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LIG그룹' 재편 시나리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25 13: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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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2조 공룡 뼈다귀만 남는다

[일요시사=경제1팀] 50여 년째 손해보험 경영을 해 오던 구자원 LIG그룹 회장 일가가 결국 LIG손해보험을 떼어내기로 했다. 모태기업인데다 알짜 계열사였던 만큼 안고 갈 것이라는 안팎의 예측은 빗나갔다. 가업을 내던져야 했던 LIG그룹 일가의 숨은 사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더불어 향후 LIG그룹이 어떻게 재편될 것인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순리대로 흐르던 제 인생의 강물이 바다에 다다르는 마지막 길목에서 예기치 않게 큰 웅덩이를 만났다. 결코, 비켜 흐를 수도 없고, 이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서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음을 알게 됐다.”

종합금융그룹
오너경영 엔딩

구자원 LIG 회장이 지난 19일 LIG손해보험(손보) 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선언하면서 LIG손보 임직원들에게 보낸 옥중서신이다. 

LI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자신과 가족들이 보유한 LIG손보 주식 1257만 4500주(지분율 20.96%) 전량을 매각키로 했다. 구 회장 일가의 LIG손보 지분율은 1대 주주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6.78%, 구본엽 LIG엔설팅 고문 3.60%, 구본욱 LIG손보 상무 2.82%, 구자훈 LIG문화재단 이사장 2.49% 등이다.

구 회장의 지분율은 0.24%에 불과하지만 평생 키워온 종합금융그룹의 꿈을 접는 일인 만큼 매각 결정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LIG손보는 손보업계 4위의 대형 보험사로, 자산 18조원 규모의 그룹 핵심 계열사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12조원)의 8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렇게 알짜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은 것은 LIG건설의 사기성 기업어음(CP) 투자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LIG손보는 저와 임직원의 피땀이 어려 있는 만큼, 영원히 함께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면서도 “투자자들의 피해 회복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신용이 중요한 보험사 성장을 위해서는 지분매각 외에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회한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원 회장 옥중 서신…16명 지분 일괄 매각
“CP 피해 연내 꼭 보상”50년 키운 ‘금융’ 접어

최근 구 회장은 2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가 확정돼 장남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과 나란히 복역 중이다. 구 부회장은 징역 8년을, 구 회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구 회장은 LIG손보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던 중 지난 2006년 건영을 인수해 건설업에 진출했다. 2009년에는 한보건설을 인수하면서 ‘LIG건설’로 이름을 바꿔 달았지만, 인수 과정에서 생겨난 부채(3800억원)와 건설경기 침체의 여파로 2011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2010년 발행한 사기성 CP가 문제가 됐다.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부자는 법정에 섰고,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계획을 알고도 CP를 발행해 부도처리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LIG건설 CP 투자자는 700명으로 피해액도 2100억원에 달했다. 구 회장이 지난해 사재출연을 통해 730억원을 보상조치를 이행했지만, 아직도 1300여억원을 보상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고뇌 끝에 LIG손보 통매각카드를 들고 나왔다. 업계에서는 1300여억원의 피해 보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출 9조원의 모기업을 팔기로 한 그의 선택은 놀라울 정도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50년 가업 포기
진짜 이유는? 

이는 그룹 내 유교적 가풍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LIG그룹은 장자 승계 방식을 통해 경영권을 이어왔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첫째 동생인 구철회 전 LIG그룹 회장은 생전에 4남을 두었다.

첫째는 구자원 회장, 둘째는 구자성 전 LG건설 사장(작고), 셋째는 구자훈 전 LIG손보 회장, 넷째는 구자준 전 LIG손보 회장 등이다. 경영은 돌아가며 했지만 지분은 구 회장과 두 아들(구본상, 구본엽)이 가장 많이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구 회장 부자가 모두 법정 구속되자 이런 전통이 깨지게 됐다. 실형을 선고받아 사실상 금융회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또 투자자들 피해 보상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선 구 회장 부자의 지분을 팔아 재원을 마련해야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미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한 지분이 많은데다가 두 부자가 지분을 매각하면 구 회장 일가의 전체 지분은 약 21%선에서 약 10% 남짓으로 줄어 경영권을 위협받는 수준으로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이에 가족회의를 통해 아예 통매각을 해 사기성 CP 발행에 대해 확실한 면죄부를 받는데에 가족들이 모두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LIG 일가는 또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넥스원 매각도 고려했으나 방위산업체여서 매각하려면 정부와 협의도 해야 하고, 매각 작업에도 시간이 걸려 지분을 직접 가지고 있는 손보사 지분을 매각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알짜 통매각…금융 대주주 부적격·숨은 빚 원인
방산 중심 자산 1조대 ‘미니그룹’으로 재구성

이 외에 숨겨놓은 빚도 통매각을 결정하게 된 이유로 떠올랐다. 외부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LIG의 경우 2011년말 LIG건설의 대주주였던 티에이에스(TAS)와 합병하며 LIG건설이 지고 있던 빚을 떠안았다.

업계에 따르면 LIG그룹 일가는 올해 중반 LIG넥스원 지분 일부를 매각해 급한 불을 껐지만 여전히 상환해야 할 빚이 상당하다. 구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개인적으로 받은 빚 역시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LIG손보 지분 매각이 성공하면 LIG그룹 오너 일가는 CP 피해 보상액(1300억원)을 지급하고도 남을 것으로 분석된다. 주식 전량 매각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할 경우 시장에서는 실제 매각 규모가 대략 5000억∼6000억원대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 자금을 ㈜LIG 및 개인 빚 청산에 투입해 무기 생산 업체인 LIG넥스원의 경영권을 안정화시켜 가문을 추스르는데 사용한다는 관측이다.

금융부문이 떨어져 나가면 LIG그룹은 넥스원을 중심으로 한 총자산 1조원대 ‘미니 그룹’이 될 전망이다. 옛 LG그룹에서 분가한 LIG는 크게 세 사업 부문을 갖고 있었다. LIG손보를 중심으로 한 금융, LIG넥스원을 중심으로 한 방산, LIG건설을 중심으로 한 건설이다.

재계 관계자는 “매각 이후 LIG는 외형은 크게 줄지만 방산 전문 중심 기업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윤리경영과 내실경영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매력적인 매물
여기저기서 눈독

LIG손보가 M&A시장에 나오자 손보 업계는 요동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지주와 NH금융지주가 뛰어든 우리투자증권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존 손보사 가운데 업계 5위인 메리츠화재가 4위인 LIG손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성공할 경우 일약 업계 2위로 떠오를 수 있어 보험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현재 손해보험업계는 삼성화재(매출액 16조5000억원), 현대해상(10조1500억원), 동부화재(9조6900억원), LIG손보(8조9000억원) 등 4강 구도가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하위권 손보업체가 LIG손보를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2위권 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

LIG손보 측은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매각 작업에 들어가면, 6개월∼1년 사이에 매각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시도했던 KB금융과 보험사를 갖고 있는 신한금융, NH농협금융 등 금융지주사 등을 LIG손보 지분 인수 후보군으로 꼽는다. 또 LG그룹과 국내외 사모펀드(PEF)들도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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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