기 이벤트 같은 것도 있다고 하던데, 신촌은 그런 아기자기한 이벤트에 좀 무색했던 것 같다. 가게에 들어가서 미팅을 해도 안내받는다는 기분은 전혀 안 들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어 “이벤트를 빌어서 자연스럽게 번호를 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1일을 마지막으로 2013년 새미프는 끝이 났다. 8차 새미프는 오는 2월15일 토요일 강남에서 5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마을 미팅’원조는?

‘새마을 미팅’의 원조는 일본의 거리 미팅인 ‘마치콘’이다. 거리를 의미하는 ‘마치’와 미팅을 의미하는 ‘고콘’의 합성어인 마치콘은 2004년 일본의 도쿄 인근에 위치한 위성도시 우쓰노미야시에서 시작됐다. 도쿄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우쓰노미야시의 상권이 침체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치콘’이 등장했다. 

여성 4000엔(약 4만원), 남성 6000엔(약 6만원) 정도로 참가비를 내고 지정된 음식점을 돌며 만남을 갖는 방식으로 ‘새미프’와 유사하다.

현재 150만명 이상이 참가한 마치콘 덕에 지역 상권들의 홍보도 자연스럽게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치콘 행사의 총괄담당자인 타케이는 마치콘의 인기에 대해 “가벼운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가 이후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교제나 결혼 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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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