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품에 들어간 석태수 '역할론'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4: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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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유지군인가? 점령군인가?

[일요시사=경제1팀]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시숙 섭정'을 받아들였다. 한진해운 신임 사장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복심 석태수 ㈜한진·한진칼 대표가 선임됐다. 한진해운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선택이라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재계 인사는 많지 않다. 사실상 한진해운이 조양호 회장 체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지난 11월11일 김영민 당시 한진해운 사장이 급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마지막 남은 가신이었던 김 전 사장의 사의는 업계에 충격을 몰고 왔다.

김 전 사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당시 한진해운 측은 "연이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안고 가겠다"는 김 전 사장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경질'로 봤다. 김 전 사장은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의 마지막 남은 가신이었기 때문이다.

가신까지 쳐내고

김 전 사장은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를 졸업하고 20여년간 씨티은행에서 근무했다. 2001년 한진해운에 영입돼 관리본부장, 총괄부사장을 거쳤으며 2009년 최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업계는 한진해운이 지독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있는 것과 관련해 내·외부의 사임 압박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왔다. 자금 지원에 나선 대한항공이 김 전 사장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는 시선도 있다.


김 전 사장의 사의를 수용한 한진해운은 후임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11월29일 신임 사장으로 석태수 ㈜한진 대표를 내정했다. 석 신임 사장은 지난 1일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석 신임 사장 내정은 최 회장이 직접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요청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 측은 "석 사장이 대한항공과 ㈜한진에서 쌓은 물류산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한진 대표로 일하며 실현한 우수한 경영 실적을 높이 평가해 신임 사장으로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재계 인사는 없다. 한진해운에 조 회장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그룹과 한진해운은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 회장 측이 한진해운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보유해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계열사로 분류된다. 현재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중 최 회장 우호 지분은 50.67%, 조 회장 측 지분은 27.45%다.

최 회장은 그간 완벽한 독립을 꿈꿔왔다.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세상을 떠나기 전 최 회장에게 한진해운의 독립 경영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지난 2011년 대한항공장 주식 4만3355주를 매각하고 최 회장의 두 딸 조유경·유홍씨도 각각 대한항공 주식 1만8320주, 1만9160주를 처분했다. 지난해에는 정석기업 주식 4만4180주를 정리하는 등 계열분리 작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한진해운 사장 교체 조양호 최측근 선임
물 건너간 계열분리…사실상 '접수' 해석

하지만 현재 한진해운은 지독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있다. 연내 갚아야 할 기업어음(CP)만 2200억원. 내년 3월에도 1800억원, 4월과 9월에 각각 600억원, 1500억원씩의 회사채·CP 만기가 돌아온다.


결국 최 회장은 지난 10월 시아주버니인 조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한진해운홀딩스는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을 담보로 대한항공으로부터 15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이어 연말 1000억원의 추가 지원이 예상된다. 여기에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으로부터 빌린 긴급 지원 자금을 갚지 못한다면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2대 주주가 돼 경영 현안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소문대로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담보물건에 대한 담보권 행사에 나선다면 27% 수준인 대한항공의 한진해운홀딩스 지분률은 50% 이상까지 확대되어 최대주주에 등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그룹 내 전문경영인 중 최고 실세로 꼽히는 석 신임 사장의 부임은 조 회장의 영향력을 더욱 커지게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석 신임 사장은 지난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 경영기획실장과 미주지역 본부장을 지냈다. 지난 2008년 3월 ㈜한진 대표에 올랐으며, 지난 8월부터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홀딩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석 신임 사장은 ㈜한진이 2008년 세덱스를 인수해 사명을 바꾼 한덱스의 대표가 됐을 때,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함께 한덱스의 등기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또 계열사 대표이사 중 유일하게 조 회장과 함께 한진그룹이 2대 주주로 있는 에쓰오일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조 회장의 총애에 석 신임 사장은 경영성과로 보답해 왔다. 그가 대표로 취임한 2008년 ㈜한진의 매출액은 8500억원 선. 이는 2년 만에 1조원대를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는 1조2000억원을 돌차했다. 200억원 대 초반이던 영업이익도 2011년부터 300억원을 돌파했다.

조 회장의 복심이라 불릴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석 신임 사장의 한진해운 입성에 업계는 한진해운이 사실상 조 회장 체제로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영권 넘어갈까?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황이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최 회장의 입지는 좁아져만 갈 것이다"며 "추가 자금 수혈과 유상증자 가능성에 이어 전문경영인까지 조 회장의 손길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업황회복은 2015년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진해운 측은 석 신임 사장 선임은 회사 정상화 과정일 뿐 독립 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 회장이 독립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조 회장의 도움을 받는 식으로 회사를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도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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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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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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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